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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메카 파일럿의 2회차 게임 공략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유신언
작품등록일 :
2023.05.20 06:14
최근연재일 :
2023.08.25 07:3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31,095
추천수 :
845
글자수 :
558,048

작성
23.05.20 07:30
조회
2,608
추천
40
글자
13쪽

아버지의 이름 (1)

DUMMY

“······”


태형은 몽롱한 감각 속에 눈을 떴다.

흐릿하던 시야가 점차 형체를 갖추더니, 이내 하얀 천장이 보였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자 복잡해 보이는 기계가 잔뜩.

팔에는 수액 팩과 연결된 주삿바늘이 꽂혀 있었다.


‘여긴 어디지.’


태형은 상체를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몸이 태형의 뜻대로 쉽사리 움직여주지 않았다.

큰 모래주머니라도 얹은 것처럼 몸은 무거웠고, 팔에는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태형이 안간힘을 써서 몸을 오른쪽으로 일으켰지만, 금세 힘은 빠졌다.


쿵.


일으켰던 자신의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태형은 옆으로 굴러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


삐삐삐삐-


그 탓에 태형 몸 이곳저곳에 붙어있던 뭔가가 떨어져 나갔다.

동시에 커다란 기계에서 비상음이 터져 나왔다.

고막이 터질 듯한 기분에 태형은 양손을 들어 귀를 막았다.


“선생님!!”


벌컥, 문이 열리고 갑자기 들려온 한 여성의 다급한 목소리.

뛰는 발소리가 들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계의 삐 소리가 꺼졌다.

그리고 두 사람의 그림자가 태형 앞에 나타났다.


“······누구세요?”


태형은 천천히 고갤 들어 위를 올려다봤다.

거기엔 흰 가운을 입은 남 의사와 여간호사가 서 있었다.


“안녕, 태형아. 난 네 담당 의사 선생님이야.”

“의사 선생님이요······?”

“그래, 우린 그동안 널 돌보고 있었어.”


태형은 의아했다.

자신을 돌보고 있었다니.

그 사이 의사가 태형의 겨드랑이를 잡고 일으켰다.

의사는 태형을 침대에 걸터앉힌 뒤, 눈을 마주 보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태형이 나이가 몇이지?”

“열 살이요.”

“혹시 네가 기억하는 마지막 기억이 언제니?”

“마지막 기억?”


태형은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 보니 원래 내가 어디에 있었더라.

떠오를 듯 말 듯 한 기억은 아직 흐릿했다.

이런 태형의 얼굴을 지켜보던 의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어머니와 함께 차를 탔던 건, 기억하니?”

“엄마······?”


익숙한 얼굴을 떠올리려하는데, 갑자기 머리에 통증이 시작됐다.

마치 관자놀이를 두꺼운 망치로 톡톡 두드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태형은 눈을 찌푸리며 의사에게 물었다.


“엄마는 어딨어요?”

“기억이 잘 나지 않니?”

“잘 모르겠어요······ 머리가 아파요.”

“그래, 잠깐만.”


의사는 부드러운 눈길로 태형의 어깨를 잡고 천천히 밀었다.

태형은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상체를 젖혀, 침대에 다시 누웠다.


“지금은 편히 쉬는 게 좋겠다. 네가 깨어난 것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해.”

“선생님, 저 머리가 너무 아파요.”

“덜 아프게 해주는 약을 줄게. 조금만 기다려.”


태형은 의사가 간호사에게 지시하는 걸 지켜보며 눈을 스르르 감았다.

통증은 잦아들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져 가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 아픔을 멈출 수 있을까.

태형에겐 그저 자신의 작은 손을 꽉 쥐는 수 말곤 없었다.


‘엄마.’


간호사가 준 몇 알의 약을 먹고 잠이 든 태형.

꿈속 눈앞에 드디어 엄마의 뒷모습이 나타났다.


“태형아, 얼른 짐 챙겨.”


집 안방.

엄마는 커다란 여행용 가방에 옷가지와 물건을 급박하게 집어넣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뒤에 서 있는 태형을 향해 급한 듯 말했다.


“엄마?”


엄마를 보며 태형은 지금 상황을 이해하려 애썼다.


“어떻게 된 거야 나?”

“뭐가 어떻게 돼, 얼른 가져갈 것 가방에 넣어. 아빠가 빨리 오래.”

“맞아······”


아빠가 오라고 했었지.

그렇지만 어디로 오라고 했던 건지는 모른다.

태형은 엄마의 등을 톡톡 두드리며 물었다.


“우리 어디로 가는데?”

“······그건 가면서 말해줄게. 일단 빨리 가방 챙겨줄래?”


조금은 감정을 참고 있는 엄마의 어조.

뭘 참고 있는지 태형에겐 잘 느껴졌다.

평소 엄마가 자신을 혼내려 할 때의 짜증,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건 불안함.


‘왜 엄마가 무서워하는 것 같지.’


그러나 더 물어볼 새는 없었다.

태형의 엄마는 여행용 가방의 정리를 마쳤고, 곧장 태형의 팔을 붙잡았다.


“다 됐다. 얼른 가자.”

“내 가방은? 나 아직······”

“그냥 가자. 필요한 건 가면 있을 거야.”


단호한 말과 다르게 떨리는 엄마의 목소리.

태형은 물음을 던지지 못하고, 그저 엄마를 따라 집 밖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늦었네.”


해는 오래전에 져서 어두컴컴한 바깥.

엄마는 주차돼있던 승용차 뒷좌석에 태형을 태웠다.

그리고 본인은 여행용 가방을 트렁크에 넣은 후, 운전석에 앉았다.


“안전벨트 메고.”

“응.”


엄마는 태형이 안전벨트를 착용한 걸 확인하곤 차를 출발시켰다.

어두워서 모든 것이 낯선 거리.

태형은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바깥 풍경을 창 너머로 지켜봤다.


띠리리링.


엄마의 휴대전화 벨소리였다.

태형은 자연스레 앞으로 고갤 돌렸다.

엄마가 뭔가 누르자, 차량 스피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혜선아, 어디야? 오고 있어?”

“가고 있어.”


아빠였다.

태형은 반가움에 ‘아빠’를 부르고 싶었지만, 부모님 대화에 끼어들지 않기로 했다.


“미안해 혜선아. 이렇게 돼서.”

“뭐가 위험한 건데? 아직 말못해?”

“오면 얘기해줄게.”

“자기는 괜찮은 거지?”

“난 괜찮아. 두 사람만 조심히 오면 돼.”

“지금 고속도로 탔어. 금방 갈 거야.”

“태형이는?”

“뒤에 있어. 스피커폰이니까 말하면 들려.”

“태형아. 아빠야. 요즘 우리 얼굴 못 봤지? 조금 이따가 보자. 알았지?”


아빠는 원래 바쁜 사람이었다.

그는 태형이 눈 뜨기 전에 출근하고, 태형이 자고 있을 무렵에 들어오곤 했다.

그리고 따가운 턱을 내밀어 자고 있던 태형의 뺨에 비비던 사람이었다.

태형은 그게 싫지 않았다.

어쩌면 오늘은 잠들지 않은 채로 따가운 뺨을 느낄 수 있을지도.

라고 생각했다.


“응 아-”


아빠.

라고 태형이 말을 채 끝맺기도 전, 엄청난 충격이 전해졌다.

피부의 떨림과 함께 몸이 붕떠올랐다.

그때 태형은 시간이 갑자기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운전석의 엄마가 보였다.

돌려진 고개와 흩뿌려지는 피까지.


‘왜?’


그건 아마 옆 차선의 차량이 엄마가 앉은 운전석을 들이박았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차가 회전하는 거야.


쿵쾅쾅쾅-


태형은 문득 부모님과 함께 갔던 놀이동산이 떠올랐다.

그곳에서 탔던 놀이기구 중에 이런 게 있었다.

빙그르르 회전하며 정신없게 만드는 기구가.


“아.”


번쩍.

섬광을 마지막으로 목격하고, 태형은 꿈에서 깼다.

눈을 뜨자 어둠 속에 익숙해진 병원 천장이 보였다.


‘그래······’


분명 자신이 알고 싶었던 것은 또렷해졌는데.

그런데, 어째선지 시야는 점점 흐려진다.


‘그래서 그렇구나.’


태형은 이해했다.

눈물이 나는 건, 자신이 중요한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명확해진 과거는 슬픔이었지만, 불명확한 미래는 고통일 것임을.

이런 태형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눈물을 닦지 않고 조용히 흘러내리길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저 애, 참 안됐어요.”

“애 아버지한테는 연락 없다며?”


태형이 깨어난 지 한 달 정도가 지났을 때.

간호사와 동행하면 병원 내 야외 공원도 자유로이 거닐 수 있게 됐다.

그건 단순히 몸이 회복된 것 이상이었다.

사고를 당하기 전보다도 몸의 감각이 좋아졌다.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아버지도 실종됐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할머님 혼자 엄청나게 고생하시더라고요.”


그러나 멀리 떨어진 사람들의 대화가 생생하게 들렸고, 보이지 않는 영역의 움직임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자신에 대해 말하는 두 사람의 대화도 들을 수 있었고.

하나, 태형은 이를 신기하게도 이상하게도 생각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것엔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할머니.”


태형은 산책을 멈췄다.

그리고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던 사람을 향해 돌아봤다.


“아구 우리 강아지. 어떻게 알았어?”

“할머니 느낌이 났어.”


60대의 자연스럽게 샌 회색 머리칼을 묶은 여성.

할머니가 태형에게 다가와 품에 꼬옥 안았다.


“우리 애기, 이제 집에 가자. 할머니랑 살자.”

“응······”


의사는 태형의 몸이 잘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내원해 상태를 살필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이는 육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까지 포함한 조치였다.

분명 의사의 과한 우려는 아니었다.

실제로 일상으로 돌아간 태형은 또래 아이들과는 다르게 성장해갔으므로.


“저 새끼 존나 이상해.”

“김태형 부모 다 죽고 할머니랑 둘이 산다던데. 정신 좀 이상할 수 있지.”

“쟤 귀신 본대. 아무것도 없는데 뚫어지게 쳐다보잖아.”

“그리고 뒤에도 눈 달려서 누가 오는지 다 알아. 개 무서움.”

“난 쟤 매력 쩌는데. 얼굴도 괜찮고 공부도 잘하고.”

“넌 솔직히 얼굴만 보니까 그렇지. 김태형 개 거지임. 가방도 다 해진 거 쓰는 거 안보여? 심지어 폰도 없어.”


학교에서 태형은 경외와 경멸의 대상이었다.

아이들은 태형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무섭다거나 기이하다거나, 괴상하다거나, 불쌍하다거나, 호감이라거나, 천하다거나.

뭐가 됐든 태형은 그런 얘기들을 복도를 걸으며 의도치 않게 듣곤 했다.

대화할 친구가 영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태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존재는 또래 중 없었다.

그런 사실을 아는 것도 태형뿐이었다.

태형은 자신에겐 채울 수 없는 뭔가가 있음을 알았다.

자신도 모르는 무언가가 빠져있다고 생각했다.

그걸 알아내기 위해 주로 도서관을 가서 책을 많이 읽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느낌을 구체화해가며 한 가지 깨달았다.


‘나와 연결돼 있던 뭔가가 끊어진 느낌이야.’


태형은 분명 어디서 보거나 듣지도 못한 것들을 알고 있었다.

배우지 않은 것도 익히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보들이 더 늘어나지 않고 있다.

마치 인터넷 선이 뽑힌 컴퓨터처럼.


‘뭐, 상관없겠지.’


당장 태형에게 중요한 건, 할머니였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입양할 때부터 반대했었는데!”


엄마가 죽고, 아빠가 실종된 뒤 친척들은 태형을 마주칠 때마다 괴롭혔다.

부모를 잡아먹은 아이라고 했고, 친자식이 아니니 돌볼 필요도 없다고 했다.

유산 상속도 해줘선 안 된다며 억지를 부렸다.


“할머니, 나 입양됐어?”

“그랬나? 할미도 잘 기억이 안 나네.”

“······”

“그런 건 아무 상관 없어. 할미한텐 우리 애기는 누가 뭐래도 우리 애기니까.”


고마워, 할머니. 고마워.

태형은 할머니의 따듯한 품에 안겨서 속으로만 되뇌었다.

그리고 결정했다.

자신이 불확실하고 고통스러운 미래를 유지하는 건, 이 사람을 위해서라고.

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할머니는 어떨 때 행복해?”

“우리 강아지 건강하고, 착하고, 공부 잘하고······”


그렇게 할게.

내가 당신의 행복이 될 수 있다면 뭐든.

당신은 나의 행복이니까.


그래서 태형은 공부를 했다.

사실 크게 할 필요는 없었다.

지식도 계산도 어째선지 이미 머릿속에 존재한 까닭이었다.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건 간단하게 이뤄졌다.

가정 형편을 고려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대학을 골랐고, 그게 국내 최고의 대학이었다.


“어서오세요. 행복 가득한 편의점 해피유입니다.”


대학생이 된 태형은 알바를 했다.

학비는 문제없었지만, 할머니와의 생활비가 충분한 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과외는 할 수 없었다.

자신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알고 있는 것들을, 타인에게 가르치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그래도 괜찮았다.

지금으로도 할머니가 원하는 것들을 이룰 수 있었으니까.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좋은 짝을 만나 증손자를 안겨드릴 수 있겠지.

그런 평범한 삶의 궤적을 그려 나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김태형 씨.”

“······누구시죠.”

“김정도 박사님 때문에 왔습니다.”


아버지의 이름을 다시 듣기 전까진.


작가의말

1~2화까지만 예약 등록이 가능하네요.

3화도 올라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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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끝이 아닌 끝 (5) 1부 完 +8 23.08.25 162 6 21쪽
99 끝이 아닌 끝 (4) 23.08.24 72 3 13쪽
98 끝이 아닌 끝 (3) 23.08.23 72 3 14쪽
97 끝이 아닌 끝 (2) 23.08.22 83 2 11쪽
96 끝이 아닌 끝 (1) 23.08.21 87 2 12쪽
95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4) +1 23.08.20 90 4 12쪽
94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3) 23.08.19 80 2 12쪽
93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2) 23.08.18 81 2 11쪽
92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1) 23.08.17 87 2 12쪽
91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7) 23.08.16 84 2 12쪽
90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6) 23.08.15 87 2 11쪽
89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5) 23.08.14 87 2 11쪽
88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4) 23.08.13 97 3 12쪽
87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3) 23.08.12 88 2 11쪽
86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2) 23.08.11 89 2 12쪽
85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1) 23.08.10 103 2 11쪽
84 희망의 빛 (5) 23.08.09 96 2 12쪽
83 희망의 빛 (4) 23.08.08 94 2 12쪽
82 희망의 빛 (3) 23.08.07 93 3 11쪽
81 희망의 빛 (2) 23.08.06 99 2 12쪽
80 희망의 빛 (1) 23.08.05 99 3 12쪽
79 광기의 데뷔 (6) 23.08.04 101 2 12쪽
78 광기의 데뷔 (5) 23.08.03 98 2 12쪽
77 광기의 데뷔 (4) 23.08.02 96 2 12쪽
76 광기의 데뷔 (3) 23.08.01 106 2 12쪽
75 광기의 데뷔 (2) 23.07.31 102 2 11쪽
74 광기의 데뷔 (1) 23.07.30 120 2 11쪽
73 해방 전선 (7) +1 23.07.29 114 2 12쪽
72 해방 전선 (6) 23.07.28 11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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