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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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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7 14:21
최근연재일 :
2021.05.08 19:46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4,210
추천수 :
169
글자수 :
130,087

작성
21.04.24 18:50
조회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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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10화 요정의 변이

DUMMY

“빨리 와! 빨리!”

“신났군...”


베이른 산맥을 타기 시작한 지 하루가 지났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대답해준 뒤로 하트는 계속 저 상태다.

하이텐션.

요정이라는 말에 어린아이처럼 신나서 방향을 짚어주면 뛰어나가기 바쁘다.


대신 나는 죽을 맛이었다.

요정들은 타 종족과 만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기 때문에 직접 찾으려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이런 일은 마나 컨트롤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마법사가 제격이다.

마나를 감각에 집중 시켜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미세한 마나를 찾아야 하기에.


다만 지금의 내 상태론 수집된 룬어가 없으면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몸이라 무식한 방법을 사용중이었다.

바닥에 손을 짚고 멀리까지 마나를 퍼트린 뒤, 요정들의 특유한 마나가 느껴질 때 흩뿌린 마나를 회수하는 방식.

물론 빠져나간 마나를 회수하는 양이 미미한지라 빠른 속도로 지쳐가고 있었다.


“왜 이렇게 꾸물거려?”

“방향 찾는 게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다.”

“뭣하면 업어줄까?”

“그건 사양하지.”


마기에 잠식된 오우거를잡고 난 뒤, 산맥을 오를 때 처음 시도하는 방법이라 시행착오를 거쳤다.

몸에 거대한 마나량만을 믿고 실험 삼아 해봤던 일.

1km까지 마나를 탐지용으로만 흩뿌려 순식간에 고갈된 마나로 잠시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깨어나 보니 그녀의 등 뒤.

갑옷의 차가운 느낌과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참을 수 없는 울렁거림이 정신을 돌아오게 했다.

물론 정신은 돌아왔지만 그 어지러움 때문에 속을 좀 게워내야 했다.


“정신을 잃으면 그땐 지게에 얹어서 옮겨줘.”


죽어도 생으로 그녀 등 뒤에 업히고 싶진 않았다.

정신을 잃은 사람이 울렁거림에 깨어날 정도면 말 다 했지.


“에잉... 체력이 곧 기초인 것을.”

“... 니가 괴물이란 생각은 안 해봤나?”


시야에 거슬린다고 거대한 고목을 발로 차 부러트리질 않나, 주변 시야 좀 봐달라고 했더니 무슨 로켓처럼 튀어 올라서 나무 위로 올라가질 않나.

적어도 신체 능력만큼은 이 여자를 따라잡을 인간이 없을 거다.


할아버지처럼 체력에 대해 훈수를 두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처음에는 쉽게 찾을 것 같았던 일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탐지 마법은 마나를 감각에만 집중 시켜 상시로 특정한 기운을 느끼게 해준다.

그것만으로는 마나 자체도 많은 양을 요구하지 않아 서클이 올라갈수록 항상 사용하는.

말 그대로 기본효과의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특수한 경우엔 마나를 좀 더 써서 범위를 늘리는 방식으로 사용하고.

마법사의 신체 자체가 탐지기가 되는 것이다.

몸을 단련한 기사들보다 신체적인 한계가 있기에 미리 위협을 감지하는 방식으로 발달한 마법.


‘이런 자잘한 룬어는 얻을 곳도 없을 텐데...’


아티팩트에 탐지마법을 때려 박는다?

미친놈 취급받는 건 물론이고 그걸 실천한 당사자도 속이 타들어 갈 거다.


등급이 높은 마석일수록 구하기 힘들뿐더러 가격이 미친 듯이 치솟는다.

하급에서 중급, 중급에서 상급으로 취급될 때마다 마석의 효율이 세제곱 수준으로 뛰어버리니까.

지금에 와서는 하급 중급 고급 자체에도 ABCD까지 세부 등급을 나눠놓는다.

세삼 먼 미래로 왔다고 느껴지는 부분 중에 하나였다.

옛날에는 하, 중, 상으로 구분하는 게 고작이었는데.


탐지 마법은 상급 마석정도는 되야 제대로 된 효율을 발휘한다.

하급 중급은 기껏 해봤자 주변 5m가량 탐지할 수 밖에 없는 쓰레기.

사실상 마법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면 그걸 할 바에 보편적인 실드 마법을 각인시키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다.


“하아...”


이동할 때마다 잔머리를 열심히 굴렸지만 결국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에 한숨을 쉰다.

그리고 다시 바닥에 손을 짚고 기껏 안정화 된 몸 내부에 마나를 흩뿌린다.

순간적으로 대량의 마나가 빠져나간 탓에 무기력함이 찾아온다.


이런 무식한 방법을 쓰면 쓸수록 서클이 간절하게 필요해졌다.

이미 보통의 마법사라면 마나 고갈로 일 년은 앓아누워야 할 마나량이 ‘탐지’ 하나의 마나량에 쏟아부어 졌다.

그것도 정제된 마법이 아닌 마나 컨트롤로만.

서클이 없어 아무리 세심한 컨트롤을 한다고 해도 낭비되는 수준이 어마어마했기에 어느샌가 이 일대 자연의 기운이 억세지고 있었다.

엘프가 가꾸는 숲이라고 할 정도로 마나를 머금은 자연의 식물들이 저마다 윤기를 머금었다.


“이 정도면 요정이 찾아와 줄 만도 한데.”


엘프와 요정은 기본적으로 자연 친화적인 종족이기에 이렇게 풍성하게 자란 식물들이 있으면 꼬일 수도 있었다.

마치 벌이 꿀을 찾아 모여들 듯이.


마나를 흩뿌려 감각에만 집중하고 다시 걸어서 마나를 흩뿌리는 과정.

베이른 산맥의 거의 모든 일대를 뒤져봤다고 할 정도로 마나를 쏟아부었다.


“요정이 찾아와?”

“올라가서 봐봐 우리가 지나온 길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하트는 그 말에 거대한 나무 위로 훌쩍 뛰어올라 주변을 살폈다.


“오... 그렇네.”


산맥에 초입까지 무성해질 정도로 자란 나무와 풀들.

그냥 훑어봐도 변화가 느껴질 정도로 주변 일대가 내가 흩뿌린 마나를 머금었다.


“근데 요 근방에 모기가 왜 이렇게 많냐...”


나무에서 뛰어내린 하트가 주변에 손을 휘적대면서 다가왔다.


“모기?”

“응. 자꾸 주변에서 왱왱거리는데?”

“건강한 피가 맛... 잠깐.”


모기라고?

휘적대는 하트의 손 근처에 시선을 두자 정말 모기가 보였다.

아니 모기라고 하면 안 되지.


“요정이네.”

“짜증 나게 자꾸 주... 뭐?!”


아... 이러니까 지금껏 찾질 못하지.

하트가 모기라고 말했던 녀석들.

요정이다.

그것도 마기에 잠식된.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베이른 산맥에 관문이 있으면 주변 일대로 마기가 퍼져 나갔을 텐데.

그럼 요정들도 당연히 그 마기에 잠식될 거라는 간단한 생각.

왜 지금껏 그 생각을 못 하고 있었지.


“요정이긴 한데 요정이 아니야.”

“이게 진짜 요정이라고?”

“지금은 모기보다 더한 놈들이지.”


마기에 잠식당한 요정들.

그 영향으로 인해 몸이 쪼그라들고 공격 본능만 남은 녀석들.

원래보다 수십 배는 작아진 몸뚱아리는 모기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나는 하트의 주변에서 열심히 허공에 주먹질을 해댔다.


“뭐해?”

“모기 잡지.”

“...”


그녀가 어이없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허공에 휘적대고 있는 모습.


“자.”


보다 못한 하트가 허공에서 요정을 낚아채 주먹을 건넸다.


“근데 이거 잡아서 뭐 하려고.”


나는 말 대신 그녀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가만히 있어.”

“왜 갑...”


감싸 쥔 주먹에 대량의 마나를 쏟아붙자 그녀가 하던 말을 멈춘 채 굳어버렸다.

그 주먹 사이사이로 요정을 좀먹고 있던 마기가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어... 어?”


아무리 건틀렛을 꼈다 한들 주먹 안쪽의 변화를 감지하는 건 바보가 아닌 이상 가능하다.

요정을 감싸 쥔 주먹에서 뭔가 느껴지기 시작하자 그녀도 꽉 쥔 주먹을 서서히 풀었다.


“애 죽겠다. 이제 놔줘.”

“어? 어...”


어리둥절한 감각에 그녀가 손바닥을 하늘에 두고 주먹을 펼쳐보았다.

그리고 그곳엔...


“어머나...”


정신을 잃은 채 영롱한 모습을 뽐내는 요정 한 마리가 그녀의 손바닥 위에 누워있었다.


“이게 아까 그 모기라고?”

“애 듣겠다. 마기에 잠식된 것 때문에 변한 것뿐이야.”


계속해서 마기와 상반되는 마나를 뿌려대고 있었기에 본능적으로 요정들이 그녀에게 몰린 것이다.

그녀의 신체에 아주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마나라도 빨아먹기 위해서.

그리고 그 공백을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마기로 채워 넣기 위해서.


사실상 모기와 다를 바 없었다.

피를 빨고, 침을 뱉어 물린 부위에 가려움을 유발하는 것처럼.

다시 요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본능이 그렇게 만든 거다.


한 마리라도 근처에 얼쩡거렸다면 쉽게 눈치챘을 텐데.

이제껏 사용한 마나들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왜 한 번도 기운이 안 느껴졌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일대에서 발견된 요정들이 전부 마기에 잠식당했다면...

지금껏 마나를 써도 발견하지 못한 것이 당연했다.


그렇게 되면 서클을 만들 수 있는 수단도 사라진다.

요정들의 터전이 없으면 기껏 했던 수고를 다시 해야 한다.


“일단 이 친구가 일어나기 전까진 좀 쉬자.”


나는 그 말과 함께 돌바닥에 쓰러지듯 앉았다.

소모한 마나량 때문에 눈을 감으면 바로 잠에 들 만큼 지쳐있었다.

하트도 나를 따라 돌바닥에 앉은 채 조용히 손바닥 위에 잠든 요정을 바라봤다.


*


“당신이 날 살려주셨나요?”


깜빡 잠들었다.

돌에 기대 잠든 나를 깨운 건 귓가에 속삭이듯 들리는 어느 영롱한 목소리였다.

나는 살며시 눈을 떠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반. 이 친구 무슨 말 하는 것 같은데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

“당연하지.”


요정은 마나의 공명을 통해 대화한다.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하트에겐 그저 이상한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 게 당연했다.


요정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이자 녀석이 방긋 웃으면서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았어요.”

“감사하면 보답하는 게 당연하겠지?”

“보답? 제가 드릴 게 없는데요...”


요정이 날아와 내 오른쪽 어깨에 살포시 기대앉았다.


“하트. 주변에 왱왱거리는 거 한 손에 잡을 수 있겠어?”

“음... 이렇게?”


부웅.

주먹을 한 번 휘두르는데 무슨 통나무 휘두르는 소리가 난다.

저거 주먹에 요정들 잡혔어도 죄다 터져버릴 것 같은데.


“자.”


아까와 같이 그녀가 주먹을 건네자 똑같은 방식으로 주먹을 감싸 마나를 불어넣었다.

요정 하나의 마기를 없애줬을 때 보다 더 큰 마기의 검은 연기가 주먹 사이사이로 빠져나간다.


아직 마기가 다 빠져나가지 않았는데도 그녀가 손을 활짝 펼쳤다.

점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요정 열 마리가 그녀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


‘그 한 번 휘두른 거에 이 만큼 손에 쥐고 있었다고?’


참 언제 봐도 괴랄한 신체 능력이다.

날뛰지 못하게 그녀의 펼친 손바닥을 감싸고 마나를 불어넣자 빠져나가던 마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요정. 너희들의 마을로 날 초대해 줄 수 있겠어?”

“저희 마을이요? 당연하죠. 제 친구들까지 구해주셨는데. 근데...”

“그런데?”

“지금 아무도 없을 거에요. 다들 무섭게 변해버려서...”

“그건 상관없어.”


오히려 방해될만한 요소가 없다는 게 다행이다.


“그럼 저도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친구들 전부를 구해달라고?”

“앗! 어떻게 아셨나요?”

“그거 말고 부탁할 게 없잖아.”

“그건...”


내 말에 주변을 빙글빙글 돌던 요정이 시무룩해져 어깨에 주저앉았다.


“걱정 마. 그거까지 하려고 마을에 초대해 달라고 한 거니까.”

“아... 감사합니다!”


요정과 엘프는 본능적으로 자연의 마나가 충만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이곳에서 아마 모기처럼 변한 요정들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엘프족이 자리 잡은 곳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장소는 달라도 목적은 같았으니까.


그리고 아마 이 몸으로 서클을 만들게 되면... 자연스럽게 요정들을 좀먹었던 마기도 없앨 수 있었다.


“일단 이 주변의 친구들은 구한 것 같으니 마을로 안내해 주겠니?”

“네. 따라 오세요.”


하트는 두 손에 기절한 요정들을 받친 채로 나와 함께 요정의 살랑이는 날개짓을 따라 숲속 깊은 곳까지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요정의 마을에서 품고 있던 마나량이 내가 가지고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었기에.


“많이 지저분하죠?”


충만한 마나가 이리저리 흩어져있는 것을 지저분하다고 느낀 요정.

원래대로라면 요정들이 인간처럼 숨 쉬는 행위를 통해 정제되지 않은 마나를 머금고 뱉어내는 과정을 거친다.

그것을 통해 요정들이 머무는 자리는 후천적으로 마나를 훈련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장소가 된다.

정제된 마나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장소였으니까.


“오히려 좋아.”


정제되지 않은 짙은 마나가 사방에 흩뿌려져 있다.

오히려 자연에 가까운 마나를 머금었기에 생각한 것 이상으로 나에게는 좋은 상황.

관리가 안 된 것이 행운으로 다가왔다.

가장 중요한 곳이 마기에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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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지금은 서로를 비켜가지만 21.05.06 56 4 12쪽
21 21화 용서받지 못할 자 21.05.05 47 5 12쪽
20 20화 떠올리기 싫은 이름 21.05.04 51 5 11쪽
19 19화 마법사와 신성력. 21.05.03 48 5 11쪽
18 18화 위기의 순간. 21.05.02 60 5 11쪽
17 17화 어긋난 계획. 21.05.01 61 4 11쪽
16 16화 의식행사 잠입. 21.04.30 86 5 13쪽
15 15화 잠입 준비. 21.04.29 103 4 12쪽
14 14화 반인반마 21.04.28 95 7 11쪽
13 13화 암흑교단의 꼬리 21.04.27 126 4 13쪽
12 12화 정화 작업. 21.04.26 137 5 10쪽
11 11화 까마귀? 21.04.25 145 5 12쪽
» 10화 요정의 변이 21.04.24 153 7 12쪽
9 9화 마기로 인한 변이 21.04.23 203 5 14쪽
8 8화 옛것 21.04.22 147 7 15쪽
7 7화 전장정리 21.04.21 182 10 12쪽
6 6화 오우거 +1 21.04.20 193 11 12쪽
5 5화 하트의 비밀 21.04.19 243 11 14쪽
4 4화 실력발휘 21.04.18 286 11 13쪽
3 3화 동료 21.04.17 390 13 11쪽
2 2화. 무능한 마탑 마법사들 중에서. 21.04.17 484 14 11쪽
1 1화. 결함의 극복. 21.04.17 700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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