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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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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7 14:21
최근연재일 :
2021.05.08 19:46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4,200
추천수 :
169
글자수 :
130,087

작성
21.05.07 18:50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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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23화 고대 유적의 관문.

DUMMY

제국에서 암흑교단 소동이 일어난 지 2일째.


“아직도 걱정되나?”

“예...”


제국에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관문으로 향한 지 2일이나 됐지만 아이반은 가끔씩 제국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보다 계급도 높은 사람인데 알아서 하겠지. 너무 걱정하지 마.”

“하지만...”


아무래도 중사제 르나르가 벌였던 행동이 마음에 걸렸나 보다.

하긴 내가 아이반이었어도 걱정될 만 했다.

자기보다 상급자가 죄 없는 사람을 그렇게 한 번에 보내버렸으니.


“과정이 다를 뿐이지 목적은 같잖아?”

“그렇겠... 죠? 그게 교황청의 뜻이라면...”

“중사제니 알아서 하겠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 역시도 이후에 문제가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용사 선발식이 끝나고 자리를 비운 황제와 근위대.

마법사까지 대동해서 사라진 것을 보면 뭔가 큰일을 하러 가는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타이밍이 나쁘다.

황제가 자리를 비우고 그 때에 맞춰 암흑교단의 행사가 진행되고.

거기에 암흑교단의 본교에서 온 악마까지.

일이 벌어진 지 몇 시간 만에 교황청의 사제들이 나타난 걸 보면...


“거 사내들끼리 무슨 수다를 떨고 그래? 밥이나 먹자고!”


때마침 사냥에서 돌아온 하트가 아이반의 덩치보다 큰 멧돼지를 어깨에 이고 나타났다.


“와... 언제 봐도 대단한 것 같아요.”

“그래? 하... 이 누나가 좀 잘나긴 했어.”


제국 내의 사건도 눈에 걸렸지만 내 앞에 문제가 우선.

지난 이틀간 하트가 아이반에게 매력 어필을 하고 있었다.


제국을 벗어난 뒤로 야영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마다 하트가 아이반의 텐트로 들어오려는 시도가 계속됐다.

늦게 자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그 이후로 하트와 아이반을 철저하게 분리시켰다.

세 명 중에 사냥을 하트에게 맡기고 기타 잡무는 나와 아이반이 맡아서 해결.


‘사냥하다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걱정하지 마라. 치료는 나도 가능하다.’

‘너하고 아이반하고 같아? 사제의 치료를 받아야지.’

‘애초에 오우거도 손으로 찢는 놈이 무슨... 헛소리할 거면 아이반은 돌려보내고.’

‘...’


어떻게든 붙어있으려는 하트의 투정을 논리로 찍어누르자 다른 방법을 찾은 것 같다.

그 방법이... 초등학생 수준의 힘자랑에 불과했지만.

대단하단 말 한마디에 하트의 입꼬리가 내려갈 줄을 몰랐다.


“아이반. 사냥 좀 배워보고 싶은 생각 없어? 본인 몸 지키는 것도 배울 수 있고 위험에 처한 사람들도 구할 수 있잖아.”

“어... 그런가요?”

“그럼! 위험한 사람들을 구원해 주려면 기초 체력은 있어야지.”


문제는 저 대화가 아이반에게 먹혀들어 간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긴 하지.

그걸 사제가 굳이 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의도가 불순할 뿐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둘만 남는 상황을 만들고 싶은 거겠지.


“지켜주는 사람이 있는데 굳이?”

“반. 내가 없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나는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 취급이냐?”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힘은 있어야지.”

“그건 걱정하지 마라. 너도 봤잖아.”


지하 예배당에서 악마의 모습으로 변했던 아이반.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하트가 움찔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아이반. 그거... 조절 가능한 거야?”

“네. 지금은 목걸이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반인반마의 힘을 정화하기 위해서 이리저리 떠도는 거기도 하고요.”

“음...”


아무래도 그때의 모습이 하트에겐 좀 충격적이었나보다.


“그럼 목걸이만 있으면 그럴일은 없다는거네?”

“그렇긴 한데 특수한 경우들이 있어요.”

“특수한 경우?”

“음... 사냥 같은 살생이나 기타 위급한 상황이면 저도 모르게 악마로 바뀔 때가 있어서.”


본능을 자극하는 행위들이 악마로 변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그런 적이 몇 번 있었나 보네?”

“예. 한두 번 정도... 그래도 교황님께서 잘 가르쳐 주셔서 지금은 괜찮습니다. 충분히 조절 가능해요.”

하트의 말에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지 못한 것은 악마화가 걱정돼서 그런 듯했다.

제 몸 하나 지키기 위해 사냥을 배운다는 것은 충분히 설득력 있는 말이다.

본인 스스로 챙길 힘도 없으면서 남을 챙긴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다만 그건 아이반이 일반 사제였을 때 이야기.

조절이 가능하다고 해도 목걸이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 언제 또 변할지 모른다.


“근데 교황이라고? 직속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예. 지금은요. 교황께서 저희를 거둬주시고 가르쳐주셨습니다.”

“지금은 아니라는 소리군.”

“예.”


침울해하는 아이반의 표정을 보니 대충 예상이 된다.

악마의 피가 흐르는 이들을 보수적인 사제들이 가만 놔뒀을 리가 없지.

눈치 보면서 교황청에 있다가 스스로 발을 뺐을 것이다.


“너희라고 하면... 동료가 더 있었나?”

“예. 전부 저와 같은 뜻으로 함께한 이들입니다.”

“그럼... 미안하다.”


뭔가 더 질문하려 했다가 어두워지는 아이반의 표정에 사과부터 했다.


“아닙니다.”


사연이 있겠지.

그 사연이 악마화되어 강제로 정화했다는 쪽일 것 같았다.


“그래도 제가 이렇게 된 이후로 가끔씩 반인반마인 사람들이 구원받고 있습니다.”

“치료법을 찾았나 보네.”

“완전한 건 아니지만 극복할 순 있어요. 도구의 힘을 빌리는 게 아니면 사냥 같은 행위는 금하라고 하셨습니다.”


아이반의 대답에 반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들었지? 사냥은 앞으로도 혼자서 해.”

“...”


단호한 반의 말에 풀이 죽은 듯 어깨에 멘 멧돼지를 툭 던졌다.


-쿵!


사람 덩치보다 큰 멧돼지가 땅에 떨어지면서 큰 소리를 냈다.


“그래도 기초 체력이란 말은 동의한다.”

“역시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체력을 길러놔야 조절이 더 수월하겠지.”


참 단순한 녀석이다.

말 한번 잘해주자 다시 하트의 눈빛이 빛났다.


기초 체력.

지하 예배당에서 지상으로 올라올 때 뼈져리게 느꼈다.

그동안 마법 연구에만 몰두하다 보니 그 계단을 오르내리는데에도 체력 소모가 극심했다.

다행인 점은 몸에 남아도는 마나가 그 부분을 좀 완화시켜 준다는 것?


“나도 좀 배울 필요가 있겠어.”

“음? 너도? 굳이?”

“나랑 아이반의 기초 체력은 비슷비슷 할 거다. 키울 거면 나도 키워야지.”

“한 명 한 명 개인적으로 알려주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나는 하트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조용히 노려봤다.


“아... 알았어. 그럼 할 일없을 때 운동이나 같이하자고.”

“그래. 아이반하고 어디 가지 말고 뭐 알려줄 거 있으면 내가 보는 앞에서 해.”

“... 너 좀 너무한다.”


너무한 건 오히려 하트 아닌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이반을 어떻게든 꼬셔보려고 발악하는 모습.

둘이 있을 때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식사 준비할 거니까 손질 좀 해와.”

“쳇...”


아쉽다는 듯 혀를 찬 하트가 멧돼지를 다시 어깨에 메고 강가 쪽으로 사라졌다.


“반. 궁금한 게 있어요.”

“음?”

“기사는 원래 저렇게 힘이 센가요?”


기사는 당연히 힘이 센 게 맞지.

그걸 하트하고 동일 선상에 놓으면 문제가 되지만.


“음... 하트는 특별히 더 강한 게 있어. 너와 같은 사연이 있거든. 그게... 내 입으로 말하긴 그러니 본인한테 직접 물어보는 게 좋을 거야.”


앞으로 함께 할 선발 용사기에 거인족의 피가 섞였다는 이야기를 털어놨다.

들은 이야기를 내 입으로 하는 건 하트에게 실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자기의 비밀 같은 건 다른 사람 입에 오르내리는 게 불편할 수 있으니까.


“그렇군요. 좀 의외였어요.”

“뭐가?”

“성기사들도 저 정도 힘을 가진 사람이 몇 없거든요.”

“아. 그건 기사들도 마찬가지야. 저 녀석만큼 힘센 기사도 대륙에 몇 없을 거다.”


오러 유저가 아닌 순수한 힘으로는 하트를 이길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태생부터가 다르니까.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궁금한 게 있어요.”

“편하게 물어봐. 이제 하루만 더 있으면 관문이다. 그 때부턴 이런 이야기 못 할 수도 있어.”


장작을 모아 불을 붙이고 냄비에 식재료들을 넣으면서 대화를 이어나간 두 사람.

반이 냄비에 넣고 남은 물을 마시면서 아이반의 말을 들어주었다.


“상대를 따먹는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푸웁! 켁!... 켁!”


분명 24시간 붙어있었을 텐데 언제 그런 이야기를 한 거지?

저 새끼가...


*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공간.

어딘가에 앉아있는 한 형체에게 누군가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냐.”

“... 죄송합니다.”


-쾅!


사죄하던 형체의 앞으로 커다란 철퇴 하나가 묵직하게 떨어졌다.

그 아찔함에 잠시 움찔거렸던 형체가 다시 자리를 잡았다.


“네 놈이었습니다. 게다가 태양 교단의 사제들이...”

“변명인가?”

“아닙니다!”


낮게 울리는 침음.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앉아있는 형체가 입을 열었다.


“자세하게 보고해라.”

“예. 임프를 다루던 엘프와 반인반마 사제. 그 외에 이번 선발 용사로 뽑힌 마법사와 기사가 껴 있었습니다.”

“그 두 놈이 선발 용사였군.”

“예.”


-쿵!


불만족스러웠는지 팔걸이를 내리친 소리가 내부에 울렸다.


“그래서.”

“안에 상황을 정확하게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대부분이 그 마법사에 의해 죽었습니다.”

“대부분이라면?”

“본교의 마법사가...”


그 다음 말이 나오기도 전, 보고를 하던 형체의 위로 무언가가 떨어졌다.


-쾅!


“끄아아악!”

“시끄럽다!”


노성이 울리자 비명을 지르던 형체가 입술을 깨물고 신음을 참았다.


“끄윽...”

“넌 뭘했지?”

“보고를 드리려고...”

“이 멍청한 놈!”


-쾅!


다시 한번 떨어진 철퇴.

무릎 꿇은 형체의 두 팔이 너덜너덜해졌다.


“죄... 송합니다.”

“남은 놈은 너 하나뿐이냐?”

“아닙니다. 빠져나온 몇 놈이 본교에 보고하러 움직인 것 같습니다.”

“후...”


보고를 받던 형체의 한숨.

두 팔이 너덜거리는 형체는 그저 목숨만 붙어있길 바라며 몸을 떨었다.


“분명 이 일이 중요하다고 했을 텐데? 왜 직접 나서지 않았지?”

“실력이 출중한 마법사입니다. 아마 그 전부터 준비를...”

“그걸 아는 놈이 이따위로 해!”


-콰직!


무언가가 으깨지는 소리.

그 소리를 끝으로 더 이상 신음을 참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제사장.”

“예.”


음침한 목소리가 내부에 울리자 어둠 속에서 그림자가 나타나 대답했다.


“이놈을 재생실로 끌고 가라.”

“살려두시는 겁니까?”

“주인님께서 오시려면 필요하니.”

“...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림자와 함께 으깨진 형체가 밖으로 질질 끌려나갔다.

분노를 다스리는 콧김.

그 작은 소리를 비집고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크큭... 결국 이 사단이 났군.”

“조용히 해라.”

“마왕님께서 관심을 두던 놈이다. 오우거도제 손으로 보냈으면서 방심했구나?”

“... 싸우자는 건가?”

“오우! 싸움 좋지!”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칼날 두 자루가 허공에 흔들거렸다.


“덤벼보라고!”

“...”

“왜? 쫄았냐?”


잠시 침묵하던 형체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나중에 상대하지. 아무래도 내가 직접 나서야겠군. 놈은 어디로 갔지?”

“뻔한 걸 왜 물어? 관문이지.”

“목 씻고 기다리고 있어라. 금방 처리하고 온다.”

“키킥... 쫄아서 도망치지나 말라고?”


그의 뒤편에서 조롱 섞인 목소리가 들렸지만 형체는 고대 유적으로 향하는 두 사람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형체가 반드시 지키고자 했던 것.

주인님이 말씀하셨던 관문의 룬.


처음 보고받았을 때의 불안한 느낌이 현실로 된 이상.

직접 나서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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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유적의 관리인 21.05.08 187 3 12쪽
» 23화 고대 유적의 관문. 21.05.07 27 2 12쪽
22 22화. 지금은 서로를 비켜가지만 21.05.06 56 4 12쪽
21 21화 용서받지 못할 자 21.05.05 47 5 12쪽
20 20화 떠올리기 싫은 이름 21.05.04 50 5 11쪽
19 19화 마법사와 신성력. 21.05.03 48 5 11쪽
18 18화 위기의 순간. 21.05.02 59 5 11쪽
17 17화 어긋난 계획. 21.05.01 61 4 11쪽
16 16화 의식행사 잠입. 21.04.30 85 5 13쪽
15 15화 잠입 준비. 21.04.29 103 4 12쪽
14 14화 반인반마 21.04.28 94 7 11쪽
13 13화 암흑교단의 꼬리 21.04.27 124 4 13쪽
12 12화 정화 작업. 21.04.26 137 5 10쪽
11 11화 까마귀? 21.04.25 145 5 12쪽
10 10화 요정의 변이 21.04.24 152 7 12쪽
9 9화 마기로 인한 변이 21.04.23 202 5 14쪽
8 8화 옛것 21.04.22 147 7 15쪽
7 7화 전장정리 21.04.21 182 10 12쪽
6 6화 오우거 +1 21.04.20 193 11 12쪽
5 5화 하트의 비밀 21.04.19 243 11 14쪽
4 4화 실력발휘 21.04.18 285 11 13쪽
3 3화 동료 21.04.17 389 13 11쪽
2 2화. 무능한 마탑 마법사들 중에서. 21.04.17 484 14 11쪽
1 1화. 결함의 극복. 21.04.17 700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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