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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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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535
추천수 :
1,370
글자수 :
311,201

작성
20.08.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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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음지의 전쟁

DUMMY

"해안포 설치는 잘 되어가고 있는가?"


"예에 폐하. 이미 한반도의 동해 부근은 전부 설치가 끝났고. 발해성 부분은 절반 가까이 해안포 설치가 진행되었습니다."


"음. 아직 시일이 남았으니 괜찮겠지만.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더 빠르게 설치하라고 독려하는 것이 좋겠구나. 태평천국군이 시간을 잘 끌어주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니..."


"만일에 대비하여. 최근에 합병한 3령에서도 20만에 달하는 병사들을 양성하고 있사오니. 폐하께서는 마음을 놓으소서."


"흠. 중국에는 5억이 넘는 인구가 있다. 아무리 열등하다고 해도 5억이라는 인구수는 쉬이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지금 우리 제국이 겪을 전쟁은 세계사에 유래가 없을 전쟁일 것이다. 100만은 커녕 1000만. 심지어 1억이 넘는 인명이 죽을 것이니..."


1.2차 세계대전의 사상자 수를 다 합쳐도 1억이 조금 못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곧 있을 극동의 전쟁은 동아시아 특유의 미친듯한 동원력을 십분 발휘할 전쟁일 것이다.


개틀링과 머스킷의 탄환을 전부 소진할 때까지 밀고 들어올 중국군을 과연 대한제국군이 상대할 수 있을 것인가?


*


"미치겠군! 그만큼이나 쏟아부었는데도 아무런 성과가 없다니! 북경의 인내심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소 장군! 이번 년 안에 저 적도들을 토벌하지 못한다면 장군도 결코 무사하진 못할 거요!"


북경에서 날아온 대청유신회의 회원이 얼굴을 찌푸리며 증국번에게 심한 말을 퍼부었다. 증국번은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느꼈지만. 지금 그를 죽인다면 그도 또 다른 적도가 될 뿐이다.


"300만이오!"


"...예?"


"300만이라 하였소! 300만명이 3년동안 쓸 보급품과 300만명의 군사들을 내려보내줄 터이니! 반드시 저 적도들을 꺾어놓으시오! 이건 명령이오!"


300만명.


300만명이란다. 지금 한반도와 만주에 있는 병력의 수와 비슷한 숫자의 병력이다.


게다가 그런 대군이 3년동안 쓸 보급품이란다. 증국번은 기가 차다 못해 가출한 듯한 기분을 느꼈다.


대체 저자들에게 있어 사람의 목숨이란 뭐란 말인가? 그리고 백성들의 고통은 무엇이란 말인가? 대체 저 서류에 꽉꽉 들어찬 병사들과 보급품들의 목록을 위해 얼마나 많은 청의 백성들이 고통을 겪었단 말인가.


증국번은 무심코 품 속에 넣은 권총에 손을 가져갔다. 이미 그의 인내심또한 한계를 드러낸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하늘이 도왔는지. 대청유신회의 전령은 서류더미 하나를 증국번에게 던져주고 다시 등을 돌려 가버렸다.


4두 마차를 타고 멀리 멀리 가버리는 전령의 뒤에. 증국번은 결국 참지 못하고 권총을 꺼내 쏘았으나. 이내 총알은 빗나가고 말았다.


그의 부하들이 그의 팔을 비틀었기 때문이다.


"...놓아라.."


"참으십시오 사령관. 300만입니다. 그 병력이 있으면 저 적도들은 모조리 학살할 수 있습니다!"


"놓으란 말이다!"


"사령관! 안 됩니다!"


"너희들도 들었지 않느냐! 벌써 수십만명이 죽었다! 그런데 저 정치질 놀음이나 하는 작자들은 이번에는 수백만명을 보내겠다고 하는구나!


증국번은 기함을 하면서 총을 난사했다. 부하들이 팔을 비튼 탓에 전부 땅에 꽃히거나 하늘로 솟구쳤지만. 정장 증국번 자신의 분노가 남아있으니 헛된 짓을 한 셈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미 전령은 멀리 떨어져 있어 총성조차도 듣지 못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간신히 화를 가라앉힌 증국번은 자리에 앉아 위험한 눈빛으로 주위의 지휘관들을 둘러보았다. 모두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고. 또 그것을 자신의 본분으로 삼은 자들이었다.


"나는... 청조의 충신으로 남기로 맹세하였다.."


잔뜩 쉬어버린. 동시에 그렇기에 더더욱 무거운 증국번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하지만... 하늘이 우리 청을 버리고. 간신들이 조정을 휘어잡았으며.. 황제 폐하께서는 환락에 빠져계시고.. 백성들의 원성이 극에 달하였으니.. 나는 여전히 황제 폐하와 대청의 영광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가?"


증국번의 목소리에서는 짙은 회한이 느껴졌다. 평생토록 조국을 위해 봉사하였거늘. 조정은 그에게 황실의 근간을 탈환할 영광이 아닌 이 숲 속에서 병사들이 끊임없이 죽어나가는 지옥을 선사했다.


제발 물러나게 해달라고. 지원을 해달라고 간청하였고. 실제로 도움이 왔지만. 증국번이 바라던 도움은 아니었다. 오히려 북경에서는 더 많이 죽이라고. 더 많이 죽으라고 증국번을 재촉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한 충신이 해야 할 행동은 무엇이겠는가?


"만약.. 만약 내가.. 역성혁명을 일으킨다면... 경들은 나를 지지할 생각이 있는가?"


"""!"""


마침내. 고대하고 기다리던 말이 증국번의 입에서 나왔다. 지휘관들 중 누군가는 충격을 받았고. 누군가는 분노를 느꼈으며. 또 누군가는 감동을 느꼈다.


"사령관 각하..."


지휘관 중 한 명이 무릎을 꿇었다.


"보위에 오르십시오."


그것이 시작이었다. 지휘관들은 전부 무릎을 꿇고. 간절한 눈으로 증국번을 바라보았다. 그 간절한 눈에 무엇이 담겨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 믿는다.


*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쾅!


"어째서 이렇게 느린 것이냐! 분명 이번 년까지는 병력을 극동으로 이동시키라 명하지 않았나!"


"요요요...용서하십시오 차르시여. 겨울의 혹독함과 신들의 불충함이 겹쳐.."


"변명은 듣기 싫다! 극동의 자그마한 나라 하나 손 봐주고 부동항을 얻는 것 하나가 뭐 이리 오래 걸린단 말이냐!"


알렉산드르 2세는 진노한 채 신하들에게 노성을 질러대고 있는 중이었다. 자신이 명령했던 병력 배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본래 역사에서는 청을 윽박질러 떼어낸 블라디보스토크와 유럽 방면을 잇는다는 목적으로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건설되었지만. 원 역사에서도 그것은 아무리 빨라도 1890년대에 일어난 것이었고. 블라디보스토크는 커녕 부동항 하나 얻지 못한 지금의 러시아는 극동 방면으로 병력을 손 쉽고 빠르게 이동시킬 수단이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당장 러시아 제국의 국토가 광활하다는 표현도 무색하게 할만큼 크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차르의 이러한 분노는 사실상 억지에 가까웠으나. 러시아의 4500만 신민들의 절대자인 차르와 감히 말싸움을 할만큼 간이 큰 자는 이곳에 없었다.


"하다못해 저 아랫쪽의 황인들도 벌써 1000만에 가까운 군대를 국경에 배치시켰거늘! 어찌 우리 백인들이 황인들보다 더 열등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 것이냔 말이냐!"


'그건 그놈들이 우리보다 더 대한제국에 가까이 있기 때문입니다 폐하아!'


신하들은 가까스로 하고 싶은 말을 속으로 욱여넣었다. 지금의 차르에게 있어 이 전쟁은 자신의 아버지를 앗아간 크림 전쟁의 복수였다. 물론 크림에서 얻은 화를 왜 굳이 애꿏은 극동에게 푸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적어도 이번 1863년 4월까지 100만이 넘는 병력들을 극동으로 이동시켰다는 보고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그 때는 짐 또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차르의 엄포가 놓아지고. 차르가 자리를 떠나자. 신하들은 덜덜 떨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이 러시아에 다시 타타르의 멍에가 씌워질지 모른다고 말이다.


*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 뭔가 오해가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제가 도면을 훔치려 했다니요!"


"어허. 소리치지 않는게 좋을 것이야. 엄연히 조사관들이 모은 증거가 있거늘. 어찌 네놈이 죽음을 피할 수 있으리오?"


대한제국의 신의주에 있는 조병창 근처 작은 산에서는 한 사내가 기둥에 묶인 채 추위에 떨고 있었다. 그의 죄목은 군사 기밀 유출. 지금 만들어 최전선에 배치하고 있는 개틀링 기관총에 대한 정보를 청에 팔아넘기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오해라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제가 왜 청을 위해 군사 기밀을 유출시키겠습니까! 가족들도 전부 이곳 만주에 있는데!"


"글쎄에.. 네가 진 도박빛이 100만을 넘긴 것으로 아는데.."


"!"


"그것도 우리 대한제국의 땅이 아니라 청나라로 넘어가서 진 빚이라지? 허허.. 참으로 애국자로다. 우리 대한의 땅에서 더러운 짓을 한 게 아니라 청의 땅에서 그런 사특한 짓을 하였으니..."


"그...그건!"


"걱정 말거라. 네 가족들에게는 적당한 거짓말과 함께 사고로 죽었다고 말하고 보상금도 두둑히 쥐여줄테니. 그러니 어서 실토하거라. 기밀을 넘겨줄 접선자를. 어디서 만나기로 하였나?"


군사 경찰의 말에 묶인 사내의 눈이 순식간에 죽어버렸다. 자신은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짙은 절망감이 드리운 것이다. 남은 것은 편안하게 가느냐. 고통스럽게 가느냐였고. 사내는 전자를 선택했다.


".....바..발해성 해삼위의 술집에서 만나기로..."


"옳지. 이것 보아라.. 협조하면 금방 편해질 것을... 술집 이름은?"


"동방의 진주.."


"일시와 시간은?"


"오는 3월 14일.. 4시 20분."


"암구호가 있나?"


"머...먼저 "괜찮은 종마 한 말 없나?"라고 물어본 다음 "종마를 구하려면 남쪽으로 가야지"라고 대답하면.. 접선자입니다..."


"좋아. 아주 좋아."


검은 제복을 입은 군사 경찰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리볼버를 꺼내 사내가 뭐라 말할 새도 없이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배신자에게는 오직 죽음만이 있을 뿐이었다.


*


발해성.


북쪽에 있지만 바다가 가까이 있어 항상 물이 차 있는 부동항인 해삼위의 한 작은 술집인 동방의 진주.


곧 있을 전쟁 때문인지 거리의 분위기는 착 가라앉아 있었지만. 술을 파는 술집만큼은 여느 때나 다름없이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었다.


인간의 본성은 언제나 그렇듯 술로 두려움을 혼내려 하고 있었고. 두려움에 빠진 자들은 스스로의 두려움을 알코올로 적셔가며 곧 있을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 자리를 잡은 두 명의 이방인들도. 술을 머금고 식도에 흘려보내고 있었으나. 정신만큼은 또렷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오늘 여기에서 할 일이 있었으니까.


모자를 깊게 눌러 쓴 남자 한 명이 마찬가지로 모자를 깊게 눌러 쓴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그 동작은 매우 자연스러워. 누군가 본다면 마치 같이 술을 마시기로 한 자에게 다가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는 그 사내는 사내의 옆에 앉아. 자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괜찮은 종마 한 말 없나?"


그 말을 들은 사내의 모자가 들썩였다. 호기심인가. 아니면 적대심인가.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분위기가 두 사람 사이에 형성되기 시작했다.


먼저 앉았던 사내는 위 아래로 사내를 살펴보더니. 체형이 비슷한 것을 알아보고 이내 대답했다.


"종마를 구하려면 남쪽으로 가야지."


빙고. 사내의 품에서 큼지막한 종이 봉투가 쑤욱하고 뽑혀져 나왔다.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사내를 바라보았다. 오늘 따라.... 참으로 저 자의 갈색 눈이 아름다워 보이..


"잠깐.. 너.. 어째서 눈 색이?"


"체엣. 역시 눈치챘나. 하지만 뭐 상관없어."


놀란 사내는 즉시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갑자기 뒤에 나타는 거구의 사내가 어깨를 짓누르는 바람에 자그마한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 다시 앉을 수밖에 없었다.


철컥!


그리고 그가 등 뒤에 겨눠지는 강철의 감촉을 느낄 새도 없이. 그의 귓속에는 그가 결코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이 속삭여졌다.


"찾았다. 중원의 간자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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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사후정리 +4 20.09.30 1,020 20 12쪽
58 마지막 결단 +2 20.09.29 950 19 12쪽
57 옴스크를 공략하라 +4 20.09.28 923 20 12쪽
56 타타르의 멍에 +7 20.09.23 1,119 21 12쪽
55 발트 해의 결전 +2 20.09.22 1,059 21 12쪽
54 폭풍전야 +3 20.09.21 1,084 18 12쪽
53 흑귀부대 +3 20.09.09 1,279 20 12쪽
52 漢의 이름으로. +3 20.09.08 1,230 21 12쪽
51 진정한 전쟁의 시작 +2 20.09.07 1,210 16 12쪽
50 원래 전쟁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7 20.09.02 1,238 22 12쪽
49 천명대전. +2 20.09.01 1,248 19 12쪽
48 시산혈해 +3 20.08.31 1,241 21 12쪽
47 우리는 전쟁을 할 것이다. +4 20.08.26 1,340 21 12쪽
46 동해보복 +2 20.08.25 1,361 27 12쪽
» 음지의 전쟁 +3 20.08.24 1,275 17 12쪽
44 어서 와 게릴라전은 처음이지? +3 20.08.12 1,412 23 12쪽
43 남방에서의 개전. +2 20.08.11 1,415 20 12쪽
42 도움! +2 20.08.10 1,380 24 12쪽
41 착한 제국주의 +3 20.08.05 1,520 25 12쪽
40 개화된 아시아. +3 20.08.04 1,563 25 12쪽
39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1 20.08.03 1,513 24 12쪽
38 천하무산자합일! +3 20.07.22 1,674 18 12쪽
37 인민의 제국 +6 20.07.21 1,708 24 12쪽
36 문명국의 군대. +3 20.07.20 1,652 22 12쪽
35 황제 폐하를 위하여! +5 20.07.15 1,716 23 12쪽
34 1달간의 여정. +1 20.07.14 1,662 22 12쪽
33 구원의 대가. +2 20.07.13 1,642 20 12쪽
32 차이점 +3 20.07.08 1,704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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