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메카 파일럿의 2회차 게임 공략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유신언
작품등록일 :
2023.05.20 06:14
최근연재일 :
2023.08.25 07:3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31,123
추천수 :
845
글자수 :
558,048

작성
23.08.03 07:30
조회
98
추천
2
글자
12쪽

광기의 데뷔 (5)

DUMMY

작은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동산 위.

낮은 풀들이 바람에 휘날리는 그곳에, 한 남자아이가 앉아있다.

이제 여덟, 아홉쯤 돼 보이는 그 아이 뒤로, 한 그림자가 나타난다.


-트레그. 너 얼굴 탄다.


트레그라고 불린 아이가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웃는다.

트레그의 앞에는 자신보다 네댓 살은 많아 보이는 남자가 서 있다.

트레그는 그의 이름을 부른다.


-글라이츠.

-형이라고 불러.

-글라이츠.

-에휴, 됐고. 너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

-나도 몰라. 잘 기억이 안 나.

-뭐 또, 아저씨한테 혼났어?

-그랬나······?

-나야 모르지.

-나도 모르겠어.

-오늘따라 이상하네, 너.

-그런가?

-다른 데로 가자. 여긴 너무 덥다.

-응.


어린 트레그가 자리서 일어난다.

먼지 묻은 엉덩이를 털고, 글라이츠를 보자 그가 손을 내민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커다란 나무들이 있는 곳으로 걷는다.

그러자 그늘 사이에서 순식간에 성장하는 두 사람.

10대 중후반이 된 두 사람, 계속 손을 잡고 걷는다.

그리고 대화한다.


-아저씨한텐, 언제쯤 말씀드릴 거야?

-······글라이츠는?

-난 오늘.

-오늘?

-응. 오늘 말할 거야. 전부 다.

-······

-왜? 트레그. 넌 안 되겠어?


추궁하는 어조는 아니다.

글라이츠는 그저 묻고 있다.

잠시 고민하던 트레그가 입을 연다.


-난 아직 모르겠어.

-아직도? 아저씨 때문에? 아님······

-아버지는······ 나만 보고 있잖아.

-그렇지만 널 제대로 보고 있는 건 아니지.

-우리가 토키베를랑으로 간다고, 뭐가 달라질까?

-적어도 거긴, 우리 같은 사람들이 당당하게 걸어 다니잖아.

-일부일 뿐이야.

-그거라도 어딘데.

-······

-두려워?

-두려워.

-트레그.

-응, 글라이츠.

-난 네가 좋아.

-······응.

-후회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보고 싶어. 뭐가 됐든 말이야.

-······

-하지만 강요는 안 할게. 트레그, 진짜 사랑은 희생하는 것도 아니고 희생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니까.


트레그는 말을 잇지 못한다.

그러자 글라이츠가 잡고 있던 손부터, 그의 팔과 몸까지.

바스러지듯 먼지가 돼 숲의 너머로 사라진다.

트레그는 홀로 그 그늘, 어둠 속에 남는다.

그리고 다시 걸어, 트레그는 자신의 자그마한 오두막집으로 돌아온다.

오두막집 안에는 중년의 남성이 식탁에 먼저 앉아있다.

간소한 식사를 하고 있는 그에게 트레그가 다가가 말을 건다.


-아버지.

-음?

-나 토키베를랑으로 가고 싶어요.

-······뭐 때문에?

-그냥, 재르간의 수도잖아요. 무슨 일이든 해보고, 경험해보고 싶어요.

-어차피 도시로 나가봐야, 넌 여기로 돌아오게 될 거다.

-왜요?

-거기라고 뭐가 다를 것 같냐? 더 심해. 욕심 많은 인간들이 순진한 너 하나 부려 먹고 벗겨 먹는 건 순식간일 거다. 뭔가 얻기는커녕 잃지나 않으면 다행이겠지. 그렇게 되고 나서 넌 결국 여기로 돌아올 테지.

-······

-아닌 것 같냐?

-그렇게 단정할 건 없잖아요. 아버지도 도시에 나가본 적 없으면서.

-주변에서 많이 봤다. 너나 다른 젊은 애들처럼, 나 때에도 많이들 갔었지. 그 녀석들 다들 지금 어디 있는 줄 아냐? 여기 아니면 저기다.


트레그의 아버지가 검지로 아래를 한 번 가리키곤, 다시 하늘을 가리킨다.

그건 죽었다는 뜻.

이를 알아들은 트레그는 한숨을 내쉰다.


-한숨 쉬지 마라. 넌 여기에 있는 게 제일 좋아. 조용히, 날 따라서 농장 일이나 하며 사는 게 널 위해서도 좋다는 거야. 네 토르 조종 실력이면 농장 일도 어렵지 않을 거다.

-그게 뭐가 좋아요.

-지금까지 나 혼자, 널 키우는 데에 그래도 부족하진 않게 했다. 그 정도면 된 거 아니냐.

-······부족한 게 없었다고 생각해요?

-너······

-그냥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것뿐이에요.

-글라이츠 자식한테 물들어 가지곤, 이젠 반항까지 하는 거냐?

-글라이츠한테 물든 거 아니에요. 그리고 글라이츠 나쁘게 말하지 마세요.

-이 녀석이.


트레그의 아버지가 자리서 일어선다. 큰 덩치에 근육질 몸으로 트레그에게 다가선다.


-너, 내가 모를 줄 알아? 글라이츠 녀석하고 매일 붙어 다니면서, 산에서 이상한 짓 하고 다니는 거!

-우리 이상한 짓······ 한 적 없어요.

-마을 소문이 다 났어. 그래서 글라이츠 자식도 도시로 도망친 거고. 왜, 걔가 너도 같이 가자고 꼬셨냐? 그런 거냐?

-안 갔잖아요.

-꼬신 건 맞나보네. 잘 들어 트레그. 네 이상한 그거, 내가 지켜줄 수 있는 건 여기뿐이야. 아직은 내가 다 아무렇지 않게 무마할 수 있다. 그러니까 잘 생각해, 현명하게 보라고.

-이상하게 태어나서 죄송해요.

-비꼬지 마. 네가 그렇게 태어난 건, 내 잘못도 있는 거니까.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하! 됐다.


아버지가 크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식탁 앞에 앉는다.

트레그도 더 말하지 않고 자신의 좁은 방으로 들어간다.

트레그가 침대에 누워 방 천장을 보자, 통나무 천장은 사라지고 밤하늘이 보인다.

그리고 트레그가 다른 세계에 떨어진다.

사람이 번잡하게 오고 가는 도시의 인도.

거기에 멍하니 서 있는 스무 살의 트레그에게 성숙해진 글라이츠가 뛰어온다.


-트레그!

-글라이츠?

-드디어 왔구나. 보고 싶었어.


와락.


트레그를 껴안는 글라이츠.

트레그는 화들짝 놀라 주변을 살피지만, 정작 지나가는 사람들은 둘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괜찮아. 토키베를랑 사람들은 별로 신경 안 써.

-다행이다.

-아저씨는 어쩌고?

-그냥······

-그냥? 말없이 나왔다고?

-응.

-하하······ 뭐, 어쩔 수 없지. 가자, 소개해주고 싶은 데가 있어.


글라이츠가 트레그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로 이끈다.

두 사람이 다다른 곳은 분위기 있는 술집.

가게에 무대가 있어 가수가 노래하고, 손님들을 이를 볼 수 있는 구조.

아직 이른 시각이라 손님이 없는 이 술집에, 바닥 청소를 하고 있던 남자와 여자가 글라이츠를 알아본다.


-어이, 글라이츠. 일찍 왔네?

-옆엔 누구야?

-아, 말한 적 있지. 여긴 트레그 베르터.

-아! 네가 그 트레그?

-예쁘게 생겼네. 이제 스무 살이라고 했던가?

-미안, 트레그. 여긴 라이브 펍을 운영하는 재크와 튤리야.

-안녕하세요.

-편하게 해~ 그냥 재크, 튤리라고 불러줘.

-그래, 그리고 딱히 정해놓은 거 없으면, 여기서 일해 볼래?


튤리라 불린 여성이 트레그를 보며 묻는다.

그리고 글라이츠가 괜찮다는 듯 트레그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괜찮아. 여긴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한 펍이니까.


그렇게 트레그는 라이브 펍, ‘카이트’에서 일을 한다.

바닥을 닦고, 술과 안주를 나르고, 노래하는 가수를 보기도 한다.

쉴 때는 클라이츠와 함께 토키베를랑의 거리를 걷는다.

낮에도 밤에도 새벽에도.

두 사람은 함께 걷는다.

웃으면서.

그런데 둘의 웃음이 곧 멎는다.


-재르간이 쇠퇴하고 있습니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뛰어난 재르간인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카이트 내에 설치된 TV에서 방송이 흘러나온다.

가게를 정리하던 트레그와 재크, 튤리가 그걸 본다.


-동성애는 악입니다! 이를 근절하지 않으면, 신께서 허락하신 재르간 제국의 영광은 다신 오지 않을 것입니다!

-씨발, 뭐라는 거야.

-재크, 입조심.

-아니 그렇잖아. 동성애가 뭐? 악? 지랄하고 있네, 진짜.

-······

-너무 신경 쓰지 마. 트레그.

-그렇지만 튤리. 저 사람, 제국 수상이잖아요······

-수상이면 뭐? 어차피 달라질 거 없어!

-재크.

-우리가 토키베를랑에서 저딴 소리 처음 듣는 것도 아냐. 또 뭐 심사 뒤틀리는 게 있나 본데, 마음대로 지껄여 보라지.


심각한 표정의 트레그.

난감한 튤리.

흥분한 재크.

셋의 표정이 곧 하나로 바뀐다.

그건 두려움.


-재르간 제국의 쇠퇴를 일으킬, 악을 말살하라!

-말살하라!

-말살하라!


거리를 행진하는 시위대.

그들을 보호하는 재르간 군인들.

트레그와 재크, 튤리가 가게 유리창 너머로 바깥의 행진을 본다.


-씨발, 씨발, 씨발.

-재크, 욕 좀 그만해.

-하아······ 내가 잘못 생각했어. 미친놈들이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고.

-다른 애들한테 연락은 했어? 당분간 가게에 오지 말라고.

-연락이야, 했지. 근데 그것보다 우리 걱정이나 해. 우릴 벼르고 있던 놈들이 많아.

-설마, 뭔 일 있겠어?


쨍그랑.


그때, 가게 유리창을 깨며, 돌멩이가 들어온다.

이어서 무수히 많은 돌이 날아와 창을 깨부수기 시작한다.


퍽, 퍽, 퍽.


머리에 돌멩이를 맞은 재크가 피를 공중에 흩뿌린다.

그러면서도 튤리와 트레그를 향해 서서 날아오는 돌을 막는다.


-아······

-재크!

-씨발······

-여기가 동성애자들이 모이는 술집이다!

-다 잡아!

-도망쳐, 튤리······트레그······


가게 안으로 몰려드는 시위대.

가게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튤리는 재키를 부축하면서 트레그를 가게 안쪽으로 밀어낸다.


-도망쳐 트레그! 넌 괜찮아! 아무도 모를 거야!


떠미는 튤리의 말에 고민하던 트레그가, 결국 뛴다.

가게 안, 주방으로.

그리고 주방에 이어진 통로를 통해 골목으로 빠져나온다.


-트레그!!

-헉, 헉, 글라이츠!

-다행이다, 무사했구나!

-지금 가게 안이······

-일단, 도망치자. 도망치고 얘기하자.


글라이츠가 트레그와 함께 골목을 뛴다.

수많은 사람의 눈과 귀를 피해 골목으로 도망친다.

달리고 달려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괜찮아, 트레그?

-모르겠어······ 재크도, 튤리도, 죽었으면?

-······괜찮을 거야. 녀석들, 꽤 강한 애들이니까.

-왜 이렇게 됐을까······

-곧, 다시 좋아질 거야. 사람들도 예전처럼 우릴 받아 줄 거고.

-그럴까?

-거기 멈춰!


걸어가는 두 사람을 총든 재르간 군인들이 막아선다.


-신분증 제시해라.

-아, 여기······

-글라이츠 매나?

-네······

-손들어.

-저 무슨······

-몰랐나? 글라이츠 매나, 네놈 회사에서 네가 동성애자임을 신고했다.

-······

-새로 제정된 제국법에 따라 즉결 처형···

-흣!


글라이츠가 앞에선 재르간 군인을 기습한다.

한 명을 빠르게 제압하고, 그의 총기로 다른 군인을 향해 총을 쏜다.


탕! 탕! 탕! 탕!


서로의 총을 맞고 쓰러지는 세 사람.

그건 재르간 군인과 글라이츠.


쿨럭.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글라이츠를 트레그가 붙잡아 안는다.


-트레그······

-글라이츠!

-지금까지······ 널······만난······거······

-뭐라고?

-난······후회하지 않아······넌······어때?

-후회해!

-후회······하지······마······


어떻게 후회하지 않을 수가 있어.

아버지에게 떳떳하게 네 얘길 하지 않은 것도.

토키베를랑에 간다던 널 잡지 않은 것도.

떠난 너를 더 빨리 따라가지 않은 것도.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느라 더 당당하게 함께하지 않은 것도.

위험해지기 전에 함께 도망치지 않은 것도.

다 후회해.


-이런······삶도······있는······


글라이츠가 말을 끝맺지 못한다.

그리고 트레그는 눈물을 닦지 못한다.

트레그는 길가에 글라이츠를 묻는다.

그리고 그길로 고향에 돌아온다.

아버지가 살고 있는 오두막으로.


-트레그, 너!!

-아버지.

-살아······있었냐. 다행이다.

-나, 토르 좀 빌려줘요. 농업용 토르.

-무슨 소리냐, 그게······ 일단 들어와 집으로.

-토르가 필요해요.

-뭘 하려는 거냐.

-이제부터 당당하게 살려고요. 뭐든, 뭐가 됐든. 숨김없이. 후회 없이.


작가의말

우려의 코멘트

저는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입니다. 그냥 캐릭터로만 봐주세요~

그리고 재미없는 거 보게 해드려서 매번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메카 파일럿의 2회차 게임 공략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4화부터 13화까지 수정했습니다. 23.06.02 213 0 -
100 끝이 아닌 끝 (5) 1부 完 +8 23.08.25 163 6 21쪽
99 끝이 아닌 끝 (4) 23.08.24 73 3 13쪽
98 끝이 아닌 끝 (3) 23.08.23 74 3 14쪽
97 끝이 아닌 끝 (2) 23.08.22 84 2 11쪽
96 끝이 아닌 끝 (1) 23.08.21 88 2 12쪽
95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4) +1 23.08.20 91 4 12쪽
94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3) 23.08.19 82 2 12쪽
93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2) 23.08.18 84 2 11쪽
92 남은 자들, 나아갈 자들 (1) 23.08.17 88 2 12쪽
91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7) 23.08.16 84 2 12쪽
90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6) 23.08.15 87 2 11쪽
89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5) 23.08.14 87 2 11쪽
88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4) 23.08.13 97 3 12쪽
87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3) 23.08.12 88 2 11쪽
86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2) 23.08.11 89 2 12쪽
85 나의 생명, 나의 동생들 (1) 23.08.10 103 2 11쪽
84 희망의 빛 (5) 23.08.09 96 2 12쪽
83 희망의 빛 (4) 23.08.08 95 2 12쪽
82 희망의 빛 (3) 23.08.07 93 3 11쪽
81 희망의 빛 (2) 23.08.06 99 2 12쪽
80 희망의 빛 (1) 23.08.05 99 3 12쪽
79 광기의 데뷔 (6) 23.08.04 101 2 12쪽
» 광기의 데뷔 (5) 23.08.03 99 2 12쪽
77 광기의 데뷔 (4) 23.08.02 96 2 12쪽
76 광기의 데뷔 (3) 23.08.01 107 2 12쪽
75 광기의 데뷔 (2) 23.07.31 102 2 11쪽
74 광기의 데뷔 (1) 23.07.30 120 2 11쪽
73 해방 전선 (7) +1 23.07.29 114 2 12쪽
72 해방 전선 (6) 23.07.28 110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