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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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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7 14:21
최근연재일 :
2021.05.08 19:46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4,205
추천수 :
169
글자수 :
130,087

작성
21.04.18 15:50
조회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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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4화 실력발휘

DUMMY

이상한 여자와 동료가 된 것, 필요한 룬어를 얻은 것.

동료도 얻었고 룬어도 얻었다.

둘 다 얻은 것에 속했지만...

이걸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라고 해야 할지...


아직은 그녀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다.

그러나 실력 하나만큼은 인정해 줄 만했다.

그녀가 왜 마법이 완성된 때에 제국에서 히든카드로 쓸만한 카드가 아닌지 궁금해질 만큼.


하트의 실력.

내가 그 엄청난 광경을 목격한 건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


알카스의 반지를 받고 난 뒤 그녀와 간단한 대화를 나누면서 깨달았다.


“뒷조사라도 했나? 많은 걸 알고 있군.”


순수하게 궁금해서 한 말이었다.

내 기억에 하트와 나는 만난 적이 없었으니 뒷조사라도 했나 싶었다.

그러나 하트는 내가 서로의 정보격차로 인해 불공평하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오해했다.

나는 그녀에 대해 이름 말고 아무것도 알지 못했지만, 그녀는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정보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나에 대해서도 알 필요가 있잖아?’


처음엔 그 말이 또 그것과 이어지는 줄 알고 반대부터 하려고 했다.

그녀도 그것을 눈치챘는지 아니라는 말과 함께 나를 무작정 산맥의 깊은 곳으로 끌고 들어갔다.

운동을 게을리한 건 아니었지만 기사 출신이라 그런지 그녀의 체력을 따라가기 벅찼다.

다행이도 하트가 눈치가 있어서 그런지 발걸음을 맞춰주었다.


“뭐 하는 거야?”

“실력 발휘.”


하트는 실력 발휘라는 말과 함께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기 보여? 오우거?”


오우거?

아무리 눈을 찌푸리고 바라봐도 오우거의형체를 찾을 수 없다.


“아니.”

“음... 좀 더 가까이 가볼까?”

“잠깐.”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던 하트가 고개만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왜?”

“실력 발휘라면서 오우거라니.”

“오우거 정도는 되야 실력 발휘를 하지.”


오우거 정도는 되야?


오우거는 통상적으로 기사들이 제일 꺼려하는 의뢰 중에 하나다.

특유의 재생력으로 인해 싸움은 반드시 소모전으로 이어지고 최악의 경우 체력소모 때문에 사망할 수도 있는.


그렇기에 오우거 처리 의뢰는 보통 하급의 마법사라도 함께 하는 것이 원칙이다.

힘줄을 끊거나 신체 부위를 절단하면 불 속성 계열 마법으로 상처 부위를 지져버려야 재생을 막을 수 있으니까.


“잊은 거냐? 마법을 못 쓴다니까?”

“그건 상관없어. 말했잖아 실력 발휘라고.”


실력 발휘라...

기사 최악의 상성인 몬스터에게 실력 발휘를 한다는 하트.

이걸 믿어도 될까?


아직 실드 룬어를 책에 각인 시켜 마법으로 쓸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저게 허세라 내가 도와줘야 할 상황이 생기면 할 수 있는 마법이라곤 불 마법 하나밖에 없다.

아직 제대로 다루지 못해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이제야 실마리를 잡았는데 그녀의 말 한마디 때문에 기껏 얻은 기회를 날리는 게 아닐까?

하트를 뻔히 쳐다보자 그녀도 나를 뻔히 쳐다보았다.


“이쁜 건 알아가지고.”


...

적어도 허세는 아닌 것 같다.

말투에는 장난기가 가득했지만 눈빛만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그래도 막을 생각이었다.

도박보단 신중한 편이 나았으니까.

그러나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알 카스의 반지를 봤을 때처럼 룬어의 감각이 느껴졌기에.


‘오우거인가?’


기묘한 감각의 끝에 오우거가느껴졌다.


‘재생? 힘? 뭐지?’


알카스 때처럼 가까이서 확인할 수 없어 이 느낌이 무슨 효과를 가진 룬어인지는 파악 할 수 없었으나, 적어도 그녀를 막을만한 이유는 사라졌다.

하트가 나서지 않는다면 내가 나서서라도 얻어야 할 테니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룬어는 다다익선이다.

많으면 많을수록 절대 손해는 없는.


“왜? ...무서워?”

“아니. 생각 중이었다.”

“생각? 생각할 게 뭐가 있지?”

“실력 발휘가 허세인지 진짜인지.”


그녀는 내 말에 피식 웃고서는 대답했다.


“적어도 동료가 된 마당에 한 번쯤은 믿어줄 수도 있잖아?”

“그래. 한 번 믿어볼게.”


의도된 건 아니었지만 또 한 번, 그녀를 이용해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카스의 반지로 실드 룬어를 얻은 것처럼, 내 힘 들이지 않고 그녀를 통해서 룬어 하나를 얻을 수 있다면 손해 볼 게 없다.

정 안되면 하트를 상대하느라 힘 빠진 오우거를 상대해야겠지만.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하트가 다시 성큼성큼 오우거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자 룬어의 기묘한 감각으로만 느껴졌던 오우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가지. 말할 게 있어.”

“뭔데?”

“난 반 네가 마음에 들어. 기왕 동료가 된 김에 서로 숨기는 게 없었으면 하고. 내 비밀을 말해줄 테니 너도 내게 숨기는 게 없었으면 좋겠어.”


비밀이라...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까지 무게를 잡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하트의 말에는 동의한다.

대마법사의 육체로 있었을 때에도 생사고락을 함께할 동료라면 숨기는 게 없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 때문에 위기를 겪었던 적이 있던 나로선 동료가 누가 되었든 최대한 빠르게 서로의 모든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약속하지.”

“그래.”


그녀는 내 약속을 받고서는 오우거에게 곧장 뛰어들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트가... 두 손만으로 오우거를 반으로 찢어버렸다.


*


한동안 멍하니 서서 눈 앞에 펼쳐진 참극을 바라보기만 했다.

이게 인간으로서 가능한 일인가?

하트가 오우거에게 달려들었고 오우거는 적의에 반응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녀는 왼손으로 오우거의 주먹을 막은 뒤 오른손으로 오우거의 팔목을 잡고 그대로 뜯어냈다.

말 그대로 뜯어냈다.


저렇게 쉽게 뜯기는 거였어?

왠만한 냉병기로는 생채기 내기도 쉽지 않은 오우거의 육질을 오롯이 힘만 이용해서 뜯어버렸다.

팔을 잃은 오우거가 괴성을 질러댔고, 하트는 그런 오우거의 반응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그대로 오우거의 가슴 안팎으로 뛰어들었다.


손을 쫙 펴 날카롭게 만든 뒤 그대로 오우거의 명치를 관통한 하트의 공격.

그 틈 사이로 양손을 집어넣더니 오우거의 팔을 뜯은 것처럼 오우거의 몸이 두 쪽으로 찢겨나갔다.


-쿵! 쿵!


거대한 신체가 엇갈려 떨어지면서 둔탁한 소리를 냈다.

10초? 아니 5초도 걸리지 않은 짧은 순간.

현실을 믿기 힘든 듯 사고회로가 잠시 멈췄다.


찢겨나간 오우거의 사체에서 핏물이 흘러나와 땅을 적셨다.

족히 5m는 될법한 오우거가이렇게 쉽게 제압당하다니.


핏물이 흘러내려 내 발 앞에 닿았을 때, 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실력 발휘라는 말을 괜히 한 건 아니었구나.

하트는 두 손을 허리에 올린 채 자랑스럽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때?”

“... 대단하네.”


대단하다는 말 외에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아쉽네.”

“...? 뭐가?”

“이 녀석. 암컷이잖아. 수컷 오우거는 명치에 틈을 만드는 게 좀 빡세거든. 가슴에 지방이 없고 육질이 워낙 단단해서.”


아쉽다는 게 그런 말이었나.

하트는 상대하기 가장 까다로운 수컷 오우거 대상으로 실력 발휘를 하고 싶었나보다.

내가 보기엔 암컷이든 수컷이든 대단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얼굴에 튄 핏물을 손수건으로 슥슥 닦아내는 하트를 보면서 방금 전 상황을 반복해서 되짚었다.

그리고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오러는 안 쓰나?”

“응. 정확히는 못 써.”


그녀의 비정상적인 움직임과 힘이라면 분명 마나의 기운이 느껴져야 했다.

방금 전 오우거를 상대로 그녀가 보여준 잠깐의 장면에서 나는 단 한 번도 마나의 기운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는 건 순수하게 본인의 힘만으로 이걸 해결했다는 소리.

예상대로 그녀는 오러를 쓰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오러를 쓰지 못한다는 추가정보까지 알아냈다.


그리고 또 하나.


“... 무기는?”

“무기? 굳이 오우거 상대로?”


아! 그렇네.

두 손만으로도 저렇게 찢어버리는데 굳이 무기를 사용할 필요는 없지.

중요한 건 그녀가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무기는 원래 없나?”

“아직까지는.”


그제서야 그녀에 대한 궁금증이 마구마구 피어올랐다.

예식 홀에서 마주쳤을 때만 해도 그저 평범한 기사인 줄로만 알았다.

여자인 걸 알았을 때도 그러려니 했다.

내가 선발된 이상 동료로 선발된 기사도 어딘가 하자가 있을 거라 예상했기 때문에.

어차피 사람들에겐 우리는 그저 마왕의 장난감 00번째에 불과했으니까.


그렇기에 누가 동료가 되었든 훌륭하게 키워볼 생각이었다.

룬어만 수집한다면 고위 마법을 난사할 수준의 마나량을 지녔으니 굳이 동료는 없어도 그만.

그러나 그 과정까지는 동료의 도움이 필요했다.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내 부족한 부분까지 메꿔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그 생각을 하트는 단번에 깨버렸다.

오러를 못쓴다고? 오러 유저가 아닌 기사가 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내가 오러를 쓰게 만들어만 준다면 마왕을 처리할 가능성이 대폭 올라간다.


“어때? 궁금하지? 무슨 비밀이 있을지?”


궁금하다.

오우거를오직 힘으로, 두 손만으로 찢어버린 괴력의 기사.

이 정도라면 마탑에서 마왕을 처리할 마법을 완성했을 때 쓸만한 카드인데도 지금 내 동료가 된 이유가.

반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사실 나도 너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 사람이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겠지? 내 비밀을... 원한다면 알카스와 한판 했던 일까지 말해줄 수 있으니 너도 숨기는 게 없어야 된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정보가 끼어있었던 것 같지만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비밀 이야기는 역시 술 한잔하면서 하는 게 제일이지 않겠어? 빨리 내려가자! 여기 특산물인 흑맥주가 기가 막히거든.”

“잠깐 그 전에.”


오우거에게느꼈던 기묘한 룬어의 감각이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다.

시체로 다가가 이곳저곳을 살펴보면서 혹시오우거의 몸에 룬어가 새겨져 있는지 확인하는 동안 그녀는 말없이 자리를 지켜주었다.


“도와줄래?”


오우거 시체를 손가락질하자 그녀가 의도를 눈치채고 시체를 뒤집어주었다.


“으음...”


아쉽지만 오우거의몸에 룬어가 각인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시체를 들여다보던 반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혹시나 룬어가 자동으로 각인되지 않을까 싶어 펼쳐본 책.

책을 펼쳐 살펴보는 동안 시체를 뒤적거리며 묻었던 피가 종이에 닿았다.


“음?”


종이에 묻은 피들이 서서히 사라지더니 책에 희미한 문양을 그렸다.

희미했기에 정확히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확실히 룬어다.

혹시나 싶어 피를 더 묻혀봤지만 그려진 룬어는 희미한 모습 그대로.

이것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건가.


“... 일단은 돌아 가야겠어.”


오우거의 피로 얻을 수 있는 룬어.

몇 마리 더 상대하면서 이 룬어가 뭔지 알아내야 했다.

마법을 써서 산맥 일대를 불태워 버릴 수도 있지만 과도하게 날뛰면 마왕의 특별 관심을 받을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은 하트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에 그녀의 말을 따라주기로 했다.


비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쓸모있는 동료를 얻었다.

그녀가 가진 괴력 하나로도 내가 할 수 있는 활동 범위가 한참이나 넓어지니까.

물론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관건이다.

지금은 호의적일진 몰라도 사람 마음이란 게 언제 바뀔지 모르니.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고 알아가는 게 먼저다.


이제 이틀하고도 반나절.

그녀와 만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지만 성격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차가운 것 같은 외모와 다르게 털털하고 솔직하다.

실력도 좋고 트러블이 생기지 않을만한 괜찮은 동료다.


생각에 잠겨 알카스에게서 얻어온 반지를 무의식적으로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하트가 말을 걸어왔다.


“아! 그래 반지 하니까 생각났는데 맛있더라 알카스.”


괜찮은 동료다.

가끔씩 이런 음담패설만 빼면 말이다.


돌아오는 길.

반은 아까의 기묘한 감각이 되살아나는 걸 느꼈다.

오우거에게서 느꼈던 룬어의 감각.


‘주변에 다른 오우거가 있는건가?’


암컷 오우거가 있다면 수컷이 주변에 있을 법했다.


좋은 일이다.

이것이오우거의 기척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면.

그녀가 멀리 볼 수 있는 육안을 가졌다면, 나는 대신 룬어를 얻을 수 있는 놈들에 대한 감각을 가진 거니까.


마법을 쓸 수 있게 된 시점부터 짧은 시간이지만 하나 둘 씩 성장해 가는 느낌이다.

그것에 대한 기쁨을 누리고 있느라 둘은 눈치채지 못했다.

반으로 찢겨나간 오우거가 다시 재생하고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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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고대 유적의 관문. 21.05.07 27 2 12쪽
22 22화. 지금은 서로를 비켜가지만 21.05.06 56 4 12쪽
21 21화 용서받지 못할 자 21.05.05 47 5 12쪽
20 20화 떠올리기 싫은 이름 21.05.04 50 5 11쪽
19 19화 마법사와 신성력. 21.05.03 48 5 11쪽
18 18화 위기의 순간. 21.05.02 59 5 11쪽
17 17화 어긋난 계획. 21.05.01 61 4 11쪽
16 16화 의식행사 잠입. 21.04.30 85 5 13쪽
15 15화 잠입 준비. 21.04.29 103 4 12쪽
14 14화 반인반마 21.04.28 95 7 11쪽
13 13화 암흑교단의 꼬리 21.04.27 126 4 13쪽
12 12화 정화 작업. 21.04.26 137 5 10쪽
11 11화 까마귀? 21.04.25 145 5 12쪽
10 10화 요정의 변이 21.04.24 152 7 12쪽
9 9화 마기로 인한 변이 21.04.23 202 5 14쪽
8 8화 옛것 21.04.22 147 7 15쪽
7 7화 전장정리 21.04.21 182 10 12쪽
6 6화 오우거 +1 21.04.20 193 11 12쪽
5 5화 하트의 비밀 21.04.19 243 11 14쪽
» 4화 실력발휘 21.04.18 286 11 13쪽
3 3화 동료 21.04.17 390 13 11쪽
2 2화. 무능한 마탑 마법사들 중에서. 21.04.17 484 14 11쪽
1 1화. 결함의 극복. 21.04.17 700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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