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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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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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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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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양보할 수 없는 이유.

DUMMY

"우리 땅의 금은을 훔쳐가려는 양이들을 무찌르자!"


"황제 폐하 아래 뭉쳐라 대한의 건아들이여! 제국은 그대들의 힘을 필요로 하노라!"


만주 광산 국유화 소식에 극대노한 영국이 대한제국에 최후통첩을 날리자. 그 사실을 알게 된 대한제국의 만주족과 한민족들은 너나할 것 없이 분개하며 스스로 뭉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가까운 자들은 멀리하고 멀리 있는 자들은 가까이 하랬지만. 지금은 서세동점의 시기. 제국주의의 태동기다. 지금 서양과 힘겨루기를 해 최소한 전쟁을 하면 손해를 본다는 사실을 열강들에게 주지시키지 못한다면. 그들의 입장에서 대한제국은 같은 황제국이자 대국이 아닌 그저 극동의 소국에 불과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뿌리 박혀 있는 현 대한제국의 고위 관료들과. 서양 오랑캐들에 대한 적개감이 극에 달했던 중국에서 살았었던 만주족. 그리고 오랫동안 외세가 쳐들어오면 단결하는 것이 종특인 한민족이 합쳐지자. 영국으로서는 참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


아직 맥심 기관총은 커녕 수동식 개틀링도 나오지 않은 1850년대. 당연히 영국으로서는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머나먼 발칸 반도에서 전쟁을 치뤘는데. 아직 전쟁으로 인한 재정 부족을 해결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발칸 반도는 앞마당으로 보일만큼 머나먼 극동으로 대규모 원정을 떠난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장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대한제국군은 무려 100만명이 넘는 병력과 해안포. 그리고 해안을 방어할 증기선을 가진 동아시아의 군사 강국이었다.


물론 그 증기선의 수준이 사실상 장갑 좀 두른 자그마한 초계함에 그마저도 달랑 10척밖에 되지 않는 것이 문제였으나. 아무튼 초계함을 굴리고 굴려서 기술 노하우도 쌓이고 해군 양성도 슬금슬금 하다보면 언젠가는 전함을 굴릴 수 있지 않겠는가.


대규모 원정을 해야 하는 영국으로서는 사전 기습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초계함의 존재는 거슬리기 짝이 없었다.


그렇다고 영국의 로얄 네이비를 보내기에는 돈이 엄청나게 깨질 것이 분명하였으니. 영국의 의회로서는 참으로 골치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으하하하! 영국 놈들 얼굴 보셨습니까! 뭔가 말은 해야겠는데 할 말이 없는 그 표정이란! 으흐흫!"


레오 공사는 변태같이 웃고 있었다. 그의 앞에 있는 것이 일국의 황제라는 것을 감안하면 당장 목이 날아갈 수준의 중죄였지만. 이곳은 프랑스 공사관이라는 지리학적 위치와 더해 영국을 엿먹이기 위해 프랑스와 손을 잡기로 결정한 철종이 있었으니 누구도 그의 죄를 물을 수는 없었다.


"영국을 이렇게나 도발하고도 아직까지 군대를 보내지 못한다니. 정말 크림 반도에서의 전쟁이 치열했었나보군."


"러시아의 입장에서야 그렇지요. 하지만 영국은 그다지 피해를 입지 않았을 겁니다. 그쪽도 10만명이 넘게 죽기야 했지만 말이죠."


"그렇다면 어째서 이 극동으로 함대를 보내지 않는가?"


"돈이 문제인 겁니다 폐하. 돈이 말이죠."


레오는 능글맞게 웃으며 손으로 돈 모양을 만들어보였다. 그렇다. 러시아의 피해에 비한다면 가벼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크림 전쟁이 일어난 이유는 영국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오스만 제국에게 큰 지원을 하면서 일어난 것이다.


당연히 오스만 제국은 러시아군에게 연전연패를 거듭했고. 영국은 그 과정을 수습하고 영프 연합 함대를 흑해로 보내면서 막대한 전비를 소모했다.


전쟁은 1856년 3월 30일에 끝났고. 지금은 1856년 5월 24일이었다.


아무리 강대한 제국이라도. 한 전쟁이 끝난 후 채 3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전쟁을 치를 수는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아직 전열보병의 시대. 머릿수가 곧 전투의 승패를 가르는 시점이다. 아무리 열강이 강력하다고는 해도 그것은 개틀링을 비롯한 연사화기가 등장한 1860년대 이후의 얘기였던 것이다.


영국의 인구가 아무리 잘 쳐줘여 1500만 내외였던 것과 달리. 대한제국은 그 두 배가 넘는 4000만의 인구를 가지고 있었고. 과거부터 실력 위주의 인사 정책을 행해왔던 조선과 기병 돌격이라면 세계에서 둘째라가면 서러운 만주족들이 제국의 영토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한 마디로. 영국은 외통수에 걸려든 것이다.


군대를 안 보내면 자국 내의 여론이 들끓다 못해 폭발할 것이고. 군대를 보내면 십중팔구 깨질 것이니 말이다.


만약 지금이 크림 전쟁 직전이였다면 영국 정부도 아무런 걱정 없이 로열 네이비를 들이밀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약간 달라졌다. 재정이 악화되면서 대규모 군대를 굴리기 힘들어졌고. 설상 가상으로 크림 반도에서 옮겨온 전염병 때문에 항구가 반쯤 봉쇄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걸 무시하고 억지로 국채를 발행하고 병사들을 태워 꾸역꾸역 대한제국으로 보낸다고 해도. 가던 도중에 상당수가 전염병이나 풍랑을 만나 제대로 전투도 치르지 못하고 패배할 것이고. 불행 중 다행으로 무사히 한반도에 도착했다고 해도 기다리고 있던 제국군에게 쓸려나갈 것이 분명했다.


즉. 영국이 무슨 수를 써도 이길 수가 없는 전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대한제국이 아무런 노력 없이 이길 전쟁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일개 극동의 '소국' 주제에 서양 열강의 왕중왕인 영국에게 대든 것은 군사적 보복이 아닌 경제적. 기술적. 정치적 불이익과 치졸한 보복으로 돌아올 것이고. 이는 장차 서양 열강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는 대한제국에게 있어 상당한 디메리트가 될 것이 분명했다.


아직 대한제국은 자국 내의 산업화도 이루지 못했고. 그저 연탄만 보급되었을 뿐인 비문명국이었으며. 100만에 이르는 군대도 겨우 총과 대포 소리에 흩어지지 않고 전열을 짜서 적과 맞설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다.


이제는 평양을 수호하는 시위대는 레드 코트와 붙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강군이었지만. 고작 10만명에 불과한 시위대가 영국군 전체와 맞붙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외교적 협상으로 이 전쟁을 끝내야 하는데. 그 누가 먼저 시비를 건 대한제국의 협상에 응할 것인가?


"그래서 자네들이 필요한 것일세."


"물론이죠 폐하. 프랑스 제국은 언제나 대한제국의 우방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프랑스. 중재자로서는 더할나위없이 적합한 국가였다.


*


그렇게 하여 때는 1856년 8월 13일.


여러가지 조건들을 따지다 나온 최적의 조건인 홍콩에서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전쟁을 끝낸다는 조약이 진행되고 있었다.


분명 선전포고는 없었지만. 최후통첩을 어긴 것은 사실이었으님 말이다.


"...하여. 저희 대한제국은 만주의 지하자원에 대한 서양인들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바입니다. 그 대신. 만주의 영유권을 대한제국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의 국가들이 공인해주었으면 합니다."


"그것은 너무 무리이지 않습니까? 애초에 저희 영국인.. 아니. 유럽인들은 응당 돌려받아야 할 것을 돌려받는 것인데. 거기에 영토 점유를 인정해달라니요. 이 소식을 들으면 청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만약 청의 비위를 건드려 무역이 끊긴다면 그 손해를 대한제국이 배상할 수는 있습니까?"


"있습니다. 황제 폐하께서는 대영제국이 이 협상을 받아들일 시 대한제국은 서유럽 국가들과 국교를 맺고. 서로 통상 조약을 맺기로 하셨습니다."


"아니. 그게 정말입니까?"


협상단의 대표로 나온 영국인 관리의 눈이 댕그랗게 떠졌다. 이쪽은 그냥 떠본 것인데 설마 이런 대어가 낚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대한제국의 광할한 영토와 많은 인구는 유럽인들에게 있어서 탐욕을 자극하는 요소였으니. 유럽 국가들과 대한제국이 정식으로 국교를 맺고 서로 교역을 한다면 거기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인도나 중국보다는 아니지만 충분히 달려들만한 양이었다.


"하지만 만주의 영유권이 대한제국에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저희 대한제국은 어느 나라하고도 국교를 맺지 않겠노라고 하명하셨습니다."


"아까도 말하였지만 그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입니다. 만약 분노한 청군이 홍콩으로 들이닥쳐 무고한 유럽인들을 학살한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저희 대한제국도 홍콩의 방위를 전담할 군 병력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


영국인 협상단이 당황한 얼굴로 서로를 돌아보았다. 지금까지 홍콩 조계지의 방위는 영국군이 전담하고 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곳에 대한제국군이 추가로 들어온다? 그것은 영국의 입장으로서는 상당히 난처해진다고 말할 수 있었다. 영국이 손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장점을 열거하자면. 무엇보다 영국의 부담이 경감된다는 것이 있었다. 거리야 말할 것도 없이 대한제국 쪽이 가까운 데다가. 같은 황인종이었으니 홍콩의 중국인들도 새허연 얼굴에 카이젤 수염을 기른 영국군보다 대한제국에게 더 마음을 열 것이 분명하였다.


그러나 단점으로는 우선 영국의 위신이 추락한다는 데에 있었다. 지금까지 세계의 오지에 깃발을 꽃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자부해왔던 영국이 자그마한 조계지 하나 감당하지 못해 한 때 전쟁까지 했던 나라에게 방위를 맡긴다? 프랑스나 러시아가 들으면 이빨 빠진 사자라고 놀림 당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어렵게 만든 이 협상을 파토낸다면. 서유럽 국가들의 통상은 물건너가게 된다.


당장 극동에 영향력을 투사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프랑스는 영국이 무너져가는 호랑이를 두려워해서 신흥 강국을 짓밟았다며 온갖 논평을 쏟아낼 것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영국의 입장으로서도. 들어가는 것에 비해 나오는 것은 별로 없는 대중국 무역으로 인해 골치가 아픈 것은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차라리 무늬조차 흉내내지 못한 청보다 훨씬 근대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대한제국과 무역을 하는 것이 영국으로서는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도 있을 터.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제는 영국이 고민할 차례였다. 대한제국이 꺼낸 카드가 이렇게 강력한 이상 영국으로서는 딱히 거부할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끄응... 일반 본국과 상의할 시간이 필요하니. 협상은 사흘 뒤로 미루는 것이 어떻습니까?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희는 이 협상장에서 대한제국이 그런 조건을 내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럼 사흘 뒤. 다시 이곳에서 뵙지요."


결국 협상은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든 저렇든. 영국으로서는 다사다난한 하루가 되었다.


*


쾅!


"빌어먹을! 뭐? 만주의 영유권을 인정해!? 어림도 없지! 암! 아아아암!"


병부상서가 시뻘개진 얼굴로 팔을 붕붕 휘둘렀다. 아무리 지금 청이 늙고 병든 용이라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영토를 빼앗긴 것도. 인구를 빼앗긴 것도 이쪽이다. 그런데 어째서 영국은 저 조선 놈들과 협상을 하고 있느냔 말이다.


"이건 말도 안 돼! 천하에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당장 그 협상을 파토내야 해! 당장!"


"허나 우리가 말한들 저들이 들어줄리가 없지 않습니까? 저쪽은 이미 대한제국을 대등한 외교적 상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까드득..! 이게 다 무능한 황제 놈 때문이다... 이렇게 된 이상. 거사를 앞당길 수밖에 없겠어.."


"그..그렇다면?"


"그래. 내년이 오기 전에. 황제를 끌어내린다.


쿠궁!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나비효과. 드디어. 청을 넘어 극동의 정세를 영원히 뒤바꿀 혁명의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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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857년 기준. 대한제국 영토 지도. +1 20.07.16 3,157 0 -
60 한(韓) 에포크(완) +3 20.10.05 1,116 20 12쪽
59 사후정리 +4 20.09.30 1,022 20 12쪽
58 마지막 결단 +2 20.09.29 953 19 12쪽
57 옴스크를 공략하라 +4 20.09.28 925 20 12쪽
56 타타르의 멍에 +7 20.09.23 1,121 21 12쪽
55 발트 해의 결전 +2 20.09.22 1,062 21 12쪽
54 폭풍전야 +3 20.09.21 1,084 18 12쪽
53 흑귀부대 +3 20.09.09 1,280 20 12쪽
52 漢의 이름으로. +3 20.09.08 1,231 21 12쪽
51 진정한 전쟁의 시작 +2 20.09.07 1,212 16 12쪽
50 원래 전쟁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7 20.09.02 1,240 22 12쪽
49 천명대전. +2 20.09.01 1,249 19 12쪽
48 시산혈해 +3 20.08.31 1,241 21 12쪽
47 우리는 전쟁을 할 것이다. +4 20.08.26 1,341 21 12쪽
46 동해보복 +2 20.08.25 1,361 27 12쪽
45 음지의 전쟁 +3 20.08.24 1,276 17 12쪽
44 어서 와 게릴라전은 처음이지? +3 20.08.12 1,414 23 12쪽
43 남방에서의 개전. +2 20.08.11 1,417 20 12쪽
42 도움! +2 20.08.10 1,381 24 12쪽
41 착한 제국주의 +3 20.08.05 1,521 25 12쪽
40 개화된 아시아. +3 20.08.04 1,565 25 12쪽
39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1 20.08.03 1,514 24 12쪽
38 천하무산자합일! +3 20.07.22 1,676 18 12쪽
37 인민의 제국 +6 20.07.21 1,710 24 12쪽
36 문명국의 군대. +3 20.07.20 1,654 22 12쪽
35 황제 폐하를 위하여! +5 20.07.15 1,719 23 12쪽
34 1달간의 여정. +1 20.07.14 1,665 22 12쪽
33 구원의 대가. +2 20.07.13 1,643 20 12쪽
32 차이점 +3 20.07.08 1,705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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