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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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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7 14:21
최근연재일 :
2021.05.08 19:46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4,217
추천수 :
169
글자수 :
130,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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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0 18:50
조회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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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2쪽

6화 오우거

DUMMY

마나의 축복을 받은 이들은 어딜가나 대접받는 중요한 인재다.

후천적으로 피나는 노력을 통해 마나를 받아들이는 이는 있었지만 극소수.

설사 마나를 다룰 수 있다고 해도 꽃을 피우기엔 시간이 많이 지나버린다.

그렇기에 오러를 다루는 기사든 마나의 원소를 더해 마법을 쓰는 마법사든 귀중하게 취급받는다.


“저쪽으로!”


물론 저런 괴력 몰빵의 기사는 마나를 쓰지 못한다고 해도 제외.

오로지 근력만으로 튀어 올라 지붕을 밟고 날아다니는 하트.

나는 그녀를 따라 쉬지 않고 발을 놀렸다.


“저쪽은?”

“소란스러운 거 보니 방어 중일 거야!”


시야가 어두운 야간에 횃불이 중점적으로 모여있는 곳.

오우거들이 괴성을 내지르면서 지면을 난타했다.

멀리서 보기엔 희미한 형체만 보일 뿐.


“기사님! 이쪽입니다!”


성벽 외곽에서 병사 하나가 하트를 보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오우거가총 몇 마리야?”

“확인된 것만 20입니다!”

“황실 근위대는?”

“아직...”

“마법사는 없나?”

“예!”

“동쪽도?”

“예!”


간단하게 핵심만 주고받는 두 사람.

대화를 끝날 때쯤에야 나도 그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동쪽엔 한참 전에 성벽이 무너져오우거가 들어왔습니다. 여기도 방어 중이었는데 한 마리가 탈출하고 남은 두 마리는 황실 기사단 두 분께서 막고 있습니다.”


탈출한 한 마리는 아마 내가 잡았던 놈인 것 같다.


“이거 큰일인데.”

“왜?”

“마법사가 없어. 저쪽은 인해전술이야.”


오우거를상대할 때, 그 특유의 재생력으로 인해 마법사가 없으면 전투가 장기화된다.

애초에 마법사 자체가 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겨난 전술.

떼거리로 달려들어서 처리하는 무식한 방법을 쓴다는 뜻이었다.

오러를 쓸 수 있는 기사가 팔과 다리를 절단하면 어떻게든 달려들어서 절단 부위를 불로 지지는.


오러 상급 정도 되는 실력자가 아닌 이상오우거의 팔다리를 한 번에 자를 만한 기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면서 시도하는 전투 유형.

재생되기 전에 몇 번이고 내리쳐 잘라내고, 죽을 각오로 달려들어 지져야 한다.


기사는 육성부터 유지까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보통의 지휘권자는 이런 싸움을 피한다.

다만 지금은 황실 수도 외곽이기에 그럴 수 없을 뿐.


“지금 도울 수 있는 건 나뿐인가 보네.”

“우리도 얼른 합류하는 게 좋겠어.”


성벽을 성큼성큼 타고 내려간 하트가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고 있는 기사들과 합류했다.

나는 병사의 안내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그들과 합류했다.

플라이 마법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빠르게 내려왔지만 압도적인 괴력으로 전투가 금방 끝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보여줬던 장면대로라면 한 마리는 이미 찢겨서 바닥에 버려져 있을 법 했으니까.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하트도 고전하고 있었다.


오우거의명치에 상처가 아물어가고 있는 것을 보니 시도는 했지만 먹히지는 않았나 보다.


“불! 준비됐어?!”

“기다려!”


불.

가장 중요한 문제가 떠올랐다.

아까는 대놓고 공격대상이 나였기에 실드를 펼쳤다.

그리고 그 실드를 타고 초고열에 불이 옮겨붙에 만들었지.


지금은?

불을 손과 내 도구로 옮길 수는 있었지만 원거리로 쏘아내진 못한다.

발사와 관련된 룬어는 수집한 적도 없기에.


“원거리... 도구...”


원소를 더한 마나가 형체를 유지하려면 필수적으로 나와 어딘가 연결되어있어야 한다.

손바닥에서 멀어지는 순간 뭉치치 못하고 흩어져 버리니까.


‘아!’


어쩌면 나 혼자서도 오우거를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


“거기 위에 경비병! 밧줄 좀 던져줘요!”

“예!”


어딜가나 경비병들은 거수자를 제압, 포박하기 위해 튼튼한 밧줄을 주변에 챙겨둔다.

경비병이 빠르게 던져준 밧줄을 잡고 하트에게 외쳤다.


“하트! 밧줄 받아!”

“뭐야! 이거 말고 마법을 쓰라고!”

“일단 받아!”


무작정 밧줄을 던졌지만 근력이 모자라 얼마 못 가 툭 떨어지는 밧줄.

그녀는 알 수 없는 욕설과 함께 오우거의공격을 피해 밧줄 쪽으로 뛰어왔다.


“어디든 좋으니까 밧줄을 오우거 몸에 감아!”

“아 씨 귀찮게!”


하트는 잔뜩 열이 받아있었다.

괴력으로 시도하려던 찢어버리기가 실패했기에.

불평하면서도 밧줄을 잡아 든 하트가 다시 한번 오우거에게로 뛰어들었다.


‘잘 될 수 있을까?’


갑자기 생각난 방법이다.

게다가 마탑에서 불을 훔치고 난 뒤 사용하는 두 번째 마법.

아까는 간단한 원리를 이용해 불을 옮겨붙게 했지만 이번 건 솔직히 잘 모르겠다.


걱정하는 사이 하트가 이리저리 공격을 피하면서 밧줄로 오우거의허리를 한 바퀴 감았다.


“됐어!”


밧줄이 조금 긴 편이라 다행이었다.

마나를 손에 집중해 밧줄로 이동시켰다.


“밧줄에서 손 떼!”


나는 그 말과 함께 손에 잡은 밧줄로 초고열의 불을 옮겨 붙였다.

물론 중간에 밧줄이 열을 이기지 못하고 타버릴 수 있었기에 오우거의허리를 감은 부분만 불타오를 수 있도록 조절해야만 했지만.


갑자기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자오우거가 괴성을 지르면서 본능적으로 허리를 부여잡았다.

하트는 마법이 끊기지 않게 높게 뛰어올라오우거의 머리통을 쳐내는 것으로 관심을 돌렸다.


“뭐라도 좋으니까 상처 낼 만한 건 없어?!”

“흐압!”


내 말에 합류하기 전 오우거를상대했던 기사가 달려들었다.

오러 유저였는지 그의 검에 희미하게 마나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 호기로운 기합 소리에는 아쉬운 수준의 경미한 상처가오우거의 허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하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밧줄의 반대쪽을 강하게 당겨오우거의 허리를 조였다.

상처의 틈 사이로 밧줄이 파고들면서 두꺼운 피부 안쪽에 고열의 불이 옮겨붙는다.


“크와아악!!”


하트가 밧줄의 특정 부분에만 불이 붙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잡고 있던 끝쪽의 밧줄과 허리를 감은 쪽 시작 부분의 밧줄을 양손에 잡은 채 힘차게 잡아당겼다.

조여드는 밧줄과 고열의 불 때문에 괴성을 지르던 오우거.


“으아아아!”


하트의 우렁찬 기합과 함께 잔뜩 조여진 밧줄이오우거의 상체와 하체를 분리시켰다.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쓰러진 오우거.

또 한 마리의 오우거는동료를 잃었다는 사실에 흥분해 상대하고 있던 기사를 무시하고 하트에게 달려들었다.


“하트! 내 쪽으로!”


반의 말과 함께 하트가오우거를 끌고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텅!


이어서 내려 쳐진 오우거의주먹.

반은 여유롭게 실드를 펼쳐 그녀를 막음과 동시에.


“크와아악!!”


실드를 때린 주먹을 타고 불을 옮겨 붙였다.

밧줄을 태워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아까보다 더 뜨거운 열기가 실드를 타고오우거의 몸을 덮친다.

순식간에 피부가 검게 타버린 오우거가바닥으로 쓰러졌다.


“후...”


새삼 전의 육체가 그리웠다.

제한적인 마법 사용 때문에 심력 소모가 컸기 때문에.

마나를 조절해 특정 부분에 구현되도록 세심하게 컨트롤하는 작업.

실드를 타고 올라가는 불은 상관없었지만 밧줄을 이용한 마법은 반에게 꽤나 힘든 작업이었다.


‘아무래도 서클이 필요해.’


당연하지만 마법사는 서클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아무리 방대한 마나를 가졌더라도 서클을 구심점으로 삼아 발현되지 않는 마법은 적게는 두 배, 많게는 수백 배에 달하는 마나 소모량을 요구한다.

게다가 그 과부하로 인해 신체가 버티지 못하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반은 지금껏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기에 당연히 서클도 만들지 못했다.

서클을 만드는 것조차도 마법의 일부였으니까.


서클도 없이 순간적으로 온몸에 마나를 끌어 쓰다 보니 다리에 힘이 풀린다.

반이 주저앉자 하트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괜찮냐?”

“괜찮아 보이나?”

“입은 살아있는 걸 보니 괜찮나 보네.”


하트의 말에 피식 웃어주었다.


“나도 다 죽었구만. 오우거 하나 못 찢어버리고.”

“그게 정상은 아니다.”

“그래도 보통의 수컷 오우거 정도는 찢을 수 있는데...”


하트의 도움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난 반.


“큭!”


갑자기 머릿속을 찌르는 듯한 두통이 느껴졌다.


‘뭐야 이건.’


감각이다.

룬어를 느꼈던 그때의 감각.

나는 본능적으로 그 감각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허리가 잘려 나간 오우거.

그 시체에서 느껴지는 감각이다.


조금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끌고 죽어버린 오우거에게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감각이 어디에서부터 나오는지 느껴진다.

심장.

나는 한쪽 무릎을 꿇고 오우거의심장쪽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질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혼돈.

마왕에게서 느꼈던.

그리고 차원 이동 마법을 완성시키기 위해 필요했던.

그 힘이 죽은 오우거에게서 느껴졌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편.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오우거에게서 느껴진 감각들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본능적으로 움직일 뿐.


빨아들여 진 감각이 몸에서 이리저리 유영하다가 자리를 찾는다.

몸속에 자리 잡은 미지의 감각.

마나로 그것을 툭 건드리자 그것이 화들짝 놀라 능력을 발휘한다.

육체의 피로가 빠르게 가라앉으면서 아팠던 머리가 나아지고 있었다.

오우거가가지고 있던 재생력.


룬어를 각인해 둔 책을 펼치자 피를 묻혀 희미하게 보였던 룬어가 선명히 나타났다.


‘두 번째...’


반지에 새겨진 룬어를 아직 얻지 못해 책에는 마탑에서 훔쳤던 불과 오우거에게서 얻었던 재생력.

두 가지 룬어만이 남아있었다.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던 반.

마나를 쓰더니 개운한 얼굴로 바뀐 반을 빤히 지켜보던 하트가 입을 열었다.


“끝났어?”

“그래.”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몰라도 그에게 방해되지 않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하트.


“이동하자. 동쪽도 도와줘야지.”

“아...”


잊고 있었다.

감각에 이끌려 잠시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여기에 두 마리.

아직 동쪽에 남은 오우거들이 있었다.


“잠깐...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왜 굳이 같이 오지 않고 나눠서 왔지?

게다가 숫자도 이곳이 훨씬 적다.

무리 활동 하는 오우거, 게다가 지능도 낮은 녀석들이 숫자도 안 맞췄다?

그 생각들이 빠르게 정리되자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이놈이 우두머리다.”


나는 방금 재생력의 룬어를 얻은 오우거의시체를 가리켰다.


“저 녀석이 이놈 무리의 행동대장 같은 놈일 거야.”

“그걸 어떻게 알아?”

“웬만한 오우거는다 찢을 수 있다면서.”

“그렇지.”

“얘넨 왜 안 찢겨나갔지?”

“그거야...”


내 힘이 부족해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야생에서 우두머리는 가장 강한 놈이 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하트의 공격도 이놈에겐 통하지 않았다.

명치를 뚫고 손을 집어넣을 순 있어도 그 육체를 반으로 찢어버리기는 불가능했다.


‘이거... 마왕이 냄새를 맡은 거 같은데...’


지능도 낮고 본능대로 움직이던 녀석들이 우두머리를 남겨두고 동쪽과 서쪽으로 나뉘어서 공격했다.

이건 뒤에서 조종한 놈이 분명히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느껴진 희미한 혼돈의 힘.

마왕의 짓이다.


“괜찮으십니까?!”


성벽 위쪽에서 경비병이 소리쳤다.

밑에서 처음 오우거를맡아 상대했던 기사 두 명이 힘겹게 손을 올렸다.


“동쪽에 남은 오우거들이 도망쳤습니다. 단장님이 보고하실 분을 찾고 있어서...”


동쪽에서 지휘하던 기사단장이 보고할 사람을 찾고 있다.

지쳐 쓰러진 두 기사와 반.

하트는 한숨을 깊게 한 번 쉬고 맨손으로 성벽을 기어 올라갔다.


“내가 가지. 괜찮아지면 뒤따라와.”


아무래도 마법사보단 같은 기사가 보고하는 게 편하겠지.

그래도 혹시 모를 부연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서 나도 서둘러 사다리를 타고 성벽을 올라갔다.


‘앞으로 할 게 많네...’


룬어 수집, 그리고 오늘에서야 필요성을 느낀 서클.

서클을 못 만들고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법을 썼지만, 다행이도 마나량이 풍부했기에 신체가 버텨줄 수 있었다.


“일단은 1서클이다.”


소란스러웠던 밤이 지나면 제일 먼저 몸 안에 무질서하게 흩어져있는 마나를 모을 서클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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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지금은 서로를 비켜가지만 21.05.06 56 4 12쪽
21 21화 용서받지 못할 자 21.05.05 48 5 12쪽
20 20화 떠올리기 싫은 이름 21.05.04 51 5 11쪽
19 19화 마법사와 신성력. 21.05.03 49 5 11쪽
18 18화 위기의 순간. 21.05.02 60 5 11쪽
17 17화 어긋난 계획. 21.05.01 61 4 11쪽
16 16화 의식행사 잠입. 21.04.30 86 5 13쪽
15 15화 잠입 준비. 21.04.29 103 4 12쪽
14 14화 반인반마 21.04.28 95 7 11쪽
13 13화 암흑교단의 꼬리 21.04.27 126 4 13쪽
12 12화 정화 작업. 21.04.26 137 5 10쪽
11 11화 까마귀? 21.04.25 145 5 12쪽
10 10화 요정의 변이 21.04.24 153 7 12쪽
9 9화 마기로 인한 변이 21.04.23 203 5 14쪽
8 8화 옛것 21.04.22 147 7 15쪽
7 7화 전장정리 21.04.21 183 10 12쪽
» 6화 오우거 +1 21.04.20 194 11 12쪽
5 5화 하트의 비밀 21.04.19 243 11 14쪽
4 4화 실력발휘 21.04.18 286 11 13쪽
3 3화 동료 21.04.17 390 13 11쪽
2 2화. 무능한 마탑 마법사들 중에서. 21.04.17 485 14 11쪽
1 1화. 결함의 극복. 21.04.17 702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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