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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 파일럿의 2회차 게임 공략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유신언
작품등록일 :
2023.05.20 06:14
최근연재일 :
2023.08.25 07:3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31,078
추천수 :
845
글자수 :
558,048

작성
23.08.1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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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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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7)

DUMMY

블레 패트리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태형은 그가 자기를 향해 미소 짓고 있다고 생각했다.


“엘리엇, 너와의 전투 후. 사실, 나는 완전히 육체를 잃었어. 그걸로 끝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이렇게 또다시 네 앞에 섰구나.”


블레 패트리가 간단하게 자신의 상태에 대해 고백했다.

대부분의 육체를 잃고, 뇌만 남아 기체를 조종하고 있는 상태라는 걸.

태형은 그런 블레 패트리를 동정했다.


“······여기서 멈춰도 됩니다. 원해서 이렇게 된 것도 아닐 테니까요.”

“그렇지. 하지만 난, 날 이렇게 만든 자들을 원망하지 않아.”

“당신은······그렇겠죠.”


블레 패트리는 게임 속 그대로였으니까.

그의 대사 역시 태형이 기억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었으니까.


“그들에게는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던 거고. 나는 그 덕에 다시금 재르간을 지킬 기회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아름답게 흩어질 기회를 말이야.”

“블레 형님······ 이곳은 이커시입니다. 재르간이 이곳에서 뭘 했는지, 당신은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 그렇지.”


블레 패트리는 이커시의 실상을 알고 있다.

한데도 리베르테와 엘리엇 프로스트를 막아서겠다고 하고 있었다.

태형은 이런 블레 패트리의 말을 거북스럽다는 듯 지적했다.


“그런 재르간을 아름답게 지킨다는 겁니까?”

“지켜야지. 지금 나는 인간 블레 패트리가 아니니까. 하지만······”


블레 패트리, 가페가 잠시 뜸을 들였다가, 다시 말했다.


“당장 여기서 너와 싸우겠다는 건 아니다. 이곳을 전 세계에 공개하든, 파괴하든 마음대로 해라. 난 우선 재르간의 존속을 위해 움직일 테니.”

“그래서······”

“그래, 루트비히 프로스트. 네 형을 데리고 본국으로 갈 거다. 날 방해한다면, 네게 소중한 저 리베르테와 다른 이들부터 파괴하겠다.”


태형은 알아차렸다.

루트비히 프로스트는 이미, 가페 어딘가에 탑승해 있다.

그렇기에 블레 패트리가 지금 저렇게 강경하게 말하는 거다.


“그 사람은······재르간을 병들게 하는 존재가 아니었습니까?”

“하지만 루트비히를 잃으면, 재르간은 당장 무너지겠지. 지금까지 녀석이 재르간 군의 많은 것들을 움직여 왔으니까. 게다가······”

“루트비히 형님은 재르간의 죄를 짊어져야 합니다.”

“그래. 일이 잘못된다면 녀석은 살아남아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거다. 재르간을 위해. 당장 리베르테에 내줄 수 없다. 녀석의 처분은 재르간 인의 몫이다.”

“알겠습니다.”

“이해하는 건가?”

“그건 아니지만, 당장 이곳에서 당신과 싸우는 건, 저도 피하고 싶으니까요.”

“그래, 현명한 판단이다.”


그렇게 말하며 가페 Mk2는 다수의 추진체를 이용, 천천히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어 블레 패트리는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곤, 상공 높이 사라져버렸다.


“······보니를 부탁한다.”


*


이커시 연구소 지하 1층.

커다란 폭발로 지하층 천장은 물론이고, 1층 위까지 무너져 난장판이 된 그곳.

그곳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건물 잔해에 깔려 있던 기계가 꿈틀댔다.

그건 프란츠 로봇이었다.


“······형······ 포브르······형······”

“프란츠 형······ 괜찮아?”


프란츠 로봇의 뒤쪽에서, 롤랑 로봇의 스피커 음성이 들렸다.


“롤랑?”

“형, 잠깐만. 도와줄게.”


구우웅.


프란츠 로봇의 등 쪽을 깔고 있던 커다란 건물 잔해가 위로 들렸다.

프란츠는 기계 몸을 움직여, 뒤로 기어 나왔다.


쿵.


그러자 건물 잔해가 거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놓였다.

잔해를 들어줬던 롤랑이 내려놓은 것이었다.

롤랑은 이제 막 일어서는 프란츠의 기계 몸을 보며 물었다.


“형 괜찮아?”

“팔 한쪽이 날아가긴 했지······”


프란츠는 반쯤 잘려 나간 왼쪽 기계 팔을 롤랑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다행일까, 불행일까.

프란츠는 그 폭발 속에서 살아남은 자신들이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 없었다.

강제로 기계 몸을 갖게 된 채, 재르간의 명령대로 움직여야만 하던 자신들이었으니.


“롤랑, 그러고 보니 나 제한이 없어.”

“제한?”

“움직임 제한. 연구원 녀석들이 조종기로 행동 설정에 걸어둔 제약 있잖아.”

“어, 그러고 보니?”


프란츠의 말에 롤랑이 동조했다.

이전엔 특정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기계 몸을 움직여 걷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하나, 지금은 프란츠와 롤랑, 둘 다 자유로웠다.

그 말인즉, 프란츠와 롤랑 로봇을 조종하던 조종기의 신호가 사라졌다는 뜻이었다.


“롤랑, 포브르 형은? 형 봤어?”

“······없어졌어.”

“없어져?”

“······”


롤랑은 조용히 포브르가 서 있던 자리를 가리켰다.

그곳엔 커다란 천장 잔해와 사방으로 튄 핏자국과 살덩이만 가득했다.


“······형······”


눈물은 나지 않았다.

기계 눈에선 물이 만들어지지 않았으니까.

요동치는 감정을 드러낼 수 없었다.

기계 얼굴엔 표정을 만들 수 없었으니까.

프란츠는 그저 한동안, 소리 없이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든 프란츠는 바로 움직였다.


“찾자.”

“형, 뭘?”

“그 새끼들!”


프란츠는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롤랑은 누굴 지칭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런 프란츠의 뒤를 따라 무너진 건물 잔해를 넘나들었다.


“여기.”


프란츠가 멈춘 건, 방탄유리가 세워져 있던 실험실 옆 관측실 내부였다.

두 공간을 나누고 있던 방탄유리는, 조각나지 않고 통째로 날아가 뒤쪽에 처박혀있었다.

그리고 그 여파에 휩쓸린 건지, 수많은 연구원과 그들의 수장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베사 슈타인······!”


흥분한 프란츠가 쓰러져 있는 슈타인 소장의 몸을 뒤집었다.

그리고 정신을 잃은 그의 얼굴을 봤다.


“살아있어 이 새끼!”


프란츠는 자신의 시야, 로봇의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베사 슈타인 소장이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프란츠는 오른쪽 기계손으로 그의 목을 조르며 들어 올렸다.


“죽어!!!”

“형!”

“왜! 롤랑! 말리지 마! 이딴 새끼는 죽여버려야 해!”

“형! 그래도······우리 사람을 죽이진 말자.”

“······이 새끼는 사람도 아니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프란츠는 결국 베사 슈타인을 죽이지 않고, 바닥에 내던졌다.


“씨발, 사람도 아니라고······ 누가 저딴 걸 사람이라고 해······”

“형······”

“잊었어? 우리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잊지 않았어.”

“방금 포브르 형이······ 방금 어떻게 죽었는지 봤잖아. 그게 누구 때문인데!!”

“그래도······”


롤랑은 프란츠의 마음을 이해했다.

베사 슈타인 소장을 증오하는 마음도 있었다.


“나도 저 사람, 용서할 수 없어. 그렇지만······ 똑같이 더러워지진 말자.”

“뭐······?”

“포브르 형은,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이런 몸이 된 우리가······ 이대로 재르간의 명령에 따라 나쁜 짓을 하고. 그걸 힘들어하지 않게······ 그냥 끝내주고 싶다고.”

“······”

“그러니까, 포브르 형을 생각해서. 우리 멈추자······”

“······젠장.”


프란츠는 멀리 쓰러져있는 슈타인 소장과 다른 이커시 연구원들을 보며 주먹을 쥐었다.

저들의 명령하에 자신들은 이미 여러 생명을 해쳤다.

처음엔 쥐, 그다음엔 토끼, 이어서 강아지.

맹수와도 싸우며 몸체를 업그레이드해 왔다.

그럴 때마다, 프란츠의 마음은 아팠다.

아무런 적의도 없는 동물들의 목을 붙잡고, 그대로 죽이는 행위.

그걸 자신이 한다는 걸 처음엔 받아들이기도 힘들었다.

그것도 자신에게 가해지는 고통을 피하려는 이기적인 선택으로······


“네 말이 맞아, 롤랑. 포브르 형은······ 우릴 잘 아니까.”

“응.”


롤랑이 프란츠의 말에 따라 기계 머리를 끄덕였다.

이어 프란츠가 새로운 의문에 직면했다.


“그럼 이제, 우린 어쩌지?”

“여기서 도망치자.”

“이 몸으로 어딜 갈 수 있는데······”

“그렇지만, 계속 여기에 있을 수도 없잖아. 아, 그러고 보니!”

“?”

“포브르 형이 그랬잖아. 리베르테 함이 여기 와있다고.”

“맞아. 그랬지. 우리 일단 올라가······”


지상으로, 올라가자는 말을 하려던 프란츠.

그의 몸이 멈췄다.


“하아······우윽, 아······ 클클······ 프란츠, 롤랑······ 당신들을 창조한 날 죽이려고 하다니요.”


관측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베사 슈타인이 피를 토하며 일어섰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언제 주웠는지 모를 조그마한 단말기가 들려 있었다.

연구원들이 프란츠와 롤랑을 조종할 때 쓰던 그것이었다.


“······씨······발!”

“욕설은 좋지 않아요. 더군다나 이런 상황에서 화가 나는 건 저거든요.”

“아, 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


프란츠와 롤랑이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슈타인 소장이 단말기를 통해 두 로봇의 환상통 재생을 시작한 것이었다.


“어때요. 이제 좀······정신이 드나요? 당신들은 내 소유물에 불과해요.”

“아······니······!”

“오호, 프란츠. 멋진 반항이군요. 양팔이 잘려 나가는 건 아무래도 익숙해졌나요? 그럼 두 다리도 같이 잃는 고통을 느껴보시죠.”


통증 속에서 정신을 유지한 채.

몸을 움직이려는 프란츠를 보고 베사 슈타인이 환상통의 단계를 높였다.

이전까진 두 팔이 잘려 나가는 통증을 느꼈다면, 이젠 사지가 동시에 절단되는 고통을 느낄 터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프란츠도 롤랑도, 끝없는 고통 속에서 울부짖던 그때.

그들이 서 있던 하늘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베사 슈타인이 그림자를 만든 것의 정체를 확인했다.


“······! 리베르테 신형 토르!”


그건 태형이 조종하고 있는 로드였다.

로드의 외부 스피커에서 태형, 엘리엇 프로스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곳은 리베르테가 점령했습니다. 재르간 군과 연구소 관계자분들은 저항을 멈추고 연구소 밖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크읏······ 그럴 리가, 가페 Mk2가 출격하지 않은 건가요? 아니면 졌다는······”


실정을 모르는 베사 슈타인이, 당황한 얼굴로 중얼거리는 동안.

로드의 몸체가 베사 슈타인과 프란츠, 롤랑 로봇을 향해 숙였다.


“뭐, 뭘 하려는······!”


겁먹은 베사 슈타인이 황급히 등을 돌리고 연구소 통로 쪽으로 도망치려는 순간.

로드는 양손을 뻗어, 무지갯빛 에너지 프리즘을 프란츠와 롤랑을 향해 펼쳤다.


“아······!”

“멈췄······어······”


그러자 프란츠와 롤랑 로봇의 환상통이 멎고.

둘은 몸체의 통제권을 되찾았다.


“고마워, 프로스트. 엘리엇.”

“······아니에요. 포브르 레티 소위.”


로드의 조종석.

포브르 레티의 영체靈體가 태형의 얼굴을 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곧 그 영체는 사라졌고, 태형은 다시 두 인간형 로봇이 서 있던 곳을 지켜봤다.

그러자, 재르간의 조종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로봇 하나가 빠른 속도로 베사 슈타인 소장의 뒤를 쫓는 게 보였다.


“진짜! 너무하네!”


후욱!


높게 도약해, 그대로 베사 슈타인의 등에 말 그대로 강렬한 철권을 날린 건.

다름 아닌 롤랑이었다.

롤랑은 자신의 공격에 맞아 쓰러진 베사 슈타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당신은 진짜 못돼 처먹었어요.”


작가의말

죽여라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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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끝이 아닌 끝 (5) 1부 完 +8 23.08.25 162 6 21쪽
99 끝이 아닌 끝 (4) 23.08.24 71 3 13쪽
98 끝이 아닌 끝 (3) 23.08.23 72 3 14쪽
97 끝이 아닌 끝 (2) 23.08.22 82 2 11쪽
96 끝이 아닌 끝 (1) 23.08.21 87 2 12쪽
95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4) +1 23.08.20 89 4 12쪽
94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3) 23.08.19 80 2 12쪽
93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2) 23.08.18 80 2 11쪽
92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1) 23.08.17 86 2 12쪽
»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7) 23.08.16 83 2 12쪽
90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6) 23.08.15 86 2 11쪽
89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5) 23.08.14 85 2 11쪽
88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4) 23.08.13 96 3 12쪽
87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3) 23.08.12 86 2 11쪽
86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2) 23.08.11 87 2 12쪽
85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1) 23.08.10 102 2 11쪽
84 희망의 빛 (5) 23.08.09 96 2 12쪽
83 희망의 빛 (4) 23.08.08 94 2 12쪽
82 희망의 빛 (3) 23.08.07 93 3 11쪽
81 희망의 빛 (2) 23.08.06 99 2 12쪽
80 희망의 빛 (1) 23.08.05 98 3 12쪽
79 광기의 데뷔 (6) 23.08.04 101 2 12쪽
78 광기의 데뷔 (5) 23.08.03 98 2 12쪽
77 광기의 데뷔 (4) 23.08.02 96 2 12쪽
76 광기의 데뷔 (3) 23.08.01 106 2 12쪽
75 광기의 데뷔 (2) 23.07.31 102 2 11쪽
74 광기의 데뷔 (1) 23.07.30 120 2 11쪽
73 해방 전선 (7) +1 23.07.29 114 2 12쪽
72 해방 전선 (6) 23.07.28 11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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