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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 파일럿의 2회차 게임 공략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유신언
작품등록일 :
2023.05.20 06:14
최근연재일 :
2023.08.25 07:3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31,126
추천수 :
845
글자수 :
558,048

작성
23.08.07 07:30
조회
93
추천
3
글자
11쪽

희망의 빛 (3)

DUMMY

재르간 군이 벌어진 사태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하는 사이.

콜의 아이엔 기지를 손에 넣은 리베르테 대원들은 기지 장악을 완전히 마치고, 기쁨의 시간을 즐겼다.

오랜만에 넉넉한 음식을 차려놓고 함께 식사 자리를 가졌다.


“모두, 여기까지 함께 고생했다. 비록 시작할 때 있던 녀석들 전부가 이곳에 있는 건 아니지만, 그 녀석들도 지하에서 우리에게 축배를 들고 있을 거다.”


루에거 모스타슈 함장이 기지 내 식당에서 일어나 큰 목소리로 외치자.

리베르테 대원들이 동시에 잔을 들었다.


“알지? 오늘 당직 근무자들은 미안하지만 참아주고, 아닌 사람들도 적당히 마셔라. 콜의 독립을 위하여!”

“위하여!”


여러 잔에는 술 외에 물, 주스 등도 담겨 있었다.

대원들은 각각 다른 이들과 건배한 뒤 한 번에 들이켰다.

그렇게 승리를 기념하는 회식은 시작됐고,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리스타우러 함의 대원들과 함께 있던 태형은, 적당히 식사를 마치고 자리서 일어났다.


“어, 벌써 다 드셨어요?”

“어디 가게요, 엘리엇 씨.”

“좀 더 있다 가시죠!”

“당분간 전투도 없을 것 같은데, 술이라도 한잔하시죠!”


이동하려던 태형을 한 대원이 큰 목소리로 부르자마자.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계속 쏟아졌다.


“어디 가게?”


로드 시험기의 파일럿, 앤 소담 마저도 살짝 신경쓰이는 눈으로 태형에게 말을 걸었다.

이 상황 속에서 태형이 난감해하고 있던 때.

루에거가 다가와 넉살 좋게 태형을 끌어냈다.


“핫, 사람이 좀 급하게 나가려고 할 때는 다들 눈치껏 조용히 해 주라고. 속이 안 좋아 보이잖아.”

“아~ 죄송합니다, 엘리엇 씨! 그런 줄도 모르고······”

“어, 얼른 다녀오세요.”

“뭐야, 더럽게.”

“핫핫핫.”


루에거는 태형을 식당 밖으로 보내주며 눈 한쪽을 찡긋했다.

태형은 그런 루에거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고맙다는 표시를 했다.

그렇게 태형이 식당 밖으로 나와 향한 곳은 아이엔 기지의 격납고였다.

사람이 많은 곳에 계속 머물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태형에게는 확인해봐야 할 것들이 있었고, 지금이 그걸 할 수 있는 적절한 때였을 뿐.


위이이잉.


태형은 로드 조종석에서 내려온 와이어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조종석에 들어가 앉았다.

전원을 켜고, 태형은 암호화 통신 요청을 어딘가에 넣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화상 통신이 연결됐다.


[태형아. 잘 지냈니.]


스케숄라 토르 연구개발부의 부장, 에크트 팔.

김정도 박사가 로드 통신 화면에 모습을 나타냈다.


“······네, 큰일 없이요.”

[오랜만이구나, 이렇게 얘기하는 게.]

“지난 10년만큼 길진 않은데요.”

[그래, 그렇긴 하지.]

“죄송해요. 쓸데없는 말을 했네요.”


태형은 자신의 말실수를 인정했다.

아버지에게 먼저 연락했다는 어색함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날 선 말을 내뱉었다는 걸, 둘 다 알고 있었다.

본래 태형은 이런 상황이 벌어질까 봐 정도에게 연락을 자제하고 있었다.

다만 스케숄라에 갈 시간은 아직 멀었고, 별수 없이 지금 연락을 취한 것이다.


[아니야, 괜찮아. 사실인걸. 그보다, 전황 소식은 나도 여러 경로로 전해 듣고 있어. 예정대로 잘 돼가는 것 같더구나.]

“아직은요.”

[앤도, 잘 지내고?]

“네. 건강하고······ 지금은 어느 정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맞춰주고 있어요.”

[좋은 소식이네. 그래······ 영상을 보니까, 너 레나도 만난 거지?]


김정도 박사는 앤 소담에 대한 소식을 확인하곤, 주제를 바꿨다.

로드의 흰 빛, 레나에 관한 이야기였다.


“네. 생각보단 빠르게, 레나와 만났어요.”

[벌써 로드의 에너지 프리즘까지 쓰게 된 거니?]

“네, 전투 직후에 개방됐어요. 아직 제대로 써보진 못했고요.”


태형은 로드의 디스플레이에 떴던 알림 메시지를 떠올리며 대답했다.

에너지 프리즘.

그건 게임 속에서 로드가 지닌 무장 중 가장 강력한 마지막 기술이었다.

그러나 파일럿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역할과 효용성도 천지 차이인 능력이기도 했다.

태형이 레나의 힘이나 무지갯빛 기운을 보고도 놀라지 않은 건, 게임 속에서 이 능력을 이미 사용해봤기 때문이었다.


[정말 고생 많았어. 거기까지 도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김정도 박사가 태형을 격려했다.

그건 단순히 의례적인 칭찬은 아니었다.

코어 감응력을 향상하는 거나, 전쟁을 해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걸.

충분히 이해하고 하는 말이었다.

하나, 태형은 덤덤했다.


“그렇게까지 힘든 건 아니었어요. 그보다 드릴 말이 있어요.”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니?]

“레나와 접촉하면서 게임에서 본 적 없던 경험을 했어요.”

[본 적 없던 경험?]

“주인공과 레나가 함께, 힘을 모아 적과 싸우는 건 비슷해요. 하지만, 게임 속에선 생략돼 있던 과정이 있더군요.”

[어떤 거니?]

“빛으로 만들어진 통로가 있어요. 우리는 하얀 기운을 통해 그 통로로 갈 수 있고. 거기서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봐요. 과거, 감정, 생각······”

[······그렇구나.]

“저와 레나는 만난 지 1초도 되지 않아서 서로의 모든 걸 이해했어요. 마치 각자 서로의 삶을 살아본 것처럼. 아버지는 로드(ROD)를 만들었으니, 이게 뭔지 알 것 같아서······”

[······음.]


김정도 박사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잠시 그의 말을 기다리고 태형이, 결국 다시 입을 열어 정도를 불렀다.


“아버지?”

[미안.]

“네?”

[네게 전부 말하지 않은 것들이 있단다. 로드에 대해서, 코어에 대해서.]

“그런 것 같았어요.”


짐작하고 있던 것이 맞았다고.

태형은 대답했다.

그러나 이다음 김정도 박사가 말한 내용은, 사실 태형의 짐작과는 다른 것이었다.


[지금 당장 말해줄 수 있는 건······ 나 역시 모든 걸 알지 못한다는 거란다. 이 세계도, M-코어의 메커니즘도.]

“네? 그건······ 이 세계의 코드가 코어로 인해 변해서인가요? 아님······”

[아니, 지금 네 추측대로야.]

“설마.”


태형의 표정이 굳어갔다.


[맞아. 나는 로드(ROD)를 우리 세계의 기준인 게임 형태로 ‘구현’했을 뿐이야. 내가 그 게임 속 세계관과 이 메타버스를 온전히 창조한 건 아니야.]

“그럼, 뭐죠? 로드는, 아니 이 세계는 누가 만든 거죠?”

[제대로 답해줄 수 있는 건, 로드도 이 세계도 본래 코어 속에 있던 데이터라는 거야.]

“코어 속······데이터?”

[물론, 그걸 데이터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도 잘은 모르겠다. 그렇지만 어쨌든, 우리가 이곳에 들어오기 전. 보고 접했던 모든 로드(ROD)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 코어 속에 있던 거였어.]

“······”


태형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이는 태형이 미처 예상치 못한 내용들이기 때문이었다.

지금껏 김정도 박사가 만든 것으로 알았던 게임과 그 속의 이야기들.

그리고 이 세계가 사실은 M-코어 속에 이미 존재하던 것들이었다니.

태형의 표정을 보고 정도가 사과했다.


[미안, 좀 놀랐지.]

“그럴 줄은 상상 못 했으니까요. 순전히······ 아버지가 만든, 그런 세계라고만······”

[국방과학 연구소에서 처음 코어를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 연구자들은 비슷한 꿈을 꾸게 됐어.]

“들었어요. 그 얘기에 대해선.”


국방과학 연구소 미래기술팀 팀장, 박창국이 말해줬던 내용.


-뭐, 저런 걸 만들게 된 사연도 꽤나 깊고 복잡합니다만. 어쨌든 저희 의지는 아니었습니다. 어째선지 운석 연구원들이 다 똑같이 저 로봇에 대한 꿈을 꿨거든요. 마치 운석이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처럼요.


태형을 그걸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 어느 정도로 들었는진 모르겠지만, 그 꿈을 꾸게 된 건 나도 마찬가지였어.]

“그랬군요.”

[그래서 우린 꿈속에 나온 세계를 재구성하기로 했어. 각자가 꾸는 내용들을 조합해서······ 시나리오 만들고, 그걸로 게임을 개발했지.]

“그게 로드(ROD)······”

[응. 네가 어릴 적 했던 게임이야.]

“그럼, 그걸 저한테 보여준 이유는 뭐예요?”

[그건······]


김정도 박사가 잠시 말끝을 흐렸다.

오래된 기억 탓일까, 생각을 더듬는 듯 눈을 돌리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일단 머신러닝과 관련 있어.]

“머신러닝이요?”

[네 플레이를 통해 AI가 여러 정보를 습득하고 최적의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지. 그걸 통해서 난 군중 AI를 만들어 나갔어.]

“그런 거였나요······”

[응. 미안해, 도움이 되는 얘기는 못 해주고, 놀랄 말만 해서.]

“아뇨. 신경 쓰지 마세요. 그 통로에 관해선 가능하면 레나와 다시 얘기해볼 테니까요.”

[그래, 그게 좋겠다. 언제든 편하게 연락하고. 새로운 얘길 알게 되면, 말해줘.]

“네. 그럴게요.”


뚝.


태형은 그렇게 통신을 끊었다.

그동안 건강히 지내라는 말도, 몸 조심히 있으라는 인사도 없이.

하지만, 이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

태형은 그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조종석에 한동안 앉아있었다.

같은 시각, 오히려 미안하다는 감정을 느낀 건 에크트 팔, 김정도 박사였다.


“······미안하다, 태형아.”


스케숄라 안, 토르 연구개발부 부장실.

그곳에 서 있던 김정도 박사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에게는 자기의 아들, 태형을 향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있었다.

여태껏 태형에게 알려주지 않은 진실

본래 무덤까지 안고 갈 생각이었던 그 이야기들이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려 하고 있었다.


‘널 여기까지 끌어들이는 건······ 역시 내 과도한 욕심이었어.’


정도는 자신이 좋은 아버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건 단순히 너무 오랫동안, 가족의 곁을 떠나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각오해야겠지.’


감춰놨던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을.


*


리베르테가 아이엔 기지를 점령하고 사흘 후.

올진드보뇌르를 제외하고, 재정비를 마친 함들이 기지 위 상공으로 떠올랐다.


[저희 먼저 갑니다요~~]

“나중에 보자고, 텅킬.”


텅킬 루네트 함장이 지휘하는 테르뒤번 함이 먼저 남쪽으로 비행을 시작했고.


[당분간 몸조심하시길, 대령님. 엘랭.]

“핫! 알샤, 자네도.”

[아이엔 기지, 잘 부탁해, 알샤.]


아이엔 기지를 임시로 맡게 된, 알샤 하리와 짤막한 화상 통신 후.

리스타우러 함과 그 뒤를 따르는 리타블리스먼 함도 동남쪽으로 날아올랐다.


[대령님, 그래서 저희 다음 공략 지역은 어딥니까?]


두 함이 고도를 높이던 중, 엘랭 디옴이 루에거에게 통신을 통해 질문했다.

루에거는 씩 웃으며 그에게 대답했다.


“우리 다음 목표는 콜 동부의 소코즈다······! 바로 루트비히 프로스트를 노려보자고!”


작가의말

내일은 꼭 두번 써야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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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끝이 아닌 끝 (5) 1부 完 +8 23.08.25 163 6 21쪽
99 끝이 아닌 끝 (4) 23.08.24 73 3 13쪽
98 끝이 아닌 끝 (3) 23.08.23 74 3 14쪽
97 끝이 아닌 끝 (2) 23.08.22 84 2 11쪽
96 끝이 아닌 끝 (1) 23.08.21 88 2 12쪽
95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4) +1 23.08.20 91 4 12쪽
94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3) 23.08.19 82 2 12쪽
93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2) 23.08.18 84 2 11쪽
92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1) 23.08.17 88 2 12쪽
91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7) 23.08.16 84 2 12쪽
90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6) 23.08.15 88 2 11쪽
89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5) 23.08.14 87 2 11쪽
88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4) 23.08.13 97 3 12쪽
87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3) 23.08.12 88 2 11쪽
86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2) 23.08.11 89 2 12쪽
85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1) 23.08.10 103 2 11쪽
84 희망의 빛 (5) 23.08.09 97 2 12쪽
83 희망의 빛 (4) 23.08.08 95 2 12쪽
» 희망의 빛 (3) 23.08.07 94 3 11쪽
81 희망의 빛 (2) 23.08.06 99 2 12쪽
80 희망의 빛 (1) 23.08.05 99 3 12쪽
79 광기의 데뷔 (6) 23.08.04 101 2 12쪽
78 광기의 데뷔 (5) 23.08.03 99 2 12쪽
77 광기의 데뷔 (4) 23.08.02 96 2 12쪽
76 광기의 데뷔 (3) 23.08.01 107 2 12쪽
75 광기의 데뷔 (2) 23.07.31 102 2 11쪽
74 광기의 데뷔 (1) 23.07.30 120 2 11쪽
73 해방 전선 (7) +1 23.07.29 114 2 12쪽
72 해방 전선 (6) 23.07.28 11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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