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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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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7 14:21
최근연재일 :
2021.05.08 19:46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4,221
추천수 :
169
글자수 :
130,087

작성
21.04.25 18:50
조회
145
추천
5
글자
12쪽

11화 까마귀?

DUMMY

“이런...”


마기에 얼마나 잠식되어 있었던 것일까?

요정의 숲 중앙.

정제된 마나가 가득해야 할 호수가 마기에 오염돼 있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잘... 모르겠어요.”


요정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관문에서 꽤 먼 거리라고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수준이면...


“혹시 주변 인간의 도움을 받은 적은 없나? 아니면 다른 종족이라도.”

“엘프님이 한 번 오시긴 했는데 그 이후론 저도...”


서로 공생관계인 엘프마저 한 번 방문했다니.

이토록 심각하게 오염될 동안.


구해준 요정들 외에 전부 모기처럼 변해있다는 것이 납득할만했다.

먼 거리의 관문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마기에 오랫동안 잠식되어 검은 물결이 찰랑인다.

엘프들조차도 이 힘을 정화할 수 없어 포기한 듯했다.


“원인... 원인이 있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비정상적인 일이다.

이 기운을 느끼고 엘프들이 도와줬다면 분명히 막을 수도 있었을 만한 일.

급속도로 마기에 오염된 원인이 있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대로 서클을 만들면 내 몸마저도 마기에 잠식당한다.

본능적으로 마기가 가장 강한 곳에 손을 뻗었다.


“앗! 안 돼요!”


호수에 손을 집어넣으려고 하자 요정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걱정하지 마. 다 생각이 있으니까.”


호수의 가장 깊은 곳.

한쪽 귀가 잠길 정도로 깊숙이 손을 뻗자 무언가가 손에 걸린다.


“이건...”


마석이다.

마기에 오염된 마석.

땅에 깊숙이 박혀있는지 완력으로는 빠질 생각을 않는다.


“하트.”

“응?”


요정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린 하트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이 밑에 뭔가 박혀있어. 빼낼 수 있겠어?”

“여기? 으... 더러운데.”

“내 힘으론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힘? 크하하! 힘 하면 또 나지. 나와 봐!”


그녀가 툭 밀쳤을 뿐인데 몸이 잠깐 붕 뜬 것처럼 느껴졌다.

부드러운 흙바닥이 아니었으면 멍이 들었을 뻔했다.


“그렇다고 나한테 힘자랑하지는 말고.”

“그건 니가 너무 가벼운 게 아닐까?”


아니.

니 힘이 너무 비상식적인 거야.

“아무래도 요정들이 변이된 이유가 이 안에 있는 것 같아.”

“그래? 이 귀여운 요정 친구들이 괴롭다는데 도와줘야지.”


어깨를 붕붕 돌리는 하트.

순간 강풍이 부는 것처럼 머리가 뒤로 휘날렸다.

그러면서도 내심 찜찜했는지 살짝 인상을 쓴 모습.


“마기에 오염된 것뿐이야. 그래도 찜찜하면 오른쪽 부분만 벗어놓던지.”

“대충 닦으면 되겠지.”


이럴 땐 또 쓸데없이 남자 같단 말이지.

그녀가 갑옷을 낀 채로 호수 깊은 곳까지 팔을 밀어 넣었다.


-치이익.


순간 달궈진 불판에 고기를 올려둔 듯 굽는 소리가 들려온다.


“야! 손 빼!”


잊고 있었다.

마나를 쓰지 못하는 몸이었지.

마기를 다루는 법에 익숙해져 있어서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검은 마기가 그녀의 살을 태우고 있다.

팔을 집어넣은 곳이 부글부글 끓으면서 검은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에라이 썅!”


사방에 물이 튀면서 하트가 호수에서 손을 급하게 빼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엔 호수에 깊숙이 박혀있던 마기에 오염된 마석이 들려있었다.


“갑옷 벗어! 빨리!”

“뭐야?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하나도 안 아파!”

“잔말 말고!”


말은 저렇게 해도 허세를 부리고 싶었는지 그녀가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내 성화에 못 이겨 호수에 집어넣었던 오른쪽 팔의 갑옷 접합부들을 하나씩 풀어헤쳤다.


“뭐야 이거?”

갑옷을 벗겨내고 소매를 걷자 팔에 검은 반점이 생겨났다.

우리가 처리했던 오우거들처럼.


“가만히 있어 봐.”


나는 다급히 그녀의 맨살을 잡아채 오우거에게서 얻었던 재생의 룬을 마법으로 구현했다.

다시 한번 살이 타는 소리와 함께 역한 냄새가 올라온다.


“으윽!”


이번에는 그녀도 참기 힘든 고통이었는지 꽉 깨문 입술 사이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됐다.’


다행이도 재생이 먹혀들어 가고 있었다.

호수에 팔을 집어넣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마기로 인한 변이가 생각보다 많이 진행되어 있었다.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재생의 기운이 그녀의 팔을 타고 앞뒤로 조금씩 정화작업을 시작한다.

오염된 피부와 내부 세포들을 파괴하고 새살이 돋게 하는 과정.

피어오르던 검은 반점들이 재생의 기운을 타고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었다.


“미안하다. 깜빡 잊고 있었군. 마나를 못 쓴다는 걸.”

“아니... 야. 말도 없이 갑자기 행동한 탓도 있지.”


그녀가 고통을 삼키려는 듯 잠시 말을 더듬었다.

초기에 치료를 한 탓에 빠르게 상태가 호전된 하트.

그녀의 팔목에서 손을 떼자 처음과 같이 멀쩡한 상태로 돌아왔다.

치료가 끝난 것을 알자 그녀도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서 문제는 사라진 거야?”

“적어도 요정들한테는.”


문제는 저 마기에 오염된 마석이다.

어떻게 해서 요정의 숲 호수 안까지 들어와 있었는지.

그리고 또 가장 깊숙한 곳에서 마기를 오염시켰는지.

이유는 추측하기 힘들었으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제거했다.


“흠...”


그녀가 원래대로 갑옷을 맞춰 입을 동안 나는 하트가 무식하게 뽑아놓은 마석에게로 다가갔다.

어딘가에서 떨어진 파편도 아니었으며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도 아닌 모양.


‘일부러 이랬군.’


누군가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확실한 건 고의에 의한 일이라는 것이다.

마석의 상태나 모양으로 봤을 때, 이건 누군가가 가공한 것이다.

팬던트에 들어갈 만한 큼직한 크기에 반듯하게 세공된 모양.


“후... 더럽게 아프네. 이거야?”

갑옷을 맞춰 입은 하트가 내게 다가왔다.


“음. 아무래도 원인은 제거했지만...”


아직 호수에는 오염된 마기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럼... 애네들 다시 모기처럼 변하는 거야?”

“저기... 넌 못 듣겠지만... 아니다.”


모기라는 말에 요정이 내 귓가에서 ‘무식한 아줌마’와 같은 비난의 말을 쏟아냈다.

굳이 전달해서 싸움 붙이는 것보단 입 다물고 있는 게 나을 것 같다.

하트가 먼저 시비 걸기도 했고.


“저기 혹시 이런 거 본 적 있어?”


나는 요정에게 방금 꺼낸 검은 마석을 들어 보여줬다.

요정은 거부반응을 일으키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뭔가요... 더럽고... 이상해요...”

“이게 너희를, 그리고 너네 마을을 변화시킨 가장 큰 이유야.”

“이 조그만한게 말인가요?”


왠지 요정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 작지만 그만한 힘을 가졌지.”

“이것 때문에 친구들이 변했다면 왜 이대로 놔두시나요?”

“지금 당장은 필요해. 이런 일은 싹을 제거해야 재발이 안 되거든.”


싹을 제거해야 한다.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마석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

누군가의 손을 탄 물건이다.

가공한 마석에 마기를 덧씌웠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마기에 침식된 마석을 가공한 것인지.


게다가 그냥 아무 데다 떨어진 것이 아닌 호수의 깊은 곳까지 박혀있었다.

요정 마을의 핵심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에.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걸 본 사람이 없을까?”“글쎄요...”

“그거! 제가 봤어요!”


그때 하트의 손에서 구한 10명의 요정들 중 한 명이 살랑살랑 다가와 내 어깨에 앉았다.


“이거? 이걸 본 적이 있어?”

“네. 이거 봤어요.”

“이걸 가지고 있던 놈이 누구야?”

“놈? 이건 까마귀가 지나가다가 떨어트린 물건이에요. 저도 거기까지밖에 생각이 안 나요. 그 뒤로 기억을 잃어서...”


까마귀가 물고 왔다?

그 뒤에 정신을 잃었다는 부분으로 미뤄볼 때, 이 요정이 제일 처음 마석을 발견한 사람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 뒤에 바로 정신을 잃었다는 건, 바로 마기에 침식당했다는 소리니까.


“더 자세히. 기억나는 건 없어?”

“음... 까마귀가 빙글빙글 날다가 땅에 떨어트렸는데 그걸 다시 줍더니 호수에다 떨어트렸어요.”

“그리고?”

“그리고요? 어디로 날아가던데요?”

“까마귀가 아쉬워한다거나 호수 주변을 돌지도 않고?”

“네.”


첫 번째 떨어졌을 때는 주웠으면서 두 번째 떨어졌을 땐 주울 시도조차 안 했다?

호수에 떨어졌다고 해도 마석은 물에 뜨는 가벼운 물질이다.

철검과 같은 단단함을 가졌음에도 마나를 머금었기 때문에 뜨는 물질.


“처음에 혹시 호수에 떠 있었니?”

“네.”


예상대로 이 검은 마석은 잠기지 않고 호수에 떠다니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누군가 까마귀를 조종했다는 것이다.

잘못 떨어트린 걸 호수에다 다시 떨어트릴 만큼 교육이 잘된 녀석으로.

게다가 처음에 떠 있던 마석이 가라앉을 정도라면... 굉장히 오래전 일이라는 것이다.


“앗! 저 녀석이에요!”


요정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곳엔 까마귀가 있었다.

그 크기는 참새만 했지만 까마귀로 충분히 오해할 만큼 검은.


“하트. 사냥 잘하냐?”

“사냥? 그런 건 내 전문이지. 내가 기사단에 있을 때...”

“그래? 그럼 저 새도 잡을 수 있겠어?”

“...뭐야 저건?”


내 말에 주변을 둘러본 하트.

곳 어떤 새를 가리키는지 알게 된 하트가 의문을 가졌다.

참새라고 하기엔 검고, 까마귀라 하기엔 작은.


“저거. 요정을 이렇게 만든 원인 중에 하나야.”

“그래? 잡는 거야 쉽지.”


멀리서부터 우리를 지켜보는 듯 나뭇잎 사이에 숨어서 빤히 쳐다보는 까마귀.


-팡!


튀어 나간 하트의 뒤로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재빠른 움직임에 당황한 까마귀가 서둘러 공중으로 날아올랐지만...


“잡았다 이 새끼!”


나무를 도약대 삼아 날아오른 하트가 손쉽게 까마귀를 잡아챘다.

그 여파로 나무는 반 토막으로 부러졌지만.


호수에 손을 넣었을 때처럼 손아귀에 잡아둔 까마귀 때문에 손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때보단 고통이 덜 한지, 아니면 치료해 줄 사람이 있다는 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여유로운 모습으로.

치료하는 것도 일이다.

악화되면 그만큼 마나를 써야 하니.


“내려놔.”


하트가 결계 마법진을 그린 중앙에 잡아놓은 까마귀를 살포시 내려놨다.

까마귀는 그 틈을 타 잽싸게 날아오르려 했지만.


-텅!


결계에 박치기를 하고 땅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이건... 까마귀라고 하기엔...”


하트가 고꾸라진 까마귀를 이리저리 살폈다.

요정들에겐 정보가 없어 이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몰랐지만 처음 까마귀라는 말을 들었을 때 예상했다.

이건 까마귀 같은 조류 과가 아니다.


“이건 임프다.”


임프.

악마계열의 요정.

마기로 인해 부리가 생기고 검게 변하며 마치 참새 같은 까마귀의 모양새까지.

시간이 지났어도 마수에 대한 지식은 남아있었다.

그것도 아주 생생히.


“하트. 고문 같은 거 혹시 잘해?”

“고문? 그건 왜.”

“이놈 고문이 좀 필요할 것 같아서.”“그래? 재밌게 생겼는데 만져봐도 되는 거야?”

“너... 저거 안 아프냐?”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마기에 잠식된 것을 마나도 다루지 못하는 몸으로 만지는 것.

호수는 물론이고 이런 임프를 만질 때조차 상당한 고통이 따라온다.


“그런 거 우리 훈련할 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하트가 건틀렛을 벗어 굳은살이 잔뜩 박힌 손바닥을 내밀었다.

새삼 기사들이 어떤 훈련을 받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럼 저거 날개부터 일단 뜯어.”

“오케이!”


하트가 입맛을 다시면서 임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처음 임프가 두려워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잠깐! 시키는 거 다 할 테니까 제발 날개만은!”


드디어 입을 여셨군.

점점 다가오는 손에 공포를 느낀 임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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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반인반마 21.04.28 95 7 11쪽
13 13화 암흑교단의 꼬리 21.04.27 126 4 13쪽
12 12화 정화 작업. 21.04.26 138 5 10쪽
» 11화 까마귀? 21.04.25 146 5 12쪽
10 10화 요정의 변이 21.04.24 153 7 12쪽
9 9화 마기로 인한 변이 21.04.23 203 5 14쪽
8 8화 옛것 21.04.22 148 7 15쪽
7 7화 전장정리 21.04.21 183 10 12쪽
6 6화 오우거 +1 21.04.20 194 11 12쪽
5 5화 하트의 비밀 21.04.19 243 11 14쪽
4 4화 실력발휘 21.04.18 286 11 13쪽
3 3화 동료 21.04.17 390 13 11쪽
2 2화. 무능한 마탑 마법사들 중에서. 21.04.17 485 14 11쪽
1 1화. 결함의 극복. 21.04.17 702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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