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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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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7 14:21
최근연재일 :
2021.05.08 19:46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4,212
추천수 :
169
글자수 :
130,087

작성
21.05.03 18:50
조회
48
추천
5
글자
11쪽

19화 마법사와 신성력.

DUMMY

“반!”

“잘 왔어. 저 새끼 좀 어떻게 해봐!”


바깥은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볼 시간도 아까웠다.

지금은 눈앞에 닥친 문제가 먼저.

하트도 위기상황임을 감지했는지 별다른 질문 없이 바로 뛰어들었다.


한쪽에선 같은 악마가, 다른 한쪽에선 괴력의 하트가.

여유롭던 놈의 모습이 하트의 등장으로 인해 무너졌다.


“무슨 이런 힘이!”


단 한 번.

오러가 실리지 않은 주먹을 맞받아쳤을 뿐인데 어마어마한 충격이 전해졌다.

마기로 변이된 몸이 아니었다면 어디 하나가 으스러져 가루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괴력.


놀랄 틈도 없이 하트의 다음 공격을 실드로 다급하게 막은 악마.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뒤쪽에서 아이반이 공격해 들어왔다.


“이 새끼들이 진짜!”


실드는 마나를 분사해 전방 180도만 방어할 수 있기에 아이반의 공격이 더 날카롭게 느껴진다.


‘다시 봐도 참...’


악마가 된 마법사가 높이 도약해 두 사람의 공격을 피했다.

마법사는 대부분 신체 능력보다 지능을 중요시하기에 저런 곡예는 불가능에 가깝다.

새삼 악마로 변한 이들이 마기 하나만으로 얼마나 월등한 신체 능력을 가지게 하는지 깨닫는다.


지금 당장은 두 사람이 시선을 끌고 있어 괜찮았지만 언제 다시 공격해 들어올지 모른다.

눈은 놈에게로 정신은 신성력이 담긴 룬에 집중한다.


서클을 돌리고 마나를 순환시키면서 서서히 룬에 담긴 신성력을 몸 안에 받아들이는 과정.

기존에 룬을 흡수했던 것처럼 익숙한 패턴이지만...


“윽...”


몸 안에서 마나와 함께 서클을 돌던 신성력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예상 못 했던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마법사가 신성력을 사용한다는 사례 자체가 없었으니까.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은 방법.


조바심과 함께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러다 전생처럼 서클을 다치기라도 한다면...’


최악이다.

전엔 마법이라도 자유롭게 쓸 수 있었지.

이 몸이라면 그냥 마나만 많은 돼지가 된다.

게다가 그 거대한 서클도 상처로 인해 밑 빠진 독처럼 마나가 줄줄 새기까지 한다면...


내면의 마나도 그런 불안함을 느꼈는지 신성력과 함께 요동친다.


‘정신 차려!’


중요한 순간이다.

기껏 얻은 가능성.

신성력의 가치를 알고 있는 이상 놓쳐선 안 된다.

서클을 다친다는 어마어마한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반드시 해내야 한다.


7대 죄악의 악마들을 상대할 때, 나는 신성력이 얼마나 중요한 힘인지를 깨달았다.

악마와는 극상성을 이루는 능력.

이것만 있다면 그 죄악의 군단장들은 물론 마왕까지 더 쉽게 제거할 수 있었다.


“끄윽...”


꽉 깨문 입술에서 핏물이 터져 흐른다.

신성력이 마나와도 극상성 이었던가.

초고열의 불을 만들어 냈던 것처럼 몸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반은 모르고 있었지만 결계를 펼쳐놓은 주변이 그의 몸에서 나온 수증기로 덮혀 있었다.


시야마저 점점 흐려지는 상황.


“스읍... 후...”


과도하게 돌아가던 서클을 잠시 진정시키고 크게 숨을 쉬었다.

이럴수록 침착해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란 말이 있듯이, 급해져선 안 된다.

하트와 아이반이 얼마나 버텨줄진 모르겠지만...


-쾅! 쾅!


“크악!”

“컥!”


그 와중에 들리는 소리.

타격음과 함께 아이반과 하트의 비명이 흘러들어온다.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하자 생각.


몸 안으로 들어온 신성력은 아직도 마나와 융화되지 못한 채 몸부림치고 있다.

진정해보려 마나를 천천히 회전시켜도 잔뜩 뿔이 난 채 서클을 휘젓는 신성력.


‘대체 뭐가 문제...’


과도하게 뜨거웠던 몸을 다시 차갑게 식히고 생각에 잠겼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반에 몸에서 뿜어져 나온 수증기도 점차 걷혀 시야가 맑게 바뀌었다.


하트의 갑옷은 반파되어 군데군데 너덜거리고 있었고, 아이반도 악마화된 상태로 자잘한 상처를 입어 피를 뚝뚝 흘리고 있다.

곧 힘을 다할 듯이 위태로운 모습들.


나도 모르게 다시 입술을 꽉 깨물었다.

피 한 방울이 흐르며 손등에 떨어진다.


-톡.


정신을 깨우는 미지근한 핏방울의 감각.


‘아...’


그제서야 방법을 깨달았다.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


*


“저 미친 새끼...”


그녀가 입고 있던 갑옷이 악마의 공격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주었지만 이젠 그 기능을 다 해 걸리적거렸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 같은 악마의 공격.

그 무식한 지르기를 피하면 그만이지만 속도도, 힘도 차원이 다르다.


빠르게 반응하려고 해도 이미 눈 앞까지 다가와 있는 공격.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갑옷으로 흘려보내면서 피로가 누적된다.


“썅!”


오히려 없는 게 속 편할 것 같다.

반파된 갑옷을 하나씩 집어 던지면서 빈틈을 보일 때마다 주먹을 내지른다.


[좀 더 빠르게 움직여라]

“시끄러워 새끼야!”


마음은 다급한데 옆에서 훈수까지 두는 단검.

하트가 그 소리에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왼쪽!]


부웅. 팡!


악마의 공격이 그녀의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저 단순한 공격일 뿐인데 타격지점에 멈춘 주먹에서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숙여!]


말을 걸어오는 단검을 따라 몸을 숙이자 머리카락을 스치고 휘감는 주먹이 지나간다.


부끄러웠다.

지금껏 신체 능력으로는 오러 중급 기사를 전력으로 상대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물론 오러를 쓰지 못하는 한계 때문에 피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지만.


단검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어딘가에 처박혀 내상으로 피를 토하고 있었을 것이다.


‘부족해...’


변이된 오우거를상대할 때도 그랬지만 무력한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축복받은 신체로도 어찌할 수 없는 것.

오러.


오러를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

그 능력 하나만 있어도 지금보다 수십 배는 강해질 수 있는데.


그 생각이 들자 또다시 부끄러운 감정이 올라온다.

선발 용사가 되었을 때 동료로 반이 뽑혔다는 것을 듣고 내심 안심했던 자신.


마나는 거대하지만 마법은 못 쓰는.

반푼이 마법사라는 것에 다행이라고 느꼈던 자신이 미웠다.

그는 어느샌가 자신의 결함을 극복하고 마법을 쓸 수 있는 상황까지 발전했는데.


팡!


아이반을 상대하던 악마가 다시 주먹을 내질렀다.

본능적으로 그 주먹을 피하면서 잡념과 함께 주변의 공기가 휘날린다.


[피하는 것에 집중해라. 네 동료가 뭔가 해냈나 보군.]


‘동료?’


하트가 뒤로 도약해 시선을 돌렸다.

단검이 말한 동료.


반을 쳐다보자 그의 손에서 지금까지 느꼈던 마법과는 다른 느낌의 무언가가 느껴졌다.

손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점차 속도를 내며 거대해지더니.


“피해!”


팔을 들어 눈을 가려도 눈이 멀어버릴 만큼 강력한 빛이 쏟아진다.


“끄아아악!”


그리고 들려오는 기괴한 비명.

악마의 것이다.


빛이 조금 사그라들자 하트가 실눈을 떠 상황을 살폈다.


거대한 금빛 화염.

악마 주변으로 피어오르는 금빛의 화염이 그것을 녹아내리게 하고 있었다.


“뭐야 이건...”


지금껏 버티기에만 급급했는데.

반의 피하라는 말과 함께 쏟아진 금빛의 화염.

그 한 방으로 악마가 형체를 잃고 녹아내리고 있었다.


경이로운 기분.

하트는 본능적으로 이것이 전에 느꼈던 사제들의 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법사가 신성력을 써?’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다.

윤리를 중시하는 사제들과 마법사는 냉전의 가까운 상태라고 알고 있었다.

서로 상반되는 성격으로 인해 마찰을 빚어내는 두 단체.


당연히 사제가 쓰는 신의 권능과 마법사의 마나는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두 단체의 성격만큼이나 성질이 다르다고 알고 있었기에.


지금 눈앞에 보인 반의 행동.

상식을 깨는 일이었다.


[마법사가 신성력을 쓰다니... 제정신이 아니로군.]

“뭐 알고 있는 거라도 있어?”

[아니...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저 녀석은 사제인가?]

“마법사야. 뼛속까지.”

[... 동료를 잘 만났군.]


사제?

하트가 아는 반은 뼛속까지 마법사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마법에 죽고 못 사는 녀석.


처음 단검이 하트에게 말을 걸었을 때.

이 수다쟁이는 수 백 년을 단검 안에 갇혀 살았다고 했다.

살아온 세월과 더불어 검에 영혼이 갇히면서 경험할 수 있었던 다양한 상황.

그런 단검조차도 놀라워하는 일.

마법사와 신성력.


악마의 형체가 거의 다 녹아내리자 그것을 감싸고 있던 금빛 화염이 점점 사그라든다.

위협이 사라지자 몸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하트.


“하...”


아까의 잡념이 다시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무력한 동료라는 사실에 허탈하고, 위협이 사라졌다는 것에 안심했다.


“우왓!”


-쾅!


숨 돌릴 틈도 없이 갑자기 들린 비명.

시선을 돌리자 아이반이 반의 결계를 두드리고 있었다.


“아이반! 진정해!”

“크와아악!”


짐승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변해버린 아이반.

공격 대상이 사라지자 이성을 잃은 상태로 가까운 반을 덮친 것 같았다.

재빠르게 반응해 아이반을 떼 놓으려고 했지만.


“헉...”

다시 한번 만들어진 신성력의 빛이 반의 손에서 퍼져나가자 정신을 차렸다.

검은 피부에서 점점 옅은 살구색의 피부로.

광기 어린 눈에서 순수한 사제의 눈빛으로.


“괜찮으십니까?”“... 공격해 놓고 괜찮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답해야 되냐?”


반이 하트를 바라보며 물었다.


“후... 농담하는 걸 보니 괜찮은 것 같네.”


입만 살아선...

몸을 움직여 싸운 것은 아니었지만 악마에게 쓴 신성력이 생각보다 버거웠는지 눈에서부터 피곤함이 잔뜩 묻어나온다.


[저 친구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네.]

“그게 지금은 아닌 것 같은데.”


검은 연기와 함께 그을음이 잔뜩 남은 예배당.

암흑교단의 손을 잡은 이들이 군데군데 그을음의 흔적만 남기고 사라져 있었다.


“일어날 수 있겠어?”


눈앞에 닥친 문제가 사라지니 내팽개치고 온 일이 생각났다.

로안.

눈을 피해 달아난 암흑교단의 쥐새끼를 혼자 상대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상대한 마법사가 얼마나 강한 놈인지는 몰라도 이런 놈들이 밖에 한 명이라도 있다면...

로안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로안은...?”



급격하게 지쳤는지 반이 숨을 몰아쉬었다.


“맡겨달라고 하고 나 혼자 들어왔어. 아직 저쪽은 해결 못했을 거야.”

“하... 정신 좀 차려야겠네.”


반이 휘청이면서 일어났다.


“조금만 더 힘내. 이제 조금만 더 하고 쉬자.”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외상과 내상의 차이였지만 서로가 금방 눈치챌 만큼 누적된 피로.

하트는 반의 농담에 미소로 대답해주었다.


“따먹히기 싫으면 빨리빨리 움직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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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용서받지 못할 자 21.05.05 48 5 12쪽
20 20화 떠올리기 싫은 이름 21.05.04 51 5 11쪽
» 19화 마법사와 신성력. 21.05.03 49 5 11쪽
18 18화 위기의 순간. 21.05.02 60 5 11쪽
17 17화 어긋난 계획. 21.05.01 61 4 11쪽
16 16화 의식행사 잠입. 21.04.30 86 5 13쪽
15 15화 잠입 준비. 21.04.29 103 4 12쪽
14 14화 반인반마 21.04.28 95 7 11쪽
13 13화 암흑교단의 꼬리 21.04.27 12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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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요정의 변이 21.04.24 153 7 12쪽
9 9화 마기로 인한 변이 21.04.23 203 5 14쪽
8 8화 옛것 21.04.22 147 7 15쪽
7 7화 전장정리 21.04.21 182 10 12쪽
6 6화 오우거 +1 21.04.20 193 11 12쪽
5 5화 하트의 비밀 21.04.19 243 11 14쪽
4 4화 실력발휘 21.04.18 286 11 13쪽
3 3화 동료 21.04.17 390 13 11쪽
2 2화. 무능한 마탑 마법사들 중에서. 21.04.17 484 14 11쪽
1 1화. 결함의 극복. 21.04.17 700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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