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09,530
추천수 :
1,370
글자수 :
311,201

작성
20.09.21 06:00
조회
1,083
추천
18
글자
12쪽

폭풍전야

DUMMY

"대한의 병사들이여! 그동안 오랫동안 잘 싸워주었다! 이제 저 머나먼 북방에 있는 대국 러시아를 무너트리면 우리의 전쟁은 끝난다. 우리의 싸움은 끝난다!"


"""우와아아아아!!!"""


"우리 대한제국의 황제 폐하께서는 이미 러시아에 항복 의사를 묻는 대사를 보냈지만. 대사는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왔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러시아의 멸망!"""


병사들은 흥분한 목소리로 러시아의 멸망을 외쳤다. 이제 러시아로 진군하는 일만 남은 수백만의 군대가 황제에 대한 광적인 충성심으로 무장한 채 다시 러시아에 타타르의 멍에를 씌우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충성을 바치는 대상인 대한의 태황제는. 그의 황궁에서 러시아와 영국의 대사와 면담을 나누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하겠소 알렉산드비치 후작. 알래스카를 넘기고 전쟁을 끝내던가. 아니면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불타는 것을 보든가. 선택하시오. 전권대사니 그 정도는 얘기할 수 있겠지?"


황제는 오만한 표정으로 후작을 내려다보았다. 전권대사라는 명목으로 황궁으로 끌려온 그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황제를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다른 신하들은 그런 그의 태도에 이마에 핏줄을 세웠지만 감히 황제가 있는 곳에서 큰 소리를 낼 수는 없었다.


"무리한 요구를 하시는군요 폐하. 러시아는 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설마 진심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불태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글쎄.. 내 옆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불태우고 싶어 안달난 나라의 대사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스노든 대사?"


알렉산드비치 후작은 죽일 듯한 눈빛으로 에드워드 스노든 대사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기죽기는 커녕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물론 우리 영국의 힘은 막강하지요. 우리 영국의 명예로운 해병대는 언제든지 상트페테부르크에 상륙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하하.. 그것 참 마음이 놓이는군. 그대는 우리 대한제국군이 언제쯤이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보는가?"


"으흠. 제가 군에는 무지한지라 잘 모르겠지만. 거리도 있고 러시아군도 있고 하니. 넉넉하게 잡아 한 3년 정도면 도달하지 않겠습니까?"


"이이이...!"


이쯤되면 사실상 러시아 대사는 보고 놀려먹으려고 데려왔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을 듯 하였다. 남의 나라 수도를 불태운다는 얘기를 남의 나라 사람 앞에서 태연자약하게 읊고 있으니 말이다.


"왜? 분한가 후작? 그러게 왜 중국을 도왔나. 설마 아직까지 그대들의 정부는 우리 한국을 미개한 노랑 원숭이들 무리로 보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건!"


"맞지. 안 그런가? 그래야 자네들의 이런 오만이 설명되니 말이야. 보자. 백인이 흑인들을 노예로 부린지 얼마나 되었지? 흠. 한 수십년 정도인 것 같은데. 이제 역할을 바꿀 때도 되지 않았나?"


"무슨..!"


이제는 분노가 넘어 허망함이 느껴지는 눈으로 대사는 황제를 바라보았다. 대체 왜란 말인가. 그가 모시고 있는 차르보다 저 오만한 황제가 훨씬 믿음직해 보이는 것은?


"그대들은 우리 한민족의 폭풍에 휩쓸려 멸망할 것이네. 이제 돌아가도 좋네. 그리고 이제부터 목화씨를 따는 법에 대해 공부하는 게 좋을 걸세."


"......후회하실 겁니다!"


결국 러시아 대사는 황제의 축객령에 이렇다 할 대답도 하지 못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저 오만한 황제도. 웃음을 숨길 생각도 하지 않는 저 비열한 영국인도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리 러시아는 강하다! 이 전쟁의 승리는 우리 러시아의 것이야! 수백년을 이어온 우리 러시아 제국이 고작 황인에게 멸망한다니 말도 안 되지! 암 그렇고 말고!-


대사는 애써 마음을 다스리며 자신이 기거하는 대사관으로 돌아갔다. 이제부터 본국에 전할 전보를 생각한다면 더더욱 마음이 심란해지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


"돌격 명령이다!"


"돌격 명령이 내려졌다! 내일 새벽 4시에 모든 전선에 걸쳐 러시아군을 밀어낸다! 모두 단단히 준비하라! 황제 폐하와 제국을 위하여!"


러시아가 한국의 최후통첩을 거절한 직후. 황궁에서 직접 내린 전 전선에 걸친 대규모 일제 돌격 명령이 떨어졌다.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러시아군을 전부 격멸한다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수고가 조금은 덜어질 터.


동시에 제국 정부는 그동안 아끼고 아껴두었던 예비군과 민방위를 소집. 기초 훈련과 무구류를 지급함으로서 중국이 그랬던 1000만명의 병력이라는 거대한 스노우볼을 굴리기 시작했고. 지금의 러시아군에게는 도저히 이 스노우볼을 막을 수 있는 힘이 없었다.


설령 어찌저찌 모든 역량을 쥐어짜 막아낼 수 있다고 해도. 나라 자체가 완전히 결딴 날 것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 본토에서는 끊임없이 출산과 성장이 이루어지고. 농사의 결실이 수확되며. 공장에서는 붕어빵을 찍어내듯이 탄약과 의복과 무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한국에 비해 러시아는 모든 면에서 한국의 하위호환에 불과했다.


당장 인구부터가 딸리는데다가. 개틀링이라는 전무후무한 무기와 레버액션 소총으로 인한 보병 화력의 급격한 증대. 그리고 동아시아 특유의 미칠듯한 행정력. 또한 이게 사람새끼가 맞나 싶을 정도의 업적을 쌓은 태황제가 가지는 압도적인 민중의 지지는 저 머나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차르가 결코 가질 수 없는 것들이었다.


"위대한 우리의 황제를 위하여! 싸우라 대한의 건아들이여! 승리와 영광이 우리를 기다린다! 전장으로! 또 다음 전장으로!"


"대한의 황제께서는 우리 동포들에게 자유와 부를 약속하셨다! 저 썩어빠진 백인종들에게 검은 정의의 철퇴를 내리자! 억조의 동포들이 우리의 승전보를 기다리고 있다! 자유 만세! 대한 만세!"


"""자유 만세! 대한 만세! 황제 폐하 만만세!"""


일명 '극동의 우레' 작전으로 명명된 이 대규모 작전이 결행되기 바로 전 날. 러시아의 수십만 군대들은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이해할 수 없는 함성소리에 겁을 집어먹고 추위에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이제 다음 날이 되면 저들 중 대부분을 죽을 것이고 나머지는 패잔병이 되어 비참하게 몰락할 것이다. 강철의 이념과 광신의 광기가 태어나고 맥동하며 뿌리를 뻗는 19세기에서. 무능한 황제와 나약한 국가에 소속된 자들의 운명은 너무나 가혹한 것이었다.


*


"이게 다 무능한 차르 때문이오! 제 아비의 원수를 갚기 위해. 러시아의 국격을 다시 세운다는 명분 아래 무고한 국가를 침공하고. 이제는 반격을 당해 방어에 급급한 실정이라니! 우리가 일어서야 합니다!


대한제국은 그 마르크스를 직접 받아들였을 정도로 공산주의에 호의적인 국가. 우리가 차르를 끌어내리고 공산 정부를 개창한 뒤. 침공을 사죄하고 적절한 배상을 한다면 한국도 분노를 거두고 협상에 응하지 않겠습니까?"


청년은 잔뜩 흥분한 채로 차르의 실정을 콕콕 찌르고 공산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네의 마음은 잘 알겠네만... 무슨 수로?"


다만 그가 주장하고 있는 곳이 어두컴컴한 지하실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인 광장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그의 동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 자체가 그들이 가진 힘이 미약하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비단 이들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었다. 당장 그들에게 천운이 따라 어떻게 차르를 해치운다고 치더라도. 4000만에 달하는 러시아인이 그들의 통치를 인정할까? 당장 한국군을 막기 위해 전선에 나가 있는 군인들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수도 경비대들부터가 차르의 원수를 갚겠답시고 그들을 화형대에 올릴텐데?


지금 러시아에 수많이 자생하고 있는 공산주의 지하 조직들이 가지는 문제점의 공통점은 세가지였다.


첫째는 그들 자체의 규모가 미약해 무언가를 해보려 해도 자금이나 무력을 쓸 수가 없어 결국 거창한 계획이 공상으로 끝난다는 것.


둘째는 당장 그들은 당장 같은 사상을 믿었기에 서로 모인 것이었지. 어느 누구의 카리스마나 정치적 이상향을 실현시키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니 설령 정권을 잡더라도 안정적으로 정국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한 없이 0에 가깝다는 것.


셋째는 지금 러시아를 휘어잡고 있는 귀족과 황족이 그들이 기어오르는 것을 순순히 용납할 생각따위는 없다는 것이었다.


"제길! 대체 언제까지 때를 기다려야 하는 겁니까? 차라리 제가 희생하겠습니다. 제가 미친 척하고 군 무기고를 털어서 시민들에게 무장 봉기를 선동하겠다고요!"


"진정하게! 자네 지금 너무 흥분했어! 그런 짓을 했다가는 자네뿐만이 아니라 우리 조직도 반역죄로 숙청당한다는 것을 모르겠는가!"


"크윽..! 하지만..! 당장 형제자매들이 죽어나가고 있는데! 우리는 여기 지하에 숨어서 책놀림이나 하고 있는 처지라니.."


"쯧쯧... 그 심정을 내가 왜 모르겠는가? 여기 모인 동지들 모두 그런 죄책감 하나 가지고 있을 테지. 그렇지 않은가?"


"맞습니다 어르신. 비록 차르가 농노 해방령을 내려 러시아인들이 토지에서 해방되었다고는 하나. 지금은 토지가 아니라 빚의 노예가 되어 착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요.


하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쌓이고 억눌려 온 러시아인들의 분노는 마침내 폭발하여. 저 돼지같은 부르주아지들을 쳐부수고 낡은 압제의 굴레를 벗어던진 채 혁명의 기치를 세울 때가 올 것입니다!"


"그 말이 맞습니다. 설령 한국이나 독일. 영국. 프랑스가 방해한다 해도 저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그것이 옳은 길인 것을 알고. 그것이 바른 미래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소비에트 러시아... 우라!"


"""우라!"""


어느새 다시 붉은 기운으로 가득한 지하실에는 수십명의 러시아인들이 땀을 훔치며 만세를 부르고 있었다. 언젠가 다가올 혁명의 때를 기다리며. 그리고 낡고 썩어빠진 차르와 그를 따르는 귀족들을 쳐부술 나날들을 고대하며...


*


발트 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부두.


"그대들은 모두 영웅으로 기억될 것이다. 간악한 영국의 로열 네이비를 쳐부수고 이 유럽에 러시아의 강대함을 널리 알릴 것이니. 그대들이 곧 러시아의 힘이요. 그대들이 곧 러시아의 아들들이로다!"


"크흑! 폐하...!"


드디어 운명의 날이 왔다. 발트 함대와 영국의 로열 네이비가 러시아라는 거대한 제국의 운명을 걸고 대해전을 벌일 날이 말이다.


그것을 위해. 알렉산드르 2세는 차르라는 지위에 불구하고. 직접 전장으로 나서는 수병들 하나하나의 손을 잡아주며 러시아 제국의 운명이 그들에게 달렸음을 주지시키고 있었다.


만약 그들이 패한다면 러시아는 로열 네이비를 막을 세력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 말 그대로 얌전히 항복 선언을 할 준비를 해야 했다.


하지만 발트 함대가 무엇인가. 유럽을 위협으로 몰아넣었던 러시아가 심혈을 기울여 양성한 정예 함대가 아닌가? 아무리 로열 네이비라 하여도 이곳은 러시아가 지배하는 곳. 그들도 결코 몸 성히 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차르와. 가족과. 동료들의 염원을 싣고. 발트 함대는 항구를 떠났다. 고향에서 기다리는 자들에게 승전보를 가져다주기 위해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철의 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857년 기준. 대한제국 영토 지도. +1 20.07.16 3,155 0 -
60 한(韓) 에포크(완) +3 20.10.05 1,114 20 12쪽
59 사후정리 +4 20.09.30 1,020 20 12쪽
58 마지막 결단 +2 20.09.29 950 19 12쪽
57 옴스크를 공략하라 +4 20.09.28 923 20 12쪽
56 타타르의 멍에 +7 20.09.23 1,118 21 12쪽
55 발트 해의 결전 +2 20.09.22 1,059 21 12쪽
» 폭풍전야 +3 20.09.21 1,084 18 12쪽
53 흑귀부대 +3 20.09.09 1,279 20 12쪽
52 漢의 이름으로. +3 20.09.08 1,229 21 12쪽
51 진정한 전쟁의 시작 +2 20.09.07 1,209 16 12쪽
50 원래 전쟁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7 20.09.02 1,238 22 12쪽
49 천명대전. +2 20.09.01 1,248 19 12쪽
48 시산혈해 +3 20.08.31 1,241 21 12쪽
47 우리는 전쟁을 할 것이다. +4 20.08.26 1,340 21 12쪽
46 동해보복 +2 20.08.25 1,361 27 12쪽
45 음지의 전쟁 +3 20.08.24 1,274 17 12쪽
44 어서 와 게릴라전은 처음이지? +3 20.08.12 1,412 23 12쪽
43 남방에서의 개전. +2 20.08.11 1,415 20 12쪽
42 도움! +2 20.08.10 1,380 24 12쪽
41 착한 제국주의 +3 20.08.05 1,520 25 12쪽
40 개화된 아시아. +3 20.08.04 1,563 25 12쪽
39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1 20.08.03 1,513 24 12쪽
38 천하무산자합일! +3 20.07.22 1,674 18 12쪽
37 인민의 제국 +6 20.07.21 1,708 24 12쪽
36 문명국의 군대. +3 20.07.20 1,652 22 12쪽
35 황제 폐하를 위하여! +5 20.07.15 1,716 23 12쪽
34 1달간의 여정. +1 20.07.14 1,662 22 12쪽
33 구원의 대가. +2 20.07.13 1,642 20 12쪽
32 차이점 +3 20.07.08 1,703 2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