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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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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7 14:21
최근연재일 :
2021.05.08 19:46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4,202
추천수 :
169
글자수 :
130,087

작성
21.04.28 18:50
조회
94
추천
7
글자
11쪽

14화 반인반마

DUMMY

“전부 변했을 거란 말입니까?”

“예.”


로안이 적대적인 인물이 아닌 것을 확인한 뒤, 제국의 조용한 여관에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상대적으로 긴 수명을 가진 엘프.

전엔 그저 추측으로 얼마만큼의 미래로 왔는지 계산했다.

로안을 만난 뒤, 나이를 물어보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먼 미래로 왔는지 알 수 있었다.


367년.

로안 또한 나이가 들어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할 나이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367년간 변한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두 눈으로 확인한 것은요?”

“인간, 엘프, 그리고 요정들입니다.”


마기로 인해 변이된 종족들.

그리고 로안이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한 존재들이 인간과 엘프, 요정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럼 암흑교단은 누가 만들어냈는지 알아냈습니까?”

“... 추측이긴 하지만 아마 인간들일 겁니다.”


예상한 내용이다.

암흑교단을 전부 제거했을 때, 그 과거를 살펴보니 모든 것이 인간의 손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암흑교단이 다시 부활한 것도 인간의 손이 제일 먼저 닿지 않았을까 예상했다.


“얼마나 됐습니까?”

“제가 찾기 시작한 건 100년. 눈에 들어왔을 정도로 덩치를 불렸으니 아마 그보다 더 오래됐겠지요.”

“사제는요?”

“존재를 모르는 듯합니다.”


암흑교단이 부활한 시기가 최소 100년 전.

태양을 모시는 신의 사제들이 이들의 꼬리조차 발견하지 못했다면...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았다.


“무능한 새끼들...”


무심코 욕이 튀어나왔다.

전생이고 이번 생이고 사제라는 놈들은 하나같이 왜 이러는지.


신을 모시고 인간과 종족의 평화를 가져다준다는 교리로 활동하는 사제들.

그때도 부패한 사제들은 존재했으나 자정작용 하듯이 내부에서 걸러지는 듯했다.

물론 그것에 발목이 잡혀 더 발전하지 못한 것을 보고 아쉬워한 것도 사실이다.


신을 모시는 사제의 힘은 악마와 완전히 상반된 성격을 가지기에 언제나 든든한 힘이 돼주었다.

그 머저리가 암흑교단에게 자비를 베풀어 살려줄 때에도 나는 그것을 존중했다.

그들이 신을 믿는 방식에 뭐라 할 생각은 없었다.

녀석이 아니면 내가 없애버리면 되니까.


한 놈도 살려둘 생각은 없었다.

서서히 이 세계를 좀먹는 이들과 손을 잡은 것들은 살려주면 언젠가 해가 되어 돌아온다.

그 녀석이 죽었을 때처럼...


‘미워하지 마...’


그 녀석의 유언을 들었을 때.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밀려왔다.

그딴 교리가 뭐라고 원수에게 찔려 죽어가는 순간에서조차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라니.


숭고한 희생을 당연한 일이라 치부했던 태양신의 사제들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피붙이 같던 고위 사제가 그렇게 처참하게, 자신들의 교리에 의해 죽었음에도 태연한 태도.

최소한 시신이라도 수습해 그들의 방식대로 장례라도 치러줄 줄 알았다.

그곳이 마기에 잠식돼 더 큰 희생을 불러올 수 있다고 차갑게 반대한 대사제.

나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키며 그의 마지막을 마기가 뒤덮힌 땅에 묻어줄 수밖에 없었다.


“태양신의 사제들을 잘 아십니까?”

“예... 잘 알지요...”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그 녀석 생각에 이빨 갈리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그래서 지금 그 사람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인간만 묻는 겁니까 아니면...”

“전부. 마기에 물든 놈들은 살려두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겁니다.”

“... 그렇다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단호한 로안의 목소리.

갑자기 바뀐 태도에 나는 당황하여 물었다.


“갑자기 왜...”

“지금 정령계로 돌아간 실프에게서 들었습니다. 당신이 오염된 요정의 숲을 정화하셨다지요?”“예.”

“제힘으로도 어쩔 수 없었는데 말이죠.”

“예? ...아!”


정령들이 엘프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 엘프가 로안이었구나.


“마법사이면서 사제의 일까지 하실 정도라면 저는 그 잔인한 의견에 반대합니다.”

“잔인하다니?”

“그들도 마기에 잠식된 피해자일 뿐. 요정의 숲처럼 정화할 수 있습니다.”

“... 모든 이들을 정화해 달란 말입니까?”

“예. 약속해 주시지 않는다면 제가 알아낸 것들을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저 완고한 태도가 바뀔 것 같지는 않았다.


“약속이라면 마나의 맹세를 뜻하는 겁니까?”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힘이 닿는 곳까지 정화해 달라는 말씀이지요.”

“그것뿐입니까?”

“예.”


로안의 말에 나는 팔짱을 끼고 말했다.


“약속은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로안께서 겪어온 인간들처럼 나 또한 인간입니다.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지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고작 약속이면 충분합니까?”


로안은 조용히 그 긴 턱수염을 몇 번 쓰다듬더니 입을 열었다.


“약속을 하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입 밖으로 나온 말과 그렇지 않은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으니까요.”

“... 엘프라기엔 참 사제 같은 발언이군요.”


상대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

로안을 볼 때마다 그 녀석이 떠올라 겹쳐 보였다.


“허허... 그 녀석을 닮아가나 봅니다.”

“그 녀석?”

“그건 그렇고... 약속하시겠습니까?”


로안이 자연스럽게 내 질문을 흘려보냈다.

“정화... 예. 힘닿는 데까지 도와보도록 하겠습니다.”


가만히 로안의 말을 들어보니 그것 또한 또 다른 방법이기도 했다.

모두 불태워 없애버리는 것 또한 정화작업의 일종이었고, 마기에 잠식된 숲을 되돌려놓는 것 또한 정화작업의 일종이었다.

다만 그 방식이 과격하냐 평화롭냐에 달렸을 뿐.


이미 한 번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분명 모조리 제거했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부활한 암흑교단.

같은 방법으로 그 존재들을 멸해버린다 해도 또다시 부활할 수도 있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만약 정화하는 방식으로 악연인 암흑교단의 뿌리를 없앨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죽어버린 동료들의 혼을 위로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닙니다. 이번 선발 용사께선... 신비하군요.”

“신비하다니요.”

“거대한 마나를 가지고도 마법을 쓰지 못해 선발 용사로 뽑혔다는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이런... 말실수를 했군요.”

“아닙니다. 사실인데요.”


로안이 실수에 머쓱했는지 그의 힌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줄 알았습니다만... 그 거대한 1서클부터 마법을 쓰지 못하는 한계까지 극복하셨나 봅니다.”

“반쯤은요.”

“허허... 겸손이십니까? 그래도 근본적인 원인에 다가가려고 하는 모습에서 희망이 보입니다.”

“희망?”

“예. 어쩌면 제 앞에 계신 분이 정말 마왕을 처리할 수 있다는 희망이.”

“해낼 겁니다. 반드시.”


처음엔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목적만을 가지고 살았다.

그러나 동료를 잃고 다시 한번 기회를 얻었을 때, 더 이상 낯선 이 세계로 느껴지지 않았다.


환생한 그 순간 다짐했다.

내 손으로 끝을 보겠다고.

이 곳이 고향처럼 느껴질 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최소한 내 손으로 바꿔놓고 싶다는 욕심.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다는 다짐.

지금 돌아가봤자 지구에서 인생을 허비했던 그때의 나로 돌아갈 뿐이다.

근본적으로 나를 바꿀 수 있는 기회, 그리고 나밖에 할 수 없는 일.


“그럼 알려 드리겠습니다. 제가 모아온 정보들.”

“예.”


*


로안이 지금껏 모아온 정보들을 하나씩 꺼내놓자 점점 얼굴이 굳어갔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기에.


맨 처음 마왕이 등장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세월이 많이 흘렀고 그것을 막으려 많은 인력과 노력이 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악의 근원이 서서히 인근의 땅을 잠식하고 있었다.


로안의 고향인 숲도 마기에 잠식당해 더 이상 살 수 없는 곳이 되었으며, 다른 종족들이 살고 있는 터전 또한 일부가 마기에 잠식당했다.

늦게 떠난 이, 혹은 머무르겠다며 고집을 부린 이들은 마기로 인한 변이로 이성을 잃었다.

이들은 같은 종족을 해치고 흡수해 점점 그 세력을 불려가고 있었다.


“그 원인이 암흑교단의 인간...”


마기의 잠식당하기 전에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많은 이들이 그것을 피해 달아났다.

그리고 자신의 친구, 연인, 가족이었던 그 괴물들을 처절히 죽여야만 했다.

그것뿐이면 좋았으련만.


암흑교단에서 살아남은 한 인간이 악마의 씨앗을 품고 완전한 변이를 가져왔다.

악마의 힘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들.

마치 방사능에 피폭된 것처럼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인 변이가 일어난 사람들.

그것은 마기에 잠식된 것과는 또 다른 문제를 가져왔다.


악마의 자식이라 불리는 인간들은 배척당해 척박한 땅에 자리를 잡았고, 타 종족들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배척당해 타국으로 흘러 들어갔다.


입툰.

그곳엔 반은 인간, 반은 악마인 사람들.

그리고 반은 악마의 힘을 가진 종족들이 한데 묶여 살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런 이들에게 유일하게 살 수 있는 곳인 입툰.

꽤 많은 종족들이 반은 악마인 자신들을 혐오하는 곳에서 벗어나 입툰으로 향했을 것이다.

물론 그것마저도 두려워 숨어 지내는 종족들도 있을 것이고.


“악마의 힘을 가진 채 태어났다고 해도 그 본질은 선합니다. 제거 대상은 오직 암흑교단이지요.”

“결국 그들도 악마로 변이될 수 있다는 것 아닙니까?”

“피해자일 뿐입니다. 그들이 악마의 힘을 가지고 태어나고 싶었을까요?”


맞는 말이다.

악마처럼 변할 수도 있다는 불안함을 매일 가지고 사는 이들.

누가 멸시당하고 혐오의 시선이 가득한 악마의 힘을 가지고 싶었겠는가.


“그렇기에 부탁드리는 겁니다. 요정의 숲에서 그랬던 것처럼. 당신이라면 충분히 이들의 몸에서 악마의 힘을 없앨만한 것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 원인인 마왕을 처리해야겠지.

그럼에도 그것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어차피 돌아갈 수 있는데 굳이 시간 조금 더 쓴다고 해서 나쁠 건 없었다.

지금껏 나를 살게 해준 이 땅에 대한 보답으로.


“입툰에 대부분이 몰려있다 한들... 대륙 곳곳에 숨어있기도 하겠군요.”

“그렇지요 그리고...”


-똑똑


그때 여관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왔나 봅니다.”

“손님이 있습니까?”

“예.”


로안이 직접 걸어가 방문을 열자 앳된 청년이 문 앞에 서 있었다.


“도움이 될까 해서 부른 녀석입니다. 제가 사제 같은 말을 하게 된 이유기도 하지요.”

“안녕하십니까. 마법사님. 아이반입니다.”


아이반이라고 소개한 청년.

보아하니 하트가 좋아할 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로안님이 말씀하신 반인반마...”

“그렇습니다. 그것을 숨기고 사제로서 많은 이들을 구원하고 있지요.”


그가 말했던 반인반마의 인간 아이반.

그에게서 미약하게나마 신성한 기운과 함께 악마의 기운도 동시에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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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잠입 준비. 21.04.29 103 4 12쪽
» 14화 반인반마 21.04.28 95 7 11쪽
13 13화 암흑교단의 꼬리 21.04.27 125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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