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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 파일럿의 2회차 게임 공략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유신언
작품등록일 :
2023.05.20 06:14
최근연재일 :
2023.08.25 07:3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31,124
추천수 :
845
글자수 :
558,048

작성
23.08.15 07:30
조회
87
추천
2
글자
11쪽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6)

DUMMY

혹독한 훈련을 하는 로이스의 기억.

그런데도 사부는 만족하지 않았다.

만족한 얼굴도, 그런 평가도 해주지 않았다.


-제 주먹, 레긴 오빠보다 빠르지 않나요?

-아직 느리다.

-빠른 것 같은데······

-한참 느리다.

-······

-그리고 약하다. 네 자세와 정권의 움직임은 흔들림이 너무 많다.

-사부, 또 일부러 그러는 거죠? 더 강해지라고.

-아니, 늘 그렇듯 사실을 말하는 거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수 없이 내질러라. 수 없이 움직여라. 그게 네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이다.

-벌써 10년이 넘도록 매진했잖아요. 아직도 제가 레긴 오빠의 반도 못돼요?

-넌 타고난 기골이···

-아, 그놈의 기골 타령 좀!

-약하다.

-······전 약하지 않아요.

-심지어 너의 정신조차도 약하다.

-웃기지 마세요!


퍼억, 하고.

로이스가 사부의 얼굴에 냅다 주먹을 내질렀다.

피하지 않고 맞은 사부.

그걸 보고 놀란 로이스는 그대로 사부의 도장을 뛰쳐나왔다.

한동안 방황하던 로이스는 뒷골목 투기장에 뛰어들게 되고, 거기서 싸움꾼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레긴을 죽인 격투기 선수를 만나 싸우지만, 처참하게 패배했다.


-승부에 대한 집념이 굉장하군.

-······혈육의 원수였거든요.

-네 육체가 아쉬웠지만.

-하아, 타고난 기골이 약하다는 건가요?

-그건 모르겠지만, 해결법은 알고 있지.

-그게 뭔가요?

-토르에 타라. 네 반사신경과 판단력에 강철의 육체를 더하면 해결되는 일이다.


그렇게 랑케의 눈에 들어, 칼테 크리거가 된 로이스.

칼테 크리거의 힘으로 복수에 성공한 후.

로이스는 도장으로 돌아가지만, 사부는 냉랭하기만 했던 기억.


-이미 틀린 거다. 네 길은. 레긴의 길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복수했어요. 이 주먹으로.

-그 주먹은 내가 가르친 주먹도 아니고, 레긴이 추구했던 무도 아니다. 넌 그냥 살인자일 뿐이다, 로이스.

-사부님, 당신도 제 주먹을 피하지 못했잖아요.

-네 분노를 이해하고 맞아준 것일 뿐이다.

-······

-넌 이미 무인이 아니다. 그저 기계로 사람을 죽이는 자일 뿐이다. 그것도 정도正道를 모르는 프로스트 가의······

-강하면 강한 거고, 무술을 쓰면 무인인 거지, 매번 그딴 억지!

-더 어리석어졌다. 로이스.

-후회하게 해줄게요, 사부. 당신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내 주먹이 레긴을 뛰어넘었다는 걸. 인정하게 만들겠어.

-난 이미 네 사부가 아니다.


그리고 끝까지 사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매일 주먹을 내지르던 기억.

밤에 뜬 달을 보며, 외로워하던 기억.

사부의 마음에 들, 어찌할 도리도 이제 없음을 깨달은 기억.

그걸 알면서도, 로이스는 강함에 집착했다.

더 빠르고, 더 정교하게.

상대를 짓이기고 그 위에 군림하게.

그러다 여기까지 왔다.

강함만을 추구하던 그에게, 더 빠르고 강해질 수 있다는 말은 달콤했고.

간절했다.


“왜 강해지고 싶었죠?”


온통 어두운 세상.

그곳에서 홀로 눈을 감고, 무아경에 빠져있던 로이스 르웨에게 자신을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선가 들어본, 낯설지 않은 사람의 음성.

그건 엘리엇 프로스트의, 태형의 것이었다.

로이스는 그걸 알지 못한 채, 눈을 뜨며 대답했다.


“왜였을까요. 레긴 오빠처럼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는데.”

“왜 그 사람처럼 되고 싶었나요?”

“멋졌어요. 방송에서 생중계되는 오빠의 경기는. 진짜 많은 사람이 보면서 오빠를 응원했고, 우리 가족도 오빠를 많이 사랑했었죠.”


로이스는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모두 거실에 모여 커다란 TV를 보던 기억.

격투기 경기 속 자신의 오빠를 보며 좋아하고, 응원하던 가족들.

그런 가족의 얼굴을 보며 로이스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로이스의 대답을 들은 태형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군요.”

“그래요? 어떤 게요?”

“당신은 사실 관심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요.”

“관심이요?”

“사람들, 가족들. 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었던 것 같아서요.”

“······그런 것 같기도 해요.”


태형의 지적을, 로이스는 순순히 인정했다.


“인정받으면, 강해지면,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나요?”

“막연하게······ 강해지면, 레긴 오빠처럼 강해지면······ 우는 부모님과 형제들도, 다른 사람들도······ 다시 행복해지고······”

“오빠의 유지를 이은 당신을 응원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군요.”

“······그랬군요. 나.”


로이스 르웨는 비로소 자신이 뭘 원했던 것인지 깨달았다.

태형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어떻죠.”

“······응원받을 수 없겠죠.”

“후회하나요?”

“모르겠어요. 어차피 돌이킬 수는 없잖아요.”

“모든 게 다 그렇죠. 흘러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어요.”

“그럼 이대로······그냥 가는 수밖에요.”

“하지만 방향을 꺾을 수는 있어요. 당신이 본래 가고자 했던 곳으로.”

“······”


로이스는 잠시 침묵했다.

그런 걸 생각해보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절대 쉽게 갈 수 있는 방향도 아니었다.


“오래 걸릴 거예요. 천천히 시간을 들여 걸어왔어야 할 길을, 이제 더 멀리 돌아가게 되는 거니까. 힘들겠죠. 그래도···”

“그래요. 닿을 수 있겠죠. 언젠가.”

“긴 시간을 참고, 수 없이 내지르는 정권처럼. 자신의 의지를 굳히고 꿋꿋이 나아가면 돼.”


이어서 들려온 목소리는 태형, 엘리엇의 것이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커지는 루이스의 눈동자.


“사부? ······아니야, 레긴······오빠?”

“집착을 버려, 강함은 한 가지가 아니야. 루이스.”

“사부 같은 말······”

“루이스. 이제, 그만 너를 용서하고 받아들여. 그리고 진짜 너를 찾아가.”


진짜 나.


어느덧 로이스가 선 세계의 어둠이 흩어지고 있었다.

대신 여명이 트듯, 흰빛이 세상을 채우고 로이스의 얼굴과 몸을 씻겼다.


“따듯해······”


로이스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약에 의해 보상체계가 망가졌던 그의 뇌도, 휴식을 취하며 쾌감과 통증이 멎어 들었다.


“멈췄······다.”


로드 시험기의 조종석 앞.

열린 조종석 덮개를 붙잡고, 그곳에 서 있던 앤 소담은 검은 기운을 잃고 멈춘 A6 Mk2를 확인했다.

엘리엇 프로스트의 말대로, 싸우지 않고도 그를 멈춰 세웠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진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그저 로드의 무지갯빛을 통해 흘러나왔던 기억의 그림들은, A6 Mk2 파일럿의 슬픔과 공허함 등을 보여줬었다.


“이제 됐습니다.”


에너지 프리즘 사용을 멈춘, 로드의 조종석 안.

태형은 사라져 버린 A6 Mk2의 코어 부분을 보며 중얼거렸다.

또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코어의 폭주를 잠재울 수 있었다.

하지만 태형은 그게 끝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A6 Mk2를 놔둔 채.

태형은 로드를 연구소 중앙 구역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기다렸다.


쿠구구구궁.


얼마 지나지 않아.

연구소 중앙 구역에 세워져 있던 건물이 반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태형은 그걸 침착하게 지켜봤다.

그러자 건물뿐 아니라 건물이 세워진 지반까지 통째로 갈라지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는 건가요.”


곧 크고 깊은 지하가 태형과 로드 앞에 드러났다.

그리고 그 깊은 지하 안쪽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게임의 흐름대로라면, 상대는 정해져 있었다.


슈웅!


순식간에, 지하에서부터 날아온 뭔가가 하늘 위로 솟았다.

태형은 바로 [시간 동기화]를 사용, 눈으로 멀어진 점을 찾았다.

그리고 로드를 움직였다.


[리밋 드라이브]!


분홍빛 기운과 함께 로드를 힘차게 도약시켰다.

그리고 로드의 무장을 바로 바꿨다.


[ROD 탑재 무기 교체]

[- 에너지 실드]

[- 에너지 실드를 작동합니다.]

[- 출력률을 98%로 조정합니다.]

[- 잔여 시간 : 13초]


로드의 전신에 노란 에너지 실드가 형성되자마자.

푸른 빔 줄기가 구름 위에서부터 일직선으로 로드를 향해 쏘아졌다.


지이이이이이이이!


“읏!”


에너지 실드를 두르고 있음에도, 로드 안쪽까지 엄청난 열기가 전해졌다.

태형은 조종석의 보조 모니터를 통해 에너지 실드의 잔여 시간을 확인했다.

그리고 에너지 실드의 종료를 4초 남기고.

푸른 빔 줄기의 공세가 멈췄다.


위이이잉.


로드는 중력에 따라 추락하고.

태형은 땅에 완전히 충돌하기 전, 추진체를 사용해 속도를 줄이고 착지했다.

이어 하늘로 로드의 메인 카메라를 올려, 땅으로 천천히 내려오고 있는 새로운 기체를 봤다.


가페 Mk2······ 이커시 사양.


콜 남부 라티에르에서 싸웠던 오리지널 가페와 비교하면, 기체의 크기가 3배.

이젠 거의 작은 비행함에 육박했다.

하지만 저건 비행함이 아니었다.

토르였다.

그리고 저 큰 기체를 홀로 움직이고 있는 파일럿은, 다름 아닌 블레 패트리.


“이렇게 다시 보니 반갑구나, 엘리엇.”



어느새, 연구소 가까이 내려온 가페 Mk2의 외부 스피커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블레 형님.”


태형은 아직 하늘에 떠 있는 가페 Mk2를 보며 대답했다.

게임 내 최종 보스 역할이자, 최강의 기체.

그리고 그걸 조종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가 돼 버린 상대를 향해서.


“리베르테의 함을 노리고 공격했는데, 어떻게 알고 막은 거지? 신기하군.”

“무수한 연습의 결과입니다.”


가페 Mk2의 등장과 함께 바로 리스타우러 함이 파괴되는 루트.

그걸 막기 위해 얼마나 많이 게임을 다시 진행 했던가.

태형은 그걸 떠올리며 블레 패트리에게 대답했다.


“하하! 또 알기 어려운 얘기를 하는군. 하지만 이젠 놀랍지 않다. 엘리엇. 나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그 통로를 봤으니까.”


태형은 블레 패트리가 말하는 통로가, 자신이 레나와 함께 갔던 빛의 통로임을 알았다.

잠들어있던 블레 패트리는, 레나의 영향으로 통로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렇습니까.”

“많은 존재들의 의지와 힘을 느꼈어. 네 기운을 포함해서. 따스하더군. 엘리엇.”

“그걸 보셨다면······ 우린 싸울 필요가 없는 것 아닙니까?”


태형은 진지하게 물었다.

서로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빛의 통로.

물론 블레 패트리는 그곳에 온전히 발을 디딘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이들의 따듯한 의지를 느꼈다고 했다.

그들의 마음을 보고 들었을 터였다.


“난, 그런 걸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더라도, 결국 같은 선을 걸을 수 없는 것도 있는 법이다.”

“같은 선······”


태형이 가페 Mk2를 통해 블레 패트리 영체를 느꼈다.

그리고 자신과 블레 패트리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는 선 위에 있는 것을 상상했다.


“그게 순수한 의지의 격돌이다, 엘리엇. 너와 내가 라티에르에서 그러했듯이. 지금은 그 교차점일 뿐이야.”


작가의말

두둥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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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끝이 아닌 끝 (5) 1부 完 +8 23.08.25 163 6 21쪽
99 끝이 아닌 끝 (4) 23.08.24 73 3 13쪽
98 끝이 아닌 끝 (3) 23.08.23 74 3 14쪽
97 끝이 아닌 끝 (2) 23.08.22 84 2 11쪽
96 끝이 아닌 끝 (1) 23.08.21 88 2 12쪽
95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4) +1 23.08.20 91 4 12쪽
94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3) 23.08.19 82 2 12쪽
93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2) 23.08.18 84 2 11쪽
92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1) 23.08.17 88 2 12쪽
91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7) 23.08.16 84 2 12쪽
»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6) 23.08.15 88 2 11쪽
89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5) 23.08.14 87 2 11쪽
88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4) 23.08.13 97 3 12쪽
87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3) 23.08.12 88 2 11쪽
86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2) 23.08.11 89 2 12쪽
85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1) 23.08.10 103 2 11쪽
84 희망의 빛 (5) 23.08.09 96 2 12쪽
83 희망의 빛 (4) 23.08.08 95 2 12쪽
82 희망의 빛 (3) 23.08.07 93 3 11쪽
81 희망의 빛 (2) 23.08.06 99 2 12쪽
80 희망의 빛 (1) 23.08.05 99 3 12쪽
79 광기의 데뷔 (6) 23.08.04 101 2 12쪽
78 광기의 데뷔 (5) 23.08.03 99 2 12쪽
77 광기의 데뷔 (4) 23.08.02 96 2 12쪽
76 광기의 데뷔 (3) 23.08.01 107 2 12쪽
75 광기의 데뷔 (2) 23.07.31 102 2 11쪽
74 광기의 데뷔 (1) 23.07.30 120 2 11쪽
73 해방 전선 (7) +1 23.07.29 114 2 12쪽
72 해방 전선 (6) 23.07.28 11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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