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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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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7 14:21
최근연재일 :
2021.05.08 19:46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4,218
추천수 :
169
글자수 :
130,087

작성
21.04.26 18:50
조회
137
추천
5
글자
10쪽

12화 정화 작업.

DUMMY

“아... 안돼!”

“돼!”


물론 임프가 구걸한다고 해서 고문을 안 할 이유는 없었다.

순순히 불어준다고 해도 피해 입은 요정들이 있으니.


“끄아아악!”


임프의 입에서 고통 어린 비명이 흘러나왔다.


“저렇게까지 해야되나요...?”


보다 못한 요정이 말을 걸었다.

자연을 사랑하는 평화로운 요정들에겐 보기 힘든 장면이지.

하트가 최대한 고통스럽게 임프의 날개를 조금씩 조금씩 뜯고 있었다.


“이래도 말 안 해? 이래도?”

“한다니까! 아까부터 한다고 으아아악!”


뭘 봤는진 몰라도 역할에 상당히 심취해 있었다.


조금씩 찢으면서 즐기던 하트.

이내 두 날개가 모두 찢겨나가자 아쉬운지 입맛을 다셨다.


“날개가 두 개뿐이라 다행인 줄 알아.”

“끄으... 두고 보자...”

“두고 봐? 그래? 반! 날개 말고 팔다리도 하나씩 떼도 되나?”

“음... 그럴까?”

“살려줘! 제발!”


애초에 임프는 마기에 잠식된 놈일 뿐.

전투능력이 거의 전무하기에 마수군에서 전서구나 정찰과 같은 임무가 대부분이다.

상태를 보니 마기를 사용해 전투할만한 무기도 없어 보이고.


“말할게. 한다고!”

“어디부터 하지... 팔? 다리?”


하트는 이제 임프의 말을 듣지도 않고 있었다.

나는 하트에게 다가가 조용히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만하면 됐어.”

“쳇...”


아쉽다는 듯 뒤로 물러나는 하트.


“지금부터 아는 것에 대해 사실대로 말해. 저 녀석도 그렇지만 나도 고문은 자신 있는 편이거든.”

“사실대로 말할게! 제발! 팔다리는 뜯지 말아줘!”


이렇게 보면 참 웃긴 녀석들이다.

비밀 유지가 기본인 전서구 역할들이 말도 할 줄 알고 이렇게 약해빠져서야.

사실상 임프만 잡아들인다면 마왕군에 대항할 때 적어도 정보전에서 질 일은 없다.

이렇게 방심한 임프들이 잘 없어서 그렇지.


“첫 번째 질문이다. 누가 보냈지?”

“교단이다! 교단에서 보냈다!”


워낙에 교활한 놈들이라 말로 해선 잘 안 듣는 놈들이다.

나는 협박용으로 임프의 다리 하나를 잡아챈 뒤 질문했다.

당장이라도 뜯길 것 같은 공포심에 사로잡혀 임프가 바로 입을 열었다.


“거짓말.”

“사실이야! 사실!”


다리에 조금 힘을 주자 임프가 다시 한번 간절하게 외쳤다.


“교단에서 보냈다고?”

“그래! 교단에서 감시하라고 보낸 것뿐이라고!”

“감시? 그게 감시라고?”“이럴 줄 알았으면 힘을 좀 더 받고 올 걸 그랬어...”


놈들은 어디에 숨어들기에 최적화된 놈들이다.

감시라는 말에 의문을 품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렇게 대놓고 볼 정도로 처참한 수준에 감시라니.

세월이 많이 지나 퇴화한 건 인간들만이 아니었나?


“교단이 설마 암흑교단인가?”

“그래!”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암흑교단에서 보냈다.

임프의 말은 절대 진실일 리 없었기에.


마왕과 마기를 숭배하는 집단인 암흑교단.

분명 대마법사 시절 한 놈도 빠짐없이 제거했던 무리들이다.

같이 대항해도 모자를 판에 마왕 군의 편에 섰던 미친놈들.


“그놈들은 어디 있지?”

“나도 몰라! 으아! 진짜 몰라!!”


당장이라도 다리를 뜯을 듯한 모습에 임프가 다급히 외쳤다.


“왜 몰라?”“진짜 몰라! 나는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마기를 나눠준다고 그랬다고!”

“마기를 나눠줘? 교단에서?”

“그래! 진짜야 진짜!”

“그럼 누구하고 접촉하지?”

“몰라! 그림자에 숨어있는 놈이라 나도 잘 못 봤어!”


적어도 억울하다는 듯 시선을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보는 것을 보니 거짓말은 아닌 듯했다.


“그럼 안내해.”

“살려주는 거야?”

“그건 니 일을 잘했을 때의 이야기다.”

임프를 보니 과거의 뼈아픈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그로 인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증오까지.

더 이상 놔뒀다간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당장이라도 뭉개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트. 혹시 모르니까 이 녀석 잘 감시해.”

“알겠어. 근데 이거 잡는다고 끝나?”


쪼그라든 요정들과 마기에 잠식된 요정의 마을.

분명 임프를 잡는다고 해서, 교단의 꼬리를 잡는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과는 별개의 일.


“해결방법은 이미 생각해뒀어.”


무식하게 덤벼든 하트 덕분에 호수를 정화할 방법도, 서클을 만들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었다.


*


한 시간 정도 됐을까.


“다 됐다...”


허리를 쭉 피고 나니 결과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호수를 감싼 마법진 하나.

호수와 나 사이에 놓여진 마석과 마법진 하나.

그리고 내가 자리를 깔고 앉을 곳에 준비한 마법진까지.


“저기 반?”

“응?”

“이 요정 뭐라고 하는 거야?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답답하네.”


하트가 귀엽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 요정을 바라본다.


“그냥 고맙다는 말이야.”


모기라는 말에 잔뜩 기분이 상했는지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험한 말을 쏟아붓고 있었다.

험한 말이라기엔 귀여운 수준에 그쳤지만.

본인이 착각하고 좋아하는데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제 좀 멀리 떨어져 있을래?”

“얼마나?”

“음... 저쯤? 안 되겠다 싶으면 더 멀리 가고.”


모습이 거의 안 보일 정도의 나무를 가리키자 하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하길래 저 정도까지 떨어져?”

“나도 잘 모르겠으니까 최대한 멀리 떨어지라는 거야.”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내 안에 있는 마나들이 서클을 만들어낼 때 벌어질 후폭풍의 수준이.

7서클 대마법사 시절을 아득히 초월한 마나량.

한 번이라도 삐끗하면 이 주변 일대가 초토화 될 수도 있었다.

순수한 마나 폭풍으롱 인해서.


하트는 내 말에 고분고분 따라주었다.

그래도 궁금한 건 못참았는지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후...”


한 번의 심호흡.

첫 단추가 중요하다.

지금 만들어질 서클이 앞으로 내 마법사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하니까.

자연스럽게 몸에 긴장 상태로 돌입한다.

다리를 가지런히 모아 자리에 앉고 서서히 마나를 흘려보냈다.


첫 번째는 호수 정화과정.

호수 주변에 감싼 재생 마법진을 발동시키자 물결을 타고 마기가 꿈틀거린다.

다행이도 무생물인 호수에 재생 마법진이 통하고 있었다.

만약 이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면 호수에 담긴 충만한 마나를 마기와 함께 아예 날려버린 후 다시 채워 넣어야만 했다.

시간은 좀 더 오래 걸렸겠지만.


꿈틀거리는 마기들은 곧장 검은 수중기로 변해 공기 중에 흩날리기 시작했다.

무언가 오염시킬 대상을 찾아다니는 듯 수중기가 의지를 가지고 이리저리 공중을 날아다닌다.

나는 그것들을 마나로 끌어당겨 자연스럽게 오염된 마석에게로 향하게끔 만들었다.


흐름을 타고 길을 찾은 검은 수중기가 천천히 마석에게로 모여든다.

서서히 시야를 가리던 검은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고 완전히 맑아졌을 때.


‘두 번째...’


마석 주변에 그려놓은 두 번째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이번 마법진은 결계.

내가 서클을 만들 때 마기가 방해하지 못하게끔 하려는 의도였다.

혹시나 저 결계를 뚫고 나오면 대비책으로 내 주변에 그려놓은 결계 마법진이 발동되게끔 만들어놨다.


사전 작업이 모두 끝나자 다시 한번 짧은 한숨을 뱉어냈다.

이제 가장 중요한 과정.

서클을 만들 차례.


“후우...”


숨을 들이키고 내쉬는 과정에서 천천히 몸 안에 마나를 뱉어내고 공기 중에 마나를 삼킨다.

그 과정을 점차적으로 늘려나가 몸 안에서 서로 다른 성질의 마나가 충돌하게끔 만든다.

자연에서 정제되지 않은 마나와 내 몸 안에서 순환하던 마나.


내부에서 점차 싸움이 거칠어지면서 이마 위로 식은땀이 흐른다.

반 반 싸움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보통의 마법사였으면 이 과정이 채 10분도 걸리지 않을 수준이었을 것이다.

나처럼 비정상적인 마나량을 가지지 않았을 테니까.


거대한 두 마나의 세력 싸움을 천천히 이끌어 원을 만들어낸다.

서로 꼬리잡기를 하듯 빙글빙글 돌던 두 마나가 서서히 원의 형체를 만들면서 내부에서 속도를 높혀간다.

서로 원의 형태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가속화된 속도.

그 흐름에 몸을 맡기자 외부에서도 변화가 찾아왔다.


“뭐야! 뭐야!”


갑자기 반을 주변으로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

하트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느낌에 당황해 소리쳤다.


그 거대한 마나량이 주변의 충만한 마나들마저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빨아들이던 움직임이 잠시 멈추고.


-후우웅!


순간 나무에서 떨어질 만큼 거대한 마나 폭풍이 일었다.

나무가 부러질 정도로 손에 힘을 준 하트가 바람에 눈을 찌푸리면서 상황을 살폈다.


그리고 그녀 옆에 있던 요정은...


“와...”


처음 보는 황홀한 풍경에 저절로 입을 벌린 채 주변을 둘러봤다.

사방에 펼쳐진 두 마나의 파편들.

반에게서 터져 나온 자연의 마나와 반의 마나가 이른 새벽의 별 무리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자연의 마나는 깃털처럼 살랑거리며 땅에 떨어져 풀에 생기를 돋게 하고 윤기를 머금게 도왔다.


반면 반에게서 떨어져 나온 마나의 파편들은 서서히 다시 한 지점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후...”


주변에서 흡수되지 않은 마나가 푸른 아우라를 만들어냈다.

반은 일렁이는 아우라를 머금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쳤다.’


드디어 완전한 서클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순간 미쳤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마법사의 1서클은 심장에 위치해 처음엔 손가락 두 마디 정도로 시작한다.

그 이후로 서클을 쌓아가면 쌓아갈수록 그 원을 감싸는 더 큰 원들이 자리를 잡는다.

그건 어디까지나 평범한 마법사의 이야기.


지금 반의 몸에는 목부터 배꼽까지.

내부에 자리 잡은 커다란 원이 완성되어 있었다.

고작 1서클임에도 불구하고.


‘개운해...’


분명 세밀한 마나 컨트롤이 필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일이 끝나자마자 드는 감정은 피곤함이 아닌 상쾌함.

내부에 충만한 마나가 커다란 서클에 자리 잡으면서 동시에 개운한 감정마저 들게 한다.


‘뜻하지 않게 좋은 걸 얻기까지.’


거대한 1서클과 함께 뜻하지 않게 얻은 것.

그가 만족스럽게 바라본 손바닥 위에는 마기에 완전히 잠식된 마석이 있었다.


“정화 작업도 끝냈으니 뿌리를 제거하러 가볼까?”


이제 임프를 타고 올라가 암흑교단의 꼬리를 잡아챌 시간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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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반인반마 21.04.28 95 7 11쪽
13 13화 암흑교단의 꼬리 21.04.27 126 4 13쪽
» 12화 정화 작업. 21.04.26 138 5 10쪽
11 11화 까마귀? 21.04.25 145 5 12쪽
10 10화 요정의 변이 21.04.24 153 7 12쪽
9 9화 마기로 인한 변이 21.04.23 203 5 14쪽
8 8화 옛것 21.04.22 147 7 15쪽
7 7화 전장정리 21.04.21 183 10 12쪽
6 6화 오우거 +1 21.04.20 194 11 12쪽
5 5화 하트의 비밀 21.04.19 243 11 14쪽
4 4화 실력발휘 21.04.18 286 11 13쪽
3 3화 동료 21.04.17 390 13 11쪽
2 2화. 무능한 마탑 마법사들 중에서. 21.04.17 485 14 11쪽
1 1화. 결함의 극복. 21.04.17 702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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