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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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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7 14:21
최근연재일 :
2021.05.08 19:46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4,219
추천수 :
169
글자수 :
130,087

작성
21.05.01 18:50
조회
61
추천
4
글자
11쪽

17화 어긋난 계획.

DUMMY

귀족 직위를 가지고 있는 황성의 측근이 사제복을 입고 있다.

그것은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럼 저번에 말했던 그레고리도 여기에 가담하고 있는 건가?’


마탑이 지금까지 발전하지 못한 이유가 그 자 때문이었나?

처음 알카스를 만났을 때.

그레고리 교수가 뭔가 건네주지 않았냐고 물었다.

시기상으로 보면 의식 행사 일주일 전.

아직은 추측에 불과했지만 그레고리가 암흑교단에 가담했을 거란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미래로 갈수록 기술이 발전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마법또한 그렇게 변했어야 했다.

새로운 마법을 만들고 원리를 이해하여 효율을 높이는 것.

그것이 마법사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걸림돌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마법 연구에 정신이 팔린 자들이 굳이 다른 데로 눈 돌리리라 생각하지도 못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들도 마법에만 몰두하고 있으리라 생각했기에.

다만... 그건 내 기준에서의 이야기였다.


“사제님? 사제님!”


충격 때문에 잠시 귀가 멀었었나보다.

알카스가 아까보다 큰 소리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주인님께서 말씀하신다. 조용.”

“아... 예.”


임기응변으로 의심을 지우고 잡생각을 떨쳐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이 해충들을 한 번에 박멸시키는 것.

그것에 일단 집중하자.


“그레그 데 알카스. 직위는?”

“예?”


내 말에 알카스의 표정이 바뀌었다.

실실 웃는 입꼬리가 가라앉고 있다.

그제서야 나는 실수한 것을 깨달았다.

중사제라면 분명 본교와 관련이 있을 터.

본교에 알린다는 것에 좋아했으니.


말이 안된다.

본교에서 나온 사제가 알카스의 직위를 물어본다는 게.


“아니다. 주인님의 말씀에 너무 심취해 있었군.”

“아 예.”


그럼에도 그 의심은 지워지지 않았는지 아주 잠깐이지만 알카스가 혀로 입을 적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빨리 빠져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마법구는 어디에 쓰는 것입니까?”

“오늘 행사에 사용하라. 나는 급한 일이 있어 먼저 떠나겠다.”

“예? 떠나다니요. 오늘 행사를 도와주러 오신 것 아니었습니까?”


도와준다고?

본교에서 사람이 더 오는 행사였나?


“다른 적임자가 올 것이다. 나는 주인님의 말씀에 따라 이곳에 온 것뿐이다.”

“아... 그렇군요.”


마주치면 큰일 난다.

본교에서 왔다는 식으로 말해놓고 막상 본교 사람이 왔을 때 서로를 모른다면...

조용히 처리하려던 문제에 대참사가 일어난다.


입구로 가는 걸음이 잰걸음으로 바뀌자 뒤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알카스를 비롯한 가까운 곳에서 대화를 들은 놈들.

당장 의식이 시작될 것은 아니기에 아직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으나 그 수가 어느새 두 배 이상 불어나 있었다.


“오... 본교에서 오신 사제가 이분입니까?”


지상으로 가는 첫 번째 계단을 밟자마자 들린 소리.

나는 고개를 들어 그 목소리의 주인을 살폈다.

짙은 사제복.


“본교에 속한 마법사가 드문데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그에게서 마나의 기운이 느껴진다.

저건... 내가 연기하려던 진짜 사제다.

설마 본교에서 올 사람이 마법사였다니.


“이런 거대한 마나를 가지고 계신 분은 없는 걸로...”


계단 위에서 천천히 마나를 끌어올린 마법사가 한 발자국씩 천천히 내게로 다가온다.


“소속을 밝혀라.”

“소속은 그쪽이 밝히는 게 먼저 아니겠습니까?”

“제정신이 아니로군. 이마나량을 보고도 느끼는 바가 없나?”


조용히 마나를 끌어올리자 상대가 살짝 당황한 듯 끌어올린 마나의 기운이 흔들거렸다.


“음... 하지만 본교에선 저 말고 올 사람이 없었는데 말이죠?”


상대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마탑에서 나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으면서 잊고 있었다.

누구보다 냉철한 머리를 가진 이들이 마법사인 것을.


반박하자 잠시 주춤했던 마법사가 빠르게 평정심을 찾고 질문했다.

생각해라.

머리를 굴려라!


“스파이가 있다고 하더군.”

“스... 파이?”“그래. 내부에 스파이가 있다 하여 감시하러 온 것이다.”

“그래요? 본교에서 오셨다는 거짓말까지 하고?”

“내부에 누가 숨어들어왔는지 밝히려면 필요한 거짓이다.”

“으음... 스파이로 생각될 만한 사람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 조금 이해가 안 됩니다만...”


말을 주고받고 있었지만 놈도 쉽게 덤벼들 생각을 않고 있다.

마나량만 본다면 마탑의 장로 그 이상이기 때문에.

순수한 마나량의 대결이라면 압살당할 수 있다.

신중히 관찰하고 약점을 파고드는 것.


그래.

저런 게 진정한 마법사지.

마탑에서 썩을 대로 썩어버린 인간 덕분에 느낄 수 없었던 긴장감.

위기일발의 상황에서도 저런 마법사가 있다는 사실에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놈이 교단과 관련 있는 인물이라 해도 저런 마법사가 있다는 건, 세상에 정상적인 마법사가 아직은 남아있다는 뜻이니까.

놈은 어떻게 된진 몰라도 암흑교단에 이끌린 것뿐이고.


“아무래도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동의한다.”


지금은 장단을 맞춰주는 게 맞는 것 같다.

괜히 소란을 일으키면 한 번에 소각시키려던 내 계획이 물거품이 된다.

이리저리 흩어진 바퀴벌레 같은 놈들이 어디서 또 알을 까고 위험을 알릴지 모르니까.


“저쪽으로 가시지요.”


놈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단상의 옆, 계급을 가진 사제들이 앉는 자리였다.

들리지 않도록 최대한 구석으로 가면서도 도망치려는 낌새를 보였을 때 잡을 수 있는 위치.

혹시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주변의 도움이나 경고할 사람을 보낼 수 있는 위치.


예상대로 만만한 녀석은 아니다.

나는 놈의 뒤를 따라 다시 예배당 안쪽으로 들어갔다.


-툭툭.


아까부터 뒤에서 수행사제처럼 쫓아 다니던 아이반이 소매를 건드렸다.

어떻게 할 거냐는 표정.

입을 열지 않는 걸 보니 조금 겁을 먹은 듯했다.

만약 정체를 들킨다면 이곳의 수많은 인원들을 상대해야 했으니까.


나는 걱정하지 말란 뜻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로안님. 걱정 안되십니까?”

“무엇을 걱정하나?”

“아이반이 제자인가요?”

“제자라고 하기엔 다른 길을 걷고 있지. 다만 뜻이 맞아 함께하고 있었을 뿐이오.”


로안의 말에 하트가 되물었다.


“저 연약한 사제가 마기에 씌인 놈들에게 당할 거란 걱정이 전혀 없냐는 겁니다. 그래도 함께 한 정이 있는데.”

“허허... 생각보다 강한 아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네.”

“그래도...”

“그럼 자네는 걱정이 안 되는가?”

“예?”

“선발 용사로서 함께 다닐 동료가 적진에 들어갔는데.”


로안의 말에 하트가 팔짱을 끼고 대답했다.


“저도 되돌려드리죠. 생각보다 강한 녀석이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그럼 되었군. 우리는 그저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으면 되네.”


서로의 동료를 믿어주는 상황.

그럼에도 이렇게 불안한 것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이유가 있었다.

아이반과 반이 골목으로 사라진 지 벌써 두 시간.

그리고 이렇게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짙어지는 마기.


심상치 않은 공기가 흐르고 있다.

하트는 그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걱정은 그만하고 기다리게. 내가 신호를 주면 언제라도 뛰쳐나갈 수 있게.”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제 주특기니까!”


허리에 손을 올려 당당하게 말하는 하트.

그 모습에 로안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근데 임프 하나로 빠져나가는 걸 확인 할 수가 있나요?”

“정령들은 생각보다 민감하네. 안쪽에서 일이 잘못되면 굳이 임프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먼저 눈치챌 테니 발 빠르게 움직인다면 문제...”


-쾅!


로안의 말이 끝나기 전.

인근에서 큰 소리가 울렸다.


“뭐야!”


폭발음과 함께 주변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반이 요정의 숲을 정화했던 때와 비슷한 검은 연기.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은 하트였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중앙.

그곳에 두 사람이 있을 테니까.


“흡!”


숨쉬기가 힘들었다.

짙은 마기가 주변에 흩뿌려져 호흡할 때마다 조금씩 내부의 장기를 갉아 먹는 듯한 고통이 밀려온다.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낮은 자세로 뛰는 하트.

살짝 뒤를 흘겨보자 멀리서 로안도 달려오고 있었다.


‘경험 많은 분이니 알아서 하시겠지.’


당장에 위협이 될 만한 것은 없었다.

로안도 시간이 조금 걸릴 뿐, 중앙에 도착할 것이다.

하트는 로안을 기다리지 않고 속도를 내 폭발음이 들렸던 곳으로 더 빨리 뛰어나갔다.


“저쪽!”


로안의 목소리가 들리자 하트가 뒤를 돌아 확인했다.

로안이 가리키는 곳.

그곳에 날개 달린 악마가 이제 막 날아오르고 있었다.


-팡!


순간적인 힘을 모아 그대로 뛰어오른 하트.

그 뒤로 공기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후...”


맑은 공기가 들어오자 숨을 고쳐 쉬고 지붕을 밟은 하트.

그대로 또 한 번 도약해 단숨에 악마가 날고 있는 근처까지 다가갔다.


“키키킥!”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흘리는 악마.

하트는 오우거를 찢어놨던 것처럼 힘으로 악마의 두 팔을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키에엑!!”


쇠가 갈리는 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두 갈래로 나뉘어진 악마.

다시 지붕으로 착지하자 로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쪽은 내가 정리할 테니 안쪽으로!”


말하지 않아도 느끼고 있었다.

저 악마는 탈출한 녀석들 중 가장 힘이 약한 개체.

아마도 임프처럼 전서구의 역할일 것이다.

저 정도면 로안 혼자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트는 크게 숨을 들이킨 뒤 다시 검은 연기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약한 개체 한두 마리쯤 탈출하는 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내부.


아이반과 반이 잠입한 곳에서 마나의 폭주가 일어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들어갈 때만 해도 완벽한 계획인 줄로만 알았다.

변수도 거의 없다고 말한 것을 봐선 간단하게 해결할 줄 알았는데...


불안한 마음에 조급해진 발걸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한 것도 초인적인 신체 능력으로 중심을 잡았다.

오히려 기울어진 신체를 도약의 기회로 삼아 땅을 박찬 하트.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돌바닥에 다가갈 수 있었다.


평범하게 보이는 돌바닥.

그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누가 봐도 눈속임이다.


“흐압!”


양손 깍지를 낀 채 힘껏 바닥을 내려친 하트.

파편이 튀어 오르는 것을 팔을 들어 막은 뒤 앞을 보자 아까보다 짙어진 연기가 피어오른다.

막힌 구멍이 뚫려 미처 나가지 못한 연기가 한 번에 시야를 뒤덮었다.


허리춤에 보관해두었던 단검을 꺼내 힘차게 흔든 하트.


“야! 검!”

[무슨 일이지.]

“길 안내 좀 해봐.”

[... 알겠다.]


시야를 가리는 검은 안개.

단검을 쥔 하트의 손에서 무언가 툭툭 건드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트는 검의 안내를 받아 입구를 찾아 낮은 자세로 들어갔다.


지하로 내려가는 긴 나선형의 계단.

가면 갈수록 낮은 자세로도 어떻게 해볼 수 없을 만큼 연기가 차올라 있었다.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성큼성큼 계단을 뛰어 내려가자 환한 빛과 함께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곳엔...


“반!”


주변이 불로 뒤덮인 채 잔뜩 악을 쓰고 마법을 쓰는 반과...


“악...마?”


서로가 서로를 죽일 듯이 공격하는 두 악마가 보였다.


“조심하세요 반!”

“이익!”


이건 분명 아이반의 목소리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기자...


‘...악마?’


아이반으로 보이는 악마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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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용서받지 못할 자 21.05.05 48 5 12쪽
20 20화 떠올리기 싫은 이름 21.05.04 51 5 11쪽
19 19화 마법사와 신성력. 21.05.03 49 5 11쪽
18 18화 위기의 순간. 21.05.02 60 5 11쪽
» 17화 어긋난 계획. 21.05.01 62 4 11쪽
16 16화 의식행사 잠입. 21.04.30 86 5 13쪽
15 15화 잠입 준비. 21.04.29 103 4 12쪽
14 14화 반인반마 21.04.28 95 7 11쪽
13 13화 암흑교단의 꼬리 21.04.27 126 4 13쪽
12 12화 정화 작업. 21.04.26 138 5 10쪽
11 11화 까마귀? 21.04.25 145 5 12쪽
10 10화 요정의 변이 21.04.24 153 7 12쪽
9 9화 마기로 인한 변이 21.04.23 203 5 14쪽
8 8화 옛것 21.04.22 147 7 15쪽
7 7화 전장정리 21.04.21 183 10 12쪽
6 6화 오우거 +1 21.04.20 194 11 12쪽
5 5화 하트의 비밀 21.04.19 243 11 14쪽
4 4화 실력발휘 21.04.18 286 11 13쪽
3 3화 동료 21.04.17 390 13 11쪽
2 2화. 무능한 마탑 마법사들 중에서. 21.04.17 485 14 11쪽
1 1화. 결함의 극복. 21.04.17 702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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