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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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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7 14:21
최근연재일 :
2021.05.08 19:46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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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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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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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8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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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4화 유적의 관리인

DUMMY

제국을 벗어난지 3일이 흘렀다.

3일.

일련의 사건들이 없었더라면 제국에서 선발 용사가 되자마자 왔을 곳이다.

고대 유적이자 마왕의 첫 관문인 페리온.


“와...”


거대한 삼각형의 건물.

아득한 높이와 웅장함에 아이반이 저절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대마법사 시절.

그 중에서도 마법을 배우던 초기에 나도 이 고대 유적에 와봤던 적이 있었다.

지구에서의 피라미드를 생각나게 하는 모양.


그때는 고대 유적에 마법사의 고서적이 숨겨져 있을거란 생각에 왔었지.

뭔가 엄청난 마법을 배울 수 있을거란 기대감.

피라미드를 실제로 본 것 같은 웅장함.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 때 봤던 유적의 웅장함 대신 짙은 마기가 깔려있었고.

주변을 덮던 풀과 나무들은 마기에 전부 시들어 황량한 건물만이 남았다.


‘참 악질이란 말이지.’


고대 유적에 관문을 만들어놓은 마왕.

악질중에 악질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들어진지 오랜 세월이 지난 고대 유적.

그 문화 유산에 대놓고 설치한 관문이라니.


자신의 우월함을 뽐내는 동시에 상대에게 박탈감을 선사한다.

힘이 없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대를 조롱하듯이.


일제강점기에 살았던 선조들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이제는 제 2의 고향이 되버린 이곳에서 관문이 되버린 고대유적을 보자 내면의 무언가가 불타오른다.


구태여 이곳에 관문을 설치한 것.

머리 꼭대기에 서서 발버둥치는 걸 지켜보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언제든 짓밟아 버릴 수 있으니 발악해보라는.


게다가 관문이 설치된 것만으로 감사하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그저 제물이 될 선발 용사들로 하루하루 목숨을 연명해가는 이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전생에 가장 유능한 이들만 모인 집단이 처참하게 패한 뒤, 마왕이 마음만 먹으면 이 세계는 마기로 물들어 지옥으로 변했을 것이다.

그가 굳이 그러지 않은 이유는 호적수와 싸우고 싶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이 세계의 종족들은 그런 마왕의 오만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퇴화한 문명에 대한 이유가 될 순 없었다.

암흑교단처럼 내부에서 은밀히 실력을 키워 대항했더라면...

한 번쯤은 전세를 뒤엎을 상황이 만들어 졌을수도 있다.


전생과 달라져있는 것들을 차근차근 알아가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이다.

이 정도로 퇴화했다는 것에.


패배감에 찌들어 점점 퇴화하는 종족들.

홀로코스트와 다를게 뭔가.

악마가 제물을 요구했을 때 그들은 제물이 아니었기에 침묵했다.


다시 제물이 될 이들을 뽑았을 때 또한 침묵했다.

그 대상이 본인이 아니었기에.


그 제물이 본인이 됐을 때.

그 사람을 위해 목소리를 높혀줄 이는 누가 남아 있을까?


세대에 세대를 거쳐 마왕의 만행을 물려주면서 패배감까지 같이 전이됐다.


내가 발전시켜놓은 마법에서 단 한 발자국도 발전하지 못했으며 종족끼리 갈라져 서로 이권다툼을 하기 바쁜 현실.

그것들이 떠오르자 저절로 주먹이 쥐어진다.


“뭐야. 긴장한거야?”


반의 속도 모르고 하트가 장난스러운 말투로 농담을 건넸다.


“긴장은 무슨...”


이대로 더 놔둬봤자 몰락하는 건 시간 문제.

결국 전생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 말고는 이짓을 할 사람도 없다.


어쩌겠나.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파야지.


마왕이 가진 혼돈의 힘만 있으면 많은 것들이 바뀔 수 있었다.

그것을 바꾸고 싶은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

지금은 나 밖에 할 수 없는 일.


“들어가자.”


비장한 각오를 마치고 관문으로 다가가는 길.

반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싸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은 아니었다.

아까부터 저릿하게 느껴지는 감각.

틀림없이 룬의 감각이었다.


이런 유적에 관문을 만든 이유.

이 관문의 최 하단부에서부터 느껴지는 감각.

룬의 감각을 느끼자마자 알 수 있었다.

그냥 만든 관문이 아니다.

이것을 통과하면 강해질 수 있게끔 일부러 만든 공간이다.


관문을 지키는 악마를 처리하고 밑으로 내려가면 룬이 있다.

마왕은 도전자가 그것을 가져가길 바라고 있었다.

더 강해져서 자신과 싸워주길 바라고 있기 때문에.


*


활짝 열린 유적의 입구로 들어온 세 사람.

반이 손에 불을 올려놓고 주위를 둘러보자 하트에게서 나온 첫 한마디.


“뭐야. 오래된 유적이라더니... 생각보다 안은 깨끗한데?”


하트의 말에 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된 유적의 안쪽, 입구부터 깔끔한 모습.

지속적으로 관리가 되어왔다는 뜻이다.

누군가에 의해.


적어도 요정의 숲이 마기로 물든 뒤부터 이 곳에 도달한 선발용사는 극히 드물었다.

그런 곳이 이렇게 관리가 잘 되어있다?

이 관문을 지키는 누군가가 있다는 소리다.

적어도 악마가 이렇게...


“오랜만에 손님이군요.”

“뭐야?”


보이지 않는 어둠 속.

누군가의 음침한 목소리가 앞에서부터 들려왔다.


저벅 저벅.

보통의 걸음걸이라곤 생각하기 힘든 이상한 리듬의 발걸음.

그 이상한 엇박에 긴장한 채로 앞을 주시하던 세 사람.


“안녕하십니까.”


불빛에 희미하게 비춰진 존재가 인사를 건넸다.

그와 동시에 지금껏 보이지 않던 앞쪽이 환해졌다.

인사를 건넨 존재의 뒤에서부터 밝혀진 양쪽 벽의 횃불이 자동으로 밝혀지면서.


“...”


시야가 환해지자 인사를 건넨 존재가 명확하게 보였다.

그제서야 그 이상한 엇박의 발걸음이 이해가 되었다.


최대한 우아하게 보이려 한 팔을 거창하게 휘둘러 허리를 숙이는 존재.

한 팔은 당장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얇은것에 비해 다른 팔은 과도하게 부풀어 있다.

등 뒤로는 우둘투둘한 근육들이 괴이하게 솟아 본능적인 거부감을 불러 일으켰다.


몸의 중앙을 기준으로 왼쪽은 말라 비틀어지고, 오른쪽은 비대하게 부풀은 존재.

여느 미디어에서나 본 곱추의 모습과 같았다.


“안녕하십니까. 선발 용사님 되십니까?”


그의 물음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묘한 긴장감이 감돌자 곱추가 펴지지 않는 허리 대신 고개를 들었다.


“이런... 제 소개를 먼저 한다는 걸 잊고 있었군요.”

“반. 저거 죽여도 되나?”


하트의 물음에 반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주인님의 하인이자 유적의 소개를 맡은... 관리인입니다.”

“관리인?”


관리인이라...

관문에 관리인이 필요한가?

그 의문이 들 때 관리인이 먼저 나서 설명해 주었다.


“현재 주인님께서 장기 출장 중이시라 제가 대신 마중나왔습니다.”

“마중을 나왔다? 목적이 뭐지.”

“목적이요? 당연히 주인님께 안내해 드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안내?

그것을 위해 입구까지 마중을 나왔다?

뭔가 이상했다.


“그 주인이란 악마는 어디에 있나?”

“그건 저도 모릅니다. 주인님이 오시기 전까지 안내해...”

“안내가 아니라 감시겠지.”

“그렇게 받아들이실 수도 있겠지요.”


경계심을 풀지 않았는데도 관리인은 같은 공손함을 유지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요즘 이 곳에 손님이 찾아오시지 않으셔서 휑합니다.”

“손님이라면 선발용사밖에 없지 않나?”

“예. 손님이지요.”

“왜 손님이라고 부르지?”

반의 질문에 관리인이 피식 웃었다.


“제 발로 찾아와 주셨으니 손님 아니겠습니까?”

“악마의 놀이감이 되주려고 온 게 아니다. 네 주인을 죽이고...”

“클클...”


주인을 죽인다는 말에 소리죽여 웃는 관리인.


“뭐가 웃기지?”“아닙니다. 저도 한때는 같은 생각이었으니까요.”

“...?”


한때는 같은 생각이었다?

설마?


“너... 선발 용사였냐?”

“예. 선발 용사였지요.”


선발용사가 곱추라...

아무래도 처음부터 저렇게 된 건 아니었을 것 같다.

용사로 뽑히는 과정에서 선발된 이들은 어디까지나 애매한 자들.


“주인에게 복종해서 생긴 결과인가?”

“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 왜지?”“왜냐... 뭐가 물어보고 싶으신 겁니까?”

“왜 복종했냐는 말이다.”


질문에 머리를 긁적이는 관리인.


“음... 죽기 싫었으니까요. 저는 봤거든요. 동료가 처참하게 죽는걸.”

“그게 전부인가?”

“전부라니요?”

“단지 죽기 싫어서 복종했다는 게 끝이냔 말이다.”


관리인은 반의 질문에 가만히 서서 그를 지긋이 바라봤다.


“세 분은 죽음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지?”

“질문 그대로입니다.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까?”


입구 초입에 나타나서 안내하겠다느니 죽음이 두렵지 않냐느니 하는 말에 하트가 발끈했나보다.


“반. 저거 그냥 죽일까?”

“기다려.”

“클클... 마치 저와 주인님의 관계를 보는 것 같군요.”

“뭐?”

“마음대로 행동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왜 굳이 남의 말을 듣나요? 주종관계 같지 않습니까?”

“이 새끼가!”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듯한 하트를 반이 붙잡았다.


“놔둬봐! 아직... 물어보고 싶은게 많다.”

“저 새낀 내가 죽인다. 주종관계라니. 내가 주인이야!”


... 그 부분에서 화난 거였구나.


“주종관계건 뭐건. 다 필요없고. 그래서 주인의 이름이 뭐냐?”

“오우... 주인님의 이름을 입 밖에 내는 것은 금기입니다.”


가만히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긴 반.


“어이가 없군.”

“예?”

“죽이러 온 상대를 손님 취급하지 않나... 이상한 질문에 대답까지.”

“그것이 주인님의 명령이니까요.”


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말을 붙였다.

선발 용사가 목숨을 구걸해 관리인이 되었고 지금 놈의 주인이란 사람은 자리를 비웠다.

그것 외에는 알아낸 것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물어보겠다. 주인의 이름. 안내하려는 장소. 이렇게까지 하는 진짜 이유. 대답해라.”


반의 질문에 머리를 긁적이는 관리인.


“장소는 안내해 드릴테고 이유는... 말씀드렸다 시피 안내일 뿐입니다. 주인님의 존함은... 알려드릴 수가 없군요.”

“그래?”


장소야 찾으면 그만이다.

한번 와 본적 있는 유적지.

내부가 바뀌었어도 찾을 방법은 있었다.

굳이 도움을 받지 않아도 빈집이라면 여기저기 돌아다닐 시간은 있을 것이다.


“하트. 죽여. 반쯤만.”

“아싸!”


죽음이 두려워 복종했다면 고문같은 게 먹힐 수도 있었다.

죽이라는 말에 달려든 하트.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정도로 속도를 낸 하트가 관리인의 머리에 주먹을 내리 찍었다.


-쾅!


바닥이 울릴 정도로 강하게 내려찍혀진 주먹.

그 충격으로 관리인의 머리가 짖뭉개졌다.


“야... 반쯤만 죽이라니까.”

“앗. 미안! 더러운 걸 보니까 힘조절이 안되서.”


예상했던 결과긴 했다.

입 밖으로 반쯤 죽이라는 말을 했지만 그 말이 나온 후에 ‘그게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3일 동안 몸이 찌뿌둥 하다면서 난리를 치더니...


“치료할까요?”

“저걸? 굳이?”


아이반의 뜬금없는 질문에 반이 되물었다.


“그래도... 악마가 되고 싶어서 저런 건 아니니까... 반쯤 죽이라는 건 살려둬야 할 이유가 있는거 아닌가요?”

“아무리 사제라도 머리통이 없어진 놈을 어떻게 치료하려고.”

“아...”


저건 교황이 와도 못살린다.

머리가 완전히 짖이겨져 형태도 남지 않았다.

그 자리에 피 웅덩이만 고여있을 뿐.


하트가 머쓱했는지 건틀릿의 피를 슥슥 닦으며 다가왔다.


“거 미안하게 됐수다. 그래도 이 놈 주인이 자리에 없으니까 여기저기 뒤져볼 순 있는거 아니야?”

오랜만에 하트가 맞는 말을 했다.

쳐 맞는 말.

반은 대답대신 주먹으로 하트의 견갑을 쳤다.


“말이나 못하면...”


맨 손으로 견갑을 치니 주먹이 아렸다.

반쯤 죽여놓고 고문이 통하지 않으면 그냥 찾아 볼 생각이었다.

굳이 입 다물고 있는 놈 붙잡고 시간낭비 할 필욘 없었으니까.


유적의 초입.

세월이 많이 지나 구조가 어떤식으로 바뀌어 있는지 알지 못했다.

바뀐게 없다면 최 하단부로 통하는 길은 금방 찾을 수 있겠...


“클클...”

“우왁!”


이상한 웃음소리.

분명 머리가 짖이겨진 관리인의 웃음소리였다.

하트가 방심했는지 굵직한 비명을 내질렀다.


“손님... 굉장히 무례하시네요.”


몸을 일으킨 관리인.

없어진 머리 대신 소리를 낸 것은 그의 찢겨져나간 상의 어딘가.

그가 완전히 몸을 일으키자...


‘뭐야 저건...’


가슴팍에 눈과 입이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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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화 유적의 관리인 21.05.08 187 3 12쪽
23 23화 고대 유적의 관문. 21.05.07 26 2 12쪽
22 22화. 지금은 서로를 비켜가지만 21.05.06 56 4 12쪽
21 21화 용서받지 못할 자 21.05.05 47 5 12쪽
20 20화 떠올리기 싫은 이름 21.05.04 50 5 11쪽
19 19화 마법사와 신성력. 21.05.03 48 5 11쪽
18 18화 위기의 순간. 21.05.02 59 5 11쪽
17 17화 어긋난 계획. 21.05.01 61 4 11쪽
16 16화 의식행사 잠입. 21.04.30 85 5 13쪽
15 15화 잠입 준비. 21.04.29 103 4 12쪽
14 14화 반인반마 21.04.28 94 7 11쪽
13 13화 암흑교단의 꼬리 21.04.27 123 4 13쪽
12 12화 정화 작업. 21.04.26 137 5 10쪽
11 11화 까마귀? 21.04.25 145 5 12쪽
10 10화 요정의 변이 21.04.24 152 7 12쪽
9 9화 마기로 인한 변이 21.04.23 202 5 14쪽
8 8화 옛것 21.04.22 147 7 15쪽
7 7화 전장정리 21.04.21 182 10 12쪽
6 6화 오우거 +1 21.04.20 193 11 12쪽
5 5화 하트의 비밀 21.04.19 243 11 14쪽
4 4화 실력발휘 21.04.18 285 11 13쪽
3 3화 동료 21.04.17 389 13 11쪽
2 2화. 무능한 마탑 마법사들 중에서. 21.04.17 484 14 11쪽
1 1화. 결함의 극복. 21.04.17 698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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