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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 파일럿의 2회차 게임 공략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유신언
작품등록일 :
2023.05.20 06:14
최근연재일 :
2023.08.25 07:3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31,079
추천수 :
845
글자수 :
558,048

작성
23.08.2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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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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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끝이 아닌 끝 (4)

DUMMY

메타버스 세계에 들어오기 16년 전.

김정도 박사는 M-코어의 연구를 막 시작한 상태였다.

그는 전 세계의 학술지가 주목하는 뛰어난 과학자였고, 사랑하는 여성과 결혼해 자신을 닮은 아들까지 낳은 행복한 사람이었다.

아들의 이름은 ‘태영’이었다.

이제 막 세상을 신나게 뛰어다니며, 뭐든 물어보는 나이 4살.

행복한 미소를 짓던 그 아이는, 가지고 놀던 공을 쫓다 도로에 달려오던 차에 치이고 말았다.

순식간이었다.

행복이란 게 깨지는 건.

어린 몸은 그 충격을 버티지 못했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당시 정도는 정말 모든 걸 잃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

아이의 사망 신고를 하면서도, 정도는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M-코어가 있던 연구소에서 잠들어 어떤 꿈을 꿨다.

코어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죽은 것으로 보이는 누군가를 살려내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을 보자마자 정도는 꿈에서 깨,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급히 병원으로 가 장기기증을 하려 했던 태영, 아이의 몸을 들고 연구소로 돌아왔다.

M-코어 앞에, 이제 스스로 숨도 쉬지 못하는 아이의 몸을 뉘어 놓고.

정도는 두 손 모아 기도했다.


‘이 아이만 살려줄 수 있다면······ 내 모든 것을 줄 테니······제발.’


기도가 통한 걸까.

M-코어는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도가 꿈속에서 봤던 것처럼.

흰 기운이 아이의 몸으로 뻗어 들어갔다.

빛의 밝기는 강렬했지만, 따듯했고 포근했다.

몇 초가 흐른 뒤에야 멎은 빛.

그 뒤에 정도는 눕혀뒀던 아이의 몸을 봤다.

창백해졌던 몸에, 피가 돌고 있었다.

다만 달라져 있었다.

몸 일부도, 얼굴도.

정도가 알던 태영과는 다른 모습이 돼 있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정도는 그 아이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이름을 새로 지어줬다.

‘태형兌形’이라고.

이어 태형을 위해 모든 연구소 내 기록을 삭제했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태형이 코어로 되살아 난 아이임을 모르게.

그저 평범한 자신의 아이로 살아가길 바라면서.


*


‘모든 건 나의 욕심으로······’


비롯됐음을.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 메타버스가 주인공을 잃어버린 것도.

군중 AI를 탑재한 로드가 움직이지 않는 것도.

모두 본인의 잘못이었다.

그런데도 정도는 후회하지 않았다.


“이제······ 책임을 질 때다. 김정도.”


제대로 된 외 장갑도 없이, 프레임만 있는 개발용 신형 토르.

밖에서도 훤히 들여다보이는 그 조종석에서.

정도는 자신에게 말을 하며 토르의 전원을 넣었다.

조그마한 테스트용 모니터를 통해, 신형 토르의 운영체제가 가동되는 걸 확인하고.

정도는 조종간을 움직였다.

조종은 익숙했다.

스케숄라의 토르 연구개발부에 20년 동안 근무했다.

토르라는 기계의 메커니즘은 물론이고, 조종까지도 그는 꿰고 있었다.

게다가 키리거 슈의 시뮬레이터를 제작한 게 바로 에크트 팔, 김정도였다.


쾅!

쿠웅!


바깥은 연합군 소속 3세대 군용 토르가 빔 건을 쏴대고 있었다.

그 탓에 토르 연구개발부의 격납고도 점차 무너지고 있었다.


‘앤······’


정도는 자신이 탄 토르를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이미 격납고 밖으로 나간 로드 앤 전용기를 쫓았다.

점차 빨라지는 움직임.

신형 프레임을 가진 토르의 반응성과 출력을 체감하고 파악한 정도.

그가 드디어 거칠게 조종하기 시작했다.

격납고 밖으로 나온 정도는, 연합의 3세대 토르를 상대하고 있는 앤 전용기를 확인했다.


“앤!”


이어 정도가 바로 로드 앤 전용기의 통신 채널에 통신을 넣었다.


[에크트?]

“저 녀석들은 내가 상대하마.”

[그게 무슨······ 아니 그 뼈만 있는 기체는 뭐야?]

“넌 여기서 지체하면 안 돼.”


말하면서, 정도는 신형 토르를 빠르게 달리게 했다.

그리고 로드 앤 전용기의 근처까지 와, 어깨로 연합군 3세대 토르의 등을 밀쳤다.


쿵!


완충재나 충격 완화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신형 토르의 조종석.

이 탓에 정도는 큰 흔들림과 반동을 겪었다.

그러나 울렁이는 속과 정신을 다잡고, 토르를 조종해 공격을 계속해나갔다.


[뭐 하는 거야! 탈출하는 거 아니었어!?]

“네 탈출이 먼저다. 앤, 날 신경 쓰지 말고 어서 가. 늦으면 연합의 추격이 붙을 거다.”

[그딴 만들다 만 기체로 뭘 어쩌겠다는 거야!]

“앤! 내 말 들어!”

[에크트······]


슈웅-!


멀리서 날아오는 빔 공격을 피하며, 정도는 소리쳤다.


“네 친아버지는 아니지만, 난 널 내 딸이라 생각해! 딸을 죽게 내버려 두는 아버지는 되고 싶지 않아!”

[에크트······네가 뭔데 이제 와 내 아버지인 척하는데!]


앤이 탑승한 로드가 달려가 빔 건을 쏜 3세대 토르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그렇게 앤과 정도, 두 사람의 토르가 연합의 기체들을 상대하는 사이.

상공에 연합 전투함 한 대가 더 나타났다.


“앤! 연합은 네 토르 조종 실력을 잘 알아!”

[그런데 왜 덤벼드는데?]

“너 혼자 지치지 않고 며칠을 싸울 순 없을 테니까!”

[아! 진짜 귀찮은 녀석들!]


정도와 앤이 연합군 토르를 절반가량 제압하자.

새로 도착한 전투함에서도 10기가 넘는 3세대 토르들이 스케숄라로 뛰어내렸다.

그걸 본 정도가 급히 앤에게 말했다.


“앤, 이제 가! 힐튼을 엘리엇 프로스트에게······ 태형에게 전해줘. 그럼 힐튼을 깨울 수 있어!”

[뭐!? 정말이야? 근데 태형이 누구야?]

“내 아들이야. 김태형.”

[그게 무슨 말이야!? 아들이라니?]


정도는 대답하는 대신.

토르의 앙상한 쇠 손가락으로 로드 앤 전용기를 떠밀었다.


[에크트?]

“어서 콜로 가! 뒤돌아보지 말고 힐튼을 위해 전속력으로 달려!”


정도는 접근해 오는 연합군 3세대 토르를 향해 뛰어들었다.

정도의 토르 조종실력은, 군에 소속된 평범한 토르 파일럿들을 상회했다.

아무리 좋은 기체에 타고 있다고 한들, 기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조종으로는 정도를 막을 수 없었다.

그 사이,


‘어떻게 해야 해?’


[시간 동기화]의 흐름 안에서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하고 고민하던 앤.


‘엘리엇 프로스트가 어떻게 힐튼을 깨울 수 있다는 건데? 이제껏 아무 일도 없었는데.’


또, 결혼도 안 했으면서 어떻게 아들이 있다는 거야.

태형이란 괴상한 이름은 또 뭐고.


앤은 에크트 팔을 20년 가까이 봐왔다.

하지만 오늘 에크트가 말한 내용들은, 평소의 그를 떠올리면 도저히 이해 가지 않는 것들이었다.

그가 조종석 옆에 누운 힐튼의 얼굴을 잠시 바라봤다.

그리고 결정 내렸다.

조종간을 움직여, 로드의 몸체를 돌렸다.

에크트 팔, 김정도 박사의 말대로.

로드를 콜을 향해 뛰게 했다.


“힐튼이 깨어난다······”


힐튼 버덴스가 깨어나는 것.

그건 에크트 팔만큼, 앤도 바라왔던 일이었다.

앤이 다른 훈련생들과 다르게, 이곳에서 도망치려 하지 않았던 것도.

자신을 지키고 도와줬던 힐튼을 위해서였다.


‘그러니까······’


앤은 이게 맞는 거로 생각했다.

뭐가 됐든 에크트의 말을 믿고 움직이기로 했다.

하지만 흐르는 눈물은 어찌할 수 없었다.


‘왜 전부 다 말 안 해주는데, 에크트······’


부정해왔지만, 에크트 팔은 앤에게도 아버지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김정도 박사, 에크트가 자신을 딸이라 생각했다는 말만으로도 슬펐다.

너무 기뻤기에, 슬펐다.


‘부르고 싶었어, 아빠라고.’


그리고 에크트가 지금 앤, 자신을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 싸우는 것 역시.

가슴이 미어지도록 슬펐다.

앤은 통신으로 에크트에게 외쳤다.


[살아남아, 에크트! 꼭! 죽지 마, 알았어? 내가 아버지라고 불러 줄 거니까!]

“······앤, 사랑한다. 태형이에게도 전해주렴. 정말 사랑한다고.”


연합군 3세대 토르 6기에 둘러싸인 채.

에크트 팔, 김정도 박사는 웃으며 통신에 대답했다.

그리고 빔 소드를 휘두르는 6개의 팔들을 피하지 못했다.


콰앙!


*


콜의 상공 어딘가.

거칠게 맞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가페 Mk2와 로드는 성층권에 도달했다.

하지만 가페 Mk2는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았고.

태형도 그런 가페를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로드의 고도를 상승시켰다.

이어 1분도 지나지 않아 중간권을 지나고, 둘 다 속도를 높여 수 분 만에 열권까지 돌파했다.


“······”

[이 끝없는 어둠과 그 사이서 빛나는 별들이 참 아름답지 않은가.]


검고 광활한 세계, 우주에 도달하고 나서야, 가페 Mk2는 멈춰 섰다.

정확히는 무중력 속에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지만, 더는 추진체를 사용하지 않았다.


[코어가 없던 과거엔, 우리도 우주를 넘어 새로운 땅을 개척하려고 했었지. 알고 있겠지만, 엘리엇.]

“알고 있습니다.”


로드의 조종석 안.

블레 패트리의 통신에, 태형은 살짝 불편한 심기로 대꾸했다.

이 세계도, 운석이 내려와 쪼개지면서 코어가 등장했고.

그전까지는 부족한 에너지와 자원을 수집하기 위해, 우주 식민지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건 지금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들을······ 그렇게 가볍게 몰살해놓고, 갑자기 역사 이야기를 꺼내는 건가요.”

[미안하게 생각해. 순수한 내 의지는 아니었지. 그렇다고 책임이 없단 말은 아니지만.]

“당연히 그 재르간을 위해 그랬겠죠.”


태형이 비꼬듯 블레 패트리에게 말했다.

하지만 블레는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 균형이 필요했다. 리베르테는 너무 강해졌어. 여기서 혹 내가 없어지더라도, 리베르테는 재르간을 넘볼 수 없도록 해야 했다.]

“과민 반응입니다. 루트비히 프로스트에게 설득당한 겁니까?”

[처음으로 우리 의견이 맞았지. 콜의 사람들, 리베르테는 재르간을 미워하고 힘이 있는 한 복수하고 싶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일부만 격추했다는 겁니까?”

[그래. 희생당한 이들에겐 미안하지만. 전력을 일부 줄여야 했다.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최소한 우리 둘이 여기서 죽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야.]

“······당신에게도 보일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죽인 사람들.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별들을 향해 날아가고 있어요. 이건 알고 있나요? 지금 우릴 살려두고 있는 코어의 힘은 저들에게서 나온다는 걸.”


태형은 자신이 말한 그대로의 상황을 레나와 함께 보고 있었다.

수많은 흰 빛, 영체靈體들이 별들을 향해 날아가는 광경.

죽은 리베르테 대원들의 영혼을.


“그런가······ 나도 보고 싶군.”

“······참 가볍게 말하는군요.”

“하지만, 내 눈은 이제 전자식 센서일 뿐이다. 내가 봤던 그 빛의 통로 같은 현상은 더 볼 수 없게 돼 버렸어.”

“그건 모르는 일이죠. 당신은 여전히 신체 일부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것도,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뇌를.”


태형이 다시금 추진체를 분사하며 로드를 움직였다.

시간이 갈수록 [오버드라이브]도 태형과 레나의 코어 에너지 추출도 점차 약해지고 있었다.

태형은 모든 게 멈추기 전에, 가페 Mk2, 블레 패트리와의 결전을 끝내고 싶었다.

그래서 바로 사용했다.

로드의 오른손에 [에너지 프리즘]을.


“하하, 내게도, 칼테 크리거에게 썼던 그 빛의 손을 쓰려는 건가? 소용없어.”


이를 본 블레 패트리는 담담했다.

오히려 천천히 다가오는 로드의 무지갯빛 손을 기다리는 듯 보였다.


“왜 그렇게 생각하죠?”

“난 그들이 가진 어둠이 없다. 순수한 의지와 결심만 남아 있으니까.”

“잘못 생각하고 있군요.”

“그런가?”

“당신의 어둠을 보려는 게 아닙니다.”


말하며, 태형은 [에너지 프리즘]의 출력을 최대로 높였다.

태형의 뒤쪽에 서 있던 레나가, 조종석에서 손을 떼고 하늘을 향해 양팔을 들었다.

그리고 태형 역시 조종간을 잡고 있던 한 손을 들어, 별들을 향해 뻗었다.

그러자 별을 향해가던 영체들이, 방향을 바꿨다.

로드를 보곤, 태형과 레나를 향해 날아왔다.


“그럼?”

“저를 보여드리죠. 진짜 저를. 그리고 제 세계를.”


로드의 오른 손에 옅게 퍼져나가던 무지갯빛 기운이, 갑자기 거대해지더니 날개처럼 펄럭였다.

그리고 그대로 가페 Mk2를 집어삼키듯 감쌌다.


작가의말

정도는 죽었을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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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끝이 아닌 끝 (5) 1부 完 +8 23.08.25 162 6 21쪽
» 끝이 아닌 끝 (4) 23.08.24 72 3 13쪽
98 끝이 아닌 끝 (3) 23.08.23 72 3 14쪽
97 끝이 아닌 끝 (2) 23.08.22 82 2 11쪽
96 끝이 아닌 끝 (1) 23.08.21 87 2 12쪽
95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4) +1 23.08.20 89 4 12쪽
94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3) 23.08.19 80 2 12쪽
93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2) 23.08.18 80 2 11쪽
92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1) 23.08.17 86 2 12쪽
91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7) 23.08.16 83 2 12쪽
90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6) 23.08.15 86 2 11쪽
89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5) 23.08.14 85 2 11쪽
88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4) 23.08.13 96 3 12쪽
87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3) 23.08.12 86 2 11쪽
86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2) 23.08.11 87 2 12쪽
85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1) 23.08.10 102 2 11쪽
84 희망의 빛 (5) 23.08.09 96 2 12쪽
83 희망의 빛 (4) 23.08.08 94 2 12쪽
82 희망의 빛 (3) 23.08.07 93 3 11쪽
81 희망의 빛 (2) 23.08.06 99 2 12쪽
80 희망의 빛 (1) 23.08.05 98 3 12쪽
79 광기의 데뷔 (6) 23.08.04 101 2 12쪽
78 광기의 데뷔 (5) 23.08.03 98 2 12쪽
77 광기의 데뷔 (4) 23.08.02 96 2 12쪽
76 광기의 데뷔 (3) 23.08.01 106 2 12쪽
75 광기의 데뷔 (2) 23.07.31 102 2 11쪽
74 광기의 데뷔 (1) 23.07.30 120 2 11쪽
73 해방 전선 (7) +1 23.07.29 114 2 12쪽
72 해방 전선 (6) 23.07.28 11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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