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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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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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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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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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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한(韓) 에포크(완)

DUMMY

"국제 연맹이요? 그런 허망한 것을 믿습니까?"


"허망하든 진실이든 그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닐세. 대한의 황제는 그걸 진심으로 믿고 있으니까 말이야. 알래스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네도 알지 않나?"


"...대체 그 황제는 무슨 생각인지! 백인을 죽이고 흑인을 챙기다니.. 뭔가 머리가 잘못된 게 틀림없습니다!"


"말 조심하게! 자네는 외교관이니 죽을리는 없겠지만. 자네의 말과 언행이 곧 우리 영국을 대표한단 말일세!"


"죄송합니다 각하. 제가 그만 흥분을 했군요."


전쟁이 끝난 후. 세계의 질서는 재편되었다. 유럽 국가들은 힘을 들이지 않고 러시아를 꺾을 수 있었지만. 동시에 대한제국의 물밑 지원을 받은 식민지 독립군들과의 싸움에서 점차 밀리기 시작해 식민지에서 얻는 이익보다 손해가 커지고 있었고. 이는 곧 외부의 압력이 아닌 내부의 사정으로 인한 식민지 포기론을 대두시켰다.


영국은 이런 식민지 포기 움직임에 직격탄을 맞은 국가였는데. 인도에서 거센 독립 운동이 일어나 얼마 되지 않는 육군을 전부 인도에 쏟아부어야 했으며. 그 와중에도 거금을 들여 기근이 일어난 동유럽의 신생국들에게 밀가루를 퍼주어 세계 최강국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 밀가루를 본토에서 공수하는 바람에 1867년 겨울에는 브리튼 섬 본토에서는 무려 30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굶어죽는 사태가 벌어졌고/. 여왕의 분노를 산 내각은 해산. 식민지 경영에 비판적이고 패권 유지보다는 체제의 안정을 중시하는 진보주의 내각이 집권하였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애초에 벨기에는 이 시점에는 별다른 식민지가 없어 소국에 불과했고. 그나마 네덜란드령 동인도제도가 있는 네덜란드조차도 동인도제도에서의 반발이 거세지기 시작해 쩔쩔매기 시작한 형국.


유럽 국가들은 이런 사태를 일으킨 대한제국을 저주했으나. 뭐 어쩔 수 있겠는가? 대한제국은 승자의 권리를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직접 피를 흘리고 직접 쐐기를 박은. 그들의 전쟁에게 이긴 대가를 사용하겠다는데 반박한다면 그 나라 역시 한국의 다음 적이 될 뿐이었다.


이미 옴스크까지 진군하고 러시아의 절반을 불태운 대한제국군의 저력을 똑똑히 맛본 동유럽의 신생국들은 마치 타타르 시절처럼 대한제국의 말이라면 간이며 쓸개며 전부 내줄 것처럼 비굴하게 굴었고. 그 대신 야르릭을 받은 것처럼 100년 간의 독립 보장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남겨진 러시아의 땅은... 완전히 무법지대가 되어 인외마경이 펼쳐진 지옥이 되었다. 농사도 지을 수 없는 혹한의 소금 덩어리가 된 땅에서 생존자들은 약탈로 목숨을 부지했고. 평화를 되찾아주겠답시며 어줍잖게 돌입한 영국 해군 육전대가 오히려 전멸하고 보급품이란 보금품을 전부 뜯긴 후 치욕스러운 패배를 한 뒤. 광활한 시베리아는 천연의 감옥이 되어 1000만도 채 남지 않은 러시아인들을 향한 배틀 로얄을 만들어주었다.


이 모든 것이. 대한제국의 분노에서 초래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세계의 소국들은 마치 영국이 하나 더 생겨난 것처럼 공포에 떨었고. 어느 나라는 영국 공사관보다 한국 공사관을 더 호화롭게 꾸미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내 대한제국이 원하는 것이 기존 유럽 패권 체제의 붕괴라는 것을 알게되자. 세계는 마음을 바꾸어 대한의 행보에 기꺼이 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대한제국이 넘쳐나는 무기와 군관을 비밀리에 수출하고. 각지의 파르티잔들은 그것을 바탕으로 영국을 위시한 식민 열강들과 끝 없는 소모전을 벌였다. 대한제국이 진정 원하던 것은 식민 열강들이 제 풀에 나가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들은 정교한 시계는 만들 수 있었지만. 시간을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그들은 침략자였고. 떠날 이들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한 전쟁으로 인해 영원히 변치 않았을 것 같던 세계도 변혁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비록 그 변혁이 더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변혁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도태될 수밖에 없으리라.


*


1870년. 아시아에서의 대전쟁이 끝난지 4년 후. 대한제국의 수도 평양에서는 성대한 축제가 열렸다. 어디 평양뿐인가? 이 날은 제국의 모든 신민들이 기뻐하고. 또 그래야 할 날이었다.


바로 대한제국의 황후가 건강한 황태자를 출산하였기 때문이다.


"참으로 경사로다! 앞으로 제국을 이끌어 가실 미래의 황제 폐하를 위하여!"


"""위하여!"""


쨍!


잔이 부딫치는 소리와 함께 잔에 담긴 액체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오늘만큼은 쾌락에 젖어도 되는 날. 나랏님이 허락한 날이었다.


수많은 술집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술통들이 비워졌고. 엄청난 양의 짐승들이 도살되어 전쟁에 지쳐있던 사람들의 속으로 들어갔다. 전쟁이 끝난지 어언 4년이 지났지만. 공식적인 사상자만 2억이 넘는 전쟁의 참화를 직접적으로 입은 대한제국령은 피해 복구에 모든 국력을 쏟아부어야 했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러시아에게서 할양받은 알래스카를 복속시키기 위해서 흑인들을 대규모로 이주시키야 했고. 그 과정에서 현재 백인들과의 충돌이 일어나 결국 백인들을 모두 죽여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몇몇 러시안 백인들은 인접한 캐나다로 도망쳤고. 대한의 학살을 비난하는 연설을 하며 세계가 대한제국이 악의 축이라고 오해를 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대한제국과의 원활한 관계가 지속되는 것을 원하는 영국 정부의 압력으로 인해 캐나다에서 지내던 백인들은 모두 알래스카로 돌려보내져 처형장으로 보내졌고. 세상은 다시 평화로워졌다.


물론 그 과정에서 캐나다에 징병령이 시행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허나 대부분의 제국민은 이런 세계의 긴장을 오히려 즐기고 있었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약소국이었던 나라의 국민이었던 자신들이 이제는 그 영국마저 두려워 평화롭게 살자고 제의를 할 정도로 강대한 제국의 신민이 되었으니 말이다.


원초적인 것을 좋아하는 인류라는 종의 특성상. 이토록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또 있을까? 대한제국은 전쟁에서 승리했고. 그 결과 세계를 양분할 힘을 얻게 되었다.


하다못해 짐승들조차도 넓은 평원을 거닐면서 즐거움을 느낄진대. 고작 평원보다 훨씬 더 큰 대륙과 북태평양을 자신의 것마냥 누릴 수 있게 된 제국민들의 즐거움은 오죽하겠는가?


거기에 오늘은 단지 황태자의 생일뿐만이 아니라 더욱 더 의미 깊은 날이니. 바로 영국과 프랑스. 이제는 독일 왕국이라는 이름 아래 통일된 프로이센을 위시한 강대국들이 평양에서 마지막 만국평화회의이자 첫번째 국제 연맹의 회의를 열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


"대한제국의 정당한 지배자이시자. 한반도의 주인. 만주와 인도차이나 반도의 보호자이시자 알래스카를 지배하시는 대한 태황제 폐하께서 납십니다!"


척!


황제의 출두를 알리는 장황한 미사여구가 쏟아지자. 근위대는 마치 기계와 같은 움직임으로 경례 자세를 취했다. 마치 기름칠을 한 것 같은 번드르르한 근위대의 움직임에. 각국의 대표들은 짧은 침음성을 토했다.


그리고 마침내 대한제국의 황제가 회의실에 나타나자. 가뜩이나 아무 말이 없었던 회의실에 무거운 분위기가 가중되었다.


문자 그대로 숨도 쉬지 못할 정도의 중압감. 황제는 그의 존재만으로도 공간을 지배할 정도의 위압을 뽐내고 있던 것이다.


"화..화..황태자를 생산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폐하!"


그 침묵을 깬 용맹한 자는 독일 왕국에서 온 대사였다. 황제는 그 말을 듣고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를 들여다보고는 엹게 웃었다.


"축하에 감사하네 독일 대사. 그래.. 다른 자들은 아무 말을 하지 않을 셈인가?"


"저.. 저희 영국 또한 대한제국 황태자 저하의 출산을 축하하는 바입니다!"


"프랑스의 황제께서 축하의 편지를..!"


대사들은 필사적으로 축하의 말을 황제에게 건네었다. 첫 번째 국제 연맹 회의를 망치고 싶지 않은 심정이 반이요. 초강대국의 지배자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 반이었다.


"그대들의 축하에 감사하오. 이리 많은 나라들의 축복을 받다니. 황태자도 기뻐하겠군. 그럼 이제 자리에 앉지 않겠소? 우리는 오늘 훨씬 더 중대한 논의를 하고자 모인 것이니 말이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폐하. 오늘 우리는 역사에 길이 남을 국가 공동체에 대한 논의를 하고자 모인 것이지요."


사실상 강대국의 모임이었지만. 국제 연맹의 첫번째 회의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국가 대사들이 참가했다. 대부분은 중동이나 아프리카 아니면 아시아의 소국. 혹은 식민 열강에 의해 반쯤 속국으로 전락한 국가들이었는데. 시대의 특성상 별 다른 힘을 가지지 않은 이들이 유일하게 국제적인 의견을 낼 수 있는 곳이 국제 연맹이었기 때문이다.


"자. 우선 이 '국제 연맹'이라는 것이 대관절 무엇을 하는 기구인지를 정의해야 하지 않겠소? 그저 전쟁을 막겠다는 건지.. 아니면 국제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인지..."


"외람된 말씀이오나 폐하. '국제적인 문제'라 하시면...?"


"뻔하지 않소. 인종차별. 노사문제. 경제적인 침탈이나 기근. 무력 도발. 타국에 의한 민간인 학살같은 것들을 규제하고 벌하겠다는 것 아니겠소이까."


대한 태황제의 말에 식민 열강들의 얼굴은 일그러졌고. 소국들의 얼굴은 환해졌다. 대한제국이 유럽 외의 유일한 강대국으로 진입한 현재. 유럽의 지배에 시달리고 있는 소국들에게는 대한제국에 빌붙는 것이 유일하게 주권을 지킬 길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황제가 거론한 문제들은 하나같이 유럽의 '열강'이란 국가들이 소국들에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인종차별이나 경제적 침탈. 무력 도발과 학살같은 것이야 입이 아플 지경이었고. 노사문제같은 경우에는 열강들 내부의 문제도 심각할 터였다.


"저희 이란 숭고국은 국제 연맹을 국제적인 문제의 해결 기구로 만드는 것에 찬성하는 바입니다!"


"저희 아프가니스탄 아미르국 또한 국제 문제 해결 기구안에 찬성합니다!"


"저희 태국 또한.."


"저희 브라질 제국 역시.."


마치 봇물이 터지듯. 약소국과 개혁군주가 보낸 대사들이 줄줄이 손을 들어 찬성의 의견을 보였다. 그 손의 갯수는 점점 늘어. 마침내 유럽의 국가들만 빼고는 회의실에 손을 책상에 올려놓은 자는 없었다.


대한의 황제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저희..! 벨기에도. 찬성합니다."


결국 벨기에를 시작으로 유럽 국가들의 대사들도 서서히 손을 들기 시작했다. 누가 식민 열강들 아니랄까봐 표정은 하나같이 썩어있었으나. 애초에 숫자에서 밀리는만큼 유럽권 국가 전체가 반대표를 던진다 해도 상관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해서. 국제 연맹의 정의가 내려지고. 한 시대의 끝이자 한 시대의 시작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몰락에 슬퍼했고. 누군가는 회생에 기뻐했다. 그리고 그 모든 희로애락의 중심에는 대한의 황제가 숨어 있었다.


그는 전쟁에서 승리했고. 경쟁에서 승리했으며. 명분에서 승리했다.


그가 이룩한 제국과 업적은 불멸로 남을 것이고. 그 중에서도 그가 이룩한 하나의 시대의 이름은 영원히 기억되리라.


한(韓) 에포크.


한 나라가 열었던. 짧았던 평화의 시대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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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857년 기준. 대한제국 영토 지도. +1 20.07.16 3,156 0 -
» 한(韓) 에포크(완) +3 20.10.05 1,115 20 12쪽
59 사후정리 +4 20.09.30 1,021 20 12쪽
58 마지막 결단 +2 20.09.29 951 19 12쪽
57 옴스크를 공략하라 +4 20.09.28 923 20 12쪽
56 타타르의 멍에 +7 20.09.23 1,119 21 12쪽
55 발트 해의 결전 +2 20.09.22 1,060 21 12쪽
54 폭풍전야 +3 20.09.21 1,084 18 12쪽
53 흑귀부대 +3 20.09.09 1,279 20 12쪽
52 漢의 이름으로. +3 20.09.08 1,230 21 12쪽
51 진정한 전쟁의 시작 +2 20.09.07 1,210 16 12쪽
50 원래 전쟁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7 20.09.02 1,239 22 12쪽
49 천명대전. +2 20.09.01 1,248 19 12쪽
48 시산혈해 +3 20.08.31 1,241 21 12쪽
47 우리는 전쟁을 할 것이다. +4 20.08.26 1,340 21 12쪽
46 동해보복 +2 20.08.25 1,361 27 12쪽
45 음지의 전쟁 +3 20.08.24 1,275 17 12쪽
44 어서 와 게릴라전은 처음이지? +3 20.08.12 1,413 23 12쪽
43 남방에서의 개전. +2 20.08.11 1,415 20 12쪽
42 도움! +2 20.08.10 1,380 24 12쪽
41 착한 제국주의 +3 20.08.05 1,520 25 12쪽
40 개화된 아시아. +3 20.08.04 1,564 25 12쪽
39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1 20.08.03 1,513 24 12쪽
38 천하무산자합일! +3 20.07.22 1,674 18 12쪽
37 인민의 제국 +6 20.07.21 1,708 24 12쪽
36 문명국의 군대. +3 20.07.20 1,652 22 12쪽
35 황제 폐하를 위하여! +5 20.07.15 1,716 23 12쪽
34 1달간의 여정. +1 20.07.14 1,663 22 12쪽
33 구원의 대가. +2 20.07.13 1,642 20 12쪽
32 차이점 +3 20.07.08 1,704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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