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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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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534
추천수 :
1,370
글자수 :
3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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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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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2쪽

차이점

DUMMY

"그게.. 무슨 뜻이지?"


황제와 그의 수행원의 얼굴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대한의 황후가 될 자격을 아이신기오로 가문이 증명한다니. 무슨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것인가.


황제는 내심 높게 평가했던 난화의 평가를 다시 낮춰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아직 여인으로서의 소양도 갖추지 못한 애송이를 황후로 들이는 것은. 역시나 시기상조인 모양이었다.


"말 그대로입니다. 아이신기오로는 만주의 지배자. 그리고 폐하께서는 한반도의 지배자이십니다. 저희 둘이 부부의 연을 맺어 제국의 강토를 다스린다면. 그 누가 제국의 지배에 토를 달 수 있겠습니까?


저 비루한 한족이요? 지난 번 30만 대군이 쓸려나갔듯 저들의 힘은 대한에 미치지 못합니다. 30만이 아니라 300만을 가져와도 마찬가지겠지요. 저들이 스스로 '청'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 저들에게 승리는 없습니다."


"아이신기오로가 만주의 지배자라고? 그래. 네 말이 옳다. 하지만 지금 만주의 지배자는 함풍제가 아니더냐? 조정에 이름조차 올라와 있지 않은 네가 스스로를 만주의 지배자라고 칭하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허 참."


난화의 당돌한 발언에 황제가 기가 찬다는 듯 고개를 돌려 웃었다. 참으로 당돌한 여자아이지 않은가? 대국의 황제 앞에서 대놓고 사기를 치겠다니 말이다.


하지만 뭐 어떤가? 애초에 지금 함풍제는 당장 끌어내려져도 누구도 토를 달지 않을만큼 막장을 달리고 있었고. 실질적으로 만주를 지배하는 것은 바로 대한제국이었다.


그리고 황제의 앞에는. 명분 상으로 아주 그럴듯한 먹잇감이 놓여 있었다. 저 소녀를 아내로 맞이한다면 만주족들은 기꺼이 황제에게. 황후에게. 제국에게 자발적으로 충성을 바칠 것이다.


"...좋다. 과연 용의 기운을 받은 자답게 그 지혜가 비상하구나. 짐을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다."


"과찬이십니다. 다만. 저를 황후로 맞아주신다면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냐."


"만주에서 자행되고 있는 학살을 멈추어주십시오. 벌써 100만명이 넘는 만주족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내는 지아비를 잃고. 가장을 잃은 채 굶어죽은 가족을 더하면 200만명이 넘어가는 숫자입니다."


"짐은 그들에게 기회를 주었다. 대한의 신민으로 살 기회를 말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식솔들을 데리고 떠날 자유도 주었지. 그들의 죽음은 그들이 자초한 것이다."


"폐하의 말은 일견 맞는 듯 하나 틀린 부분이 있사옵니다."


"그게 무엇이냐."


황제의 얼굴에 희미하게 노기가 서렸다. 감히. 아직 약관의 나이조차 한참 먼 꼬맹이가 황제인 자신을 책망하려는 것인가. 이 세계는 약육강식의 세계였고. 그는 대한제국이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리고 황제가 생각하기에. 제국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그 어떠한 대가를 치뤄서라도 배제하고 말살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생각은. 어리고 나약한 소녀의 한 마디에 눈이 녹듯이 사라졌다.


"폐하께서 하시는 일은 정복자가 하는 일이지. 통치자가 하는 일이 아닙니다. 대한의 옛 군주들은 외국의 땅을 쳐들어가 병합하고. 복종하지 않는다고 총으로 쏘고. 칼로 베고 찌르며. 수천년간 이룩해온 자신의 문화를 버리라고 하였습니까?"


"그건..."


"전 아닐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이 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렸습니다. 이제 그 별칭은 역사 속에 묻힐 것이나. 지금 폐하께서 하시는 행동 하나 하나가 만주족들에게는 존속의 위협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찌잉-!


"크윽! 으윽!"


"폐..폐하!"


"괜찮으시옵니까!?"


"지..짐은 괜찮다..! 잠시 두통이 일었을 뿐이다."


난화라는 작은 소녀가 하는 말이. 황제의 심상을 뒤틀리게끔 했다. 지금 그가 하고 있는 일과. 일제가 하고 있는 일의 차이가 무엇이란 말인가?


자신이 해왔던 모든 것이. 대륙의 일본 제국을 건설하는 것이라고 책망하는 듯한 아이신기오로의 황녀의 말이 그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죄악감을 일깨운 것이다.


"으윽... 내 몸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오늘은 이만 물러가라. 그대는 궁으로 들어가도 좋다."


*


황제는 거의 쓰러지듯 침대에 누워 앓았다. 열도 나지 않았고. 어딘가가 아픈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의 마음이었다.


"나는.. 학살자가 아니야.. 짐은.. 과인은.."


그러나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헛소리를 중얼거리는 황제의 모습은 누가 봐도 병색이 완연한 환자였던지라. 지금도 그의 옆에서는 어의들이 달라붙어 식은땀을 닦고 열심히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그 아이신기오로의 계집이 무언가 주술을 건 것이 분명합니다! 만주족 학살 어쩌고 얘기를 하더니 황제께서 쓰러지셨으니. 당장이라도 그년을 잡아 족쳐야 합니다!"


"무엄하다! 황제께서 그분께 궁에 들어가도 좋다고 하명하신 것을 듣지 못하였는가! 감히 황후 폐하로 내정된 분께 그따위 망발이라니!"


"하지만..!"


"그만! 황제께서는 곧 깨어나실 것이다. 아직 30세도 되지 않은 분이시다. 고작 이 정도 열병으로 훙하실 분이 아니란 말이다."


건강하던 황제가 갑자기 쓰러지자. 조정은 혼란에 빠졌다. 그의 능력이 워낙 출중하다보니 의회와 같은 백업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고. 황제 자신도 자신이 얼마든지 혼자서 제국을 경영할 수 있다고 여기다보니 황제가 쓰러지자 제국의 모든 내정이 올 스탑된 것이다.


그리고 신하들은 아무런 권력을 가지지 않은 하수인에 불과하였기에. 그들은 오매불망 그들의 주군인 황제가 깨어나는 것을 기다려야 했다.


*


잠시 시점을 돌려. 홍콩에서 한창 진행되고 있던 협상은 결국 대한제국의 요구 중 하나인 만주의 영유권 인정만으로 끝이 났다.


그 외의 것은 대한제국으로서도 얼마든지 포기가 가능한 것이었고. 그냥 되면 좋고 안 되면 좋고라는 마인드로 질러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국을 비롯한 서역의 열강들은 다시 만주의 탐스러운 광산에서 마음껏 광물을 채광할 수 있었고. 대한제국은 상당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을 받아들였다.


아무리 만주를 따먹은 극동의 제국인 대한제국이라고 해도 영국은 물론이고 프랑스와도 전면전을 펼치면 형편없이 깨져나갈 것이 분명하기에. 만주의 영유권을 인정받은 것만 해도 대한제국은 원하던 바를 얻은 것이었다.


물론. 이 협상의 결과를 들은 중화의 인민들의 반응은 딱히 설명할 필요도 없으리라.


*


와장창!


"꺄아아아악!"


"양이 놈들을 죽여라! 홍콩을 다시 되찾자!"


"네놈들이 또 빼앗아갔어! 홍콩도 모자라서 만주까지! 우리들의 분노를 맛봐라!"


홍콩의 길거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만주의 영유권이 공식적으로 대영제국이 발표한 것 때문이었다.


분노한 중국인들은 서양인들에게 조잡한 무기들과 분노를 터트리며 학살과 강간을 자행했고. 압도적인 화력을 가지고 있는 홍콩의 영국군은 폭도들에게 각개격파당하며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다.


아니. 죽음보다 못한 꼴을 당하고 있는 여자들보다야 명예로운 죽음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장 폭도들에게 둘러싸여 사지가 찢겨나가고 있는 자들이 그런 것까지 신경쓸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부분의 피해는 중국 본토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부분에 한정되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작은 섬에 모여있는 영국군이 본토와 연결되어 있는 곳에 지원을 갈 수 있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이미 다른 섬의 중국인들도 분노에 휘말려 폭동을 벌이고 있어. 각 섬들의 폭도를 진압하기에도 벅찼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홍콩을 저 원숭이들에게 넘겨줘야 할 겁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나! 이미 배도 다 불타고 있는데!"


상황이 심각하게 흘러가자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던 영국군은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홍콩에서 주둔해왔었지만. 그들은 진정한 중국인의 물량전을 경험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뒷골목 깡패들이나 범죄조직만 상대해왔던 홍콩 주둔군은 본토의 그들과 비교해 모든 게 뒤쳐지는 2에서 3선급 병력에 불과했고. 급격한 상황 변화가 일어나자 결국 난폭해질 겨를도 없이 쓸려나가고 만 것이다.


그렇게. 영국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나비의 날갯짓은 생각 외로 좀 심하게 가까운 곳에서 태풍으로 돌아온 것이다.


*


다시 시점을 돌려. 평양의 행궁.


"""폐하! 기체후일향만강하시옵나이까!"""


"짐은 괜찮다. 생각지도 못한 심병을 얻어 몸이 만근이 된 듯 하였으나. 이제는 모두 떨쳐내었도다. 그대들은 괘념치 말고 국정을 논하라."


황제가 깨어났다는 소식이 들리자. 그동안 몸이 좋지 않아 일시적으로 탈궁하였던 신하들까지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행궁으로 돌아왔다.


그 정도로. 현재 대한제국이라는 체제 안에서 황제라는 존재가 가지는 의의와 존재감은 막강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기쁜 날에는. 어김없이 초를 치고 싶어하는 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홍콩에서 중국인들이 폭동을 일으켜 다수의 영국인들이 사망하고. 대부분의 건물들이 불탔다고 합니다."


"그것 참 큰일이로군! 홍콩에는 우리 제국의 신민들도 있을 터인데.."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우리 대한의 백성들도 영국인들과 같은 꼴을 당하였다고..."


술렁술렁.


기쁨으로 술렁였던 편전이 이제는 분노로 술렁였다. 정말이지 중국인은 명예도 없는 것인가. 자기네 나라가 약한 줄 알면 그냥 수그리고 있을 것이지. 정 억울하면 우리 대한처럼 근대화 성공해서 영국을 털어먹으면 될 일 아니던가. 하는 조용한 아우성이 편전 안을 가득 메웠다.


"조용하라. 우리의 백성들이 화마를 피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우나. 그것보다는 영국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우선이겠지. 영국 공사가 뭐라 말하지는 않더냐?"


"아직은 없었사옵니다. 다만 안색이 파리한 것이. 아마 조만간 어느 식으로든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겠지. 우리밖에는 상대가 없으니 말이다."


*


"그 때 짐에게 말했었지. 학살은 정복자의 위업이지 통치자의 위업이 아니라고."


"...제 말로 심병을 얻어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죽여주시옵소서."


"아니.. 덕분에 나는 더 큰 일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어. 죽이고 복종시키는 것이 아니라. 살리고 순종시키는 것을 말이지. 너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구나. 황제의 감사란 쉬이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란 것을. 너라면 알고 있을테지."


"...송구하지만 소녀는 그것 말고 다른 것을 받고 싶사옵나이다."


"결혼식은 1860년으로 정하였다. 아무리 혼사가 급하여도 좀 나이가 들어야 할 것 아니냐? 13세는 너무 어리다. 지금이 1857년이니. 3년만 기다리도록 하라."


"예....예!"


난화는 크게 기뻐하였다. 황제가 자신의 말을 듣고 쓰러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대로 사지가 찢겨 죽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결혼식 날짜를 잡느라 쓰러져 있던 것이었나?


이걸로 2000만의 만주족들은 구원받았다. 비록 그 수가 크게 줄어 한 1800만 정도 되기는 하였지만. 그동안 한반도에서도 사람이 크게 늘었으니 실질적인 인구수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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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857년 기준. 대한제국 영토 지도. +1 20.07.16 3,156 0 -
60 한(韓) 에포크(완) +3 20.10.05 1,114 20 12쪽
59 사후정리 +4 20.09.30 1,020 20 12쪽
58 마지막 결단 +2 20.09.29 950 19 12쪽
57 옴스크를 공략하라 +4 20.09.28 923 20 12쪽
56 타타르의 멍에 +7 20.09.23 1,119 21 12쪽
55 발트 해의 결전 +2 20.09.22 1,059 21 12쪽
54 폭풍전야 +3 20.09.21 1,084 18 12쪽
53 흑귀부대 +3 20.09.09 1,279 20 12쪽
52 漢의 이름으로. +3 20.09.08 1,230 21 12쪽
51 진정한 전쟁의 시작 +2 20.09.07 1,210 16 12쪽
50 원래 전쟁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7 20.09.02 1,238 22 12쪽
49 천명대전. +2 20.09.01 1,248 19 12쪽
48 시산혈해 +3 20.08.31 1,241 21 12쪽
47 우리는 전쟁을 할 것이다. +4 20.08.26 1,340 21 12쪽
46 동해보복 +2 20.08.25 1,361 27 12쪽
45 음지의 전쟁 +3 20.08.24 1,274 17 12쪽
44 어서 와 게릴라전은 처음이지? +3 20.08.12 1,412 23 12쪽
43 남방에서의 개전. +2 20.08.11 1,415 20 12쪽
42 도움! +2 20.08.10 1,380 24 12쪽
41 착한 제국주의 +3 20.08.05 1,520 25 12쪽
40 개화된 아시아. +3 20.08.04 1,563 25 12쪽
39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1 20.08.03 1,513 24 12쪽
38 천하무산자합일! +3 20.07.22 1,674 18 12쪽
37 인민의 제국 +6 20.07.21 1,708 24 12쪽
36 문명국의 군대. +3 20.07.20 1,652 22 12쪽
35 황제 폐하를 위하여! +5 20.07.15 1,716 23 12쪽
34 1달간의 여정. +1 20.07.14 1,662 22 12쪽
33 구원의 대가. +2 20.07.13 1,642 20 12쪽
» 차이점 +3 20.07.08 1,704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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