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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티드 님의 서재입니다.

검 속에서 1000만 시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펩티드
작품등록일 :
2019.04.19 16:14
최근연재일 :
2019.05.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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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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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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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0화-먹고 먹히고

DUMMY

변이체가 되어버려 사살 당한 김수로, 그냥 그런 희생으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놈은 그러지 않았다.

여태까지 인천 지역 내에서 저질렀던 각종 불법과 악행, 그리고 갑질들이 그의 죽음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막을 수도 없는 게 마치 누가 뒤에서 조종하듯 순식간에 퍼져버려서 손대면 오히려 역품을 맞을 판이었다.


“아란켈, 그것들이 분명 뭔가 했을 텐데...”

“증거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쪽은 지금 파티 중일 겁니다. 지난번에 이어서 제대로 이름을 알렸으니...”


장태수의 말에 부길드장 이도영이 혀를 차며 말했다.


“대현이 아란켈의 전신이지?”

“그렇죠.”

“선진에 연락 좀 해 봐. 안 그래도 벼르고 있을 텐데.”


장태수의 말에 이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진은 김주철이라는 아까운 인재는 낼름 뺐겼다. 거기에 요즘 아란켈 길드 때문에 게이트 사업에 꽤나 문제가 많았기에 분명 벼르고 있을 것이다.


“근데 뭘 하려고...?”

“대표가 한도겸이지? 대현의?”

“예.”

“대기업 오너 놈들은 털면 털수록 먼지가 나는 법이지.”


장태수는 그렇게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었다.


***


한편 김앤장 길드에서 뭘 하든 신경을 1도 안 쓰고 있는 아란켈 내부.


“거인들이 여기까지 내려왔어요.”


이 팀장이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한도겸이 벌레와 파사트족에 신경 쓰는 사이 거인들은 넓게 넓게 퍼져 어느새 중앙 아시아 곳곳에 퍼져서 큰 피해를 주고 있었다.


“대표님이 말한 그 파사트란 종족은 외관으로는 알아볼 수 없는 상태라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보라색 피부에 괴상한 생김새를 가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체를 드러냈을 경우였다. 평소에는 그냥 평범한 인간과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기에 찾는 게 쉽지 않았다.

놈들이 모이는 위치도 항상 일정한 곳이 아니었다.


“중국 쪽 주요 인물들 띄워봐.”

“주요 인물이요?”

“헌터, 군인. 정치인 상관없어. 일단 띄워봐.”


보라 파사트의 기억 속에 인간으로 변했을 때 모습이 얼핏 남아 있었다. 하는 짓들을 봐선 분명 고위층에 가까웠기에 그리 말한 것이다.

이연희는 곧 바로 중국 쪽 고위층들의 프로필을 찾았다.


“음... 너무 많은데요?”


땅이 넓고 인구가 많은 만큼 고위층 혹은 주요 인사들도 많았다. 이걸 지금 다 찾을 순 없었다.


...


일단 이연희에게 자료를 뽑아달라고 했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쓸모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웬만하면 타국 도움은 안 받으려는 중국이 원조를 요청했네요. 저게 대표님이 말한 건가요?”

“글쎄.”


한도겸은 이연희가 보여준 자료에 나오는 것이 파사트와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달라 인상을 썼다. 그가 알고 있는 건 보라색 피부를 가진 파사트가 가진 기억 일부뿐이었다.


“어쨌든 정부에서는 이번에 대대적으로 원조를 준비한다고 하는데, 우린 어떻게 할까요?”

“한다고 해. 대신...”

“?”

“따로 움직인다고 말해.”

“그럼 받아들일까요?”


상관없다. 받아들이면 공식적으로 가는 거고 안 받아들이면 비공식적으로 갈 생각이었으니까.

그게 아니더라도 결국 손을 내밀 것이다.

지금 중국에 나타난 놈은 쩌리 군주가 아니라 진짜 군주였으니까.


-마스터, 전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진짜 군주의 등장에 탐식이가 군침을 흘리며 말했다. 그런데 한도겸은 지금 검을 쥐고 있지 않았다. 원래 녀석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검을 쥐어야 했다. 하지만 녀석은 새롭게 얻은 변형과 룰메이커의 힘으로 지금 검이 아닌 팔찌의 형태로 한도겸의 손목에 감겨 있었다.

그래서 이제 평상시에도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놈들이 말한 불덩이라는 건 뭔지 알아?”


보라색 피부의 파사트의 기억에 불덩이라는 게 있었다. 한도겸과 신누리가 정리해버린 퀸을 미끼로 그걸 한국으로 보내 버린다고 한 기억이었다.

그런데 그 불덩어리라는 게 뭔지는 없었다.


-불덩어리 말씀이십니까?


반토막난 상태로 여기저기 떠돌아 다녔던 탐식이었으니 혹시나 알까 싶어서 물었지만 녀석은 모르는 눈치였다.

한도겸은 릴리스를 불러서 똑같이 물었다.


“불덩어리라... 벌레를 좋아한다고?”

“어. 벌레는 뭔지 알지?”

“봤다. 바퀴벌레 같은 것들이지. 아무리 죽여도 또 어디선가 나타나.”


한도겸과 신누리가 퀸을 잡았지만 릴리스는 분명 또 나타날 것이라 장담했다. 하지만 이미 퇴치 방법을 알고 있으니 또 나타나도 상관없었다.


“그건 그때 가서 다시 해결하면 되는 거고, 불덩어리에 대해서 아는 것 같은데?”

“벌레를 좋아하는 녀석이라면 하나 알고 있다.”

“?”

“불의 정령왕이었던 놈이지.”


릴리스는 자신이 아는 불덩어리에 대해 얘기를 했다. 한도겸은 그 말을 들으며 아란켈의 기억 속에도 비슷한 것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다 비슷한데 이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인가?’


아란켈의 기억에는 분명 멀쩡한 사고를 가진 놈이었지만 릴리스가 말하는 건 정말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놈이었다.


“그놈은 벌레보다 더 질긴 놈이다. 혹시나 여기로 날아오면 너도 곤란할 지도 모르지.”

“그래?”


확실히 아란켈의 기억에도 쉽지 않은 놈이었다. 그에게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


중국 원조에 대한 답이 내려왔다.

아란켈 길드의 개별 활동은 불가하다는 말이었다. 이연희는 원래 특수안전부에서는 허가하려고 했었는데 갑자기 위에서 불가라고 내려왔다고 말하며 열을 냈는데 한도겸은 굳이 그러지 말라고 했다.

어차피 별 기대도 안 했다.


스윽.


“베이징이라...”


중국이라는 넓은 땅의 중심 도시가 유령도시처럼 변해버렸다. 인명 피해는 물론 각종 건물까지... 놈에 의해 다 박살난 것이다. 군대까지 동원했는지 곳곳에 폭격의 흔적까지 남아 있었지만 놈은 건재했다.

모든 빛을 빨아 당길 것 같은 검은 색의 파사트.

베이징 주변으로 세계 각국이 보낸 헌터, 그리고 군대가 몰려들었지만 섣불리 놈을 건들진 못했다.


-크하하하!!

폐허가 된 베이징의 중심에서 놈이 광소를 터트리며 그런 인간들을 내려다 봤다.

원래의 파사트에 비해 10배는 더 큰 덩치의 놈.

처음 놈이 나타났을 땐 저것의 반의 반도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버섯도 아니고 포자를 퍼트릴 줄이야.’


놈은 포자 같은 걸 퍼트려 사람들을 파사트로 만들어버린 뒤, 그렇게 변해버린 사람들을 먹어치워 저렇게 덩치를 키웠다. 벌레를 중국 땅에서 제거하려고 했던 이유가 바로 같은 숙주를 이용하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거기에다가 놈이 부리는 포자는 헌터들에게도 통했으니...


...


-크흐흐, 또 먹이가 제 발로 들어오는구나.


검은 색의 파사트.

붉은 파사트가 다른 색의 파사트를 모두 흡수해 만들어진 놈은 온몸에 들끓고 있는 어마어마한 힘에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가만히 있어도 먹이가 알아서 굴러 들어오기까지 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것이다.


저벅...저벅...


또 하나의 먹이가 걸어오는 모습에 검은 파사트는 인상을 썼다.

겨우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젠 하나 정도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상태였기 때문에 오히려 귀찮았다.


-응?


그런데 먹이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검은 파사트의 표정이 변했다.

먹이에게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진 것이다. 정확히는 먹이가 들고 있는 검에서... 동족의 힘이 느껴졌다.


-설마 넌...


검은 파사트는 보라색 파사트가 지금 자신에게 다가오는 인간에게 당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크하하하!!! 이렇게 제 발로 찾아오다니!


온몸이 새카만 가운데 이빨만 하얀 놈이 정말 크게 웃으며 한도겸을 반겼다. 내심 아쉬웠던 터였다. 보라 파사트까지 흡수했다면 완전체가 되었을 테니까.

하지만 이미 보라 파사트는 누군가에게 당해버렸고 어쩔 수 없다 생각했는데, 제 발로 이렇게 찾아왔으니 반가울 수밖에.

-마스터, 저 새끼 웃는데요?


자신을 보며 웃음을 터트리는 검은 파사트의 모습에 탐식이가 기분 나쁜 듯 말했다. 한도겸도 놈의 웃음이 썩 좋진 않았기에 말없이 탐식이를 휘둘렀다.


솨아악!


탐식이가 가로로 길게 공간을 가르고, 갈라진 공간 속에서 노란 뇌기가 춤을 추며 광기를 터트린다.


쿠르릉!!!


-크하!...흡!

웃고 있던 검은 파사트는 갑자기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뇌룡에 급히 손을 뻗었다.


콰아앙!!


쭉 펼쳐진 놈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뇌기가 한도겸의 뇌룡과 허공에서 부딪히며 폭발했다.

힘은 막상막하였지만 한도겸의 뇌룡이 검은 파사트의 흑룡을 잡아먹으며 놈의 손을 물어뜯는다.


-크윽!


흑룡을 상대하느라 힘이 빠졌기에 큰 타격은 주지 못했지만 검은 파사트가 깜짝 놀라기엔 충분했다. 손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통증에 놈이 신음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적당히 상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처음 보는 놈인데, 누구냐?


검은 파사트는 당연히 한도겸이 새로 나타난 군주라 생각하고 물었다. 하지만 한도겸은 군주도 아니고 대답할 생각도 없었다.

그의 검이 다시 휘둘러졌다.

이번엔 어떻게 휘둘렀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검은 파사트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검을 느꼈고 번쩍하는 빛과 함께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서걱!!


한도겸으로부터 검은 파사트가 있었던 자리까지 마치 삭월이 땅을 가른 것처럼 일직선으로 줄이 생긴다.


-마스터, 뒤!


탐식이가 급하게 소리쳤다.


콰아앙!!


이미 탐식이보다 먼저 사라진 검은 파사트의 위치를 알고 있었던 한도겸은 뒤도 보지 않고 태산의 힘을 담은 검을 휘둘렀다. 묵직하게 걸린 놈의 다리가 태산의 힘에 뭉개졌지만,


-크아악!


놈은 고통을 이겨내고 벌겋게 달아오른 양손으로 한도겸을 박살낼 듯 내리쳤다. 그에 한도겸은 바로 검을 회수해 광풍의 힘을 담아 바람의 막의 만들었는데,


치이이익!!!...콰아앙!!!


순식간에 공기를 달궈 버리는 뜨거운 주먹에 공기가 터지며 한도겸이 미처 반응하기 전에 그를 밀어낸다. 한도겸이 만든 광풍까지 그 폭발에 휩쓸려 연쇄적으로 공기가 터져나가고, 둘이 있던 자리는 원폭이 떨어진 것처럼 폭발했다.


쿠우우우웅!!!


거대한 크레이터에서 먼지구름과 함께 검은 파사트가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본다.

한도겸이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공격에 한도겸이 죽었을 거라 생각하지 않은 검은 파사트는 제 4의 공간의 다루는 남색 파사트의 힘을 이용해 주변을 탐색했다.


-!

하늘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혼에 깜짝 놀란 검은 파사트는 재빨리 옆으로 굴렀다.


서걱!!

한도겸의 공간의 검이 하늘에서 검은 파사트가 있었던 자리까지 걸리는 모든 걸 소멸시키며 떨어졌다.


-어떻게 그런 혼을!?


가까스로 한도겸의 검을 피한 검은 파사트는 방금 자신이 혼 한도겸의 혼에 잠시 넋이 나갔다. 혼을 다루는 디홀조차 괴물이라 칭했던 혼이니 검은 파사트의 반응이 놀라운 건 아니었다.

한도겸의 혼은 디홀 같은 허접한 군주가 아니라 검은 파사트 같은 진짜 군주에게도 두려움을 줄만한 크기였다.


“더럽게 말 많네.”


한도겸은 큰 덩치로 잘도 도망가는 놈의 모습에 인상을 썼다. 여태까지 상대했던 것들 중에서는 가장 까다로웠다. 혼의 검, 공간의 검까지 피하는 건 물론이고 광풍, 뇌룡, 삭월, 태산까지...

놈은 힘들게나마 막아내고 있었다.

탐식이가 조금만 더 성장했다면 놈이 저렇게 막아내지도 못했을 텐데...


-저놈을 먹으면 마스터가 원하는 수준의 힘은 쭉쭉 뽑아낼 수 있을 겁니다.


한도겸의 생각을 안다는 듯 탐식이가 변명을 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음?”


쇄애애액!!!

더 이상 도망치지 못하게 단 번에 끝낼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공기를 찢는 소리가 울렸다. 뭔가 싶어서 고개를 올려 확인한 한도겸은 어이가 없어서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콰쾅!! 쾅! 콰아앙!!


비처럼 쏟아지는 것은 다름 아닌 멀리서 날아온 미사일과 전투기의 폭격이었다. 그리고 클라이맥스는 핵탄두를 단 미사일이었다.


쿠구구구구!!!


정확히 한도겸과 검은 파사트 사이로 떨어진 그것은 거대한 크레이터와 버섯구름을 만들며 베이징의 한 가운데서 터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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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건드린 대가 +10 19.05.30 3,220 75 12쪽
» 40화-먹고 먹히고 +7 19.05.29 2,978 79 12쪽
39 39화-파사트족 +5 19.05.28 3,212 81 13쪽
38 38화-어긋남 +10 19.05.27 3,420 80 12쪽
37 37화-박멸 +7 19.05.26 3,672 79 13쪽
36 36화-죽어버린 도시 +9 19.05.25 4,099 79 13쪽
35 35화-창궐 +9 19.05.24 4,441 88 12쪽
34 34화-태동 +11 19.05.23 4,905 84 12쪽
33 33화-혼란 +11 19.05.22 5,185 105 13쪽
32 32화-탐식 +8 19.05.21 5,118 108 12쪽
31 31화-먹다 +16 19.05.20 5,414 121 12쪽
30 30화-성장 +16 19.05.19 5,690 124 13쪽
29 29화-몰락 +10 19.05.18 5,937 118 13쪽
28 28화-군주 살해자 +12 19.05.17 5,946 118 13쪽
27 27화-스며든 것들 +11 19.05.16 6,190 123 14쪽
26 26화-인벨 경매장 +12 19.05.15 6,381 123 13쪽
25 25화-변하는 세계 +10 19.05.14 6,722 123 14쪽
24 24화-마담 +9 19.05.13 6,905 139 14쪽
23 23화-꿈에서 깰 시간 +10 19.05.12 7,695 134 13쪽
22 22화-악몽 +9 19.05.11 8,061 141 14쪽
21 21화-진짜 군주는 맞는데...(2) +12 19.05.10 8,449 133 13쪽
20 20화-진짜 군주는 맞는데... +9 19.05.09 8,786 143 12쪽
19 19화-망나니가 망나니하다 +10 19.05.08 8,986 146 13쪽
18 18화-얕은 수작의 대가(2) +16 19.05.07 9,112 158 15쪽
17 17화-얕은 수작의 대가 +10 19.05.06 9,424 151 14쪽
16 16화-싹을 틔우다 +7 19.05.05 9,869 154 13쪽
15 15화-넝쿨 째 들어온 +5 19.05.04 10,256 164 13쪽
14 14화-치열함을 잊은 세대 +11 19.05.03 10,528 16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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