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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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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7 14:21
최근연재일 :
2021.05.08 19:46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4,194
추천수 :
169
글자수 :
130,087

작성
21.05.06 18:50
조회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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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22화. 지금은 서로를 비켜가지만

DUMMY

친구라고 하지 않았나?

도움을 주기 위해서 나타난 거 아니였나?

날아가 버린 먼부눈의 머리와 함께 그런 잡념들이 함께 떠올랐다.


‘왜지?’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

충격이 가시기도 전 아이반이 먼저 반응했다.


“무슨 짓입니까!”

“사제. 자네야말로 무슨 짓이지?”


아이반의 외침에 르나르는 오히려 뭐가 문제인 것인 양 되물었다.


“이제 막 마기를 빼낸 참입니다! 사제단을 도왔다면서요!”

“이 자가 사제단을 도와?”

“왜 죽이셨습니까!”


아이반의 분노가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거세게 타올랐다.


“이단을 제거한 것뿐이다.”

“태양신의 보호를 받아야 할 약자 아닙니까? 어째서 말 한 번도 들어보지 않고 저렇...”

“보호? 이단에게?”


르나르가 검을 늘어트리자 그의 뒤편에 선 사제가 손수건으로 피를 닦아냈다.

그리고 더러운 것을 만진 것처럼 바닥에 그대로 버렸다.


“사제. 지금 누구의 편에 서는 것이지?”

“편이라니요?”

“악마에게 충성을 바친 자를 동정하는 것인가?”

“그 전에 힘없고 나약한 농부일 뿐입니다!”


아이반의 대답에 르나르는 코웃음을 쳤다.


“허... 그렇다고 해도 이미 악마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간 인간에 불과하다.”

“당신도 아시지 않습니까? 방금 먼부눈은 마기가 없는 순수한 인간...”

“닥쳐라!”


날이 서린 검.

르나르의 검 끝이 아이반에게로 향했다.


“더 이상 악마에게 영혼을 판 자를 동정한다면... 중사제의 권한으로 사제의 힘을 박탈하겠다.”

“이런 개...”

“못 들어주겠군.”


아이반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

반은 분노한 아이반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고 앞으로 한 걸음 나왔다.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건방진! 중사제님께 예의를 갖춰라!”


상관없는 사람이 나서자 르나르 뒤에 서 있던 사제 한 명이 외쳤다.


“예의 없이 군건 그쪽이 먼저니 그런 건 따지지 말자고.”

“저런 건방진...”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 하고. 왜 친구를 죽였지?”


친구.

반의 말에 르나르가 역겹다는 듯 인상을 구겼다.


“친구? 저놈이?”

“그래. 분명 친구라고 했다. 1년 전에 이 사건을 알고 있다고도 말했고.”

“기분 나쁘군. 친구라는 말은 정정해라.”


1년 전에 이 사실을 알았음에도 묵인한 이유.

콕 찝어서 말하지 않은 탓일까?

르나르가 논점을 흐렸다.


“아는 사이 정도라고 해두지. 먼부눈은 1년 전, 당신에게 암흑교단의 존재를 알렸다. 묵인한 이유가 뭐지?”

“악마에게 영혼을 판 역겨운 자는 오늘 처음 본다. 1년 전이라니 무슨 소리지?”


모르쇠로 일관하겠다?


“그럼 당신들이 여기 온 이유는 뭐지?”

“엄청난 마기가 느껴졌다. 우리는 태양신의 사제로서 악을 멸하러 이곳에 온 정찰대일 뿐.”

“마기가 느껴졌다... 교황청에서 온 것 아닌가?”

“그렇다.”

“마기가 느껴졌다... 라고 하기엔 그 거리가 너무 멀지 않나?”


교황청과 제국은 마차로도 보름 이상 걸리는 거리.

아무리 말을 타고 빠르게 달려왔다고 한들, 지금 도착하기엔 너무나 먼 거리였다.


“이 일대에 볼일이 있어 들르던 중에 느껴졌을 뿐이다. 중사제로서 선 조취후 교단에 알려야 하니.”

“제국령 근처에 볼일이라... 원수지간 아니었던가?”

“원수? 태양신을 섬기는 자에게 원수는 오직 악마뿐이다.”


들리는 이야기만으로도 제국과 교황청의 사이가 나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어찌 보면 귀족의 정치질보다 더 악질인 놈들이다.

먼부눈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겁에 질려 했던 말들이 거짓이 아니라면...

르나르는 악질 중에 악질이었다.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의 목숨을 단칼에 없애고, 1년 전에 암흑교단의 존재를 알았음에도 방관하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단지 ‘타이밍이 좋았다.’라고 넘기려는 행동까지.


틀림없이 걸고넘어질 것이다.

제국에서 악마에게 영혼을 판 자들을 품었다면서 이단이란 프레임을 씌운 뒤.

어쩌면... 교단과 제국의 전쟁까지도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모두 르나르의 의도였다면 말이다.


그중에서도 제일 어이가 없는 건 당연 1년 전에 이 사실을 알았음에도 방관했다는 것.

그것을 모른 척할 정도로 중요한 뭔가가 있었다면...

제국과의 전면전.

그것 말고는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오늘 처음 본 사이에 마기가 느껴져 정찰대로 왔다는 말. 전부 사실인가?”

“... 태양신의 이름으로 맹세하지.”


잠깐의 침묵.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찰나의 순간 흔들렸던 동공이 거짓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게 전혀 없다.

제국의 귀족이나, 신을 모신다는 사제나.

심지어는 내가 있던 마탑의 마법사들까지...

소수의 정상인이 있었을 뿐.

저런 이들이 집단의 발전을 저해하고 좀 먹는...

악마나 다름없었다.


“알겠다.”

“알겠다?”

“원하는 대로 된 것 아닌가? 우리가 붙잡아둔 사람을 죽여서 목적은 이룬 것 같은데.”

“그렇다. 그리고...”

“그리고? 우리도 이단으로 몰고 갈 셈인가?”


반의 질문에 르나르가 잠시 주춤거렸다.


“제국에서 느껴진 마기를 처리하러 온 게 아닌가? 동료이자 같은 교단의 사제로서 의견 충돌이 있어 잠시 대화를 나눈 것뿐이다.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지?”

“...”


르나르의 말대로라면 우린 방해꾼이나 다름없었다.

제국에게 시비 걸 타이밍에 등장했으니.


여기서 말싸움을 이어나가는 건 오히려 자신의 일을 부정하는 것이 된다.

중요한 건 제국 안의 악마들이니까.


“비켜주도록 하지. 지나가.”

“... 자네. 이름이 반이라고 했지?”

“그래.”

“왠지 우린 또 만날 것 같은데?”

“그게 오늘은 아닐 거다.”


반 역시도 느끼고 있었다.

언젠가는 한번 부딪힌다.

그러나 그것이 오늘은 아니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썩어빠진 놈들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암 덩어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질 테니.


승산이 아주 없는 것 또한 아니었다.

우리는 하트와 아이반, 아까부터 가만히 있던 로안까지 넷.

저쪽은 셋.

게다가 이번에 악마를 죽이고서 얻은 룬까지.


때가 아니다.

제거해야 할 암 덩어리라는 것은 알고 있으나 그것이 오늘 해야 할 일은 아니었다.

저들이나 우리나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기억하도록 하지.”

“나도 잊지 않겠다.”


르나르는 동행한 사제와 함께 말에 올라타 고삐를 쥔 채 말했다.

잠시 반을 노려보던 르나르.


“가자! 이랴!”


이내 흙먼지를 내며 제국 쪽으로 사라졌다.


“반. 저들을 왜 그냥 보내십니까!”

“진정해. 아직 때가 아닐 뿐이다.”

“때요?”

“너도 알고 있겠지? 교황청에도 저런 썩어빠진 인간들이 있다는 걸.”

“... 예.”


자신의 집단을 욕보이는 게 싫었던 것일까.

잠깐 망설이던 아이반이 대답했다.


“사제라면서 사제답게 행동하지 않는 놈들... 넌 어떻게 생각하지?”

“제명해야 합니다.”


아까와는 달리 바로 대답한 아이반.

그 대답 속에 슬픈 사연이 들어 있는 것을 느꼈다.


“그래. 나도 같은 생각이다. 그게 지금이 아닐 뿐이야.”


암흑교단의 가장 큰 적이라고 하면 당연 태양신의 사제들이다.

전생에서도 내 힘으로 해결했지만 혼자 했다곤 할 수 없었다.

어찌 됐든 그들의 도움을 받았으니까.


마기에 반응해 움직였다.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적어도 암흑교단을 쫓는 사람들이 늘어난 거니까.


도망친 암흑교단의 사제들이 소식을 전할 것이다.

태양신의 사제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수면 위로 드러난 이들.

더 이상 숨기는 것에 지지부진하지 않고 왕성히 활동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솎아내면 그만이다.


“아이반. 네 목적이 뭐지?”“예?”

“니가 사는 목적이 뭐냐고.”

“... 악마에게 휘둘리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주먹을 꽉 쥐는 아이반.


“그건 너를 포함한 반인반마들도 포함된 말이겠지?”

“예. 저 농부처럼 속은 일반인도... 저와 같은 악마의 피가 섞여 배척당한 이들도...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아이반의 대답을 들은 반이 고개를 돌려 로안을 쳐다봤다.

아까부터 말없이 듣고 있던 로안.

반이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던 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가지 않을래?”

“예?”

“이 모든 일의 원흉인 마왕을 제거한다면... 너의 목적도 이뤄지지 않을까? 적어도 한결 수월해질 것 같은데?”


목적은 조금 달랐지만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아이반이 고민하는 모습에 로안이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떠나라. 아이반.”

“하지만 그럼 로안님께선...”

“내가 그 일을 하기엔 너무 늙었다. 반과 함께 다니면서 세상을 보는 눈을 익히는 게 좋겠지.”


로안의 권유에도 잠시 고민하던 아이반.

얼마나 같이 지냈는지는 모르겠지만 깊은 유대관계가 보였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들어 올린 아이반의 눈에는 결의가 차 있었다.


“그래. 네가 치료해준 농부도 묻어주고 가자고. 그리고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라. 저놈은... 언젠가 다시 마주칠 것 같다. 그때가 되면 꼭 네 손으로 처리하게 해줄게.”

“제가 같은 사제를요? 그래도 되는 걸까요?”

“악마의 마수에서 벗어난 이에게도 칼을 드는 미친놈이다. 언젠가 반인반마인 너에게도 그 칼끝이 겨눠질 거야.”

“아...”


반의 말에 뭔가 깨달은 듯 탄식을 내뱉은 아이반.


“그때가 되면... 꼭 제 손으로 처리하겠습니다.”


아까와는 다른 반응.

아까 나온 말에 무엇이 아이반을 움직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사제라도 처리해야 할 이유가 생긴 것 같다.


“로안. 어떻게 하실 겁니까?”

“허허... 늙은이 걱정은 하지 말게. 알아서 잘할 테니.”

“알겠습니다. 하트? 힘 좀 쓰자.”


힘이라는 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하트가 씨익 웃었다.


“힘?”

“그래. 땅 좀 파줘.”

“...”


그 입꼬리가 내려가는 것은 금방이었지만.


“뭐야. 아까 개네들 뒤밟아서 조지잔 말 아니었어?”

“아니. 억울하게 죽은 사람 먼저.”


르나르의 반응.

먼부눈은 스파이로 활동한 게 맞는 것 같았다.

처음엔 의심했지만 억울하게 죽은 만큼 그 혼은 위로해 줘야지.


“왠지 평기사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것 같은데...”

“아이반도 열심히 도와주잖냐.”

“야! 너는?”

“로안님도 보내드리고 시체도 수습할 거다.”

“쳇...”

“그렇게 양심 없는 사람 아니다? 나도 내 할 일 찾아서 잘해.”


하트의 말을 받아쳐 준 반.

먼부눈의 시체를 정리하면서 다음 계획을 세웠다.


지금 당장 추적할 수 있는 꼬리는 르나르에 의해 놓친 상황.

대신 그것을 붙잡아줄 놈들이 생겼으니 당장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지나가는 길에 해결할 문제.

태양신의 사제들이 나서준다면 그 길은 쉬워질 테지만...

가장 중요한 게 남아있다.


내 힘을 기르는 것.

또 다른 룬을 얻기 위해 가야 할 곳은...

첫 관문.

고대 유적에 자리 잡은 관문의 끝.

그곳에 무슨 룬이 잠들어있는지 확인할 시간이다.


*


“중사제님. 이대로 저들을 풀어줄 겁니까?”

“그게 무슨 말이지?”


도심 안으로 들어온 사제들.

눈에 띄는 하얀 사제복에 길을 걷는 시민들이 한 번씩 시선을 줬다.


“그 녀석 말입니다.”

“누굴 말하는 건가?”“아이반이라는 사제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어도 얼굴은 낯이 익던데.”

“잊으셨습니까? 그때 살아남은 반인반마.”


사제의 말에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 르나르.

그가 고개를 돌려 사제를 바라봤다.


“그놈이 저 녀석인가?”

“그렇습니다.”

“... 잊고 있었군.”

“그래서 여쭌 겁니다. 그냥 가시길래.”

“... 지금 당장은 쫓지 않을 것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


그 옆에서 걷던 또 다른 사제가 말을 걸었다.


“제가 뒤를 밟을까요?”

“... 그래. 교단에서 오려면 시간이 걸리니 그때 동안은 그렇게 하지.”


르나르에게 아이반의 존재는 걸림돌이다.

지금 당장 처리할 문제가 있으니 나서진 않았지만.

쉽게 처리할 수 있게 꼬리를 붙여두는 것은 꽤나 좋은 생각이었다.


“이쪽 일을 처리하고 가도록 하지. 잘 살펴라.”

“알겠습니다.”


사제 한 명이 뒤를 돌아 반대 방향으로 걸어 나갔다.

그것을 본 르나르.

그의 입에는 분노와 함께 알 수 없는 묘한 웃음이 걸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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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시간 공지 21.04.22 86 0 -
24 24화 유적의 관리인 21.05.08 186 3 12쪽
23 23화 고대 유적의 관문. 21.05.07 26 2 12쪽
» 22화. 지금은 서로를 비켜가지만 21.05.06 56 4 12쪽
21 21화 용서받지 못할 자 21.05.05 47 5 12쪽
20 20화 떠올리기 싫은 이름 21.05.04 50 5 11쪽
19 19화 마법사와 신성력. 21.05.03 48 5 11쪽
18 18화 위기의 순간. 21.05.02 59 5 11쪽
17 17화 어긋난 계획. 21.05.01 61 4 11쪽
16 16화 의식행사 잠입. 21.04.30 85 5 13쪽
15 15화 잠입 준비. 21.04.29 102 4 12쪽
14 14화 반인반마 21.04.28 94 7 11쪽
13 13화 암흑교단의 꼬리 21.04.27 123 4 13쪽
12 12화 정화 작업. 21.04.26 137 5 10쪽
11 11화 까마귀? 21.04.25 145 5 12쪽
10 10화 요정의 변이 21.04.24 152 7 12쪽
9 9화 마기로 인한 변이 21.04.23 202 5 14쪽
8 8화 옛것 21.04.22 147 7 15쪽
7 7화 전장정리 21.04.21 182 10 12쪽
6 6화 오우거 +1 21.04.20 193 11 12쪽
5 5화 하트의 비밀 21.04.19 243 11 14쪽
4 4화 실력발휘 21.04.18 285 11 13쪽
3 3화 동료 21.04.17 389 13 11쪽
2 2화. 무능한 마탑 마법사들 중에서. 21.04.17 484 14 11쪽
1 1화. 결함의 극복. 21.04.17 698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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