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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 파일럿의 2회차 게임 공략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유신언
작품등록일 :
2023.05.20 06:14
최근연재일 :
2023.08.25 07:30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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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93
추천수 :
845
글자수 :
558,048

작성
23.08.11 07:30
조회
88
추천
2
글자
12쪽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2)

DUMMY

086.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2)


“쉿.”


어두운 방 안.

고개 돌린 포브르 레티는, 조용히 하라는 듯 입술에 왼손 검지를 댄 여성을 발견했다.

30대 초반, 긴 생머리의 여성.

포브르를 향한 적의는 없어 보였다.


“······”

“당신이 여기서 소란을 피우면, 나까지 곤란해져요.”


여성이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포브르에게 말했다.

그걸 들은 포브르는 황당했다.

자신이 어떤 천재일우의 기회를 만났는지, 이 사람은 눈곱만큼도 모른다는 그 자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포브르가 여성에게 물었다.


“고작 그런 이유로 지금 날 막은 겁니까?”

“······미안하지만.”


여성은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다른 한 손을 들었다.

그러자 그 손엔 검은색 권총이 들려 있었다.


“다른 방법을 쓰지 않은 걸 감사히 여겨줬으면 하는데요.”

“하······ 거참. 제가 귀한 분을 몰라뵀네요.”


포브르가 공손한 태도로 전환했다.

이어 상대의 신원을 확인했다.


“그래서, 아가씨는 누구시죠?”

“보니 프하리브.”


보니 프하리브가 총을 든 손을 내리며, 포브르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포브르에겐 처음 듣는 여성의 이름.

그는 보니의 이름을 금방 잊어버리곤, 다시 질문했다.


“그래서, 여기서 뭘 하고 계시죠?”

“글쎄, 상황을 보아하니 당신과 비슷한 목적이 아닐까 싶은데요.”

“호오? 뭐 리베르테라도 되세요?”


장난이 반쯤 섞인 포브르의 말.

이에 보니 프하리브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대답했다.


“전혀요. 저는 순수 재르간 인이라서.”

“그 순수 재르간인 중에서도 귀족까지 되는 녀석도 리베르테로 활동하던데?”

“엘리엇······”

“네, 맞아요. 그 엘리엇 프로스트.”

“아쉽지만, 난 그 아이처럼 특이한 사람은 아니에요. 평범한 사람일 뿐이죠.”

“지금 이곳에 있는 것부터 평범하지 않습니다만?”

“사정이 있어요.”


보니가 눈을 낮게 깔며 답했다.

그것만으로도 포브르는 눈앞의 여성이 자신의 적이 아님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다들 사정이 있죠. 저도 그렇고.”

“중요한 건, 소란을 피우기 전에 찾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거예요.”

“······저도 뭐, 비슷합니다.”

“잘됐네요, 그럼.”


화색이 도는 보니의 얼굴.

포브르는 혹시나 해서, 보니가 찾을지도 모를 사람의 이름을 댔다.


“혹시 하이블티거 볼프 중령과 관련된 건가요?”

“누구예요, 그게.”

“아, 전혀 아니군요.”

“제가 찾는 사람은······ 블레 패트리.”

“······하, 그 이름. 알죠.”

“제 소중한 사람이에요.”

“블레 패트리가 여기······있었군요. 저도 마찬가집니다. 보나 씨.”

“보니에요.”



보니는 가볍게 포브르의 언급을 정정했다.

포브르는 그다지 미안하지 않은 얼굴로 사과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 실례. 아무튼 저도 이곳 이커시에 제 소중한 동생들이 있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여기까지 온 거군요.”

“다른 이유도 있긴 하지만, 결국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절 도와주시겠어요?”

“네? 전 지금 제 앞가림하기도 바쁜데요?”


갑작스러운 도움 요청에, 포브르가 대뜸 거절했다.

그러자, 보니가 다시 권총을 들면서 말했다.


“당신 목숨을 하나 살려준 셈 치고요.”

“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니시군요.”

“도와만 달라는 건 아니에요. 당신이 동생분들 찾는걸, 저도 도울게요. 이곳에서 어느 정도 생활해서 길을 알아요.”

“그럼 저야 고맙지만, 전 여기 길을 모르는데요. 아가씨에게 도움이 될까요?”

“당신 복장을 보니까,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보니가 포브르의 복장을 천천히 훑으며 말했다.

자신이 이커시에서 근무하는 직원으로 제대로 위장했음을.

포브르도 기억해냈다.


“······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어떻게 할 건가요?”

“까짓것, 하죠.”

“그럼, 이 침대를 밀어서 지하로 가시면 돼요.”


보니 프하리브는 자신의 뒤쪽에 있던 이동식 침대를 손으로 당겼다.


드르륵.


바퀴가 바닥을 구르는 소리와 함께, 기다란 침대가 포브르 앞에 스르르 다가왔다.

포브르는 그 이동식 침대의 손잡이를 잡으며, 보니에게 대답했다.


“오, 딱 좋은 소리네요. 저도 마침 지하로 가야 하던 참인데.”

“침대엔 제가 누워있을 거예요. 천을 덮어주세요.”

“아하,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보니는 그가 말한 대로, 이동식 침대 위에 똑바로 누웠다.

포브르는 주변에 놓인 얇은 천으로 된 보褓를 찾아, 보니의 몸 위로 덮어줬다.

그 상태로, 포브르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근데, 보니 씨. 블레 패트리는 왜 이곳에?”

“······희소 질환을 앓고 있어요. 처음엔, 그걸 고치러 왔었죠.”

“오호, 어쩐지 한동안 안 보이더라니.”

“하지만 고치진 못했고······ 다른 방식으로 새 삶을 살 뻔했죠.”

“뻔? 했다고요?”

“······누굴 탓할 수 없는 문제에요.”


과거를 생각하며, 복잡한 얼굴로 보니 프하리브가 대답했다.

거기엔 블레 패트리를 포함, 엘리엇과 루트비히, 베사 슈타인을 포함한 여러 인물에 대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포브르는 가볍게 질문할 내용이 아님을 깨닫고, 바로 말을 이었다.


“뭐 그렇다고 칩시다. 어쨌든, 잘 안돼서 다시 여기로 왔다는 건가요?”

“네. 하지만······ 슈타인 소장은 그 사람을 살릴 생각이 없었어요.”

“음, 이커시의 슈타인 소장······”

“아직 깨어나지도 못한 그 사람의 몸을 저도 모르게 어딘가로 옮겼어요. 그래서 찾으려는 거예요.”

“의심되는 곳이······지하고요?”

“저도 도망 다니면서 웬만한 곳은 다 확인해봤어요. 건물 안쪽 깊은 곳은 사람들을 가둬놓은 곳이고, 남은 건 경비가 더 삼엄한 지하층이에요.”

“혹시 돌아다니면서······ 사람의 뇌나 장기가 든 통도······봤나요?”

“······그건······”


보니의 말이 잠시 끊겼다.

포브르는 그 의미를 알았다.


“봤군요?”

“최근에 모두 지하로 옮겨졌어요.”

“잘됐네요. 가죠.”


포브르는 방문을 활짝 열고, 이동용 침대를 먼저 밖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복도로 나가 침대를 끌며 움직였다.


“그래서 지하는?”

“이쪽으로 쭉······”


보니의 지시대로 포브르는 이동했다.

그리고 커다란 승강기 앞에 도달했다.

포브르는 목에 걸고 있던 이커시 직원의 신분증을 들고, 승강기 버튼에 인식시켰다.

그러자 버튼이 초록색으로 바뀌며, 자동으로 승강기 문이 열렸다.

두 사람은 말없이 승강기에 탑승했다.

그리고 포브르는 누워있는 보니를 대신해, 지하층으로 가는 승강기 버튼을 눌렀다.


지이이이잉.


승강기가 빠르게 내려가고.

또 도착했다.


띵.


알림 소리와 함께, 승강기 문이 자동으로 열렸고.

위층과 다른 넓은 높은 복도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을 지키고 선 덩치 큰 군인도 있었다.


“뭐지? 오늘 또 내려올 게 있던가?”


군인이 이동용 침대를 살피며 포브르에게 물었다.

군인은 무장하지 않았지만, 포브르가 쉽게 상대할 만큼 만만해 보이지도 않았다.

포브르는 마스크를 고쳐 쓰며, 머리를 굴렸다.


“새로 들어온 건데, 확인받을 게 좀 있어서.”

“······그래? 생체 물자 부서?”


목에 건 신분증을 보며 군인이 다시 물었다.

포브르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왜 반말?”

“······너는?”

“······가라.”


군인은 흥미가 떨어진 듯, 포브르에게 손짓했다.

포브르는 천천히 이동식 침대를 끌어 앞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조용히 보니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어쩌죠?”

“······블레 씨 얼굴을 아신다면······아니다. 지나가다 호흡기를 끼고 누워있는 사람이 있으면 말해주세요. 아니면, 사람 없는 방으로 가죠.”

“알겠습니다.”


침대를 밀며, 포브르는 이곳저곳을 살폈다.

주변은 꽤 여러 인원이 상주하고 있었다.

한쪽에선 기계공과 연구원들이 신형 토르 근처에 모여 있었고.

다른 쪽에선 전자 장비를 이용한 모종의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그렇게 계속 가던 포브르는, 결국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


여기서 침대를 돌려 돌아간다면, 그것만큼 이상한 일은 없겠지.


포브르는 하는 수 없이 좌측, 창고로 보이는 방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다행히 다른 사람은 없었다.

한데······


“······이런 씹!”


포브르가 주변에 놓인 것들을 확인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그걸 들은 보니가 주변을 파악하고, 상체를 일으켰다.


“무슨 일이에요?”

“하, 여기······ 잘 찾아온 것 같네요.”


포브르는 투명한 유리통을 들고, 보니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그리고 그걸 본 보니가 입을 빠르게 틀어막았다.


“읍······”

“아, 미안해요.”


유리통 속에는 뇌가, 밖에는 사람의 이름이 크게 쓰여 있었다.


“아마 제 동생은 여기 있을 것 같아요. 미안한데, 좀 같이 찾아줄래요?”

“그럴게요.”

“이름은 프란츠 레티, 아니면 롤랑 레티.”

“볼게요.”


두 사람은 한동안 보관돼있는 여러 유리통을 살피며, 포브르의 동생 이름이 적혀있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그런 건 찾을 수 없었다.


“······왜 없지.”


뇌도 심장도, 눈도 간도, 허파도.

아니 모든 것에도 동생들의 이름은 없었다.


“상심하지 말아요.”

“······여기에 없으면 폐기된 걸까요?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는데.”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곳에서 제가 본 건, 신경 연구뿐이라.”

“일단 다시 나가보죠.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으니까.”


천장에 달린 감시용 카메라를 확인한 포브르.

그가 그렇게 말하며 몸을 생체 보관실 밖으로 돌리려는 순간.


“아니, 별로가 아니라 아예 없다.”


들어본 목소리가 포브르의 귀에 들려왔다.

그건 군인이었다.

지하 승강기 입구를 지키고 서 있던.

포브르는 천천히 몸을 돌려, 자신의 짐작이 맞았음을 확인했다.


“꼼짝 마라. 리베르테. 그리고 보니 프하리브 양.”

“어이쿠. 한쪽은 친절하게 이름을 불러주고 난 그냥 리베르테야?”

“닥치고 손들어.”


군인은 막 챙겨나온 소총의 끝을 포브르에게 겨눴다.

포브르는 하는 수 없다는 듯, 양손을 높이 들었다.


“나와. 보니 양도 나오시고.”


군인의 명령에 따라, 포브르와 보니가 생체 보관실 밖으로 나왔다.

복도에는 더 많은 군인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런, 이런. 배송 업체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했을 때부터 의심쩍었는데. 리베르테가 숨어들어 와있다뇨.”


그리고 이커시의 연구소장, 베사 슈타인도 있었다.

걸음을 멈춘 보니가 그를 향해 소리쳤다.


“슈타인 소장! 블레 씨는 어디 있지!”

“블레 패트리 대위는 위대한 재르간을 위해 또 한 번의 희생을 하고 있지요. 보니 양.”

“뭐!?”


슈타인 소장의 말을 들은 보니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는 몰라도, 절대 블레 패트리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진 않을 것이기에.


“당신도 그런 희생을 치르고 싶지 않다면 조용히 있어요. 프로스트 경의 심기를 어지럽히지 말고요.”

“너!!”

“어, 저기 그럼, 내 동생들은 어딨어?”


보니가 흥분해 말을 잇지 못하는 사이.

포브르가 손을 들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베사 슈타인이 그런 포브르에게 관심을 갖고 물었다.


“동생들?”

“특이하게 여기로 온 사람들 이름을 모두 적어놨던데. 왠지 알 것 같아서. 프란츠 레티, 롤랑 레티, 몰라?”

“하하하하하!”


두 사람의 이름을 듣자, 베사 슈타인이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곤 웃기 시작했다.

그리곤 손뼉을 쳤다.


“갑자기 왜 처웃어?”

“이럴 수가! 정말 재밌군요!”

“씨발, 이게 뭐가 재밌다는 거야?”

“이런 기회는 흔치 않거든요! 당신을 좀 더 오래 살려둬야겠어요.”

“뭘 하려고?”


질문하는 포브르 레티.

그를 보며 베사 슈타인이 안경을 번뜩였다.


“당신 동생들이 당신을 죽이는 꼴을 좀 구경하고 싶거든요.”


작가의말

급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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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끝이 아닌 끝 (5) 1부 完 +8 23.08.25 162 6 21쪽
99 끝이 아닌 끝 (4) 23.08.24 72 3 13쪽
98 끝이 아닌 끝 (3) 23.08.23 72 3 14쪽
97 끝이 아닌 끝 (2) 23.08.22 82 2 11쪽
96 끝이 아닌 끝 (1) 23.08.21 87 2 12쪽
95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4) +1 23.08.20 90 4 12쪽
94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3) 23.08.19 80 2 12쪽
93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2) 23.08.18 81 2 11쪽
92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1) 23.08.17 87 2 12쪽
91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7) 23.08.16 84 2 12쪽
90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6) 23.08.15 87 2 11쪽
89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5) 23.08.14 87 2 11쪽
88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4) 23.08.13 97 3 12쪽
87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3) 23.08.12 88 2 11쪽
»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2) 23.08.11 89 2 12쪽
85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1) 23.08.10 103 2 11쪽
84 희망의 빛 (5) 23.08.09 96 2 12쪽
83 희망의 빛 (4) 23.08.08 94 2 12쪽
82 희망의 빛 (3) 23.08.07 93 3 11쪽
81 희망의 빛 (2) 23.08.06 99 2 12쪽
80 희망의 빛 (1) 23.08.05 99 3 12쪽
79 광기의 데뷔 (6) 23.08.04 101 2 12쪽
78 광기의 데뷔 (5) 23.08.03 98 2 12쪽
77 광기의 데뷔 (4) 23.08.02 96 2 12쪽
76 광기의 데뷔 (3) 23.08.01 106 2 12쪽
75 광기의 데뷔 (2) 23.07.31 102 2 11쪽
74 광기의 데뷔 (1) 23.07.30 120 2 11쪽
73 해방 전선 (7) +1 23.07.29 114 2 12쪽
72 해방 전선 (6) 23.07.28 11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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