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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 파일럿의 2회차 게임 공략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유신언
작품등록일 :
2023.05.20 06:14
최근연재일 :
2023.08.25 07:3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31,094
추천수 :
845
글자수 :
558,048

작성
23.08.22 07:30
조회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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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끝이 아닌 끝 (2)

DUMMY

“하하하하하하!”


앤틀랑 아인스트라세 총독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응접실에 있던 사람 중 유일하게. 한참을 웃고 난 후, 앤틀랑은 정색한 얼굴로 태형을 바라봤다.


“루트비히 프로스트 보다도 더 오만하고 멍청한 녀석이었군.”

“그렇게 보이나요.”


태형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앤틀랑 아인스트라세를 바라봤다.

그런 태형을 비웃듯,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앤틀랑이 말을 이었다.


“엘리엇 프로스트 군. 자네가 지금까지 어떤 전적을 쌓아왔는지는 잘 알고 있지. 그 동부 변방 쿠아라즈부터 루트비히 녀석을 골탕 먹였고, 하타에선 하이블티거 볼프의 경비대대를 궤멸 시켰어. 프레이리 기지며 아이엔 기지까지. 연전연승하며 여기까지 왔지.”

“······”

“그렇지만 콜의 특별 부대원들을 마주하고 자네가 뭘 할 거란 말인가? 동족 잔상의 비극을 직접 리베르테에 선물이라도 할 건가?”


말없이 듣고 있는 태형을 향해, 앤틀랑은 빙긋 웃으며 쐐기를 박았다.


“아니, 그보다 말이야. 토르에서 내린 자네가 지금 뭘 할 수 있지?”



특별한 것 없는 엘리엇 프로스트 몸.

고도의 훈련으로 단련된 근육질의 몸이 아닌, 오랜 시간 공부와 연구로 마르기만 한 몸.

앤틀랑은 그걸 지적했다.

하지만 태형은 따듯한 눈으로 앤틀랑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 세계에 와서······”

“음?”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는 많은 걸 배웠습니다.”

“뜬금없는 소릴.”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크게 깨달은 건. 저는 혼자가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혼자가 아니다?”

“제게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할머니를 위해선 뭐든지 할 수 있을 만큼 소중한.”

“할머니? 계속해서 이상한 말만 늘어놓는군.”


태형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앤틀랑은 인상을 썼다.


“그런 제 마음을······ 온전히 이해해줄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들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만 봤고, 자신과 상관없는 존재로만 여겼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혼자였습니다. 할머니와 있는 시간을 제외하면.”

“어디 머리를 다친 겐가? 엘리엇 프로스트 군. 자네는 재르간 제국의 프로스트 가의 인간이 아닌가?”

“그런데 이곳에 와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도 봤죠. 새로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게 온전히 저를 이해한다는 것은 아니지만요.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는 겁니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


태형은 손을 들어, 검지로 앤틀랑의 바로 옆을 가리켰다.

서있던 앤틀랑의 부관이 힐끔 그곳을 봤지만,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었다.


“지금 당신 곁에도 있습니다. 앤틀랑 아인스트라세 총독.”

“······애들 장난도 아니고. 유령을 본다고 말하는 건가? 그 ‘기적의 빛’처럼 허무맹랑한 소리군.”

“앤틀랑. 당신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당신을 지키기 위해 참고 견디셨군요.”

“무슨, 무슨 소릴 하는 게냐······”

“그리고 결국, 당신을 위해···”

“닥쳐라!!”


쾅!


앤틀랑 아인스트라세가 응접실 탁자를 내리치곤 자리서 일어섰다.

하나, 태형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당신을 위해 희생을 짊어지고 가셨지요.”

“지금······프로스트 가의 정보력으로 나를 겁박하는 게냐?”

“그저 알려주려는 것뿐입니다. 지금 당신 곁에는 여전히, 돌아가신 당신의 어머니가 지키고 서 있다는 걸.”

“······”

“하지만, 어머니께서도 고개를 저으시는군요. 앤틀랑. 당신의 행동으로 너무 많은 사람과 의지가 고통받았습니다.”

“더 대화할 가치가 없군. 이자를 끌고 가 지하 벙커 격리실에 가둬라.”


앤틀랑은 심기 불편한 표정으로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명령을 들은 군인들이 태형에게 다가왔지만.

태형은 양팔을 벌린 채, 두 눈을 감았다.

그의 몸에서 다른 이들은 볼 수 없는 흰 기운이 넘실대며 퍼져나갔다.

응접실 밖으로까지.


“뭣 하는 게냐?”

“부르고 있습니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자다. 어서 옮겨라.”


태형의 행동을 보던 앤틀랑은 자기의 이마를 짚었다.

재르간 내에 알음알음 퍼져있던 엘리엇 프로스트에 관한 소문들이 사실이 아닌가, 앤틀랑은 생각했다.

엘리엇이 반쯤 미쳐서 프로스트 공작, 레온하르트 프로스트가 어딘 가에 감금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루트비히 프로스트의 눈 밖에 난 나머지 국외 추방당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지금 앤틀랑에겐, 그 무엇이든 타당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때.


쾅!


“총독 각하! 그, 신형 토르가!”


응접실의 양 문을 거칠게 열고, 재르간 군인 하나가 다급하게 들어왔다.

앤틀랑은 머리가 아픈 듯, 살짝 눈을 뜨고 해당 군인에게 물었다.


“뭐냐! 침착하게 말하거라.”

“방치됐던 신형 토르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뭣?”

“거기다 병사들이 저희 말을 듣지 않고 무기를 버리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황당무계한 일의 연속.

앤틀랑 아인스트라세는 군인들에 의해 끌려가는 태형에게 다시 소리쳤다.


“이게 어떻게 된 게냐 엘리엇 프로스트!!”

“당신을 심판하러 오는 사람들의 의지입니다.”


태형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앤틀랑을 등진 채 말했다.

화가 난 앤틀랑이 부관의 총을 빼앗아 자신이 들었다.


“에에잇!”

“가, 각하!”

“그래도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살려놓으려 했거늘.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멍청한 것.”


앤틀랑.


“어, 어머니?”


한데 엘리엇 프로스트의 등 뒤.

반투명한 여성의 모습이 나타나 앤틀랑 아인스트라세를 불렀다.

앤틀랑은 그걸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앤틀랑.

이 아이의 말을 들으렴.


“뭐, 뭘 보여주는 게냐······ 이딴 허접한 눈속임에 내가······”

“가, 각하! 뭘 보시는 겁니까?”

“저, 저게 안 보인단 말이냐?”


앤틀랑은 부관에게 소리치며 태형의 등 뒤를 가리켰지만.

부관에게는 그저 엘리엇 프로스트와 군인들의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앤틀랑은 눈을 비비며 다시 앞을 봤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의 형상을 한 무언가는 사라지지 않았다.


앤틀랑.

내 아들.

아직 늦지 않았다.

이곳을 떠나 고향으로, 뒤셀로 돌아가렴.

네가 만들어준 산속 무덤에서 기다리마.


“어머니······!”


털썩.


앤틀랑이 권총을 떨어트리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자신이 만들어준 어머니의 무덤.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였다.

명문가 아인스트라세의 장남이었던 앤틀랑의 아버지는 더없이 좋은 인물로 세간에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사실 그는 집 안에서 폭군처럼 행동하며,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어머니와 앤틀랑에게 풀었다.

아인스트라세의 가주, 할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아버지.

그가 정말 어머니를 죽일 듯이 굴던 날.

앤틀랑은 아버지를 밀어 5층 저택의 발코니에서 떨어트렸다.


-앤틀랑. 넌 잘못이 없어. 이건 어미가 짊어지고 갈게. 사랑해.


당황한 앤틀랑을 대신해, 그의 어머니는 자신이 짊어지고 가겠다며 같이 발코니에 떨어졌고.

사건은 참다못한 어머니가 아버지와 함께 죽은 것으로 종결됐다.

세상에는 실수로 두 사람이 추락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간악한 년의 시체는 들짐승의 먹이가 되게 내버려 둬라.


가주였던 그의 할아버지는 어머니의 무덤을 만들어주지 않고, 사용인들에게 그저 숲속에 놓으라고만 지시했다.

앤틀랑은 어머니의 시체를 숲에서 찾아, 뒷산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무덤을 만들어줬다.

그게 벌써 50년도 더 된 과거였다.


콰앙!


“으아아아!”


앤틀랑이 앉은 채, 넋을 놓은 사이.

로드의 거대한 손이 콜 총독부를 부수며 응접실까지 다가왔다.

태형을 잡고 있던 군인들은 물론이고, 총독부 내의 사람들이 무너지는 건물을 피해 혼비백산하며 흩어졌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총독부 안으로 당당하게 걸어들어오는 수십, 수백의 걸음들도 있었다.


“앤틀랑 아인스트라세!”


재르간 군복을 입은, 콜의 사람들.

그리고 군복을 입지 않은 콜의 사람들.

그들 모두가 주저앉은 앤틀랑을 둘러쌌다.


“당신을 콜 총독 자리에서 끌어 내리겠다.”


태형은 시유르 시민들의 행동을 보며, 로드의 손바닥에 올라탔다.

곧 로드의 손이 자기의 가슴, 열려있는 조종석 쪽으로 움직였다.

태형은 자연스럽게 로드의 조종석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레나에게 인사했다.


“힘을 빌려줘서 고마워요, 레나.”

“응.”


태형은 자신의 의지와 레나의 힘을 통해, 로드를 이곳까지 움직이게 했다.

로드는 그런 기체였다.

많은 이들의 의지를 담을 수 있고, 모든 운명의 고삐를 쥔 채 달려 나갈 수 있는 기체.


“루에거 함장. 끝났습니다. 좋게 잘 됐어요.”

[엘! 괜찮아? 어떻게 된 거야?]

“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엘리엇······그가 와!”


누군가의 접근을 느낀 건 태형뿐만 아니라 레나도 마찬가지였다.

태형이 급히 로드의 조종석을 움직였다.

로드의 등에 달린 추진체에서 불이 뿜고, 로드가 하늘로 높이 날아올랐다.


“함대를 물려주세요! 블레 패트리가 오고 있습니다!”

[뭐? 여긴 아직······! 아니 온다!]


뒤늦게 레이더에 잡힌 가페 Mk2 이커시 사양.

그게 시유르에서 멀리 떨어진 상공에서부터 음속을 돌파하며 날아오고 있었다.


쾅-! 쾅-!



가페의 빠른 속도에, 공기로 형성된 벽이 터져나가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곧 시유르 상공을 지나.

리베르테의 전투함들이 모인 곳으로 향했다.


“!”


[리밋드라이브]!


태형은 지체하지 않고 기체 추진체를 한계까지 출력했다.

분홍빛 로드가 가페 Mk2에 근접한 속도로 날기 시작했다.

하지만 따라잡을 순 없다.


[오버드라이브]!


결국 태형은 [오버드라이브]를 사용했다.

기체의 한계를 넘어선 추진체의 출력.

추진체가 천천히 녹아내릴 만큼 강력한 힘.

그 덕에 가페는 초음속 전투기처럼 일직선으로 날았다.

그리고 가페와의 간격을 좁혀나가던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가페 Mk2의 거대한 몸체에서 굵직한 푸른 빔이 쏘아졌다.

멀리 있던 리베르테 전함 한 척이 그 빔에 맞고.

또 그걸 관통해 뒤에 있던 전함에, 또 그 뒤의 전함까지.

가페가 쏜 빔은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함들을 모두 녹여버렸다.


“안돼!!!”

“엘리엇!”


태형의 외침과 함께.

레나가 조종석의 뒤를 잡고 자신의 힘을 불어넣었다.

로드의 분홍빛 기운은 더 강해져, 점차 더 연한 색을 띠었다.

등과 발에 탑재된 추진체는 그 기운에 보호받으며, 더 녹아내리지 않았고.

더 커진 불꽃을 내뿜으며 속도를 냈다.


“블레 패트리!!!”


태형은 블레를 부르며 로드를 조종했다.

곧 로드의 손등에서 출력된 빔 소드가 가페 Mk2의 몸통 중앙을 향해 찔러졌다.


작가의말

뿌슝빠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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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끝이 아닌 끝 (5) 1부 完 +8 23.08.25 162 6 21쪽
99 끝이 아닌 끝 (4) 23.08.24 72 3 13쪽
98 끝이 아닌 끝 (3) 23.08.23 72 3 14쪽
» 끝이 아닌 끝 (2) 23.08.22 83 2 11쪽
96 끝이 아닌 끝 (1) 23.08.21 87 2 12쪽
95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4) +1 23.08.20 90 4 12쪽
94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3) 23.08.19 80 2 12쪽
93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2) 23.08.18 81 2 11쪽
92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1) 23.08.17 87 2 12쪽
91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7) 23.08.16 84 2 12쪽
90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6) 23.08.15 87 2 11쪽
89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5) 23.08.14 87 2 11쪽
88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4) 23.08.13 97 3 12쪽
87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3) 23.08.12 88 2 11쪽
86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2) 23.08.11 89 2 12쪽
85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1) 23.08.10 103 2 11쪽
84 희망의 빛 (5) 23.08.09 96 2 12쪽
83 희망의 빛 (4) 23.08.08 94 2 12쪽
82 희망의 빛 (3) 23.08.07 93 3 11쪽
81 희망의 빛 (2) 23.08.06 99 2 12쪽
80 희망의 빛 (1) 23.08.05 99 3 12쪽
79 광기의 데뷔 (6) 23.08.04 101 2 12쪽
78 광기의 데뷔 (5) 23.08.03 98 2 12쪽
77 광기의 데뷔 (4) 23.08.02 96 2 12쪽
76 광기의 데뷔 (3) 23.08.01 106 2 12쪽
75 광기의 데뷔 (2) 23.07.31 102 2 11쪽
74 광기의 데뷔 (1) 23.07.30 120 2 11쪽
73 해방 전선 (7) +1 23.07.29 114 2 12쪽
72 해방 전선 (6) 23.07.28 11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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