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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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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7 14:21
최근연재일 :
2021.05.08 19:46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4,207
추천수 :
169
글자수 :
130,087

작성
21.04.30 18:50
조회
85
추천
5
글자
13쪽

16화 의식행사 잠입.

DUMMY

“사제다.”

“그게 뭐?”

“사제라고. 신을 모시는.”

“사제는 여자 밝히면 안 되나?”

“그건...”


이건 믿음과 신념의 문제.

방탕한 사제도 존재하는 만큼 단호하게 아니라곤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몇 살인데?”

“16살. 나보다 하나 아래.”

“그래? 알 거 다 알 나이 아니야?”

“내가 봤을 때 아이반은 너에 대해서 그렇게 알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다.”

음... 무슨 느낌일까.

노골적으로 먹잇감을 바라보는 시선을 받으면.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근데 어디로 갔어?”

“일이 있어서 밖에 나갔다 온다고 했다.”

“일? 그 암흑교단?”

“그래.”


로안과 아이반의 정보에 의하면 며칠 전 급하게 암호가 변경되었다고 했다.

아마도 원인은 정령의 숲 정화건과 관련이 있겠지.

조용하게 활동하는 만큼 보안에 철저했다.

혹시라도 모를 사고를 방지하는 모습들.


철저하게 정체를 숨기고 사는 것.

여지껏 태양신의 사제들이 눈치채지 못한 것은 다 그 때문이었나.


“내일 아이반하고 암흑교단에 잠입할 거야.”

“나는?”

“아쉽게도 사제복이 두 벌이라 둘이서만.”

“에이... 내가 아무리 그래도 그런 데서 까지 덮칠까 봐?”

“그것 때문이 아니야.”

“맞는 것 같은데?”

그래. 차마 아니라곤 할 수 없겠다.

두 벌밖에 없다고 했을 때 하트가 떠오르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으니까.


“원래는 아이반하고 로안께서 잠입하실 생각이었으니 두 벌 밖에 준비 안 하신 거다.”

“하나 더 구할 순 없고?”

“잠입에 왜 이렇게 집착하지?”


집착이란 말에 그녀가 팔짱을 꼈다.


“반. 생각해 봐. 너 마법도 잘 못 쓴다며.”

“잘 못쓰는게 아니라 제한된 거다.”

“그게 그거지. 그럼 위험할 땐 어떻게 하게?”

“위험한 일은 없을 거야.”


위험한 일은 없을 거다.

내가 한 건 아니지만 나름 아이반과 로안이 철저하게 준비했으니까.

다만 불안한 건 최근에 바뀐 암호로 인한 변수.


보안을 강화한 만큼 위험한 일이 없을 거란 장담은 못 하겠다.

예상대로 하트도 그런 점을 꼬집었다.

다만 그 의도가 조금 빗나가 있는 듯했다.

목적은 역시나 아이반인 듯 시선을 피하면서 핵심을 꼬집었다.


“그래도. 만약이란게 있잖아.”

“그래서 말하는 거다.”

“뭘?”

“이 계획을. 어디 가서 소문내지 말고.”

“참내... 내가 소문낼 데가 어딨다고.”

“그냥 예의상 하는 경고야. 그리고 한가지 해줘야 할 게 있어.”


내 말에 그녀가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크... 역시. 죽으란 법은 없구나? 사제 꼬시기가 어렵긴 해도 도움 주려는 그 마음이 갸륵하다.”

“그거 아니다.”

“에?”

“아이반한테 점수 따는 거 도와주려고 하는 거 아니라고.”

“에...”


실망한 표정이다.


“위험할 때를 대비해서 주변에서 기다려줘. 니가 말한대로 혹시 모를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음... 신호는?”


나는 말 대신 서클 내에 마나를 조금 거칠게 움직여보았다.


“혹시 느껴지나?”

“음? 뭐가?”

“마나가.”

“음... 그런 것 같아.”

“이러면?”


그 강도를 더해 조금 더 힘차게 서클 안에 마나를 회전시켰다.


“... 그건 가까이 있으면 못 알아보는 게 병신인데?”


그녀의 말대로 내 몸에서 푸른 마나의 기운이 넘실대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너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거야. 내부에서 싸우는 소리라던지. 내 마나가 느껴지면 그때 도우러 들어오면 된다.”

“음... 그런 식으로? 좀 단순하네?”

“아이반이 준비한 계획에 갑자기 끼어든 거니 준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지.”


이 정도면 충분히 하트도 위험을 감지할 수 있겠지만 이 이상 뭔갈 준비하는 건 시간이 부족했다.

내부 구조를 확인하지도 못한 채로 들어가는 터라 이 외의 신호수단이 애매했기 때문에.


“웬만하면 부를 일이 없을 테니 일거리를 하나 더 줄게.”

“짜식. 둘이 들어간다고 해도 은근히 날 챙겨주는구나?”


일거리를 주는 게 어째서 챙겨주는 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시하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주변에서 대기하다가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로안과 함께 움직여줘. 아마 그 이후로는 로안의 말을 따라 행동하면 될 거야.”

“빠져나갈 바퀴벌레라도 있어?”

“네 말대로 혹시 모르는 것에 대비하는 거야. 눈치 빠른 녀석이 있을 수도 있으니.”


급하게 준비하긴 했지만 소식이 느리면 느릴수록 더 빨리 치고 나갈 수 있었다.

이 새끼들이 준비하기 전에 하나씩 전멸 시켜 버리면 수뇌부도 별다른 준비 하지 못한 채 나를 맞이할 테니.

치밀한 놈들은 철저하게 밟아줘야 한다.


*


“반. 마석 한 번만 보여주시겠습니까?”

“여기.”

다음 날.

일을 마치고 온 아이반이 사제복을 들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왔다.

의식 행사까지 앞으로 몇 시간 전.


표정을 보니 암호 문제는 해결한 듯 보였다.

마석을 꺼내 건네니 아이반이 인상을 찌푸렸다.

결계를 쳐놨다고 해도 피어오르는 마기의 농도가 상당히 짙었으니.


“이 정도면 고위 사제로 위장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어제는 대충 확인해서 몰랐지만... 다시 보니 어마어마하군요.”


요정의 숲 전체를 마기에 물들이게 할 정도였으니까.


“고위 사제는 무슨 말이지?”

“이런 행사에 가끔 교단의 감사관이 온다고 합니다. 행사가 잘 진행되는지, 문제는 없는지. 최근 사건도 그렇고 고위 사제 한 두 명 정도는 충분히 올 거라 예상할 겁니다.”


고위 사제라...


“마석의 마기 때문에 위장할 수 있는 건가?”

“예. 이 정도 마기라면 교단에 오래 몸담은 고위 사제라고 생각할 겁니다.”


상급 마석이 마기에 물들었으니 들고 있기만 해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도착하기 전부터 마기를 풀어 놓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원래는 어떻게 할 생각이었지?”

“로안님은 임프가 있고, 저에겐 마석이 있어서 잠입 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암흑교단과 손잡은 증거만 있으면 된단 뜻이군.

가장 쉬운 방법이 느낄 수 있는 마기라면 이 정도는 차고 넘치는 수준.


“암호도 바뀐 것은 없습니다. 다행이도.”


불안한 요소 하나가 사라졌다.

아무래도 하루 전날 암호를 바꿔놓기엔 그들에게도 부담이겠지.


“그럼 주변 상황도 살피게 슬슬 출발해볼까? 저쪽에도 할 일을 알려줬으니 문제 없을 거야.”

“예.”

“아! 그리고...”

“예?”

“하트가 무슨 말을 하던 절대로 그냥 흘려듣지 말고 꼭 나한테 말해줘.”

“그건 왜...”

“그런 게 있으니까.”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기도 했다.

내가 선을 그어놨지만 호시탐탐 기회를 엿볼 녀석이니까.


*


사제복을 입고 난 뒤 골목길을 따라 이리저리 이동하기를 반복했다.

역시나 놈들답게 초행길이라면 찾기도 힘들만큼 미로처럼 만들어 놨다.


“음... 이쪽입니다.”


아이반이 갈림길에 들어설 때마다 작은 지도를 펼쳐 길을 찾았다.

어제 할 일을 전달해 주고 난 뒤 들은 입구에 대한 설명.

여러 개로 만들어놓은 입구 중 지금 가고 있는 입구는 가장 많은 이들이 드나드는 입구다.

사제복 자체도 눈에 띄는 복장이라 이런 식으로 입구를 마련한 듯했다.

문득 다른 입구는 어떤 식으로 되어있을지 궁금증이 피어올랐다.


로안은 이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으나,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 빠져나간 바퀴벌레를 잡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두 명이서 그 많은 입구들을 감시할 수는 없을 테니.


“이제 고개를 조금 숙이고 천천히 제 뒤를 따라오세요.”


아이반이 사제복의 후드를 뒤집어쓰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해가 저무는 시간대와 겹쳐서 그런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정지.”


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우리에게 작게 속삭였다.

아이반이 그 말에 잠깐 멈칫한 뒤 무언가 손짓했다.

뒤편에서 따라오느라 정확히 어떤 행동인지는 보지 못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는지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같은 사제복이지만 무장을 하고 있는 상태.

아이반이 그에게 걸어가 작게 대화를 나누더니 길을 비켜주었다.

아마도 아이반이 알아낸 암호에 대해 이야기 하는 듯했다.


“혼돈의 축복을.”


그가 막고 있던 길을 지나가자 나지막히 들리는 음성.

혼돈의 축복이라니.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자 멀리서 랜턴의 불빛이 보였다.

그 불빛을 따라 걸어가자 누군가가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대신했다.


“고위 사제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나는 말 대신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인사했던 사람의 후드가 반쯤 벗겨져 그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진한 마기에 감동이라도 한 듯 상기된 표정.


역겨운 놈들.


“안쪽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아이반과 나는 그를 따라 지하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나선형의 계단을 내려가고 나서도 한참이나 긴 복도를 지나자 멀리서 환한 불빛이 보였다.

고개를 살짝 들어 그 빛을 확인하자...


‘미친놈들.’


욕설이 절로 튀어나온다.

도착해보니 태양교의 신전 본관과 다름없는 크기의 예배당이 보인다.


지하로 한참이나 내려왔다.

그리고 나서도 복도를 얼마나 걸었는데 이 정도 규모라니.

하루 이틀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입술을 꼭 깨물었다.

제국 내부에 이런 암 덩어리들이 이만큼이나 크기를 불릴 동안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로안과 아이반이 대단한 건지 제국에 인물이 없는 것인지.


예배당에 놓여진 긴 의자들을 지나 연설대 바로 옆.

딱 봐도 중요 인물들이 앉을 수 있는 자리에 우리를 안내한 남자가 다시 한번 꾸벅 인사를 하곤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아직 많은 이들이 모이지는 않은 상태.

그중에서는 나에게 존경 어린 시선을 보내는 사제복의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


어떻게 쓸어버려야 할까.

내부를 다 불태운다고 해도 속이 시원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나마 아직 사람이 다 모이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고위 사제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누군가가 잰걸음으로 다가왔다.

아무래도 안내받은 사제에게 방금 소식을 들은 듯 빠르게 찾아와 숨소리가 조금 거칠어져 있다.


“혼돈의 축복을.”


아까 들었던 말을 그대로 써 주자 말을 걸어온 남자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나의 기운도 함께 느껴지시는 걸 보니 마법사이십니까.”

“그렇다.”

“역시... 이번 행사에 교단께서 신경을 써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번 행사가 그렇게나 중요했나.

마기속에 감춰둔 마나 마저 볼 수 있는 수준이라면 적어도 보통은 아닌 듯했다.


“예식을 끝까지 지켜봐 주실 수 있으십니까? 저희도 본교 못지않게 수준 높은 예식을...”

“전해 줄 것이 있어 들렀을 뿐이다. 확인할 것도 있고.”

“아 예.”


말을 끊었는데도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대하는 남자.

뭔가 익숙한 느낌의 목소리였다.


“이곳의 입구가 총 몇 개지?”

“15개로 나뉘어져 있고 이곳으로 통하는 통로는 4개입니다.”

“안내해라.”


남자를 따라 동서남북으로 펼쳐진 통로를 살피기 위해 일어났다.

그도 별말 없이 앞서서 통로를 하나하나 안내해 주었다.


“보안을 좀 더 강화해 주겠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통로가 네 개뿐이라면 이 안에 암흑교단과 손잡은 사람들이 전부 모였을 때 혼자서도 해결이 가능할 것 같았다.

마나를 쓰는 것에 의심을 품지 않게 만들어 준 뒤 한쪽 소매를 걷어 바닥에 마나를 흘렸다.

마법진이 푸른 빛을 내며 바닥에 새겨졌다.


“큰 충격이 발생했을 때 내부를 보호할 결계다.”

“감사합니다. 다른 곳도 한 번 봐주시겠습니까?”

“그러지.”


목소리를 감추기 위해 자꾸 톤을 낮추다 보니 목이 메어온다.

들리지 않게 조심스럽게 목을 가다듬고 두 번째, 세 번째 통로에도 결계 마법진을 그려 넣었다.


“마지막은 저 뒤쪽입니다.”


단상 뒤쪽을 가리키는 남자.

저쪽은 아마도 고위층에 해당하는 사제들이 드나드는 통로인 듯했다.

이곳엔 그가 눈치채지 않게 마법진을 하나 더 그려 넣었다.


“보안은 훌륭하군. 이 결계는 1회 한정이니 문제가 발생하면 본교에 연락하도록.”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이것을 받아라. 그리고 사제의 이름을 대라.”


나는 품 안에서 미리 그려놓은 마법진이 새겨진 마법구를 그의 손에 얹어주었다.


“그것은 왜...”

“본교에 알릴 것이다.”

“앗! 감사합니다!”


직위 상승을 생각한 것인지 반쯤 가려져 하관만 보이는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황성의 중사제 그레그 데 알카스입니다.”


순간 잘못들은 줄 알았다.

익숙한 목소리.

하트에게 먹혔던 그 알카스가 내 눈앞에 사제복을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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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유적의 관리인 21.05.08 187 3 12쪽
23 23화 고대 유적의 관문. 21.05.07 27 2 12쪽
22 22화. 지금은 서로를 비켜가지만 21.05.06 56 4 12쪽
21 21화 용서받지 못할 자 21.05.05 47 5 12쪽
20 20화 떠올리기 싫은 이름 21.05.04 50 5 11쪽
19 19화 마법사와 신성력. 21.05.03 48 5 11쪽
18 18화 위기의 순간. 21.05.02 60 5 11쪽
17 17화 어긋난 계획. 21.05.01 61 4 11쪽
» 16화 의식행사 잠입. 21.04.30 86 5 13쪽
15 15화 잠입 준비. 21.04.29 103 4 12쪽
14 14화 반인반마 21.04.28 95 7 11쪽
13 13화 암흑교단의 꼬리 21.04.27 126 4 13쪽
12 12화 정화 작업. 21.04.26 137 5 10쪽
11 11화 까마귀? 21.04.25 145 5 12쪽
10 10화 요정의 변이 21.04.24 152 7 12쪽
9 9화 마기로 인한 변이 21.04.23 202 5 14쪽
8 8화 옛것 21.04.22 147 7 15쪽
7 7화 전장정리 21.04.21 182 10 12쪽
6 6화 오우거 +1 21.04.20 193 11 12쪽
5 5화 하트의 비밀 21.04.19 243 11 14쪽
4 4화 실력발휘 21.04.18 286 11 13쪽
3 3화 동료 21.04.17 390 13 11쪽
2 2화. 무능한 마탑 마법사들 중에서. 21.04.17 484 14 11쪽
1 1화. 결함의 극복. 21.04.17 700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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