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09,541
추천수 :
1,370
글자수 :
311,201

작성
20.09.30 06:00
조회
1,020
추천
20
글자
12쪽

사후정리

DUMMY

"승리했습니다!"


열의에 찬. 거의 울 것만 같은 목소리로 황제의 대변인은 셀 수 없이 많이 모인 대중들에게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근심도. 아무런 고뇌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가 얼굴로 드러내고 있는 것은 오직 승리했다는 기쁨이었다.


"우리는 러시아를 정복하고. 중원을 정복했습니다! 위대한 민족의 승리이자! 위대한 황제 폐하의 영도가 이끈 승리였습니다! 우리는 알래스카를 얻었고. 발해 만을 얻어냈습니다. 어디 그뿐만입니까? 우리의 지긋지긋한 주적이던 한족을 드디어 저 멀고 척박한 티베트 고원으로 몰아내는 데에 성공하였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그동안 우리를 무시하였던 백인들에게도 정의의 철퇴를 내렸습니다. 감히 수천년 동안 문명을 건설한 우리를 미개하다며 무시한 저들의 꼴을 보십시오! 목화 씨를 따던 흑인 노예에게 목숨을 간청하던 그 꼴사나운 모습을!


이제 우리는 세계를 지배할 힘을 손에 넣었습니다! 황제 폐하께 영원한 영광 있으라! 제국에 광명이 있으라! 황제 폐하 만세!"


"""우아아아아아아아!"""


우렁찬 함성이 저잣거리를 뒤흔들었다. 그렇다. 대한제국은 거대한 전쟁에서 승리했고. 이제 이 아시아라는 작은 대륙에서 대한제국이라는 국가를 상대할 간 큰 나라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으하하하하! 이겼다! 이겼다고! 만세! 만만세!"


거리마다 태극기가 내걸리고. 태극기가 없는 자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승전을 축하했다. 한반도 전역에서. 만주 전역에서. 인도차이나 반도 전역에서 7000만에 다다르는 신민들은 만세삼창을 부르짖으며 전쟁의 승리를 체감하고 있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남편과 아들이 돌아오고. 검은 피부의 자들은 그동안의 핍박에서 벗어나 드디어 진정한 자유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대한제국의 황실의 권위는 말 그대로 하늘로 승천하여. 이제는 대한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 누구도 황실의 권위를 거스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천년제국을 꿈꾸고 있는 이변에게는 좋은 사실이었고. 민중들에게는 더더욱 좋았으며. 앞으로 이변의 후계들에게는 더더욱 좋을 사실에. 대한제국은 광분하며 온 나라가 떠나가도록 만세 소리를 외쳤다.


*


"짜군."


"짜군요."


"제기랄!"


땡그랑!


농부들은 짜다는 말을 듣고 신경질을 내며 쟁기를 내던졌다. 땅이 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바로 농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빌어먹을 대한제국군은 후퇴할때도 그냥 후퇴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보급품을 털어서까지 러시아의 광할한 농토를 전부 소금밭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아아악! 안 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빌어먹을! 저쪽을 봐!"


"음?.... 오 신이시여.."


어디 그뿐인가. 대한제국군은 그동안 싸우면서 방출된 시체와 폐기물들을 처리하는 곳으로 강의 상류를 골랐다. 강의 근원지가 오염되었으니 하류쪽은 말할 것도 없을 터이고....


"젠장! 이 망할 놈들 우물까지!"


우물또한 상황은 매한가지였다. 물에 둥둥 뜬 불어터진 시체가 눈을 까뒤집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은 마치 호러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마실 물도 없고. 농업 용수도 없으며. 농경지도 철저하게 망가진 상태. 그런데 겨울은 오고 있다.


그나마 화마가 미치지 않은 서부 지역은 괜찮지만 이미 러시아라는 구심점과 나라는 갈갈이 찢겨 사라진 상태. 이제 남은 것은 무인지대가 되어버린 시베리아 지역과 제 밥그릇 찾아 핥기도 바쁜 발트 3국과 우크라이나. 핀란드뿐이었다.


게다가 이들도 상황이 여의치 않아 결국 영국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하는 처지이니. 시베리아 지역에 남겨진 2000만의 러시아인들은 꼼짝없이 굶어죽을 위기에 처한 것.


"이제 어쩌지? 당장 먹을 것도 없잖아. 땅도. 물도 전부 오염됐어. 이대로 가다가는 얼어죽기 전에 굶어죽고 말 거야!"


"이게 다 차르 때문이야! 그 망할 자식이 전쟁만 일으키지 않았어도!"


"말 조심해! 감히 신의 대리자에게 그 따위 망발을 지껄이다니!"


"신의 대리자? 너 혼자 다른 시대에서 왔냐!? 주위를 봐! 그 신의 대리자라는 자가 자신의 영지에 무슨 일을 했는지 보란 말이야!"


"그건 한국의 짓이지 차르의 짓이 아니잖아!"


"아니. 똑같아! 애초에 한국을 건드려서 전쟁까지 터트린 게 누군데? 전쟁을 터트렸으면 이기기라도 해야지. 이게 뭐야!? 국토는 완전히 병신이 되어버렸고. 남은 남자들이라고는 할아비나 어린애들밖에 없어! 우리들도 옴스크에서 간신히 살아남았잖아!


이제 어쩔건데? 응? 차르를 찾아가서 다시 농노로 받아달라고 고개라도 숙일까?"


인간이란 배가 부르고 등이 따땃해야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족속. 당장 먹을 것도. 겨울을 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잔존 러시아인들은 무익한 설전과 소규모 내전에 빠져 거대한 자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단 한 번의 전쟁. 단 한 번의 패전이 불러온 결과였다. 그리고 겨울이 오자. 2000만의 러시아인들은 다시 한 번 반으로 줄어 100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 때가 될 때까지도. 우물에는 시체가 들어차 있었고. 강의 상류에는 녹슨 철근들이 뿌리박혀 있었다.


*


"모래를 밟는 것도 꽤나 괜찮은 경험이군. 사박 사박 거리는 감촉이 꽤나 마음에 들어."


"폐하께서 그러시다면야 저희야 그렇게 여길 뿐입니다."


티베트-신장 지역으로 물러난 중화제국은 고작 700만의 인구만을 지닌 소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기본적으로 사막이란 곳이 인구 부양이란 단어와는 담을 쌓은 곳을 감안하여도 크게 줄어든 이유는. 대다수의 한족들이 위험한 도박을 포기하고 대한제국의 지배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우리 중화는 언젠가 다시 한 번 일어날 것이다. 아이들에게 중화의 글과 문명을 가르치고...공장과 도시들을 세우며. 이 땅에 묻혀있는 자원들을 개발해야겠지."


증국번은 반쯤 해탈한 눈으로 티베트의 사막을 정처없이 걷고 있었다. 그의 옆과 뒤에서 족히 기천명이나 되는 수행원들이 따라 걷고 있지 않았다면 순례자로 착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황제라고는 믿지 못할 정도로 허름한 옷을 입고. 차가운 밤의 사막을 맨 발로 걷는 증국번의 모습은 어딜 보아도 이미 삶을 포기한 노인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한 청년이 유심히 지켜보았다. 바로 이홍장. 증국번의 후계자이자 제2대 중화제국 황제가 될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위치에 있는 자이다.


"폐하. 그렇다면. 다시 중화의 문명이 세상의 패권을 쥘 때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을 인내해야 합니까?"


사박. 사아아악..


이홍장의 말에 증국번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발치를 따라 흘러내리는 모래는 왜 이리 외로워보이는 것인지. 이홍장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얼마나 많은 세월을 인내해야 하느냐고?"


증국번은 허탈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주 많은 세월이... 자네와 내가 살아오고. 또 살아갈 나날을 합쳐도 무색해질만큼 큰 세월을 인내해야 하겠지."


꽈아악...!


"어째서입니까 폐하? 가르쳐주십시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겁니까? 불과 10년.. 불과 10년 전만 해도 조선은 한없이 나약한 국가였고. 저희는 강대한 국가였습니다. 대체 어째서.. 10년만에 이리 처참하게 천하가 뒤집힐 수 있단 말입니까?


우리 한족의 명예와 긍지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저희가 소중하게 생각해왔던. 그토록 경애해 마지않았던 천자는 쾌락을 좇다 자멸하였습니다. 우리의 팔기는 부와 권력을 좇다 결국에는 도적 떼가 되어버렸고. 한 때 우리의 자랑이었던 넓은 국토는 이제 열강들의 파이가 되어 뜯어먹혔습니다.


어째서입니까 폐하? 대답해주십시오. 저는 꼭 알고 싶습니다. 조선이 대한이 된 이유를 알고. 우리 중화도 그 길을 좇아야 합니다."


이홍장은 눈물을 흘리면서 사막의 모래를 끌어모았다. 끌어모을수록 흘러내리는 모래 티끌과 그의 눈물이 섞여 내리자. 이 삭막한 사막의 아주 조그마한 곳이 달빛을 받아 빛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가 경애하고 따르는 황제이자 큰형님인 증국번은 그런 그의 기대를 무참히 배신하고 말았다.


"나도 모른다네 이홍장이."


"그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럼 대한이 갑자기 벼락이라도 맞아서 대국이 되었다는 것입니까?"


"그럴지도 모르지. 그 정도로 조선이 대한으로 변한 것은 놀랄만한 일이야. 아마도 세계 역사에 한 획을 그었겠지. 불과 10년만에 우리를 꺾고 전 세계를 손에 넣을 지 그 누가 알 수 있었겠나?"


이홍장은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다는 듯. 수염을 쓰다듬으며 우수에 찬 눈빛으로 이홍장을 돌아보았다. 어찌 그가 모르겠는가. 그의 마음 속에 불타는 복수심을. 그에 마음에 남은 응어리를.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는 절망감과 수치심을 말이다.


"절망하지 말게 이홍장이. 우리에게는 시간이 있네. 가증스럽게도 저들이 허락한 시간에 불과하지만. 100년이라는 시간은 충분히 길지 않나? 그 동안 소년은 남자가 되고. 소녀는 여자가 되어 짝을 짓고. 새로운 세대를 이 땅 위에서 잉태하겠지. 우리같은 자들이 할 일은. 그들을 이끄는 걸세. 더 이상의 치욕이 없는 나라로 말이야."


증국번은 거의 모래에 파묻히다시피 흐느끼고 있는 이홍장을 쑤욱하고 빼내어 모래먼지를 털어내었다. 이제 어른이 다 되었음에도. 마치 아이와 같이 울고 있는 그가 자신의 뒤를 잇는다면 더 이상의 근심은 없으리라.


그것이 바로 증국번의 마지막 바람이었다.


*


"이제 알래스카가 대한제국의 손에 넘어갔으니. 우리도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당장 유사시에는 캐나다가 최전선이 될 수가 있어요."


"물론 대한제국에게 그런 역량이 있다고는 믿을 수가 없지만은... 그래도 시간은 저들의 편입니다."


영국은 발 빠르게 새로이 바뀐 국제 정세를 판단했다. 과연 바다를 지배하는 이들 답게. 이제 북태평양은 확실히 대한제국의 손아귀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됩니다. 한국과 우리는 아직 동맹 관계지만. 언제 깨질지 모르는 상태.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살얼음판을 걷는 것보다야 정식으로 명문화시키는 게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동감입니다. 이 참에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문명국들도 참여시켜서 더 이상의 전쟁이 없도록 만드는 겁니다. 전쟁이 없다면 쇠락도 없고. 더 이상 백인의 자리를 뒤흔드는 건방진 유색인종들도 없겠지요!"


놀랍게도. 영국은 조잡한 형태의 국제 연맹을 구상하고 있었다. 본래 국제 연맹이 만국평화회의에서 시작된 것을 비롯하면 딱히 놀랍지도 않았으나. 문제는 그들의 목적이 더 이상의 유색인종의 발흥을 막겠다는. 너무나 불손한 사상에 있었다.


"뭘 기다리는 겁니까? 어서 여왕 폐하의 재가를 받아 옵시다!"


"동의하는 바요.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많은 피를 흘려왔소. 당장 발트 해에서만 배 몇 척을 잃었는지 원!"


마치 밀실회의와 같이.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이자. 바다를 지배하는 나라인 대영제국의 수도 런던의 웨스트민트서 궁전에서는. 국제 연맹에 유럽 국가들과 대한제국을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 승인되었다.


작가의말

영국:함께 평화하자

한:ㅗ

프:ㅗ

독:ㅗ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철의 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857년 기준. 대한제국 영토 지도. +1 20.07.16 3,156 0 -
60 한(韓) 에포크(완) +3 20.10.05 1,114 20 12쪽
» 사후정리 +4 20.09.30 1,021 20 12쪽
58 마지막 결단 +2 20.09.29 950 19 12쪽
57 옴스크를 공략하라 +4 20.09.28 923 20 12쪽
56 타타르의 멍에 +7 20.09.23 1,119 21 12쪽
55 발트 해의 결전 +2 20.09.22 1,060 21 12쪽
54 폭풍전야 +3 20.09.21 1,084 18 12쪽
53 흑귀부대 +3 20.09.09 1,279 20 12쪽
52 漢의 이름으로. +3 20.09.08 1,230 21 12쪽
51 진정한 전쟁의 시작 +2 20.09.07 1,210 16 12쪽
50 원래 전쟁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7 20.09.02 1,239 22 12쪽
49 천명대전. +2 20.09.01 1,248 19 12쪽
48 시산혈해 +3 20.08.31 1,241 21 12쪽
47 우리는 전쟁을 할 것이다. +4 20.08.26 1,340 21 12쪽
46 동해보복 +2 20.08.25 1,361 27 12쪽
45 음지의 전쟁 +3 20.08.24 1,275 17 12쪽
44 어서 와 게릴라전은 처음이지? +3 20.08.12 1,412 23 12쪽
43 남방에서의 개전. +2 20.08.11 1,415 20 12쪽
42 도움! +2 20.08.10 1,380 24 12쪽
41 착한 제국주의 +3 20.08.05 1,520 25 12쪽
40 개화된 아시아. +3 20.08.04 1,564 25 12쪽
39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1 20.08.03 1,513 24 12쪽
38 천하무산자합일! +3 20.07.22 1,674 18 12쪽
37 인민의 제국 +6 20.07.21 1,708 24 12쪽
36 문명국의 군대. +3 20.07.20 1,652 22 12쪽
35 황제 폐하를 위하여! +5 20.07.15 1,716 23 12쪽
34 1달간의 여정. +1 20.07.14 1,663 22 12쪽
33 구원의 대가. +2 20.07.13 1,642 20 12쪽
32 차이점 +3 20.07.08 1,704 2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