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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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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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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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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옴스크를 공략하라

DUMMY

지금까지 대한제국군이 1000만에 가까운 병력을 굴리면서도 보급의 압박을 받지 않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사실상 대한제국의 모든 국가적 역량이 군대와 그 뒷바라지로 집중되면서 보급선이 길어져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을 뿐더러. 러시아의 패배를 원하는 영국의 비공식적인 지원이 더해지면서 대한제국의 보급 능력은 더욱 높은 단계로 성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둘째로. 탄약과 포탄 같은 군수물자는 본국에서 보급을 받아야 했지만. 눈에 보이는 것을 모두 약탈하고 말살한 대한제국군에게 식량 같은 생필품은 차고 넘쳤기 때문이다.


즉. 나폴레옹이 보았다면 '그래! 나도 저렇게 하고 싶었다고!'라고 말하며 이마를 탁! 칠듯한 약탈 전쟁이 이어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물론 러시아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청야 전술로 이를 대응하려 했으나. 대한제국의 진군 속도가 너무 빨랐고. 진군을 보고할 생존자도 남기지 않았기에 절대다수의 취락들은 태극기를 든 약탈자들에게 철저하게 수탈당한 후 파괴되었다.


그러나 한국군의 예상 외로 러시아의 대지는 광활했고. 한국군은 말살과 파괴에 집중하는 탓에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단시간 안에 진군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황제조차도 이번 년 안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가지 않아도 좋으니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러시아인을 죽이라고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렸으니 어찌 되어도 좋은 문제이기도 하지만. 당장 명왕성의 표면적보다도 넓은 나라에서 절멸전을 시행하는 것은 고작(?) 1000만명에 불과한 대한제국에게 크나큰 부담이 되었다.


"이대로라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커녕 모스크바 근처에도 가지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 너무 늦기 전에 서둘러 보급 거점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런 문제라면 적격지가 있지. 옴스크네."


"음. 확실히 적당한 위치에 있는 도시로군요. 그래서 어떻게 합니까? 지금까지 전부 학살한 후 파괴합니까?"


"그래야겠지? 황제 폐하의 명령을 거스를 수는 없네."


이제는 태연하게 학살과 파괴를 입에 담는 장군들의 대화는 21세기에 소설로 나왔다면 독자들에게 '중2병이다. 너무 무리수를 둔다'라고 비판받을만한 내용이었지만. 인간은 애석하게도 적응의 동물이었다.


나치가 유대인들을 인간 비스무리한 무언가로 인식했듯이. 한국군도 러시아인들을 인간 비스무리한 말살 대상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


한편. 대한제국군이 옴스크를 점령하기로 마음 먹었을 무렵. 옴스크에는 무려 100만에 달하는 병력이 집결해 있었다.


대체 어떻게 그 병력을 모았느냐 하면. 쉽게 말해 선택과 집중이었다. 즉. 수도 방위 병력과 아직 남아있는 잔존 병력들. 그리고 이대로 무력하게 죽는 것보단 장렬하게 적과 맞서 싸우고자 하는 남성들을 긁아모아 100만이라는 숫자를 맞춘 것이다.


이러다보니 평균 연령이 무려 50세로 널뛰기를 하고. 병사들의 질도 제각각이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전부 대한제국과의 전쟁에 대한 열의로 불타오르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살만했다.


물론 100만명이라는 거대한 병력을 먹여살릴 정도로 지금의 러시아는 여유가 있지 않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차르에 반해 반란을 일으킨 독립국의 지도자들은 없는 살림에도 러시아에게 물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었다.


그 이유야 당연히. 러시아가 무너진다면 그들이 그 다음으로 말살될 차례였기 때문이다. 전쟁 전에 독립한 것도 아니고 전쟁 중에 기회를 틈타 독립한 그들을 대한제국이 좋게 볼리 만무하며. 심지어 러시아와의 무관계성을 인정해줄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에. 겉 모습만 보자면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그들이 러시아에 조공을 바치는 우스운 신세가 된 것이다.


"이게 모두 저 동양인들 때문이다. 저들만 물리치면 이런 우스운 꼬라지는 당장이라도 집어치우고 우리 민족의 영광을 드높이리라!"


...대충 이것이 독립을 한 것도 안 한 것도 아닌 민족주의자들의 입장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내부 사정이야 복잡했지만 물자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빈사 상태에 빠진 러시아는 모든 역량을 쥐어짜 옴스크에 주둔한 마지막 부대에게 물자를 전달하고 있었다.


탄약. 포탄. 의복. 식량.. 군대의 유지에 필수적인 물자가 정상적으로 공급되자 옴스크 주둔군은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최대한 병력들을 훈련시키기 시작했다.


적 한 명. 적 부대 하나... 대한제국군의 진군을 늦출수만 있다면 뭐든지 좋았다. 그들의 마음 속에는 이미 승리에 대한 열망은 사그라든지 오래였지만 생존이라는 새로운 불이 활활 불타고 있었다.


"우리는 죽겠지만 우리의 가족들은 살아남아 다시 위대한 러시아를 재건할 것이다! 신께서 차르와 러시아를 가호하시리라!"


대략 이런 마음 가짐을 가지고. 늙고 어린 남자들은 자신의 조국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 옴스크에 섰다.


조금이라도 더 옴스크를 요새화시키고. 조금이라도 더 훈련을 받는다면 더 많은 대한제국군을 죽일 수 있지 않겠는가?


*


그렇게 대한제국군이 도착한 7월 4일. 대한제국군은 빈틈없이 무장되어 있는 100만명의 주둔지를 보며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루스 놈들. 대비를 철저히 했군요. 300만명으로 충분할 줄 알았는데. 한 200만명쯤은 더 가져와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무리입니다. 다른 병력들은 이미 다른 곳에서 소탕 작전을 펼치고 있으니. 우리만으로 저 옴스크를 돌파해야 합니다."


듣기만 해도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병력 수를 태연하게 말하는 한국군과. 그런 한국군과 대치하는 러시아군. 어느쪽도 정상이라 말하기는 힘들었지만. 어찌되었든 전투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일단 중포를 배치합시다. 적 요새포에 사거리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한 일주일 정도 포격을 한 다음. 병력을 밀어붙여서 끝내는 겁니다. 포격으로 한 20만 정도는 죽을 것 같으니. 100만 정도를 밀어붙이면 끝낼 수 있겠죠?"


"아마도 그럴 것 같습니다만.. 적의 태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병사들에게 주의를 단단히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곳까지 오는 과정에서 수많은 손실이 있었다. 아무리 대한제국군이라고 해도 공세종말점이라는 개념을 무시할 순 없었기에. 지금까지 대한제국군이 입은 피해는 약 70만 정도로 전체 병력에 비하면야 미미했지만 충분히 손실이라 부를 수 있는 범위에 들어갔던 것이다.


대한제국의 인구가 약 7000만임을 감안할 때. 대략 전체 인구의 1%가 사망한 셈이다. 대한제국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전쟁이었고. 한국의 동원력이 워낙 미쳐 돌아갈 정도라서 그렇지. 이 정도 손실이라면 사실상 전쟁이 일어난 시점의 청년층이 거의 갈려나갔다고 보면 된다.


물론 지금의 한국군은 예비군에 민방위까지 모두 소집한 상태였으니 청년층에게만 피해가 가지는 않았을 테지만. 전투력이 처지는 예비군과 민방위에 비해 정규군의 손실이 더할 테니 큰 의미는 없었다.


그런 입장에서 보자면 옴스크에 펼쳐진 배수의 진은 한국군으로서도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당장 일주일치 포탄을 보급받으려면 며칠을 기다려야 하는데. 모든 것을 초토화하느라 모든 기반 시설을 싹 다 쑥밭으로 갈아엎어버린 한국군으로서는 기차를 통한 물자의 대량 수송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여름. 러시아 특유의 라스푸티차 때문에라도 병력과 물자의 수송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


"보급을 위해서 보급품을 소모해야 하다니...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군."


"포격을 개시하라!"


쾅! 콰앙!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저 요새를 함락시킬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적은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인 의용군에다. 이것이 마지막 저항이다. 그말인즉슨 이 옴스크에 남아있는 자들만 처리한다면 이제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길이 활짝 열린다는 것.


지금껏 많은 시간과 자원을 허비해온 한국군으로서는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전략적 거점인 옴스크. 사실 전략적 거점이라 하기에는 옴스크의 위치가 적절하지는 않았지만. 대한제국에게 있어서 러시아군의 남은 병력을 전부 말살할 수 있는 옴스크를 공격하는 것은 너무나 달콤한 선택지였다.


*


"온다! 모두 엄폐하라!"


"참호 속으로 숨어라! 포격이다!"


후우우우우!


"신이시여 저희를 지켜주시옵고.."


콰아아앙!


후둑! 후두두둑!


엄청난 질량의 중포탄이 옴스크에 떨어지자. 그동안 지상 위에 세워놓았던 가건물들은 마치 강풍에 쓸려나가는 풀들처럼 불타는 채로 날아갔다. 그동안 해놓은 노력이 모두 헛수고였다는 듯. 한국군 포병대는 잔혹하고도 자비롭게 그들의 마지막 저항을 짓밟기 시작하였다.


"포격 중지! 화차를 준비하라!"


"예! 화차부대 앞으로!"


"""앞으로!"""


대포의 포격이 끝나고. 이제 로켓 무기인 화차의 차례였다. 본래 화차의 사거리는 이 정도 거리에서는 닿지 않을 정도였지. 아예 군마에 실어 옮기고. 그마저도 다 못 실어 여러 마리에 나눠 실을 정도로 대형화된 화차는 그것이 퍼먹는 화약의 양에 비례하는 파괴력과 공포를 자랑했다.


철컥! 철컥!


포대의 조임쇠가 맞물려지고. 거의 사람의 키와 비슷한 크기를 자랑하는 폭발 화살들을 장전하는 시간은 참으로 길게만 느껴졌다.


팍! 팍! 팍!


그렇게 모든 신기전들이 화차의 안에 장전되었고. 남은 것은 지휘관의 명령 뿐이었다.


"포병대장님. 모든 발포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음! 발포하라!"


"모든 포대는 발포하라!"


"""전 포대 발포!"""


샤아아아악!


휘이이이잉~!


화약이 타들어가는 소리와. 하늘을 가는 소리가 이렇게까지 두렵게 느껴진 적이 있었던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이제 저 옴스크에 갇힌 100만명의 러시아군은. 어째서 자신들이 전쟁에서 졌는지를 똑똑히 알 수 있을 것이다.


*


"절대 나가지 마라! 나가는 순간 개죽음이야. 포격이 끝나기 전까지는 참호 안에서 버텨야 한다!"


포격은 건물을 날려버릴지언정 땅을 날릴 수는 없고. 폭격은 나무를 쓰러트릴지언정 산을 무너트릴 수는 없다.


러시아군도 바보가 아니었으니. 전멸당하는 와중에도 대한제국군이 어떤 전술과 전략을 쓰는지는 알아낸 지 오래였다.


압도적인 화력을 퍼부어 방어시설을 무력화 시킨 후. 다시 한 번 화력을 퍼부어 방어 시설 없이 남겨진 방어 병력을 섬멸하는 것. 그리고 나머지 잔당들은 보병들이 처리하는 식의 전략에 대해 옴스크 방위군은 신박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바로 땅굴을 만드는 것이었다.


마치 북베트남군이 베트콩과 협력하여 미군의 압도적인 공군 우세를 버텨내기 위해 거미줄 같은 땅굴을 판 것처럼. 러시아군도 사력을 다하여 최대한 깊이 땅을 파고 이리저리 교통호를 만들고 뚜겅을 덮어 유개호로 만든 후 포격을 버텨내고 있는 것.


처음에는 과연 이것이 포격을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란 의문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결국은 땅굴이 최초이자 최후의 보루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며칠 동안은 포격이 계속될 거다. 너희들은 최대한 노력해서 병사들의 동요를 막아라. 만약 병사들이 통제에 불응한다면 우리는 이미 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예!"""


일주일 동안 계속된 포격과. 어둡고 축축한 땅 속에서 묵묵히 포격을 견뎌낸 러시아군. 그리고 마침내. 대한제국의 보병대가 옴스크로 내로 발을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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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한(韓) 에포크(완) +3 20.10.05 1,115 20 12쪽
59 사후정리 +4 20.09.30 1,021 20 12쪽
58 마지막 결단 +2 20.09.29 951 19 12쪽
» 옴스크를 공략하라 +4 20.09.28 924 20 12쪽
56 타타르의 멍에 +7 20.09.23 1,119 21 12쪽
55 발트 해의 결전 +2 20.09.22 1,060 21 12쪽
54 폭풍전야 +3 20.09.21 1,084 18 12쪽
53 흑귀부대 +3 20.09.09 1,279 20 12쪽
52 漢의 이름으로. +3 20.09.08 1,230 21 12쪽
51 진정한 전쟁의 시작 +2 20.09.07 1,210 16 12쪽
50 원래 전쟁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7 20.09.02 1,239 22 12쪽
49 천명대전. +2 20.09.01 1,248 19 12쪽
48 시산혈해 +3 20.08.31 1,241 21 12쪽
47 우리는 전쟁을 할 것이다. +4 20.08.26 1,340 21 12쪽
46 동해보복 +2 20.08.25 1,361 27 12쪽
45 음지의 전쟁 +3 20.08.24 1,275 17 12쪽
44 어서 와 게릴라전은 처음이지? +3 20.08.12 1,413 23 12쪽
43 남방에서의 개전. +2 20.08.11 1,415 20 12쪽
42 도움! +2 20.08.10 1,380 24 12쪽
41 착한 제국주의 +3 20.08.05 1,520 25 12쪽
40 개화된 아시아. +3 20.08.04 1,564 25 12쪽
39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1 20.08.03 1,513 24 12쪽
38 천하무산자합일! +3 20.07.22 1,674 18 12쪽
37 인민의 제국 +6 20.07.21 1,708 24 12쪽
36 문명국의 군대. +3 20.07.20 1,652 22 12쪽
35 황제 폐하를 위하여! +5 20.07.15 1,716 23 12쪽
34 1달간의 여정. +1 20.07.14 1,663 22 12쪽
33 구원의 대가. +2 20.07.13 1,642 20 12쪽
32 차이점 +3 20.07.08 1,704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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