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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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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1,201

작성
20.07.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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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천하무산자합일!

DUMMY

카를 마르크스. 그가 누구던가.


압제 아래서 고통받고 있던 무산계급에게는 공산주의 혁명이라는 한 줄기 빛을 내려준 사내이며. 반대로 자본가 계급에게는 천박하고 무식한 것들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준 유럽의 혁명가였다.


"카를! 카를! 카를!"


"그는 살아 있는 사람 가운데 가장 위대한 사상가다! 모두 카를 마르크스의 위대한 교지를 받들어 유럽에 혁명을 일으키자 형제들이여!"


"와 혁명! 와 사회주의!"


그 누가 말했던가. 20대에 공산주의자가 아니면 가슴이 뛰지 않는 이요. 20대가 넘어서도 공산주의자라면 저능아인 것이라고.


그 정도로 현재 유럽에서 카를 마르크스의 인기는 지대하였다. 아니. 애초에 1848년 혁명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자의 인기가 낮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1848년의 혁명을 거치면서 한 때 온 유럽을 혁명의 열기로 뒤덮어야 한다는 카를 마르크스는 더 이상 혁명을 외치지 않고 있었다.


1848년의 혁명이 실패한 것이 무엇인가?


바로 내분이었다. 봉기한 이유가 공산주의냐 민족주의냐 공화주의냐에 따라 나뉘었고. 부르주아와 일반 노동자간의 불신도 심각했기 때문이다.


"혁명! 아. 참으로 가슴 떨리는 단어가 아닌가! 혁명은 언젠가 만국의 노동자들이 쟁취해야 할 이상향이 틀림없다!


그러나 과연 지금의 우리가 그 혁명이라는 이상향을 향해 달음박질할 힘이 남아있는가... 지난 혁명에서도 스스로 거꾸러졌던 우리에게?"


단 한 번의 실패가 누구에게나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듯. 카를 마르크스는 혁명에 대한 본질적인 회의주의에 빠져들었다.


혁명을 일으켜도 스스로 붕괴하여 자멸하고. 자본가에게 맞서기는 커녕 닭 한 마리를 더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부르주아로 몰아 사적제재를 가하는 빼빼마른 노동자들의 본질을 본 탓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회의주의는 머나먼 극동에서 또 다른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카를 마르크스는 여타 유럽인들과 비스무리하게 아시아인들의 백인 따라하기라고 비웃음을 날렸지만. 이윽고 신문에서 자세히 소개된 극동의 황제가 내린 7가지 칙령을 보고 그는 마음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럴 수가..! 이건 고작 우리를 따라해서 나올 수 있는 결과가 아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 극동에서 공산주의의 씨앗이 발아하기 시작했던 것인가! 아! 내 눈이 어두워 머나먼 곳에서의 혁명을 놓칠 뻔 했구나!"


카를은 신문을 부여잡고 한참을 울었다.


자신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혁명이. 유럽보다 한참 뒤쳐진 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가 그토록 바라던 노동적기를 들고 행진하는 사진이 신문에 달라붙어 있었다.


이제와서 인종이 무슨 상관인가? 국가가 무슨 상관인가? 가야만 했다. 대한제국으로! 자신의 이상의 경지를 더욱 더 높여줄 그 나라로!


*



"카름 마르큿스..입니까?"


"아닐세. 카를. 마.르.크.스."


"카를 마르크스... 예. 이제 좀 감이 잡히는 것 같습니다만. 폐하께서 그를 원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는 짐의 계획에 있어 꼭 필요한 인재라네. 우리 대한제국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그러니까 서양인 기술자들을 무상으로 데려올 수 있는 열쇠라고 할 수 있지."


"그게 무슨.. 아!"


영국에 사람을 보내 카를 마르크스를 낚아채(?) 오려는 대한 황제의 계획은 단순하기 그지없었다.


카를 마르크스는 서양 공산주의자의 거두이자 상징. 그가 대한제국에 초대받아 제국의 이것저것을 둘러보고 '야 여기 살만하다'라고 평가를 내린다면 당장 머릿 속에 든 게 많은데 하필이면 가슴이 붉은 지식인들은 물론이오. 본국에서의 처지에 환멸을 느낀 일반 노동계급들도 앞다투어 대한제국에 발을 들일 것 아닌가?


물론 그렇게까지 대한제국에게 상황이 유리하게 흘러갈 상황은 거의 없겠지만. 상징성이란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심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당장 대청유신회가 국가 예산만 갉아먹고 하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함풍제를 아직까지 옥좌에 붙여두고 있는 것도 함풍제를 대체할 상징성을 가진 존재가 없기 때문이 아니던가.


"아무튼. 국비로 지원은 해줄 터이니 어떻게든 그를 찾아 이 대한으로 데려오게. 만약 그가 이 체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면 짐은 성공한 것이고. 만약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다면 수정의 여지가 있는 것이겠지."


"황명. 받들겠나이다."


그렇게. 1858년 1월 3일. 대한제국 황제의 밀명을 받은 특사가 영국으로 비밀리에 파견되었다.


*


심기불편.


빅토리아 여왕의 현재 상태를 완벽하게 나타내주는 말이었다.


그 이유야 물어볼 것도 없이 현재 대한제국이 가고 있는 행보 때문이었고. 빅토리아 여왕이 더욱 짜증이 나는 것은 이미 계약이 끝난 상태라 인도차이나 반도를 놓고 씨름을 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대영제국이 어디가서 후달리지는 않으니 마음만 먹으면 계약이고 밀약이고 뭐고 전부 밀어버릴 수 있겠지만. 이미 홍콩 사태를 진압한 대한제국은 암암리에 아시아의 유일한 문명국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리고 문명국의 특징 중 하나는 신뢰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 머나먼 땅의 바다까지 가서 행패를 부리는 것은 자신의 신뢰를 낮추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였다.


그리고 화룡정점은 아직 대한제국이 자국을 넘어선 혁명을 일으키려 한 흔적조차도 없다는 것이다.


당장 영국이나 프랑스에게 노동자의 권리 향상을 위해 힘쓰라고 약을 올린 것도 아니고. 그저 황제의 권한으로 노동계급에게 힘을 실어준 것에 불과했다.


같은 군주국으로서 그것마저 비난할 수는 없었기에. 실질적으로 영국이 둘 수 있는 수는 단 하나도 없었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든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노동자의 권리 향상을 자국의 노동자들이 보고 배우지 않도록 정보의 장막을 치는 것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카를 마르크스의 신분을 영국 정부가 꽉 쥐고 있다는 것이었다. 제아무리 대한제국이 날고 기어보았자 이곳은 유럽. 적절한 호응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대한제국이 하고 있는 것은 섀도우 복싱에 지나지 않았다.


"카를 마르크스를 포함해 영국 내에 있는 열성적인 공산주의자의 감시를 더욱 더 엄중히 하고. 누군가가 접촉한다면 즉시 짐에게 보고하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폐하. 감히 공산주의자 놈들이 이 그레이트 브리튼 안에서 준동하지 않도록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니 마음이 놓이는구려."


이미 차티스트 운동이라는 하류 계급의 급진적인 반란을 겪은 영국의 지배층들에게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상상도 하기 싫은 무엇인가에 가까웠다. 가뜩이나 급진적인 변화를 거부하는 섬나라 인종들의 특성 때문이었기도 했고. 영국은 산업혁명의 본 고장인만큼 자본주의에 대한 신봉이 남달랐기 때문인 탓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영국의 노력은. 오히려 공산주의자들이 더욱 더 꽁꽁 숨게 되는 악효과만을 불러일으켰다.


*


"이곳이 영국의 수도. 런던이구나!"


특사로 파견된 백승원은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런던에 시선을 빼앗겼다. 물론 대한제국의 수도인 평양도 큰 도시이기는 했지만. 런던의 그것에 비교하면 시골 마을에 불과할 정도였다.


"훗!"


누군가가 문득 비웃음이 잔뜩 섞인 시선을 보내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백승원은 이역만리 타국에 홀로 떨어진 이방인에 불과한 것 아닌가?


영국인들이 보면 난생 처음으로 문명국의 모습을 본 야만인 같을 터이니 하는 짓거리야 이해가 간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쯧... 양놈들이 우리 아시아인을 무시한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직접 당하니 기분 하나는 더럽게 나쁘구만.. 그나저나 그 분의 집은 어디지?"


그러나 특사라는 자가 감정에 휘말려 일을 벌이면 안 되는 법. 빠르게 냉정해진 백승원은 황제께서 주신 약도를 보며 카를 마르크스의 자택을 찾아갔다.


"흐음. 이 근처일 텐데.... 뭐지?"


그렇게 약도를 보며 따라 걷던 도중. 백승원은 무언가 이상한 것을 눈치챘다.


카를 마르크스의 자택에서 일정 부분씩 떨어진 곳에 척 봐도 건장하게 생긴 남성들이 3명씩 조를 지어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감시병들이군.. 이거 곤란한데."


백승원은 혼자다. 기동성 면에서도 그게 낫거니와 서양인들 투성이인 이 런던에서 동양인들이 무리지어 다닌다면 눈에 띌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백승원은 어떻게 저 감시병들을 돌파할지 곰곰히 생각하다. 이내 적절한 생각을 떠올리고는 즉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


"정말 이 방법을 쓰면 우리도 대한제국으로 갈 수 있는 것이오?"


"정말입니다 동지. 그동안 속고만 사셨습니까?"


"속고만 살았지! 지난 차티스트 운동만 해도... 으으! 570만명의 서명을 모으면 뭐해?! 받아들여주지도 않는데!"


"어허! 목소리가 큽니다. 극동에서부터 저희의 형제가 왔는데 들키면 이게 무슨 망신입니까?"


"으흠... 거 미안하군. 나도 모르게 흥분을 해서."


"괜찮습니다. 위대한 사상에는 항상 대가가 따르는 법이지요."


방법은 바로 현지의 공산주의 사상가와 연계하는 것이었다. 미래를 알고 있는 황제는 이미 근처의 다른 공산주의자들의 자택과 은신처. 암구호까지 세심하게 적어주어 백승원에게 하사하였고. 그 덕에 백승원은 마치 오랜 친우처럼 은신처에 모인 공산주의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백승원으로서는 다행이게도 런던의 공산주의자들은 정부의 강력한 탄압으로 인해 전제군주제든 뭐든 일단 공산주의 체제를 실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고. 그로 인해 대한제국의 특사인 백승원도 동양인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광속같은 속도로 그들의 동료가 될 수 있었다.


"이제 시간이 되었습니다. 모두 준비는 되었겠지요?"


"물론! 이 나라에 끝내 붉은 기운을 퍼트리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지만은. 그래도 황금 동앗줄을 놓칠 수 있겠는가!"


"그럼 갑시다!"


"...행운을 빕니다."


백승원은 그들의 행운을 빌어주며 은신처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수백명에 다다르는 런던의 공산주의자들은 일제히 은신처에서 나와. 그들의 정신적인 지주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피아식별을 위해 정장에 붉은 장비를 달아놓은 그들은. 기껏해야 수십명 규모인 감시병들을 가벼게 지나쳤고. 런던에 이렇게까지 공산주의자가 많을 줄 몰랐던 감시병들은 눈을 댕그랗게 뜨며 상급자에게 보고하기 위해 부리나케 발을 놀렸다.


그렇게 그들이 카를 마르크스의 집에 도착했을 때. 그들을 방해할 장애물과 여왕의 개들은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들 중 하나가 앞으로 나가 문을 두드리자. 풍성한 수염을 기른 마르크스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무슨 일인가?"


"마르크스 선생님. 때가 되었습니다."


"때라니?"


어리둥절해하는 마르크스에게 공산주의자 한 명이 품에서 백승원이 준 편지를 꺼내주 그에게 건넸다.


무언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마르크스는. 이내 편지의 발신지를 보고는 눈을 댕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


묵언으로 편지를 바라보던 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다만 빅토리아 여왕이 알 수 있는 것은 약 400명에 달하는 공산주의자들과 카를 마르크스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영국을 떠나. 대한제국으로 향했다는 사실뿐이었다.


작가의말

선호작 200명 돌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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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사후정리 +4 20.09.30 1,021 20 12쪽
58 마지막 결단 +2 20.09.29 951 19 12쪽
57 옴스크를 공략하라 +4 20.09.28 924 20 12쪽
56 타타르의 멍에 +7 20.09.23 1,119 21 12쪽
55 발트 해의 결전 +2 20.09.22 1,060 21 12쪽
54 폭풍전야 +3 20.09.21 1,084 18 12쪽
53 흑귀부대 +3 20.09.09 1,279 20 12쪽
52 漢의 이름으로. +3 20.09.08 1,230 21 12쪽
51 진정한 전쟁의 시작 +2 20.09.07 1,210 16 12쪽
50 원래 전쟁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7 20.09.02 1,239 22 12쪽
49 천명대전. +2 20.09.01 1,248 19 12쪽
48 시산혈해 +3 20.08.31 1,241 21 12쪽
47 우리는 전쟁을 할 것이다. +4 20.08.26 1,340 21 12쪽
46 동해보복 +2 20.08.25 1,361 27 12쪽
45 음지의 전쟁 +3 20.08.24 1,275 17 12쪽
44 어서 와 게릴라전은 처음이지? +3 20.08.12 1,413 23 12쪽
43 남방에서의 개전. +2 20.08.11 1,415 20 12쪽
42 도움! +2 20.08.10 1,380 24 12쪽
41 착한 제국주의 +3 20.08.05 1,520 25 12쪽
40 개화된 아시아. +3 20.08.04 1,564 25 12쪽
39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1 20.08.03 1,513 24 12쪽
» 천하무산자합일! +3 20.07.22 1,675 18 12쪽
37 인민의 제국 +6 20.07.21 1,708 24 12쪽
36 문명국의 군대. +3 20.07.20 1,652 22 12쪽
35 황제 폐하를 위하여! +5 20.07.15 1,717 23 12쪽
34 1달간의 여정. +1 20.07.14 1,663 22 12쪽
33 구원의 대가. +2 20.07.13 1,642 20 12쪽
32 차이점 +3 20.07.08 1,704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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