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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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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7 14:21
최근연재일 :
2021.05.08 19:46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4,195
추천수 :
169
글자수 :
130,087

작성
21.04.29 18:50
조회
102
추천
4
글자
12쪽

15화 잠입 준비.

DUMMY

참 신기한 느낌이다.

상반되는 두 성격이 한 몸에 공존하고 있는 아이반.

반은 악마로 태어나 그 본질을 거부하고 사제의 길을 선택한 사람.


“제가 도와줄지 확인도 안 하시고 부른 겁니까?”

“당신이라면 분명히 도와준다고 말할 것 같았습니다.”

“확신입니까?”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로안이 기분 좋은 웃음을 보였다.

얼마나 그들의 뒷꽁무늬를 따라다녔는지 몰라도 반쯤은 초월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일 뿐, 손을 잡지 않아도 다른 방법을 찾는다는 말.

그 말이 로안이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왔는지 느끼게 만들었다.


“아이반. 이 마법사님 곁에서 마기에 물든 이들을 정화할 수 있도록 돕거라.”

“예.”


그를 잠깐 마주한 것뿐이지만 그의 성격이 대충이나마 보였다.

요즘 같은 시대에 보기 드문 참 사제의 모습.

단정한 언행과 함께 맑은 목소리.

사제다움이 물씬 묻어나오는 청년이다.


“다시 한번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태양신의 고위 사제 아이반입니다.”

“반입니다. 들은 대로 마법사고요.”

“말씀 편하게 해주세요. 아직 수행 중인 사제지만 경험이 부족한 어린아이니까요.”

“본인 입으로 어린아이라고 하기엔 이미 많이 자라신 것 같은데요?”


농담 섞인 내 말에 로안이 너털웃음을 흘렸다.


“같이 활동하고 계신 선발 용사께서도 인사를 드려야...”

“아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아니 걱정하지 마. 혼자 인사하러 가진 말고! 절대!”


입툰까지는 꽤 먼 거리가 될 테니 서로 편하게 대할 수 있으면 좋았다.

자연스럽게 말을 터놓고 나자 하트가 생각나 뒷말을 강조했다.


내가 보기에 아이반은 사제 그 자체다.

그러나 하트가 보면... 새로운 먹잇감으로 보일 것만 같았다.

그녀가 관심을 보였던 알카스도 외모만큼은 어디 가서 꿀릴만한 것은 아니었다.

아이반은 그 알카스보다도...

잘생긴 편에 속했다.

하트가 보면 욕망의 악마인 인큐버스라고 느낄 수 있을 만한.


아무래도 하트의 성격을 온전히 알기 전까진 왠만하면 같이 다녀야 할 것 같다.

아이반의 순결을 위해서라도.

뜬금없이 머릿속에 군시절 전우조가 생각났다.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십니까?”

“음...”


원래라면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거대 유적에 들어가야 했다.

그 과정에서 오염된 요정의 숲을 정화했고 암흑교단의 꼬리를 붙잡을 단서를 얻었다.


원래라면 관문 통과가 1차적인 목표가 돼야했다.

내 예상대로라면 그 유적에 숨겨진 룬어가 존재하고 있고...

아직 확실하진 않았지만 그 유적에 배치된 마왕군의 악마를 잡고 조금이나마 혼돈의 힘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정의 숲을 정화하고 난 뒤 얻은 검은 마석.

마석에 자체적으로 결계마법을 쳐 마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고 있지는 않았지만 농축된 마기의 힘이 상당했다.

이런 마석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마왕을 잡지 않고도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

어쨋건 내게 필요한 건 그 녀석이 가지고 있던 거대한 혼돈의 힘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동료들의 죽음을 나 몰라라 할 것도 아니었다.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마왕을 없앨 방법 또한 찾을 수 있었으니까.


원래라면 곧바로 관문으로 향해야 하겠지만 더 급한 일이 생겼다.

이 악랄한 놈은 도전자가 강해지길 원한다.

관문에 들어선 순간부터 새로운 도전자가 있음을 눈치채고 강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갖가지 시련을 얹는다.

마치 자기가 신인 것처럼 행동하는 놈.


그런 놈이 벌써부터 냄새를 맡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요정의 숲과는 관련이 없는 이야기.

내가 벌써 냄새를 맡았다고 확신하는 건 마기에 오염된 오우거였다.

인위적으로 마기에 잠식된 오우거.

그리고 분명 녀석은 하트가 반으로 찢어놓았던 녀석이었다.


어차피 우리의 존재를 눈치챈 이상 굳이 관문으로 갈 필요는 없었다.

무엇보다 암흑교단의 꼬리를 붙잡고 소탕하는 게 최우선 과제기도 했고.


대마법사 시절 마왕군의 편에 선 그들에게 우리는 분노했다.

그들 때문에 상관없는 시민들이 살해되었으며, 같이 동고동락하던 동료들이 죽어 나갔다.

어쩌면 마왕보다 더 먼저 없애야 할 뿌리일지도 모른다.

마왕의 목적은 강한 상대와 싸우고 싶은 것뿐이다.

암흑교단의 목적은 이 땅 전체를 악마의 땅으로 만들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고.


무식하게 힘만 센 장군보다 책사가 더 무서운 법이다.

힘은 없지만 교활하여 놔두면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


“일단 암흑교단과 관련해서 알고 있는 정보를 전부 알려 주시겠습니까?”


아무래도 암흑교단의 꼬리를 붙잡는 게 먼저였다.


*


임프가 된 실프.

이 정령이 스파이로 활동한 것은 맞았으나 로안도 그 내부 사정까지 자세히 알 만큼 접근하진 못한 상태였다.

계약을 맺은 녀석은 늙은 로안 혼자서도 충분히 해결할 만큼 말단인 듯했다.


“아직 내부까진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시기가 좋군요.”

“시기요?”

“예. 알아낸 바로는 특정 날자에 맞춰 의식행사를 진행합니다. 원래 반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저희 둘이서 내부에 잠입할 생각이었습니다.”

“그게 언제입니까?”

“내일입니다.”


내일.

로안이 말한 대로 시기가 좋았다.


“잠입까지 생각하고 있었다면 준비는 된 모양이군요.”

“예. 그들의 사제복까지 따로 구해놓았습니다.”

“장소는요?”

“마을 외곽 황궁 밑으로 이어지는 지하 통로가 있습니다.”


세상에.

황궁 밑에 아지트를 차리다니.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대담한 녀석들이다.


“규모는 얼마나 예상하십니까?”

“글쎄요...”

“이미 몇몇 시민들이 그들의 꼬임에 넘어갔습니다. 족히 100은 될 것 같아요.”


로안 대신 아이반이 설명을 덧붙였다.


“그 수를 다 세봤나?”

“다 세어본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주변 공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시선을 보내는 것도 느꼈어요. 아마 같은 마기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은 그 수준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을 의미했다.

일반 시민들에게도 암흑교단의 손이 뻗쳐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두 명분밖에 없습니까?”

“예.”


로안과 아이반이 내부 잠입을 시도하기 위해 준비한 암흑교단의 사제복.

우리는 원래 계획에 없었으니 두 벌만 준비했을 것이다.


차라리 잘된 일이다.

로안 대신 내가 내부로 들어가서 직접 상황을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하트가 동행하면 그 성격상 잠입 자체가 힘들 수도 있었다.


“사제복만 가지고 준비를 마쳤다고 하진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예. 워낙 철저한 놈들이라 아이반은 본래 악마의 힘을 가지고 있어 상관없지만...”


로안이 품 안에서 작은 마석 하나를 꺼냈다.

요정의 숲에서 내가 가져온 그것과 흡사한.


“이것으로 속일 생각이었습니다. 마기가 소멸되곤 있지만 내일이라면 충분히 속일 수 있는 정도라.”

“그거 설마 요정의 숲에서...”

“예.”

“어디에 있었습니까?”“요정의 숲 외곽에 따로 설치되 있는 것을 가져왔습니다.”


설치?

호수에 떨어진 마석이 아니고 설치라면 이야기가 이상하다.


“주변에 특수한 마법진이라도 있었던 겁니까?”“마법진까진 아니지만 주변에 마기가 흐트러지는 걸 막는 용도로 사용된 것 같습니다.”


퍼즐이 들어맞는다.

호수에서 꺼내온 마석이 진한 마기를 담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요정들이 그렇게까지 변이될 만한 것이냐고 물어본다면 애매했다.

이 마석이 그 역할을 돕고 있는 듯했다.

무식한 마나량으로 한 번에 정화작업을 진행한 것 때문에 이것의 존재는 눈치채지 못했다.


“범위가 어느정도 됩니까?”“요정의 숲을 반경으로 3km 정도?”


잘못하면 민가에 피해가 갈...

아!


‘그래서 암흑교단에 시민들이 물들었던 거군.’


방사능처럼 미약한 마기에 계속해서 노출된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암흑교단에 흘러 들어간 것이다.


“그게 없어진 것을 알면...”

“걱정 마세요. 눈에 띄지 않게 조치는 취해놨습니다. 다만 그걸 한 번에 정화하실 줄은 몰랐지만요.”


중심이 되는 마석을 없애버렸으니 그 주변에 설치한 것들은 힘을 잃고 자정작용으로 정화될 것이 분명했다.

내가 가지고 온 이 마석의 마기를 먹고 그 영향력을 유지했을 테니까.

그것을 반증하듯 로안이 가지고 있는 마석의 마기는 시간이 갈수록 농도가 연해지고 있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호수의 마석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건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품에서 그때 가져왔던 마석을 꺼내 보여줬다.

마석 자체에 결계를 쳐 마기가 흘러나가지 않는 모습에 로안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번에 정화 작업으로 없어진 마기도 그렇고 경계 강도가 좀 올라갔겠군요.”

“예. 게다가 의식행사가 내일이니 더할 겁니다.”

“음...”


조금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듯했다.


“그 마석을 품고 들어가실 생각이었습니까?”“눈속임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요.”

로안이 들고 있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다르게 그 존재만으로 마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로안이 지금까지 마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있었을 것이다.

로안이 나의 생각을 눈치챘는지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아이반 덕분에 버틸 만은 합니다. 내일 있을 것 때문에 오늘은...”


로안이 소매를 걷어 팔에 피어난 검버섯들을 보여주었다.

늙은 노인에게서나 볼 수 있는 검버섯.

엘프에겐 나타나지 않는 증상이다.

마기에 천천히 잠식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고.


꽤 오래 품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 정도 수준인 걸 보면 신성의 힘으로 잠식되지 않게 꾸준한 치료를 병행하고 있는 듯했다.


“제 것을 들고 가시겠습니까?”


내가 가진 마석의 결계를 풀었다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마기가 뿜어져 나올 것을 걱정한 로안이 자신의 마석을 내밀었다.


“주지 않아도 뺏으려고 했습니다. 이건 위험해요.”


아무리 아이반이 치료를 한다 한들, 저 검버섯은 평생 로안을 따라다닐 것이다.

로안에게서마석을 받아들자 손바닥 위로 마기가 느껴졌다.


“참...”


무식한 짓이다.

아무리 치료할 사람이 있다고 해도 이걸 그냥 생으로 들고 있었다니.


“안에서 조심해야 할 것들은 없습니까?”

“암호는 조용히 수소문해서 알아 왔습니다. 안에서 이상한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최근 요정의 숲 정화건으로 예민하겠지만 별일 없을 겁니다.”

“암호는요?”

“그 암호는 제가...”


-쾅!


로안이 막 입을 열려는 찰나 하트가 여관 방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왔다.


“반! 특종이야 특종!”


하...

하필 이럴 때.

이런 자리엔 방해가 될 것 같아 잠시 나가 있으라고 보냈던 하트.

그녀의 입꼬리가 잔뜩 올라가 있었다.


“내가 길거리에서 먹잇감...”


문을 박차고 들어온 그녀의 시선이 나와 로안을 거쳐 아이반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옅어지는 그녀의 말꼬리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하트 레이더에 걸렸나 보네.’


이곳에 오면서 아이반이 하트의 레이더에 걸린 듯했다.

예상대로 그녀의 취향이었나보다.


“하트? 잠깐 나가 있어 줄래?”

“그... 그래!”


아무래도 빨리 이야기를 끝내고 주의를 좀 줘야 될 것 같다.

내일 있을 일을 위해서라도.


“그래서 어디까지 이야기했었지?”

“아 예. 이번 의식행사 암호를 구하긴 했는데 문제가 좀 있습니다.”


끝이 아니었나.

말에 힘이 없는 걸 보니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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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얻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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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시간 공지 21.04.22 86 0 -
24 24화 유적의 관리인 21.05.08 186 3 12쪽
23 23화 고대 유적의 관문. 21.05.07 26 2 12쪽
22 22화. 지금은 서로를 비켜가지만 21.05.06 56 4 12쪽
21 21화 용서받지 못할 자 21.05.05 47 5 12쪽
20 20화 떠올리기 싫은 이름 21.05.04 50 5 11쪽
19 19화 마법사와 신성력. 21.05.03 48 5 11쪽
18 18화 위기의 순간. 21.05.02 59 5 11쪽
17 17화 어긋난 계획. 21.05.01 61 4 11쪽
16 16화 의식행사 잠입. 21.04.30 85 5 13쪽
» 15화 잠입 준비. 21.04.29 103 4 12쪽
14 14화 반인반마 21.04.28 94 7 11쪽
13 13화 암흑교단의 꼬리 21.04.27 123 4 13쪽
12 12화 정화 작업. 21.04.26 137 5 10쪽
11 11화 까마귀? 21.04.25 145 5 12쪽
10 10화 요정의 변이 21.04.24 152 7 12쪽
9 9화 마기로 인한 변이 21.04.23 202 5 14쪽
8 8화 옛것 21.04.22 147 7 15쪽
7 7화 전장정리 21.04.21 182 10 12쪽
6 6화 오우거 +1 21.04.20 193 11 12쪽
5 5화 하트의 비밀 21.04.19 243 11 14쪽
4 4화 실력발휘 21.04.18 285 11 13쪽
3 3화 동료 21.04.17 389 13 11쪽
2 2화. 무능한 마탑 마법사들 중에서. 21.04.17 484 14 11쪽
1 1화. 결함의 극복. 21.04.17 698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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