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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티드 님의 서재입니다.

검 속에서 1000만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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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티드
작품등록일 :
2019.04.19 16:14
최근연재일 :
2019.05.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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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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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4화-태동

DUMMY

정확히 한도겸을 향한 시선이었다. 예전에 한강현이 고용했던 암살자처럼.

하지만 그때와 다르게 한도겸도 어디서 이런 시선을 보내는 건지 알아차리기 쉽지 않았다. 시선은 잠시 느껴지다가 사라졌고 그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왜 그러세요?”


이연희가 갑자기 한쪽을 보며 입을 다문 한도겸에게 물었다.


“아니야. 미국쪽은 어때? 릴리스의 말에 따르면 불멸의 기사인가 뭔가 하는 놈이 날뛰고 있다는데.”

“날뛰는 건 아니고 최근 좀 활동이 많긴 해요.”


이연희가 한도겸의 말에 서류를 뒤적거리면서 말했다.


“여기 보시면, 최근 일주일동안 활동한 내역이 보이시죠? 보통 루카스 윌리엄의 팀은 한달, 혹은 두 달 간격으로 움직였어요. 그런데 최근 거의 하루에 두 세 번은 게이트를 출입하고 있죠.”

“다 다른 게이트로?”

“네.”


한도겸에게 당한 뒤 위기를 느꼈던 모양이다.


“출입한 게이트에 대한 정보는 있어?”

“여기요.”


이연희가 넘겨준 게이트에 대한 정보로는 루카스 윌리엄이 뭘 하는지에 대해서 알긴 어려웠다. 게이트 안에 있는 게 정확이 뭔지도 나와 있지 않았고 등급만 매겨져 있으니...

다만 짐작 가는 건 있었다.


‘탐식의 검과 비슷한 힘이야.’


루카스 윌리엄은 탐식의 검처럼 군주를 흡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흡수한 힘으로 여러 개의 목숨을 쟁여놓는 것 같았다. 그걸 토대로 파악해보면 놈은 군준, 혹은 반쪽짜리 군주를 사냥해 자신의 목숨과 힘을 늘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쪽도 군주가 튀어 나올 준비를 하는 건가?”


갑자기 저렇게 움직이는 건 그 이유밖에 없었다. 한도겸 때문에 위기감을 느낀 놈의 진짜 군주가 서둘러 힘을 모으려는 것이다. 여태까지 서두르지 않은 이유가 있었을 텐데 그걸 감수할 만큼 급해진 것이다.


“릴리스한테는 뭐 다른 움직임 없어?”

“아직까진 딱히 없네요.”


한도겸은 릴리스에 대한 감시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릴리스에게도 진짜 군주가 있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 못 마땅할 터.

릴리스를 통해 뭔가 하려고 할 게 뻔했다.

지금은 한도겸의 밑에서 얌전히 시키는 일을 하고 있지만...


“일은 잘하고?”

“너무 잘해요. 데리고 있는 여자들도 다 제몫 이상을 해주고 있어서 요즘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이연희에게는 업무가 과중될 수밖에 없는데 릴리스가 합류하면서 그 부담이 많이 줄었다. 인간 사회에서 최대 비밀 경매장을 운영할 정도였으니 인맥도 많을뿐더러 아는 것도 많아서 이연희는 요즘 웃으면서 일하고 있었다.

제일 중요한 건, 무보수라는 거다.


“돈도 다 썼는데 다행이죠. 제약에서 탈모 치료제 생산에 들어가며 우리도 이제 좀 여유생기긴 하겠지만. 근데 한이현 대표한테 또 뭘 넘겼어요? 아주 제약을 가져가라고 하던데. 귀찮으니까 우리보고 운영하고 연구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어스웜을 이용한 탈모치료제는 이제 연구가 끝났다. 그래서 한도겸은 한이현에게 또 다른 걸 맡겼다.

바로 마법진의 시료를 만드는 방법이었다.

검 속에서 갈려버린 영혼 중 하나가 팠던 분야 중 하나였는데, 아란켈이 살던 세상의 것을 보고 자기 식으로 만든 것이었다.


‘워프진이 제일 급해.’


한이현에게는 시료를, 신누리에게는 마법진에 대해서 알려줬다. 분석과 제작 재능을 가진 두 사람의 시너지가 발휘되어야 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워프진을 개발해야 한다.

대륙 간의 이동에 워프진만 한 게 없었다.

한도겸이야 공간의 검을 이용하든 뇌룡을 이용하든 상관없지만 그가 전 세계를 돌아다닐 순 없으니 꼭 필요했다.


“길드원들 있는 곳에 갔다 올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네, 걱정 마세요.”


한도겸은 아까 느꼈던 시선이 못내 마음에 걸렸지만 이미 놓쳐버린 것에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다.


***


-으음...

-왕이시여! 죄송합니다!


적당한 산(?)에 걸터앉은 거인들의 왕, 이클롭스가 신음소리를 내자 그 앞에 무릎을 꿇은 거인들이 모두 고개를 조아렸다. 원래 계획보다 일찍 불렀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긴 것이라 짐작한 것이다.

물론 그것도 없지 않아 있지만 이클롭스가 신음소리를 낸 건 다른 이유였다.


-그건 뭐지?

-??


세상을 굽어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이클롭스는 이곳에 오자마자 이 세상을 훑었다. 그러다 하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아주 섬뜩한 느낌을 받고 바로 시선을 거뒀던 것이다.


-군주는 아닌 것 같은데... 아이언.

-예!

-왜 일찍 부른 것이지?

-그게...


왕의 물음에 잠시 주저하던 아이언이라는 거인은 왜 이렇게 해야 했는지 설명했다.


-군주 살해자 놈이 날뛰는 바람에 저희 영역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놈들도 활동영역을 넓히는 바람에...

-능력이 부족해 불렀다는 거군.

-그, 그건... 죄송합니다! 살려 주십시!...


쿠우웅!


아이언이라는 거인은 왕의 심기가 좋지 않다는 걸 눈치 채고 변명보다 사죄를 청했지만 이미 늦었다. 이클롭스는 마치 파리를 잡듯 자비 없이 아이언의 머리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두부 으깨지듯 터져버린 머리.

동산 같은 주먹이 머리에 떨어지니 버틸 리가 없다.

그대로 머리를 잃은 아이언의 육체를 이클롭스는 쓰레기 치우듯 차버리고 주변을 훑었다.


-더 할 말 있나?

-...


그의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왕의 심기를 건드리면 아이언의 꼴이 날 게 뻔했다.


-쯧. 가서 움직여라. 피와 살을 주먹에 묻혀 오란 말이다!

-예!!

이클롭스의 고성에 자리에서 일어난 거인들이 급히 자리를 떴다.

그들이 있는 장소는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산맥.

인도의 북쪽과 중앙아시아의 남쪽을 잇는 거대한 만년설의 산맥에 자신들의 발자국을 남기며 황급히 뛰어가는 거인들의 모습에 이클롭스는 혀를 찼다.

거인들은 태생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세월이 지나도 발전이 없었다. 노력을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저들의 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이긴 하지만 이럴 땐 너무 답답했다.


-멍청한 것들.


예정과 다르게 나온 탓에 부작용을 겪고 있는 이클롭스는 아까 느꼈던 시선을 기억하며 눈을 감았다.

그 시선의 주인만 하더라도 자신의 힘을 모두 회복해야 겨우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이잉!


눈을 감은 이클롭스의 두피에서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실이 수도 없이 나오며 아까 뛰어간 거인들과 연결이 된다. 정신연결이었다.

거인들이 자신의 또 다른 눈이 되고 여분의 손발이 된 것이다.


***


길드원들이 모여 있는 어스웜의 둥지에 들어온 한도겸은 진한 피 냄새에 손을 앞으로 휘저었다.

손의 움직임에 따라 바람이 불어 그의 코를 보호했다.


흐아아압!!


콰아아앙!!!

김주철의 기합과 함께 워해머가 폭발음을 터린다. 그러나 김주철의 공격을 오혜주는 활활 타오르는 검으로 마주 막았다. 대외적으로 SSS급 헌터와 S급 헌터의 대결이라고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한편 서이수는 신누리와 마주하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서걱! 사각!


둘 사이의 공간에서 연신 섬뜩한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둘 다 한도겸에게 얻은 디홀의 힘으로 보이지 않는 검을 휘두르는 중이었다.

아마 저기에 함부로 손을 넣으면 믹서기에 갈리는 토마토처럼 될 게 분명했다. 그만큼 둘은 생각보다 더 디홀의 힘을 잘 다루고 있었다. 특히 서이수는 제한된 힘을 얻었을 텐데도 저 정도였다.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이제는 서이수의 인형이 된 키메라들이 오혜주의 화검문, 김주철의 팀, 서이수의 팀이 부딪히고 있었다.


스윽.


“어?”


한참 자기들끼리 치고 박던 중, 한도겸의 존재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사람은 서이수와 신누리였다.


“오셨어요?”


서로에게 향하던 섬뜩한 검을 멈추고 서이수와 신누리가 다가왔다.


“이제 적응이 됩니까?”

“네. 아직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원래도 서늘한 기운을 가진 서이수였는데 디홀의 혼을 다루는 힘 때문에 오한이 드는 한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완전히 힘을 갈무리한 서이수는 아까 그런 살벌한 검을 휘둘렀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평온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더 놀라운 건 신누리다.


“검 찾으러 오신 거죠?”


얼핏 보면 이제 막 연구실에서 나온 듯 차분한 모습이었다. 물론 특유의 미소와 발랄함도 여전했다.

저 모습을 보고 아까 그렇게 살벌했다고 누가 생각을 할까.

서이수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다른 느낌의 신누리는 디홀의 힘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는 느낌이었다.


‘디홀의 힘 때문에 문제가 생겼나?’


힘을 너무 잘 받아들인 나머지 인격이 둘로 나눠지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혹시나 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원래도 조울증처럼 왔다갔다 하던 사람이라...


“예.”

“이쪽으로 오세요. 이번에 조금 많이 바뀌었을 거예요.”


탐식의 검이 뭔가를 먹을 때마다 신누리를 통해서 안정화 작업을 거치는데, 그때마다 검에 조금씩 변화가 생겼었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큰 걸 먹었더니 변화가 큰 모양이다.

어스웜의 둥지를 나와 대현 제약에서 만든 건물에 들어간 신누리는 조심스럽게 탐식의 검을 꺼냈다.


“더 괜찮아졌죠?”


일단 모든 걸 빨아들일 듯 검은색이었던 검신이 은회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날이 선 부분에 날개모양의 무늬가 생겼다.


“무게도 더 가벼워졌어요.”


확실히 손에 쥐니 무게가 줄긴 했다. 그리고 검병은 검신과 반대로 조금 어두운 색으로 변했다.

탐식의 검을 쥔 한도겸은 이리저리 움직여 보면서 달라진 게 뭐가 있는지 하나씩 확인했다. 검이라는 게 조금만 무게 중심이 달라도 다른 검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예민한 녀석이다.


-마스터, 한 가지 재미있는 걸 얻었습니다.

“?”


그때 탐식의 검이 말을 걸어왔다.


-바람을 좀 불어넣어 주십시오.


일단 탐식이가 말하는 대로 해줬다.

검신으로 광풍의 힘을 불어넣은 것이다.

그러자, 검신에 바람이 머물고 그 바람이 날카로운 깃털 모양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대로 한도겸이 앞으로 찌르니 검에 머물던 바람의 깃털이 마치 쏘아지듯 튀어나갔다.


파바바바박!!

검 끝이 향한 곳의 벽이 푸딩처럼 뚫린다.


“별 거 없는데?”


한도겸의 기준에서 그리 쓸모 있는 건 아니었다.


-...그렇습니까.


왠지 시무룩한 탐식의 검의 목소리에 한도겸은 혀를 차며 녀석을 검집에 넣었다. 뭔가 했더니 별 쓸데없는 능력을 얻었다. 그에겐 이런 잡다한 능력보다 그의 힘을 담을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해지기만 하면 된다.


“그래도 생긴 건 마음에 드네. 전엔 칙칙했는데.”

-하하하! 원래 제가...

“시끄러.”

-옙.


쓸데없는 소리하려는 탐식의 검의 입을 막고 한도겸은 신누리를 쳐다봤다.


“괜찮네요.”

“그렇죠?”

“근데 서이수씨는 왜 따라 나온 겁니까?”

“...”


한도겸이 신누리의 뒤에 서 있는 서이수를 향해 물었다. 파트너가 없으면 쉬던지 아니면 다른 파트너를 찾으면 될 텐데 굳이 따라 나왔다.

근데 한도겸이 저렇게 묻는 순간 서이수의 눈빛에 뭔가 서운하다는 감정이 잠깐 비춰지다가 사라졌다.


***


스아아악!!!


“꺄아아악!!!”

“뭐야!?”


기괴하게 입을 벌린 남자가 갑자기 지나가던 커플을 덮쳤다.

순식간에 목을 물어뜯긴 여자는 그대로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옆에 있던 남자는 혼비백산하며 여자를 버리고 뛰기 시작했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스아악!

“으아아악!!!”


콰득!


“...”


도망치던 남자도 결국 잡히고 사람 같지 않은 완력에 붙들려 그대로 목이 뜯기며 즉사했다.


스아아악!!!


남자의 목에 머리를 박고 피를 마시던 괴인이 갑자기 하늘을 보며 포효를 했다.


우드득!


한참을 포효하던 괴인의 몸이 믿을 수 없는 각도로 비틀리고 찢어졌다. 안 그래도 턱관절이 없는 듯 벌어졌던 입은 닫힐 생각이 없는 듯 활짝 열리고, 그 안에서 사람의 혀라고 볼 수 없는 길쭉한 것이 빠져나와 방금 목이 뜯긴 남자의 몸속에 들어갔다.


털썩!

괴인은 쓰러지고, 잠시 후.


스아...


목이 뜯긴 남자가 일어섰다. 그리고 남자는 쓰러져 있는 괴인을 천천히 뜯어먹기 시작했다.


콰득!


이런 일이 중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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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혼란 +11 19.05.22 5,185 105 13쪽
32 32화-탐식 +8 19.05.21 5,118 108 12쪽
31 31화-먹다 +16 19.05.20 5,414 121 12쪽
30 30화-성장 +16 19.05.19 5,690 124 13쪽
29 29화-몰락 +10 19.05.18 5,937 118 13쪽
28 28화-군주 살해자 +12 19.05.17 5,946 118 13쪽
27 27화-스며든 것들 +11 19.05.16 6,190 123 14쪽
26 26화-인벨 경매장 +12 19.05.15 6,381 123 13쪽
25 25화-변하는 세계 +10 19.05.14 6,722 123 14쪽
24 24화-마담 +9 19.05.13 6,905 139 14쪽
23 23화-꿈에서 깰 시간 +10 19.05.12 7,696 134 13쪽
22 22화-악몽 +9 19.05.11 8,061 141 14쪽
21 21화-진짜 군주는 맞는데...(2) +12 19.05.10 8,449 133 13쪽
20 20화-진짜 군주는 맞는데... +9 19.05.09 8,786 143 12쪽
19 19화-망나니가 망나니하다 +10 19.05.08 8,986 146 13쪽
18 18화-얕은 수작의 대가(2) +16 19.05.07 9,112 158 15쪽
17 17화-얕은 수작의 대가 +10 19.05.06 9,424 151 14쪽
16 16화-싹을 틔우다 +7 19.05.05 9,869 154 13쪽
15 15화-넝쿨 째 들어온 +5 19.05.04 10,256 164 13쪽
14 14화-치열함을 잊은 세대 +11 19.05.03 10,528 16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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