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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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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7 14:21
최근연재일 :
2021.05.08 19:46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4,214
추천수 :
169
글자수 :
130,087

작성
21.04.17 15:50
조회
484
추천
14
글자
11쪽

2화. 무능한 마탑 마법사들 중에서.

DUMMY

꼬여있던 실타래가 점점 풀려가고 있었다.


불완전한 마법은 나의 두 번째 육체가 죽은 뒤의 미래로 데려다주었고.

충만한 마나를 가질 수 있는 대신 그것을 사용하지 못하는 신체에 갇혔다.


17년.


단 하나의 결점, 마나 방출 불능을 해결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그것도 나 혼자.


충만한 마나의 축복을 받은 신체로 태어나 마나 방출 불능이란 결함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고칠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면서 마법사의 권유로 어린 나이에 마탑에 들어갔을 때.

아주 약간의 희망을 엿봤다.


혹시 내가 찾지 못하더라도 마탑에서 뭔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17년이 지난 지금은...


“무능한 놈들.”


마탑에는 하나같이 무능해 빠진 놈들뿐이다.

물론 그중에서도 마법 연구에 몰두하며 스스로 발전하려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마저도 마탑 전반에 깔려있는 무능함에 서서히 잠식되고 있었다.

늪에 빠진 이를 구하기 위해 내밀었던 사람의 손마저 늪으로 끌어당겨 버리고 마는.

마탑은 현재 무능한 이들의 늪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재능있는 마법사들마저 부패하게 만들었다.


17년간 마나 방출 불능을 위해 온갖 개짓거리를 다할 동안 마탑은 무엇을 했는가?

신기한 현상이라며 동물원의 원숭이 보듯 관찰하고, 이내 남 일이라며 도와주기는커녕 실험체로 삼아볼까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더 이상 이곳에 남아있을 필요는 없다.


이론을 실체화하여 마나 방출 불능을 해결했으니 남은 건 바깥세상에 뿌려져 있는 룬어를 찾는 것뿐.

반은 악몽 덕분에 일찍 일어난 채로 생각을 정리한 뒤 마탑주의 방문을 두드렸다.

마탑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전하기 위해서.


“마탑주님은 지금 회의 들어가셨어요.”


차가운 말투.

마탑주의 보조로 활동하던 마법사가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얼마나 되셨나요?”

“... 한 20분?”


나름 일찍 준비했는데 시간이 엇갈리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일찍 나올 걸 그랬다.


회의실이라...

이제 막 업무를 시작할 시간인데 회의실에 간 지 20분이 지났다?

평소의 나태한 마탑주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또 원로들의 손에 이끌려 회의에 참석한 거겠지.


업무시간 전에 회의를 열 정도로 급한 일...

아마 나 때문일 것이다.

마탑 내에 ‘불을 훔친 자가 있다’ 는 이유로 열린 회의.


차라리 잘 됐다.

만약 지금 회의가 내 생각대로 불을 훔친 건에 대한 회의라면 대부분의 원로가 참석한 상황일 것이다.

마탑을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힐 때, 회의장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 중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했다.


마법사 하나가 마탑을 나가는 데에도 이런 쓸데없는 일들이 벌어지곤 했다.

지나치게 나태해져 버린 마탑과 관료주의에 찌든 자들이 벌이는 비생산적인 행동.


다른 제국 마탑에 붙어 마법 지식을 유출한다, 혹은 타국의 스파이다 등등...

가져다 붙이는 변명 들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그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공통적인 한 가지.


‘내 따까리 주제에 어딜 도망가?’


사실상 마법 쓸 줄 아는 복장만 깔끔한 농노 취급이다.

그렇기에 불을 훔친다는 것에 부담이 없었다.

그동안 받았던 무시와 멸시에 비하면 정말 하찮은 것에 불과했으니까.


나가겠다고 선언하고, 반대한다면 불을 훔친 범인이라고 말하면 그만.

일개 마법사가 마탑의 보안을 뚫고 불을 훔쳤다?

그것도 마나 방출 불능이라는 특이한 병을 가진 반푼이 마법사에게?


허세에 찌든 원로들에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형편없을 정도의 보안으로 마법진을 만들었으면서도.


나는 서클의 맹약으로 이 사건을 가슴에 묻는 대신 방출을 요구할 계획이다.

뭐... 정 안되면 쓰레기 청소한다고 생각하고 다 불태워버리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미래로 왔음에도 발전 대신 퇴보를 거듭하는 지금의 마탑은 없으니만 못하니까.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대회의실 앞에 도착해 있었다.

숨을 고르고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끼이익.


“반. 들어와라.”


원로 중 한 명이 내가 온 것을 알고 먼저 문을 열어주었다.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문을 열어주었던 원로는 들어오라는 말과 함께 곧장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


회의실 원탁에 둘러앉은 원로들이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나는 자연스럽게 원탁의 빈 좌석 앞에 걸어가 섰다.

원로 중 한 명이 자리에 앉으라는 듯 손짓하고 나서야 의자를 빼고 앉을 수 있었다.


“마침 잘 왔군. 귀찮은 일이 줄었어.”


손깍지를 한 채 테이블에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던 마탑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먼저 이 자리를 찾아왔다는 건... 자네도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겠군.”

“예.”

“그래. 그럼 말이 쉽지. 떠날 준비는 됐는가?”

“예.”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떠날 준비가 됐냐고?

그럼 이미 불을 훔친 사람이 나인 것도, 그리고 방출에 대한 것도 회의가 끝났다는 소리인가?


“미안하게 됐어. 아직 마왕을 처리할 마법이 완성되지 않았으니 최대한 버텨주게.”

“...”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갑자기 마왕이라니?


내 침묵에 원로들은 긴장한 것이라 생각했는지 말을 덧붙였다.


“그리 무서워할 것 없다. 전장에 나서는 마법사들은 항상 죽음을 곁에 두고 있지. 상대가 마왕일 뿐, 전장에 나서는 마법사와 같은 각오로 임해주면 된다.”


아.

그제서야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용사 무리가 죽은 지 얼마나 됐습니까?”

“전령이 도착하기까지 일주일이 걸렸으니... 아마 한 달쯤은 됐겠지.”


이걸로 확실해졌다.

미래로 오고 나서 마왕은 새로운 유희 거리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매번 인간들에게 ‘대접’을 요구했다.

자신의 재미를 충족시켜줄 용사 무리를 대접하라고.


몇 번째 용사 무리인 줄은 모르겠지만 제국에서 선발한 또 다른 용사 무리가 마왕에게 대접 당하다 죽어버렸다.

마왕은 새로운 장난감을 원했고, 그 선발대상이 나로 결정된 것이다.


“마법 지원은 받을 수 있습니까?”

“일 년 이상만 버텨준다면 완성시켜보지.”


거짓말이다.

아니 거짓말이 아니라 ‘불가능하다’로 봐야겠지.

이 무능한 늙은이들은 마왕을 처치할 수 있는 마법을 연구한다면서 제국은 물론 타국에서까지 돈을 끌어모아 쓰고 있었다.

매번 마법이 어느 정도 완성되었으니 조금만 버텨달라면서 마탑의 인재들을 바쳤다.

그 뒤에선 재화를 끌어모아 탐욕을 채우는 데 쓰고 있으면서도.


바보가 아닌 이상 쉽게 알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고기 방패 역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상황.

일 년 버티면 마왕을 처리할 만한 마법이 완성된다? 개소리다.

마법이 어느 정도 완성되었다면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 위해 앞다투어 자신의 수제자를 용사무리의 마법사로 추천했겠지.

반푼이 마법사 취급을 받으면서 난 단 한번도 누군가의 수제자는커녕 제자 권유를 받아본 적도 없었다.

이들에겐 그저 잠시 마왕의 관심을 끌 만한 장난감이 필요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차라리 잘된 일이다.

이 탐욕스러운 놈들은 내가 마법을 쓰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오히려 가지 못하게 묶어둘 놈들이다.

마나량 만큼은 대마법사로 칭송받던 과거의 내 신체보다 월등했으니까.


“한 가지 더. 마탑에서 마법이 완성되면 지원해 줄 순 있다. 그러나 그전까지 너는 마탑에서 방출된 사람이다.”

“예.”


무덤덤하게 대답했지만 예상외의 상황이다.

이렇게 스스로 방출해준다고?

혹시라도 마법을 쓸 수 있게 되고 마왕을 스스로 처리하면 내 제자라고 떠들고 다닐 원로들이?

내가 기대조차 하지 않을 만큼의 취급을 받고 있는 건가?


“이것은 마왕의 관심을 끌게 하고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이다. 사연 있는 마법사, 게다가 마나량이 충만한 마법사라면 마법을 쓸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을까 하는 회의 결과로 나온 결론이지. 우리의 생각대로라면 마왕도 자네를 오래 살려둘 것이니.”

“거참... 미친 새끼로군.”


가만히 듣고 있던 원로 중 한 명이 작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미친 새끼라는 말에 동의한다.


그 미친 새끼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놈이다.

내가 가진 마나량은 마법만 쓸 수 있다면 충분히 흥미를 끌 수 있으니까.

싸움에 미친 놈 답게.


내가 오래 살아남을 방법이라니.

신경도 쓰지 않을 원로들이 이런 의견을 냈다는 것에 새삼 놀라웠다.


“넌 마탑에서 버려져 복수심에 가득 찬 마법사다. 그리하여 용사와 함께 마왕을 잡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예.”


스토리까지 만들어준다고?

대상자가 되어보지 않았기에 대접 될 마법사가 이런 내용까지 전달받는지는 모른다.

진짜 유희를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건가.

이런 사연까지 만들어 대접을 할 정도까지 와버린 건가.


“지원에 대한 맹약을 받길 원하나?”

“아닙니다.”


마왕을 처리할 수 있는 마법을 만들었을 때, 말로만 지원해준다던 마탑 원로들이 입을 싹 닦을 수 있으니 해준 배려였다.

어차피 완성 근처에도 못 갈 걸 아는 이상 그딴 마나의 맹약 받아봤자다.


“제국에 연락을 보내놨다. 시간이 되면 찾으러 갈 테니 준비하고 있거라.”

“알겠습니다.”


최악까지 생각을 했건만 의외로 스스로 마탑에서 방출시켜준다니.

뭔가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생각은 내가 방으로 돌아왔을 때 바뀌었다.


책상에 놓여진 편지 한 장.

누군가 뜯어볼 수 없게 마법으로 특수 처리된 편지였다.

이 시간이면 룸메이트는 이론 수업을 듣기 위해 자리에 없는 상황.

그런데도 보안에 신경 쓸만한 편지라.

조심스럽게 봉해진 편지를 뜯어 내용을 읽어보았다.


[불을 훔친 범인을 알고 있다.]


편지의 내용은 간단했으나 그 안에 담긴 뜻은 여러 가지를 품고 있었다.


범인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제자를 제안하는 것이 아닌 방출을 선택하게끔 놔뒀다.


누구지?

이런 쓰레기 같은 마탑에도 사람다운 사람이 있는 건가?

아니면 단순히 마왕을 처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본 건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곧 생각을 정리했다.

나에게 이런 편지를 보낸 사람이라면 이유가 있겠지.

내가 밖에 나가 복수를 위해 룬어를 모으는 것에 장애물이 아니라면 그만이다.

장애물이라고 해도... 지금 수준이라면 원로 한 명쯤은 상대할만하다.

반푼이 마법사에게 방심하고 있는 한 번이면 충분하니까.


원하는 대로 자유를 얻었고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방해되는 이가 있다면 모조리 제거해서라도 나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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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고대 유적의 관문. 21.05.07 2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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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용서받지 못할 자 21.05.05 48 5 12쪽
20 20화 떠올리기 싫은 이름 21.05.04 51 5 11쪽
19 19화 마법사와 신성력. 21.05.03 49 5 11쪽
18 18화 위기의 순간. 21.05.02 60 5 11쪽
17 17화 어긋난 계획. 21.05.01 61 4 11쪽
16 16화 의식행사 잠입. 21.04.30 86 5 13쪽
15 15화 잠입 준비. 21.04.29 103 4 12쪽
14 14화 반인반마 21.04.28 95 7 11쪽
13 13화 암흑교단의 꼬리 21.04.27 126 4 13쪽
12 12화 정화 작업. 21.04.26 137 5 10쪽
11 11화 까마귀? 21.04.25 145 5 12쪽
10 10화 요정의 변이 21.04.24 153 7 12쪽
9 9화 마기로 인한 변이 21.04.23 203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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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 오우거 +1 21.04.20 193 11 12쪽
5 5화 하트의 비밀 21.04.19 243 11 14쪽
4 4화 실력발휘 21.04.18 286 11 13쪽
3 3화 동료 21.04.17 390 13 11쪽
» 2화. 무능한 마탑 마법사들 중에서. 21.04.17 485 14 11쪽
1 1화. 결함의 극복. 21.04.17 701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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