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잡동사니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얻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7 14:21
최근연재일 :
2021.05.08 19:46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4,208
추천수 :
169
글자수 :
130,087

작성
21.05.04 18:50
조회
50
추천
5
글자
11쪽

20화 떠올리기 싫은 이름

DUMMY

“먼저 움직여 확인할 게 있어.”


하트가 비틀거리는 아이반을 부축한 채 위로 올라가려 할 때.

생각난 것이 있었다.


“알겠어!”


이 일의 심각성을 계속 강조했던 덕분일까?

하트도 별말 없이 아이반을 이끌고 지상으로 올라갔다.


잔당이 빠져나가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한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선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남아있었다.


신성력으로 인해 녹아버린 악마.

검은 웅덩이로 변해버린 그것에게서 희미하게나마 감각이 느껴진다.

룬의 감각.


‘왜...’


왜 이토록 희미하게 느껴졌는지 생각했다.

분명 룬에 반응했을 때 느꼈던 감각들하고는 조금 다르다.

희미하기도 했고,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 만큼.


피로에 누적된 몸을 이끌고 웅덩이 앞에 다가가자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도 모르는 미지의 룬.

그것이 희미하게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검은 웅덩이에 손을 대고 조용히 마나를 끌어올린다.

푸른 기운이 서서히 팔을 타고 흘러 손에 뭉쳤다.


“으음...”


기운과 내 마나가 서서히 융화되기를 기다리면서 느낀다.

이 룬은 무엇에 쓰이는 룬인가.

감각으로만 느껴지는 것을 더듬거려 이미지로 그려낸다.


그렇게 그려낸 머릿속 그림은 점차 선명해져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질병...”


마왕의 7대죄 중 한 명.

질병의 마수.

그 더러운 모습이.


머릿속 그림이 선명해질수록, 기운이 점차 흡수되어 내 것으로 만들어질수록.

점점 맑아져 가는 웅덩이와 함께 느껴진 룬.


전부 흡수했다는 것을 느끼자 품에서 룬이 각인된 책을 펼쳐 그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했다.


“음...”


역시 룬의 모양으로는 정확하게 무슨 힘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직접 몸으로 느끼는 수밖에.


쓸 수 있는 마법이 여러 개 되진 않았지만 간단하게 실드를 펼쳐 새로 흡수한 룬의 힘을 서서히 주입시켰다.

전방으로 퍼진 반투명한 실드.

그것이 알 수 없는 룬의 힘을 받자 서서히 모양이 무너져내린다.


“이건...”


모양이 바뀐다.

무너져 가던 실드를 본능적으로 덧대려고 하자 녹아내린 부분에 모여든 마나가 툭 튀어나온다.

평면의 실드에 쇠구슬을 박아 넣은 것처럼 툭 튀어나온 모습.


그 모습에 뭔가 깨달은 반은 다시 한번 마나를 뭉쳐 실드로 흘려보냈다.

이번에도 흘러 들어간 마나는 실드의 한 곳으로 뭉치더니 뾰족하게 튀어 올랐다.


‘모양 변화...?’


의지대로 변화하는 마나.

한 곳에 의식을 집중하자 사각형으로 뭉쳤던 마나가 송곳처럼 뾰족하게, 다시 쇠구슬처럼 둥글게 바뀐다.


서둘러 실드를 거둬들이고 난 뒤 손을 펼쳐 불을 구현했다.

주먹만 한 크기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불꽃.

아까와 마찬가지로 마나를 집중해 강제적으로 모양을 흩트려 놓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허...”


불이 물처럼 흘러내린다.

손에서 타오르던 불길이 손바닥을 타고 녹아내려 물처럼 웅덩이를 만든다.


“생각보다 귀한 걸 얻었네.”


구현한 마법의 모양을 바꿀 수 있다는 것.

이 룬이 가진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구현된 마법을 바꾸는 것은 단조로운 공격 패턴을 바꿔놓을 수 있었다.

만약 파이어볼을 온전히 구현할 수 있다면 그것을 송곳처럼 날카롭게 만들 수도, 직선으로 뻗어 나가던 공격을 휘게 만들어 변칙적인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창의적인 생각이 늘어날수록 그 효용성이 무한대로 증가할 수 있는 룬.

마왕을 상대했을 때, 변칙적인 공격이 필요하다고 아쉬워했던...

그 부족한 것을 메꿔줄 룬을 얻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좋은 것을 얻은 것과는 별개로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다.

반은 서둘러 몸을 돌려 지상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향했다.


그 잠깐의 휴식 시간 동안 서클을 돌던 마나가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줬다.

기운을 회복한 반이 빠르게 계단을 올라가면서 생각했다.


악마가 가진 룬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신성력이 담긴 룬은 내 것으로 할 수가 없었는가.


아이반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 목걸이.

그것을 매개로 신성력이 합쳐진 불덩어리를 쏘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끝내 신성력의 룬을 내 것으로 만들 순 없었다.


몸 안으로 끌어들인 신성력이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서클을 회전하면서 끊임없이 발버둥 치는 신성력.

이 거대한 서클에 상처가 날까 불안한 마음에 그것을 자유롭게 놓아주었다.


마나가 회전하는 사이에서 반항하며 발버둥 치던 신성력은 붙잡아두려는 마나가 없자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 주변으로 내 마나를 묻힌 채.


그것을 느낄 수 없었다면 아까와 같은 황금의 불길은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왜 반대로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걸 아쉬워할 틈도 없이 아까와는 정반대로 신성력을 사용했다.

목걸이에 담긴 신성력의 룬에 내 마나를 주입시키는 방법.


몸으로 끌어당긴 신성력은 거부반응을 일으켰지만 반대로 신성력에 마나를 불어넣어 주자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그것을 받아들였다.

예상대로.


몸으로 받아들일 순 없지만 힘을 불어넣어 사용할 수 있는 신성력.

그것을 알아낸 것만으로도 큰 성과가 있었다.

거기에 더해 악마에게서 얻은 변화의 룬까지.


“헉헉...”


가파른 계단을 빠르게 올라가려니 아무리 다시 활력이 돈다고 해도 숨이 차오른다.

운동은 좀 해야겠어...


지상으로 도착하자 아까 봤던 어두운 골목에 횃불의 빛이 일렁이고 있다.

첫 번째 공격을 시도한 뒤 얼마나 흘렀을까.


주변으로 몰려든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안전을 확보하는 기사들.

이 좁은 골목길이 환하게 느껴질 만큼 횃불의 빛이 밝다.


“반!”


하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붕.

하트가 지붕에서 내 이름을 부르더니 곧장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쿵!


“무슨 일이야!”


소리를 들은 주변의 기사들이 반응했다.


“아무 일도 아니다!”


소란의 장본인인 하트가 힘껏 소리치자 달려오던 기사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좀 시끄러웠나?”

“... 지붕에서 떨어지고 소리가 안 나길 바랬냐?”

“난 가벼우니까.”


2층에서 3층은 될 높이에서 한 번에 뛰어내렸으면서 실없는 농담이라니.


“어떻게 됐어?”

“뭘?”

“도망친 놈들. 잡은 거야?”


지상으로 올라오는 입구 바로 옆 건물의 지붕이다.

아마도 날 찾으려고 시야를 넓게 보기 위해 올라갔었나 보다.


“아... 그거 로안이 알아서 해줬어.”

“넌?”

“도와줄 거 없다길래 그냥 소란 때문에 몰려든 기사들한테 상황이나 좀 설명해줬지.”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거구만.”

“뭐?”


그녀가 내 말에 발끈했는지 주먹을 치켜들어 올렸다.


“나 없었으면 둘 다 그놈한테 죽었을지도 모르는데?”

“그건 고맙다.”

“알면 됐어.”


단순한 녀석이다.

고맙다는 말에 섭섭한 기분이 풀어진 듯 치켜올린 주먹을 거뒀다.


“그럼 로안님은...”

“반!”


타이밍 좋게 아이반과 로안이 내 이름을 부르며 걸어왔다.


“괜찮으십니까?”

“그보다 상황설명을 좀...”


괜찮냐는 안부 인사보다 중요한 것.

로안이 빠져나간 잔당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들어야 했다.


사안이 급한 것을 아는지 로안도 바로 입을 열었다.


“말한 대로 몇 명은 처리했네. 내부에 임프를 몇 마리 더 심어뒀더군. 그건 막았지만...”

“다 없애진 못했나 보네요.”


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일이다.

하트가 지하 예배당에 지원군이 되어줬을 때.

로안 혼자서는 감당하지 못할 숫자일 거란 예상.


“얼마나 됩니까?”

“모르겠네. 그나마 황실 기사단이 빠르게 움직여서 몇 명은 잡은 상태라고 알고 있고.”

“그 정도면 됐습니다.”


몇 명이 빠져나갔는가.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문제는 한 명이라도 감시를 벗어나 빠져나간 것.


“우리도 빠르게 움직여야겠어.”


얼마나 걸릴진 모르겠지만 교단 쪽에 정보가 흘러갈 것이다.

철저하게 행동하는 만큼 공격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 뒀을 것이고.

아무리 빠르게 움직인다 한들 그 꼬리를 다시 잡았을 땐...

이미 준비가 끝났을 것이다.


“그래도 좋은 소식 하나는 들고 왔네.”

“좋은 소식이요?”

“그래. 한 놈을 산 채로 잡았다네.”


그래도 다행이다.

끊긴 꼬리 대신에 새로운 단서가 될 꼬리.


“어딨습니까?”

“쉬지 않아도 괜찮겠나?”

“이왕 일이 터진 거 마무리는 해야 편하게 쉬지 않겠습니까?”


컨디션이 최상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악마에게서 룬을 흡수하면서 어느 정도 기운을 회복했다.


“그런 것 치고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 넌 저 계단 뛰어 올라갈 때 안 힘들었냐?”

“날 뭘로보고?”


그렇지.

넌 괴물이었지.


*


로안의 안내를 받아 외곽으로 빠져나온 네 사람.

시간은 어느새 긴 밤이 지나고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지면에 태양 빛이 스며들고 시야가 점차 밝아지자 로안이 잡아놓은 놈의 모습도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다.


‘어디서 봤더라...’


여러 매체에서 봤던 모습.

땅속에 몸이 박힌 채 머리만 바깥에 내놓은 사람.

영화뿐만 아니라 어느 영상에서도 한 번쯤 봤을 법한 모습이다.


“허허... 이 짓 하느라 토움이 짜증을 내더군.”


땅의 하급 정령 토움.

로안이 놈을 잡은 뒤 땅속에 묻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나 보다.


“위험하진 않았습니까?”

“아쉽게도 위험한 놈까진 아닌 듯하네.”


말 그대로 꼬리인 셈이다.

영양가 없는 암흑교단의 말단.

로안이 토움의 도움을 받아 저렇게 땅속에 박아놓고도 빠져나오지 못한 걸 보니 확실해 보였다.


“윽...”


놈에게 점점 다가가자 이상한 악취가 풍겼다.

하트가 그 냄새에 곧바로 반응했다.


가까이서 보니 얼굴에 오래된 흙먼지의 흔적과 고름이 터져나간 듯 군데군데 진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름.”

“히이익! 살려주십시오. 저는 그냥 농부입니다!”

“이름!”

“먼부눈입니다!”

“교단에 아는 자는?”

“없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잔뜩 겁에 질려있었다.


“상처 입은 병자군요...”


아이반이 먼부눈의 상태를 보더니 낮게 중얼거렸다.


병자?

병자라는 말에 또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얼굴이 떠올랐다.


“마지막 기회다. 교단에 대해 아는 것을 전부 불어.”

“없습니다! 주인님께선 저를 버리셨어요!”

“그 주인님이 누구냐?”

“수칸! 수칸이라고 했습니다!”


수칸.

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놈 때문에 동료였던 사제가 목숨을 잃었다.

마왕의 7대 하수인 중 한명.

질병의 악마.


분명 내 손으로 없앴던 놈의 이름.

그 이름이 먼부눈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수칸... 확실한가?”

“예! 정말입니다!”


그의 얼굴을 보아하니 거짓말은 아닌 듯했다.

예배당에서 악마를 없앴을 때 느꼈던 수칸의 기운.

그리고 질병에 잠식당해 피부 바깥으로 나타난 먼부눈의 증상.


믿기 힘들었지만...

놈이 아직 살아있는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얻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 21.05.09 26 0 -
공지 연재 시간 공지 21.04.22 88 0 -
24 24화 유적의 관리인 21.05.08 187 3 12쪽
23 23화 고대 유적의 관문. 21.05.07 27 2 12쪽
22 22화. 지금은 서로를 비켜가지만 21.05.06 56 4 12쪽
21 21화 용서받지 못할 자 21.05.05 47 5 12쪽
» 20화 떠올리기 싫은 이름 21.05.04 50 5 11쪽
19 19화 마법사와 신성력. 21.05.03 48 5 11쪽
18 18화 위기의 순간. 21.05.02 60 5 11쪽
17 17화 어긋난 계획. 21.05.01 61 4 11쪽
16 16화 의식행사 잠입. 21.04.30 86 5 13쪽
15 15화 잠입 준비. 21.04.29 103 4 12쪽
14 14화 반인반마 21.04.28 95 7 11쪽
13 13화 암흑교단의 꼬리 21.04.27 126 4 13쪽
12 12화 정화 작업. 21.04.26 137 5 10쪽
11 11화 까마귀? 21.04.25 145 5 12쪽
10 10화 요정의 변이 21.04.24 152 7 12쪽
9 9화 마기로 인한 변이 21.04.23 202 5 14쪽
8 8화 옛것 21.04.22 147 7 15쪽
7 7화 전장정리 21.04.21 182 10 12쪽
6 6화 오우거 +1 21.04.20 193 11 12쪽
5 5화 하트의 비밀 21.04.19 243 11 14쪽
4 4화 실력발휘 21.04.18 286 11 13쪽
3 3화 동료 21.04.17 390 13 11쪽
2 2화. 무능한 마탑 마법사들 중에서. 21.04.17 484 14 11쪽
1 1화. 결함의 극복. 21.04.17 700 1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