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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09,531
추천수 :
1,370
글자수 :
311,201

작성
20.09.07 06:00
조회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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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2쪽

진정한 전쟁의 시작

DUMMY

"""Ура!!!"""


삐이이이이익!


함성소리와 호루라기 소리. 지축을 울리는 발걸음 소리가 북설성의 끄트머리에서 진동했다. 30만의 러시아군이 드디어 국경을 넘어 대한제국과의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노서아 놈들이다!"


"기관총반! 응사하라!"


투두두두두두-!


돌격해오는 러시아군에 맞서 대한제국군은 개틀링 기관총을 난사하고. 총을 쏘아대고. 대포를 발포했다.


겨우 30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래도 실전이라고 할 수 있는 실전을 겪어보았던 서방군과는 다르게 실전은 커녕 삽질만 신물이 날 정도로 한 게 전부인 북방군의 허접한 전투력과. 차르에 대한 전근대적인 신앙심으로 가득찬 러시아의 군대는 기막힌 싱크로율을 이뤄내며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2소대 우측으로!"


쾅! 콰앙!


"젠장! 엄호사격! 5소대는 어디갔어?"


"전멸했습니다! 생존자 없습니다!"


"제길! 1소대는 아직 살아있나?"


"반 정도..!"


"1소대는 패잔병을 수습해서 제2방어선으로 후퇴! 후방에 전령을 보내서 대포병 사격을 우선하라고 일러! 그리고 지원군 불러와! 지금 이 상태로는 1시간도 못 버텨!"


"예! 중대장님!"


허나 썩어도 준치라고. 러시아군 못잖게 체계적인 훈련과 교육을 받은 최전방의 장교들은 나름대로 사력을 다해가며 러시아군의 맹공을 저지하고 있었다. 어째서 유럽을 위협할 수 있는 우랄의 맹자로 러시아가 군림하고 있는지. 머나먼 극동의 인간들이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전원 제2방어선으로 후퇴한다! 질서를 지켜라! 무질서하게 도망치는 놈은 내가 직접 총살하겠다! 교통호로 가! 가!"


"아직 개틀링 기관총의 해체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빌어먹을! 어느 시간에 기다려 그걸! 그냥 폭파시켜버려!"


"알겠습니다!"


개틀링 기관총은 그 복잡한 구조로 인해 1달에 겨우 100정 정도 뽑혀나올까 말까 하는 최중요 무기 중에 하나. 그런 무기가 적에게 넘어가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그 때문에. 기관총 운용반은 전부 무기 폭파용 수류탄을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척탄병이 되어야만 했다.


쾅!


"폭파 완료!"


"후퇴해!


기관총을 폭파처리한 병사들이 서둘러 교통호로 들어갔다. 사람을 숨기기에는 적당한 사이즈의 교통호는 어느새 병사들로 우글거리고 있었고. 그 교통호의 끝에 위치한 또 다른 참호에서는 계속해서 개틀링의 탄환을 소모하고 있었다.


*


밤이 되자. 전선은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러시아군은 30만 중 5만명이 사망하는 손실을 겪었고. 대한제국군은 20만명 중 2만명이 사망하는 손실을 겪었다.


제2방어선은 큰 손실을 입은 러시아군의 공격을 굳건히 버텨내었지만. 안타깝게도 대한제국군에게도 제1방어선을 다시 탈환할 여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것은...


"러시아의 남아들이여! 오늘은 잘 싸워주었다! 저 멀리 떨어진 차르께 곧 승전보가 올라갈 것이다! 이제 우리의 숙원인 부동항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대러시아의 영광을 위하여 우리의 한 몸을 불사르자!"


"대한의 장병들이여! 우린 저들의 맹렬한 공격을 막아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절대 물러서지 마라! 단 한 포기의 풀도! 단 한 치의 땅도 녀석들에게 용납하지 마라! 여긴 우리 대한의 땅이다!"


바로 대장들의 사기 독려용 연설이었다. 마치 그들의 황제가 황궁의 발코니 위에 서서 말한 것처럼. 황제들의 뜻을 이행하는 사령관들은 단상 위에 올라서 자뭇 준엄한 얼굴을 하며 병사들에게 일장연설을 펼쳤다.


그 사령관들의 마음이 어땠는지는 몰라도. 상처입고 지친 병사들은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병사들의 전투력은 싸우는 이유를 찾는데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점에 있어서 대한제국은 러시아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자고로 인간이란 원래 손에 쥐고 있었던 것을 놓는 것을 죽는 것보다 싫어하는 족속이니까.


"우리는 1000만을 넘는 청군을 몰살시킨 강군이다! 비록 주둔지는 다르지만. 같은 황제를 모시는 이상 우리는 모두 이어져있다! 힘을 내라 병사들이여! 악을 쓰고 달려들어라! 우리가 지는 순간 이 땅은 적들에게로 넘어간다!


어디 땅만 넘어가는가? 우리의 전통도! 문화도! 가족도 전부 파괴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도록 놔둘 수는 없다! 싸워라 병사들이여! 조국은 지금. 그대들의 힘을 원하고 있다!"


"""대한제국 만세!"""


*


"이게 다 당신들 탓이오!"


"무슨 망발을! 병사들이 못 싸운 것을 왜 우리 탓을 한 단 말이오? 게다가 놈들이 사용한 무기가 뭐요!? 천연두요 천연두! 그 무서운 것을 어찌 막는단 말이야!"


"그래서 이제 어쩔겁니까?! 1000만명이 아무것도 못하고 그대로 사멸했어요!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책임? 누가 책임을 진단 말인가? 병부상서께서 질 것인가? 아니면 저 황제 폐하께서?"


제아무리 5억의 인구를 자랑하는 청이라 해도. 무려 1000만명이나 되는 대군이 아무것도 못하고 사멸한 것은 엄청난 타격이었다. 하다못해 대한제국군과 정상적인 전투를 해서 진 것이면 정신승리라도 할 수 있지. 천연두에 쓸려나간 것은 도저히 실드를 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5억의 인구를 가졌으면 더 징집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 청의 상황은 그럴 능력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능력은 있지만 그 뒷감당을 할 수 없는 것에 가까웠다.


자세히 따져보자면. 일단 청은 오랜 혼란기를 겪어 인구 자체는 많을지 몰라도 인구의 질 자체는 바닥을 지나 지하실로 처박힌 지 오래였고. 그나마 싸울 능력이 있는 자들은 마적단이나 도적단이 된 지 오래였다.


그렇다고 군대에 여자나 노인을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결국에는 20대에서 40대 중반까지의 남성을 징집해야 하는데. 이미 행정력이 개판난 이상 300만에 달하는 대한제국에 맞설만한 머릿수를 구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어찌저찌 100만 이상의 군대를 모집했다 하더라도. 실상은 그냥 군복만 입은 농부들임이 뻔한 일. 병기를 주고. 교관을 딸려 훈련을 시키고. 병참줄을 대야 한다.


근데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이미 1000만명의 대군이 전멸했다는 사실은 아무리 늦게 퍼져도 드넓은 중국 대륙의 방방 곳곳에 퍼져 있을 터. 신문이나 라디오 같은 것도 없으니 소문은 과장되기 마련이고. 그런 소문을 들은 자들은 죽으면 죽었지 대한제국군과 흔쾌히 맞서 싸우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전선이 하나가 아니다. 남방 대한제국군과 태평천국군이 하나된 지금. 300만에 달하는 증국번군을 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아직... 아직... 마지막 방법이 남아있소.."


그렇게 자금성의 모두가 무기력에 빠지려는 순간. 병부상서는 입을 열었다. '마지막 방법'이 있다면서 말이다.


"그..그게 뭐요?! 얼른 말해보시오!"


"이 방법을 쓰면 우리는 다시는 자금성으로 돌아올 수 없소. 그래도 하시겠소?"


"전쟁에서 이길수만 있다면야.."


그들은 간절했다. 이미 황제는 완전히 정신줄을 놓아버렸고. 군대는 전멸했다. 지금이야 대한제국군이 가만히 있지만. 앞으로 몇 달만 더 있으면 금방 자금성으로 진격할 것이 뻔한 지금. 그들은 해답을 찾아야만 했다.


"의병을 일으킵시다."


"의병...말입니까?"


"우리의 강함은 강철이 아니라 숫자에서 나오는 것이니. 우리의 실책을 인정하고. 이제 곧 대한제국이 이 중원의 문화를 말살하러 진군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오."


"허어..!"


대청유신회의 회원들은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누군가 강제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신념으로 일어난 의병들의 전투력은 도적 떼들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자존심 강하기로는 세계 제일인 한족이 자신들의 문화와 습속을 지키기 위해 일어난다면 그 숫자는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아이도. 여자도. 노인도 총칼을 들고 전선으로 나갈 것이다. 어쩌면 1억을. 2억을 넘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오합지졸들이 얼마나 잘 싸울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싸울 수 있는 병력을 모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 아닌가.


"경들은 집으로 돌아가서 의병들의 지휘관이 되시오. 그래야 대한제국을 막을 수 있지 않겠소?"


"병부상서!"


"가시오! 나는 이 일에 책임을 질 터이니! 기억하시오! 이 땅은 우리의 땅이오! 타타르의 발호에도. 야만족들의 침략에도 무너지지 않은 우리의 고향! 우리 손으로 지켜야만 하오! 우리의 손으로!"


병부상서는 떠나가는 대신들을 보며 소리쳤다. 이제 청이 멸망하는 것은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남은 이들이 해야 하는 것은...


*


탕!


"억!"


"재장전해. 빨리!"


찰칵. 찰칵.


숲으로 둘러싸인 중국 남부. 이미 의욕을 잃어버린 중국군과. 숫자가 부족한 태평천국 연합군의 내부 사정이 합쳐지자. 전장은 숲으로 변해 끝없는 저격전과 유격전으로 흘러갔다.


숲에 불이라도 났으면 조금 나으련만. 열대우림의 미친듯한 재생력은 인간의 의지를 꺾어놓기에는 최적화된 환경이었다.


벌써 가을이 다 되어가건만 오늘도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가지고 다니는 총이 화승총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저격수들은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금성으로부터 전갈이 도착했습니다 각하!"


"음."


이미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표정을 하고 있는 증국번이 전갈을 받아들었다. 황위에 오르겠다고는 하나. 먼저 이 태평천국이란 사교도들을 물리치지 않고서는 중국을 손에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그런 증국번의 결심은. 전갈을 펼쳐 내용을 읽고 이해한 순간 분노에 휩싸여 사라졌다.


"이.....이....이 망할 자식들이이!!!!!!"


"사..사령관 각하!?"


"네 놈들을 믿은 내가 머저리지... 어찌..어찌 황상을 능멸하고. 옥새를 탈취하고.. 그렇게까지 해서 국정을 쥐락펴락하기 위해 노력하던 자들이 그 모든 것을 전부 버려버릴 수가 있는 게야?!"


"그게 무슨..?"


"이걸 봐라!"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는 증국번으로부터 전갈을 받아 읽은 지휘관들의 얼굴은. 증국번과 마찬가지로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전갈의 내용은 단순하면서도 명확했다.


-이미 청은 멸망했다. 그대들도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하라.-


멸망. 멸망이라. 수백년을 이어온 제국의 멸망을 뜻하는 단어가 이리도 가벼울 수 있단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 가벼움을 위해 희생된 수천만 인명들의 무거움은 도대체 무엇으로 보상받는단 말인가?


증국번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제 그에게는 더 이상 이런 무의미한 싸움을 지속할 의미가 없었다.


"경들은 들으라."


"예! 사령관 각하!"


"저 '태평천국'이라는 작자들에게 전갈을 보내라. 평화 협상을 논의하겠다."


"..펴..평화 협상 말입니까?"


"그렇다. 청이 멸망하였으니. 이제 우리가 그 뒤를 이어야지 않겠나? 전령을 보내라! 중화제국의 초대 황제인 이 증국번이의 이름으로 말이야!"


쿠웅!


마침내. 마침내 그의 목에서 황제의 위엄이 묻어나왔다. 이제 남방에서의 전쟁은 끝났고. 수년을 이어갈 북방에서의 전쟁이 진정으로 시작된 것이다.


작가의말

이홍장:아 그 국명 내껀데 ㅠㅠ

증국번:꼬우면 먼저 태어났어야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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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종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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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한(韓) 에포크(완) +3 20.10.05 1,114 20 12쪽
59 사후정리 +4 20.09.30 1,020 20 12쪽
58 마지막 결단 +2 20.09.29 950 19 12쪽
57 옴스크를 공략하라 +4 20.09.28 923 20 12쪽
56 타타르의 멍에 +7 20.09.23 1,118 21 12쪽
55 발트 해의 결전 +2 20.09.22 1,059 21 12쪽
54 폭풍전야 +3 20.09.21 1,084 18 12쪽
53 흑귀부대 +3 20.09.09 1,279 20 12쪽
52 漢의 이름으로. +3 20.09.08 1,229 21 12쪽
» 진정한 전쟁의 시작 +2 20.09.07 1,210 16 12쪽
50 원래 전쟁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7 20.09.02 1,238 22 12쪽
49 천명대전. +2 20.09.01 1,248 19 12쪽
48 시산혈해 +3 20.08.31 1,241 21 12쪽
47 우리는 전쟁을 할 것이다. +4 20.08.26 1,340 21 12쪽
46 동해보복 +2 20.08.25 1,361 27 12쪽
45 음지의 전쟁 +3 20.08.24 1,274 17 12쪽
44 어서 와 게릴라전은 처음이지? +3 20.08.12 1,412 23 12쪽
43 남방에서의 개전. +2 20.08.11 1,415 20 12쪽
42 도움! +2 20.08.10 1,380 24 12쪽
41 착한 제국주의 +3 20.08.05 1,520 25 12쪽
40 개화된 아시아. +3 20.08.04 1,563 25 12쪽
39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1 20.08.03 1,513 24 12쪽
38 천하무산자합일! +3 20.07.22 1,674 18 12쪽
37 인민의 제국 +6 20.07.21 1,708 24 12쪽
36 문명국의 군대. +3 20.07.20 1,652 22 12쪽
35 황제 폐하를 위하여! +5 20.07.15 1,716 23 12쪽
34 1달간의 여정. +1 20.07.14 1,662 22 12쪽
33 구원의 대가. +2 20.07.13 1,642 20 12쪽
32 차이점 +3 20.07.08 1,703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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