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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티드 님의 서재입니다.

검 속에서 1000만 시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펩티드
작품등록일 :
2019.04.19 16:14
최근연재일 :
2019.05.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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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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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1,747

작성
19.05.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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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글자
12쪽

35화-창궐

DUMMY

중국의 현재 분위기는 매우 심각했다.

그동안 통제를 잘해왔던 정부에서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의 불안감은 치솟았고 거리에는 피냄새와 비명이 끊이질 않았다. 군대와 헌터를 동원해 이런 사태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카르륵... 우리 영역에 누군가 침입했어.

-그 바퀴벌레 같은 놈 같은데...

-귀찮게 됐어.

-이참에 정리하는 게 어때?

-쉽게 봐선 안 되는 놈이야.


괴물들이 회의실 안에서 심각하게 뭔가를 얘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사람의 형태를 가졌지만 파충류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었고 피부가 맨들맨들했다. 입은 가로로 길게 찢어졌고 그 사이이로 불규칙적인 이빨이 나 있었다.


할짝! 할짝!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낼름거려지는 혀는 마치 도마뱀의 그것과 같았고, 몸에는 옷을 걸치지 않은 대신 온몸이 금속 같은 근육으로 덮여져 있는 자들이었다.


-하필 좋아하는 먹이가 겹쳐서.

-여기서 물러날 순 없다. 이건 자존심이 걸려있어. 다른 놈들이 알면 비웃을 거다. 겨우 벌레에 밀렸다는 걸 알면.

-박멸을 하자.

-어떻게?

-벌레를 잡는 데는 불이 최고지.

-불?


보랏빛 피부를 가진 외계인 같은 자의 말에 다들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람과는 많이 다른 얼굴이라 진짜 궁금한 건지 아니면 인상을 쓴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불이라고 말한 보랏빛 피부의 외계인은 계속 설명을 했다.


-마침 벌레 잡기 딱 좋은 놈이 하나 튀어나왔다더군.

-그러니까 그게 뭐냐니까?

-뭐긴 뭐야. 재수 없는 불덩어리지.

-재수 없는 불덩어리? 설마...


재수 없는 불덩어리라는 말에 뭔가 짐작 가는 게 있는 듯 자리에 있는 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괜히 그거 건드렸다간 우리한테 불똥 튈 수도 있다.

-그럼 계속 그 벌레들이 날뛰게 두자고?

-그건 아니지만.


보라색 피부의 말에 반박했던 붉은 색 피부가 머리를 긁으며 물러났다.


-그 놈을 풀려면 어쨌든 조절할 수 있어야 돼. 그냥 푸는 건 반대다.


이번엔 푸른색 피부의 괴인이 말했다. 그는 붉은색 피부의 괴인과 달리 냉철한 눈으로 보라색 피부의 괴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하지.

-대책은 있다는 건가?

-얼마 전에 이곳에서 불덩어리가 좋아할 만한 게 나왔다고 한다.


보라색 피부가 손을 들어 허공을 가리키자 지도와 함께 그 지도 위에 뭔가가 생겨났다.


-마그마 골렘?


지도 위에 떠있는 뭔가를 본 푸른 피부의 괴인이 물었다. 보라색 피부의 괴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연 설명을 붙였다.


-놈은 벌레도 좋아하지만 그걸 더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불덩어리로 벌레를 잡은 뒤, 저쪽으로 보내자?

-그렇다.

-어떻게?

-벌레로 유인하면 된다. 미리 몇 개 빼돌려서.


보라색 피부가 어울리지도 않는 웃음을 지어보이며 주변을 훑었다.


-괜찮군.


회의실에 있는 괴인들도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


한수용 회장이 조사를 받는 사이 이연희는 빠르게 대현을 접수했고 한유관과 분리까지 시작했다. 한도겸은 이연희는 대현 그룹을, 조 실장은 아란켈 길드를 전담하게 만들고 헌터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일단 지난번 사건으로 이동석이 아란켈 길드로 넘어왔고 그때 같은 현장에 있었던 헌터들 중에 발목이 붙잡히지 않은 자들도 하나 둘 넘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헌터 업계는 물론이고 기업, 정부까지 바짝 긴장하고 아란켈 길드를 주목했다.


단숨에 국내 헌터 랭킹 1위를 섭외하면서 국내 최대 길드가 되었으니 그들로서는 위기감이 찾아왔을 것이다. 거기에 이번 일로 대현까지 떠먹여줬으니.

다들 지금 속이 많이 쓰렸다. 그 중에서도 특히, 화검문은...


“연락을 받지 않는다?”

“예.”


오태식이 책상을 내려치며 분노를 토했다.

오혜주와 오강석이 뛰쳐나가면서 데리고 나간 가문의 제자, 그리고 사람들도 문제지만 그게 아란켈 길드에 붙은 게 더 문제였다.

차라리 오혜주가 한도겸하고 결혼이라도 해서 이쪽과 연결이 됐으면 모르겠는데, 그런 것도 없이 사람만 뺏겼으니...


“배은망덕한 것들. 내가 어떻게 지들을 키웠는데.”

“한 번 찾아가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뭐? 지금 나보고 손녀 하나 보자고 거기까지 가라고?”

“...죄송합니다.”


오태식은 이 와중에도 자신의 체면을 세웠다.

사실 오태식 뿐만 아니라 엉덩이가 무거운 곳들의 대부분은 상황이 비슷했다. 아란켈 길드의 성장과 미래가 보이는데 체면도, 명분도 없어서 구경만 해야 되는...

하지만 한 편 적극적으로 아란켈에 선을 데려는 자들도 있었는데,


“대표님은 오늘도 안 계십니까?”

“지금 길드원들과 전국 순회하면서 게이트 점검 중입니다. 정부와도 같이 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지요. 그런 일이 또 다른 곳에서 일어나면 안 되니. 그럼 돌아오시면 꼭 연락 한 번만 주십시오.”


조 실장은 몇 일째 똑같이 찾아오는 또 다른 헌터 가문, 남궁세가의 구애 때문에 골치 아팠다. 중국에 그 뿌리를 가지고 있는 가문인데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자꾸 찾아오는 건지... 대외적으로는 한도겸과의 혼인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오긴 하는데, 그게 진짜 목적 같진 않았다.


“요즘 남궁세가에서 뭘 찾고 있는 건 것 같던데요.”

“음? 뭘 말입니까?”


남궁세가의 사람이 찾아오기 전까지 조 실장과 얘기하고 있던 이동석이 끼어들었다.


“정확한 건 아닌데 핵을 찾고 있는 듯했어요. 일성에 있을 때도 봤죠. 무슨 골렘 핵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골렘의 핵이라, 한 번 알아봐야겠습니다. 이거, 들어오자마자 좋은 정보를 주셨습니다?”

“그럼 말이나 잘해주세요. 대표님한테.”


이동석은 조 실장을 향해 씩 웃으며 나갔다. 조 실장은 그런 이동석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한도겸에게 바로 연락을 했다.


“예, 대표님. 좀 더 봐야 될 것 같습니다. 따로 흑심은 안 보입니다. 그런데, 남궁세가 말입니다, 골렙의 핵을 찾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골렘 핵?

“예, 한 번 알아볼까요?”

>알아봐.


***


거리에는 피웅덩이가 사방에 고여 있었고 그 사이를 누군가 급하게 뛰어가고 있었다.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듯 모든 게 멈춰 있는데 오직 그만 뛰고 있었다.


헉! 헉! 헉!


“악!”


그러다 바닥에 있는 뭔가에 걸려 그대로 넘어져버린다. 쓰라린 상처에도 아랑곳 않고 다시 일어난 그는 다시 뛰려고 했다. 다리를 삔 건지 한쪽 발목의 통증이 너무 심했다.


꽈아악!


뭔가 잡고 있는 것 같기도 한 느낌에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역시나 하체도 없는 괴물 하나가 한쪽만 남은 팔로 자신의 발을 붙잡고 있었다.


“헉!?”


스아악!!


“으아아악!! 저리 가! 저리가라고!”


자신의 발을 잡은 괴물을 손발 할 것 없이 마구 내려치며 벗어나려 했지만 완력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났다. 바닥을 기어가고 있는 주제 아무리 두들겨도 괴물은 발을 놓지 않았다.


-스아악! 스악!

“아아아...”


그 사이 자신을 쫓아오던 놈들이 바로 앞에 보이자 그는 절망했다. 어떻게 도망쳤는데...


퍽!! 퍽!!

-스아악!?!


그때, 갑자기 자신을 쫓아오던 괴물들의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괴물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그는 희망을 가졌다.


‘드디어 왔구나!’


헌터일 것이다.

이미 한참 전에 왔어야 할 헌터였는데 이제 오다니... 한바탕 욕이라도 하고 싶지만 지금은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차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콰득!!


-버러지 같은 것들이!


우적! 우적!


-퉷! 역시 벌레는 맛이 없어.

“...?”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왜 헌터가 괴물을 삼켰다가 뱉는 걸까. 아니, 그걸 떠나서 어떻게 저 큰 걸 삼킬 수 있는 걸까.

괴물은 사람이 변한 것이었다. 절대 평범한 사람의 입으로 들어갈 수 없는 크기인데, 지금 그의 앞에서 모습을 드러낸 은회색의 피부를 가진 헌터는 그렇게 했다.


“어...어...?”


헌터들 중에는 괴상한 모습으로 변하는 재능을 가진 사람도 있었으니까. 조금 심한 말로 헌터들 중에는 또라이도 많아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도 했다.

하지만 저런 건 정말 처음 봤다.

온몸이 무슨 액체형 터미네이터처럼 자유자재로 변형되고 머리에는 괴물처럼 입이 귀까지 찢어진데다가 그 사이로 보이는 제멋대로 난 이빨은... 섬뜩하고 혐오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또 도무지 같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저 눈.

사람 눈이 가져야 할 것들은 없고 마치 눈 위에 선글라스 대신 잘게 부서진 보석을 일부러 모아서 붙여놓은 것처럼 생겼다.


-응? 호오, 아직 여기에 살아 있는 게 있었군.


괴물들을 쫓아낸 괴상한 헌터는 이상한 말을 하며 그에게 다가왔다.


“누, 누구세요?”

-재미있군.


그에게 다가온 괴상한 헌터는 그의 발에 시선을 주며 뭔가를 중얼거렸다. 그건 꼭 외계인이 하는 것처럼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콱!


“커억!?”

-미끼로 제법 괜찮은 걸 찾았어. 클클클!


이미 귀까지 찢어진 입으로 웃으며 혀를 낼름 거리는데 가까이서 보니 더욱 섬뜩했다. 하지만 목이 잡힌 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어딘가로 옮겨졌다.

괴물을 피해서 가족까지 버리고 도망쳐서 이 도시의 유일한 생존자가 됐는데 너무 허무한 끝이었다.


***


“와, 이거 좀 심각한데요?”


이연희가 오랜만에 사무실을 찾은 한도겸에 혀를 차며 말했다.


“왜?”

“중국이요. 이것 좀 보세요. 사천성 쪽에서 누가 올린 건데...”


이연희가 보여준 건 중국에서만 즐겨 쓰는 SNS를 누가 따로 퍼온 거였다.

영상과 사진이 올라와 있었는데 댓글을 보면 주작이니, 진짜니 하는 공방이 꽤 치열해보였다.


“좀비 같지 않아요?”

“좀비?”

“대표님이 봐도 그렇죠?”


이연희의 말대로 영화에서 보던 그것과 비슷하긴 했다. 문제는 이게 지금 중국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건데.


“중국에서 퍼지는 걸 막으려는 걸 보면 진짜 같긴 한데, 도시 하나가 아예 이렇게 되었으니... 그것도 작은 도시도 아니고요.”

“조 실장이 남궁세가? 그쪽에서 자꾸 접근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쪽 중국 애들이지?”

“아!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그쪽 통해서 한 번 알아볼까요?”


이연희의 말에 한도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게 진짜면 여기에도 군주가 날뛰고 있는 게 분명했다.


‘저런 걸 데리고 다니는 군주가 있던가?’


일단 아란켈의 기억에는 없었다. 그리고 다른 영혼들의 기억에도 마찬가지.

한도겸은 영상을 다시 돌려봤다.


‘음... 응?’


그러다 이상한 걸 발견했다. 영상을 멈추고 다시 돌린 한도겸은 한 장면에서 영상을 멈췄다. 그리고 영상을 확대해서 살피는데,


“대표님!”


갑자기 이연희가 급히 그를 불렀다.


“왜?”

“이거, 아무래도 군주랑 관련 있지 않을까요?”


이번에 이연희가 보여준 건 바로 거인들이 바다를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저거 수영장은 아니지?”

“네. 인도양이에요. 그리고 이것 말고도 있어요.”


이번엔 바다가 아니라 산이 배경이었다. 그 산이 거인들의 허리춤에 간신히 오고 있는 게 이상한 점이라면 이상한 점이었다.


“네팔에서 시작돼서 인도양, 중국, 그리고 인도로 가는 길목에서 발견 되고 있어요.”

“중국은 지금 저기에 신경 못 쓰겠네?”

“네. 아무래도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저것까지 덮치면...”

“많이 죽겠어.”


중국에 살고 있는 정말 많은 수의 사람이 위험했다. 물론 한도겸이 인도적으로 정의감에 불타 묻는 건 아니었다.


“중국이 흔들리면 세계 경제도 흔들려요.”



이제 막 대현을 먹었는데 그럼 다 무소용이었다.


-마스터, 먹으러 가죠. 맛있는 냄새가 납니다.


그리고 검집에 얌전히 들어가 있는 탐식이도 코를 킁킁 거리는 소릴 내며 재촉했다.


“아무래도 갔다 와야겠네.”

“저길요??”


한도겸의 말에 이연희가 깜짝 놀라 물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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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혼란 +11 19.05.22 5,186 105 13쪽
32 32화-탐식 +8 19.05.21 5,119 108 12쪽
31 31화-먹다 +16 19.05.20 5,414 121 12쪽
30 30화-성장 +16 19.05.19 5,690 124 13쪽
29 29화-몰락 +10 19.05.18 5,938 118 13쪽
28 28화-군주 살해자 +12 19.05.17 5,946 118 13쪽
27 27화-스며든 것들 +11 19.05.16 6,191 123 14쪽
26 26화-인벨 경매장 +12 19.05.15 6,381 123 13쪽
25 25화-변하는 세계 +10 19.05.14 6,722 123 14쪽
24 24화-마담 +9 19.05.13 6,906 139 14쪽
23 23화-꿈에서 깰 시간 +10 19.05.12 7,696 134 13쪽
22 22화-악몽 +9 19.05.11 8,061 141 14쪽
21 21화-진짜 군주는 맞는데...(2) +12 19.05.10 8,449 133 13쪽
20 20화-진짜 군주는 맞는데... +9 19.05.09 8,786 143 12쪽
19 19화-망나니가 망나니하다 +10 19.05.08 8,986 146 13쪽
18 18화-얕은 수작의 대가(2) +16 19.05.07 9,112 158 15쪽
17 17화-얕은 수작의 대가 +10 19.05.06 9,425 151 14쪽
16 16화-싹을 틔우다 +7 19.05.05 9,870 154 13쪽
15 15화-넝쿨 째 들어온 +5 19.05.04 10,256 164 13쪽
14 14화-치열함을 잊은 세대 +11 19.05.03 10,528 16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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