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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메카 파일럿의 2회차 게임 공략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유신언
작품등록일 :
2023.05.20 06:14
최근연재일 :
2023.08.25 07:3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31,128
추천수 :
845
글자수 :
558,048

작성
23.08.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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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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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광기의 데뷔 (6)

DUMMY

트레그가 오두막집에 성큼성큼 들어온다.

자신의 아버지는 신경 쓰지 않고, 집 벽면에 박힌 못을 찾아간다.

그 못의 머리에 열쇠가 하나 걸려있다.

트레그가 그걸 집어 들자, 아버지가 소리친다.


-트레그!!!

-이것만 있으면 돼요.

-뭘 하려는 거냐!

-아버지 말이 어느 정도는 맞았네요.

-뭣?

-어차피 도시로 가도 다시 이곳에 돌아올 거란 말, 말이죠.

-지금 토키베를랑이 난리 난 건, 나도 뉴스로 봤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저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군요.

-내가 뭘 모른다는 거냐······

-하하하! 아버지, 전 다시 도시로 갈 거예요. 그리고 죽지도 않아요!

-멍청한 놈!!!


아버지가 소리친다.

오두막집이 방방 울릴 만큼.


-기어이 뒤지러 그곳엘 다시 간단 거냐!!

-말했잖아요. 저는 죽지 않아요. 하하하.

-이 미친놈!!


근육질의 아버지가 트레그를 붙잡기 위해 다가온다.

그러나 트레그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듯, 그런 아버지를 세게 뒤로 밀어낸다.


-그래요. 저는 동성애자예요. 그리고 글라이츠를 좋아해요.

-그딴 건 알고 있어!

-그리고 말이죠. 앞으로도 영원히,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

-왜 그런 줄 아세요? 아버지가 아는 트레그 베르터는 이미 죽었거든요. 몇 시간 전에.

-네녀석, 애비한테 도대체 못 하는 말이 없어······

-저는 이제 새로운 트레그랍니다. 그러니까 아저씨, 누가 자식이 있냐고 묻거든 연이 끊겼다고 말하세요.


쾅.


오두막집의 문을 닫고.

트레그가 농장으로 뛴다.

농장 건물 바로 옆에 놓인 농업용 2세대 토르.

거기에 올라탄다.

집에서 가져온 키를 조종석에 꽂자, 토르가 작동한다.


-트레그!!!

-아저씨, 이 토르 좀 잠깐 빌려 쓸게요. 되돌려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도난 신고를 하셔도 좋아요.

-트레그······ 멈춰! 멈춰라! 제발!!


쿵, 쿵, 쿵, 쿵-


아버지의 울부짖음을 무시하고, 트레그는 토르를 조종해 나아간다.

그가 왔던 길을 밤사이 다시 돌아간다.

중간중간, 자신을 막아서는 재르간 군인을 죽이고, 군용 토르를 파괴하며 토키베를랑까지 진격한다.

아침에 돌아온 그 거리.

트레그는 불탄 가게 ‘카이트’를 발견한다.

그 안에 검게 불탄 시체 2구도 본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트레그가 미친 사람처럼 웃는다.

눈물을 흘리면서.

그런 트레그를 곧 토르 소대가 포위한다.

그러나 트레그의 농업용 토르를 막지 못하고, 후퇴하게 된다.


-대단하군.


모두가 물러나고, 트레그 앞에 다시 나타난 건 푸른색의 도장을 한 2세대 군용 토르.

칼테 크리거 A1 랑케 터야만 기機다.


-농사짓는 기체로 군용 토르를 격파하다니.

-하하하하하하! 그런 게 중요한가요? 얼마나 제구실을 잘하느냐가 중요하지!

-맞는 말이군. 그래서, 나를 넘을 정도로 구실을 하나?


두 기체가 바로 달라붙는다.

그러나 전투 무장을 한 A1 앞에서, 농업용 토르의 양팔이 쉽게 잘려 나간다.


-하하하하하! 즐겁네요. 아주 즐거워요. 이렇게 사는 게 인생이구나!

-막 알에서 부화한 새끼 같은 소릴 하는군.

-정말 그렇거든요!!


조종석에 토르용 도끼날이 겨눠져 있음에도, 트레그는 웃으며 소리친다.

그걸 본 랑케는 어이없어하면서 웃음을 터트린다.


-네가 왜 그러는지는 대충 알고 있다.

-저를 아시나요? 하하하하! 저는 정말 태어난 지 얼마 안 됐답니다.


슈우웅.


A1 기체의 조종석이 열리고, 랑케가 걸어나온다.

트레그는 처음 보는 사내의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본다.


-문을 열어라, 줄게 있다.


그 말을 들은 트레그는 망설임 없이 조종석 문을 연다.

이미 자신이 패배함은 알고 있으니까.

그러자 랑케는 들고 있던 소형 단말기를 트레그의 조종석 쪽으로 던진다.

트레그는 날아오는 단말기를 어렵사리 받아낸다.


-뭐죠?

-나오는 걸 봐라.


트레그가 단말기를 살핀다.

단말기 화면엔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다.

트레그의 아버지가 촬영된 영상이다.


-제 아들, 트레그를 막아주십시오. 그 아이는 잘못이 없습니다. 아이를 동성애자로 잘못 키운 제 잘못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꼭 좀 살려······

-이딴 걸 보여주려고 하셨나요? 하지만 아쉽게도 저 사람은 제 아버지가 아니에요~

-더 봐라.


트레그가 다시 단말기 화면으로 시선을 돌리자, 다른 영상으로 이어지는 게 보인다.


-금일 재르간 제국의 수상 로이츠 폰 허먼이 즉결 처형당했습니다.

-······

-처형 사유는 반역죄였으며, 이를 지시한 것은 레온하르트 프로스트 공작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이츠 전 수상의 새 제국법은, 제국 신민의 안전 보장권을 위협했으며 이는 제국의 근간을 뒤흔든 반역 행위였습니다. 저는 황제 폐하의 의지에 따라 수상을 처형하고 새로 제정된 제국법의 폐기를 선언합니다.

-······


영상을 보고 있는 트레그를 향해, 랑케가 말을 덧붙인다.


-그게 나의 주인님, 프로스트 공작 각하시다.

-······재밌네요. 우스워요.

-우스운가?

-단 하룻밤 만에, 사람을 죽이고 불태운 법이 휙 사라질 수도 있는 거군요!

-그게 힘이다. 그리고 권력이란 거지.

-하하하! 아무렴 어때요? 저는 죽여버리고 싶은 자들을 다 죽여야겠는데. 가장 마지막에 죽일 인간이 이미 죽었다니?

-어차피 네 녀석 실력으론 여기까지가 한계잖냐.

-하하하하! 그것도 그렇네요?

-하지만 앞으로도 또 죽이고 싶은 인간들을 죽일 기회가 있을 거다.

-그럴까요? 당신이 여기서 절 죽이면 끝인데?

-나와 가자. 프로스트 공작 각하께서 널 보고 싶어 하신다.

-하하하하 프로스트 공작!!

-각하, 붙여라.


포박된 트레그는 프로스트 성으로 옮겨진다.

그리고 중년의 레온하르트 프로스트 공작 앞에 꿇려진다.


-앞으로 제국을 위해 일한다면, 지은 죄는 없던 걸로 해주지.

-하하하하하하!

-이 녀석, 무엄하다.

-괜찮다, 랑케.

-제가 지은 죄가 있었나요?

-네 죄? 없다고 생각하나? 그런 건 지금이라도 만들어줄 수 있지.

-하하하하!

-내 앞에서 함부로 웃은 죄, 내 앞에서 함부로 입을 연 죄.

-당신은 솔직하시군요.

-솔직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

-너무 좋아요. 당신의 발이라도 핥아주고 싶네요.

-그건 신선한 경험이겠군.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다.

-하하, 그럼 뭘 까요?

-내 사람이 되겠냐는 거다. 프로스트 가에 충성할 사람 말이다.

-충성하면 뭐가 좋나요?

-이전에 없던 자유가 주어지겠지. 이전에 없던 재물도 힘도 주어질 거고.

-하하하! 그런 건 아름답지 않군요.

-그리고 네가 일하던 가게를 불태운 자들을 찾아 죽일 수도 있겠지.

-너무 아름다워요.

-그럼 하겠느냐? 나를 위해, 프로스트를 위해.

-뭐부터 하면 될까요? 하하하하!


트레그는 그렇게 칼테 크리거가 된다.

프로스트 공작으로부터 사면권을 받고, 군용 토르도 지급된다.

깊은 새벽, 트레그는 군용 토르를 타고 도시를 돌아다닌다.

그리고 그가 머물렀던 집마다 화재가 난다.

불은 크게 번지고, 안에서 자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죽는다.


-괜찮아. 트레그. 칼테 크리거는 그런 결함쯤은 용인되니까.


프로스트 성의 연병장.

레온하르트 프로스트의 아직 어린 장남, 루트비히 프로스트는 트레그에게 말한다.

속삭이듯이.


-그래도 말이야······ 너무 멀리 가지는 마. 결함 있는 기체엔 제약이 있는 법이거든.

-그건 아름답지 않군요. 하하하!


트레그는 생각한다.

이자는 그의 아비와 다르다고.

솔직하지 않다, 아름답지 않다.

오히려 추악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트레그는 그를 따르는 자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복수를 위해 이곳에 남은 것이니까.

계속해서, 글라이츠의 영혼을 괴롭힐 모든 것들을 부수는 것.

그게 트레그의 복수다.

그렇게 살기로 한 트레그에게 빛이 나타난다.


-저 귀여운 아이는 누구인가요?

-아, 엘리엇 도련님이다. 가주님의 막내 아드님이시지.


프로스트 성.

이제 열 살쯤 된 엘리엇을 보며, 트레그가 묻는다.

그러자 곁에 있던 랑케가 대답한다.


-아름답군요.

-성정이 평온하시고, 상냥하시다. 다만 평소 학문에 열중하시느라 밖으론 잘 나오지 않으시지.

-가주님을 닮으셨어요.

-그런가? 가주님께선 그렇게 보시지 않던데.

-하하하! 제가 보기엔 누구보다 가주님의 아들같이 생겼는데요!

-나쁜 말은 아닌데 묘하게 들리는군.

-칭찬이죠! 저분의 발을 핥아주고 싶을 만큼.

-그건 허락할 수 없다. 도련님께 이상한 짓은 하지 마라.


트레그는 엘리엇의 성장을 지켜본다.

몰래 지켜보며 사진까지 찍는다.

엘리엇이 루트비히와 다투는 나날도, 프로스트 성을 홀로 떠나가는 날도.

트레그는 멀리서 그의 뒤를 본다.


-참, 솔직한 사람······ 그렇기에 너무도 아름다운 사람······


전혀 다른 얼굴과 몸이지만, 엘리엇은 글라이츠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죽은 글라이츠는 돌아오지 않음을, 트레그는 알고 있다.

엘리엇 역시 돌아오지 않는다.

사랑한다 말을 해도 글라이츠는 답을 할 수 없고, 엘리엇은 받을 수 없다.

이후 트레그는 완연한 칼테 크리거로서 사람을 죽인다.

전쟁에 나가 미친 듯이 춤을 춘다.

학살이 아니라 신나게 춤을 추는 것이다.

후회할 것은 없다.

베고, 부수고, 갈라내고, 하고픈 대로.

그렇게 여기까지 온다.

이커시에서 약을 투입하고, 신경계가 토르에 연결된 채 하늘의 빛을 보는 지경이 된다.

글라이츠가 보인다.

글라이츠가 죽는 그 순간이 반복된다.

엘리엇이 보인다.

엘리엇이 자신을 밀어내는 순간이 반복된다.


-아름다운 것들은 왜, 다들 내 곁에 머무르지 못할까.


차라리 없어지길 바란다.

그런 것에 끌리지 않고 아무런 미련도 없이 전부 사라지기를.

세상의 끝을 바란다.

그렇게 트레그는 어둠 속에 잠긴다.

검은 구멍 속에 모든 게 빨려들어 가듯이.


“어차피 한번 끝내려 했던 삶이라면······”


어둠뿐인 시야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점차 밝아진다.


“더 절망할 필요도 없는 거겠죠.”


알고 있다.

이 목소리.

트레그는 음성의 주인을 기억한다.

엘리엇 프로스트.


“저도 그런 적이 있어요. 많은 걸 잃었던 때가.”

“뭘 잃으셨었죠?”

“가족, 평온할 삶, 평범했을 지도 모를 인생.”

“저랑 비슷하시네요. 하하하!”

“그렇지만 저는 금방, 저를 밝혀주는 사람을 만났어요.”


할머니.

엘리엇의 목소리에 그리움과 온기가 묻어난다.

동시에 트레그를 둘러싼 어둠이 더 줄어든다.


“저도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요. 저는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제가 설령 도련님을 원해도, 이뤄질 수 없는 것처럼. 그러니까 계속 이런 고독 속에 갇혀 사라지는 거죠.”

“아뇨, 당신도 가질 수 있어요.”

“정말 그럴까요?”

“물론 저는 아니겠지만.”

“하하하하! 거봐요.”

“그래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다른 사람이 있을 거예요. 살아있으니까.”

“살아있기는 하죠! 이토록 더러운 존재로서! 아직 살아 숨 쉬고 있죠. 하하하하!”

“트레그, 당신은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갑자기, 엘리엇의 목소리가 마치 여러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말하듯 갖가지 소리가 섞여 있다.


“수많은 사람을 죽여온 제가요?”

“그 겹겹이 쌓인 피를 닦는 건 당신 몫이겠죠. 포기하지는 마세요. 닦고, 닦다 보면, 당신도 원했던 사람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도요.”

“언젠가는, 그럴지도요. 그걸 희망 고문이라고 하나요?”

“희망과 절망, 그걸 삶이라고도 하죠.”


엘리엇이 내뿜는 환한 빛이, 마침내 트레그의 시야에 가득 담긴다.

그리고 또 다른 익숙한 목소리 하나가 들려온다.


“그래, 트레그. 넌 할 수 있어.”

“글라······이츠?”


작가의말

뭔 소리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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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끝이 아닌 끝 (5) 1부 完 +8 23.08.25 163 6 21쪽
99 끝이 아닌 끝 (4) 23.08.24 73 3 13쪽
98 끝이 아닌 끝 (3) 23.08.23 74 3 14쪽
97 끝이 아닌 끝 (2) 23.08.22 84 2 11쪽
96 끝이 아닌 끝 (1) 23.08.21 88 2 12쪽
95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4) +1 23.08.20 91 4 12쪽
94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3) 23.08.19 82 2 12쪽
93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2) 23.08.18 84 2 11쪽
92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1) 23.08.17 88 2 12쪽
91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7) 23.08.16 84 2 12쪽
90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6) 23.08.15 88 2 11쪽
89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5) 23.08.14 87 2 11쪽
88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4) 23.08.13 97 3 12쪽
87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3) 23.08.12 88 2 11쪽
86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2) 23.08.11 89 2 12쪽
85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1) 23.08.10 103 2 11쪽
84 희망의 빛 (5) 23.08.09 97 2 12쪽
83 희망의 빛 (4) 23.08.08 95 2 12쪽
82 희망의 빛 (3) 23.08.07 94 3 11쪽
81 희망의 빛 (2) 23.08.06 99 2 12쪽
80 희망의 빛 (1) 23.08.05 99 3 12쪽
» 광기의 데뷔 (6) 23.08.04 102 2 12쪽
78 광기의 데뷔 (5) 23.08.03 99 2 12쪽
77 광기의 데뷔 (4) 23.08.02 96 2 12쪽
76 광기의 데뷔 (3) 23.08.01 107 2 12쪽
75 광기의 데뷔 (2) 23.07.31 102 2 11쪽
74 광기의 데뷔 (1) 23.07.30 121 2 11쪽
73 해방 전선 (7) +1 23.07.29 114 2 12쪽
72 해방 전선 (6) 23.07.28 11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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