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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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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548
추천수 :
1,370
글자수 :
311,201

작성
20.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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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문명국의 군대.

DUMMY

"하아....하아...."


100명의 병사들이 저마다 거친 숨을 내뱉었다. 아무리 사상자가 없다고는 해도. 사람을 죽인다는 감각은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자. 사방에는 남루한 옷을 입은 자그마한 중국인들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다. 오랫동안 먹지도 못하고. 근대식 훈련을 받지도 못한 그들은 대한제국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본래 만주를 비롯한 북방인들은 한민족과 키 차이가 그다지 나지 않지만. 이곳 남방민족은 북방인들과 비롯했을 때 신장의 차이가 뚜렷했다.


"정위님.."


중대원 중 한 명이 순국한 하사관과 통역관의 시체를 수습한 뒤 박형식 정위를 불렀다. 그는 잠시 흰 천에 덮인 2명을 바라보고는. 긴 한숨을 토한 뒤 말했다.


"대열을 정비하라. 본부로 돌아간다."


그렇게. 일방적인 학살로 첫번째 전투를 끝낸 제1대대 소속 2중대는 순국한 2명의 시체를 싣고 대대본부로 귀환하였다.


*



"으하하! 아주 잘했네 정위! 저 되놈들에게 제국의 힘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보여주었어! 황제께서도 자네를 칭찬하실 걸세!"


"감사합니다 부령님. 다만 지휘관으로서 군기를 망가트린 것은 씻을 수 없는 죄이니. 부디 저에게 벌을 주십시오."


"아닐세. 그럴수야 없지. 그 누구도 거기서 되놈들이 군기를 빼앗아 부러트릴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을 것일세. 게다가 자네는 4배가 넘는 적들을 상대로 사망자 2명만을 내고 초전박살을 내버렸으니. 그 누가 군기의 상태를 따질 수 있겠는가?"


제1대대의 주양원 부령은 입에 귀에 걸린 듯 웃으며 군기를 잃은 것을 자책하고 있는 정위의 어깨를 토닥였다.


공식적인 대한제국군의 첫 대외원정에서 안타깝게 순국한 2명을 제외하고. 본격적인 전투에서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내지 않았다니! 어떻게 군기를 잃은 것을 그런 군공에 비할 수 있겠는가?


"물론 폐하의 깃발을 망실한 것은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지만은.. 책임을 져야 할 하사관은 이미 가버렸으니 책임을 물을 이가 있겠는가?"


"그 하사관은 제 부하였습니다. 부하의 잘못은 곧 지휘관의 잘못 아닙니까?"


"이 친구 참 딱딱하구만? 자네는 아무런 걱정하지 말게. 내가 최선을 다해볼테니. 자네는 그저 저 짜장면 놈들을 박살내면 되네. 알겠나?"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물러나게."


제1대대의 대대장은 기분 좋은 표정을 하고 박형식 정위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이제부터는 높으신 분들의 일이었다.


*




"씨발! 씨바알!"


한 중국인 하나가 피를 흘리며 어디론가 도망치고 있었다. 목적지? 그런 것은 없다. 그가 가고자 하는 것은 저 흑갈색의 군복을 입은 자들이 없는 곳 뿐이었다.


"저기 있다!"


"발사하라!"


물론 이 홍콩에서 그런 곳은 없었다. 사방이 한국군이었고. 중국인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없었다.


제대로 된 교육은 커녕 제 이름 석자 하나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자가 대다수인 이 시기 중국인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조선은 속국이었고. 자신들보다 약한 나라였고. 또 언제나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이게 뭔가? 청은 대한제국에게 압도적으로 패배하고 있었고. 심지어는 한반도에서 멀리멀리 떨어진 이 곳 홍콩까지 찾아와서 중국인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그들은 죽어가면서 어째서라는 의문을 표했으나. 사실 그에 대한 대답은 너무나 간단한 것이었다.


이제 더 이상 청나라는 강하지 않았고. 대한제국은 더 이상 약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인정하지 못하는 자들은 이 세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발 살려주세요... 너무 배가 고파서 그랬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제발 목숨만은..."


"으애애앵! 으아아앙!"


"...."


보라. 지금도 보급품을 훔친 비쩍 마른 어미와 딸이 총구를 들이밀고 있는 제국군에게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저리 애처롭게 빌고 있지 않은가?


탕!


그리고 보라. 제국군은 중국어를 할 줄 모른다는 것을 말이다.


*




"현재 우리 군은 홍콩의 주요 거점을 점령하였으며. 각지에서 준동하고 있는 반란군들은 각 중대들이 각개격파해 섬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상태로만 간다면. 저희는 1개월 내에 이 홍콩에 들끓고 있는 모든 중국인 반란군들을 소탕할 수 있을 겁니다!"


10개 대대를 한 데 모아 지휘하는 것은. 임시 연대장의 직위를 맡은 조방연 정령이었다.


참모가 보고하는 섬멸작전의 진행도와 성취도를 보고받은 조방연 정령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현재 보급품들은 얼마나 남아있는가?"


"충분히 남아있습니다. 일선에서는 중국인 생존자들이 훔쳐가 원성이 높습니다만.. 보는 족족 처형하고 있으니 그다지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군. 아무튼. 1개월 안이라... 그 정도면 충분하겠군. 다행히 보급품이 모자라지는 않겠어."


10개 대대. 총 1만명의 군인들이 1개월 동안 소모하는 물자의 양은 민간인이 상상하는 것을 아득하게 초월한다.


일단 움직임이 격하니 땀도 많이 흘리고 체력 소모도 심해 과장 좀 보태 먹을 것도 한 두 배쯤 먹는 것은 물론이오. 움직임이 격하다는 것은 곧 옷도 빠르게 닳는다는 것이니 피복도 넉넉히 준비해야 하며. 근대식 전투에 필수불가결한 총포류와 그 탄약을 포함하면 작은 마을 하나쯤은 우습게 채울 보급품이 나온다.


당장 대한제국 군부가 더 많은 군 병력을 보내고 싶어도 보급 상의 한계로 고작 10개 대대밖에 보내지 못한 것을 생각한다면. 지금 세계 곳곳에 사단급 병력을 일상적으로 배치하고 있는 서양 열강들의 힘은 막강하다 못해 전능하다고도 표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보급품이 모두 소진되어버린다면. 제국군도 지금 태워지고 있는 시체들과 별반 다를 게 없게 될 것이라고 연대장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몇 번이나 얘기했지만 이것은 대한제국의 첫 대외원정이다. 이번 기회에 좋은 선례를 남기지 못한다면. 대한제국은 서양 열강의 비웃음은 물론 앞으로의 대외원정에 있어 불필요한 걱정을 하게 될 것이다.


"...그건 안 될 말이지.."


"예?"


"아니. 혼잣말이었네. 보고 계속하게나."


"아. 예. 크흠! 계속해서 말씀드리자면 제3대대가 2대대와 합류하여..."


*





"하느님의 은총으로 그레이트브리튼 아일랜드 연합 왕국의 여왕, 신앙의 수호자, 하노버의 대공녀이자 브라운슈바이크뤼네부르크의 공녀, 작센코부르크고타의 공비이자 작센의 공비, 인도의 여황제, 조지 4세 왕립 기사단장, 가터 기사단장, 씨슬 기사단장, 성 패트릭 기사단장, 바스 기사단장, 세인트마이클앤드세인트조지 기사단장, 영국령 인도 기사단장, 인도 메리트 기사단장, 인도성(星) 기사단장, 로열 빅토리아·앨버트 기사단장, 인도 제국 기사단장, 인도 왕좌 기사단장, 무공 기사단장, 빅토리아 왕립 기사단장이신 빅토리아 여왕 폐하 납시오!"


숨이 막힐 정도로 긴 칭호의 주인공. 빅토리아 여왕이 의원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거대한 제국을 통치하는 자로서의 위엄이 한껏 드러나는 화려한 치장을 한 그녀는. 아주 자연스럽게 웨스트민스터 궁전의 상석에 앉아 의원들을 둘러보았다.


"시작하라."


"예. 폐하."


여성과 근엄함이란 공존하기 어려운 것이었지만. 빅토리아 여왕은 그 어려운 것을 실제로 해내고 있었다. 어느새 젊을 때의 아름다움을 잃은 그녀는. 이제는 그 얼굴의 주름과 검버섯을 통해 자신의 연륜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여왕의 허락이 떨어지자 일사분란하게 발표할 자료와 안건들을 정리하는 의원들은. 어째서 빅토리아 시대라는 독자적인 시대구분이 나뉘어졌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듯 했다.


"첫번째 안건은. 대한제국과의 거래입니다. 대한제국이 홍콩을 정상화시키겠다고 약조하였고. 저희는 그 대가로 인도차이나 반도의 영유권을 넘겨주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의회의 동의가 조금...미흡한 부분이 있어. 이 신성한 자리에서 그 부분을 바로잡고자 합니다."


"이 안건에 동의하는 의원들께선 모두 손을 들어주십시오."


전체에서 한 70% 가까이 되는 의원들이 손을 들었다. 손을 든 이는 대부분 극동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들이나. 아니면 그저 프랑스에 엿을 먹이고 싶어하는 이들이었고. 들지 않은 이들은 어디 감히 극동 원숭이 따위가 대영제국과 '거래'를 하려 하느냐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이제 되었습니다. 모두 손을 내려주십시오."


천장을 향해 처들었던 손들이 내려가자. 의장이 헛기침을 하며 상석에 앉은 빅토리아 여왕에게 결과를 보고했다.


"폐하. 대한제국과의 거래는 의원 과반수의 동의로 통과되었습니다."


끄덕.


빅토리아 여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웅성웅성.


사실 이 웨스트민스터 궁전에서가 아니라 그냥 외교 문서 몇 장으로 한국과의 거래를 퉁칠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프랑스가 강짜를 놓으며 인도차이나 반도를 꿀꺽할 시 억제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이 웨스트민스터에서. 의회의 동의를 받아 대한제국과의 거래를 명문화한다면 제아무리 프랑스가 막나간다 해도 세계 최강국인 영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이 모든 호의는 대한제국이 홍콩 반란을 성공적으로 진압한다는 대전제 하에 이루어진 것이었기에. 대한제국이 홍콩에서 약간의 실수만 해도 이 명문화된 안건은 다시 휴지통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



시점을 바꾸어 대한제국에서는. 신하들이 황제에게 더 빨리 근대화를 이룩해야 한다며 상소문을 올리고 있었다.


"폐하. 저희도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하루빨리 중공업을 육성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지금도 국방에 필요한 물자들은 충분히 생산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서양 열강의 그것보다는 떨어지는 부분이 절대 다수입니다.


게다가 현재 100만명이 넘는 군을 200만명으로 확충시킬 생각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렇게 된다면 경공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저희 대한의 군은 심각한 물자난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그 말이 맞습니다 폐하. 폐하께서 신민들을 아끼시는 마음은 알겠으나. 지금은 신민들의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중공업을 위시한 근대적 산업화를 달성해야 합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저 중국이 우리 대한제국을 따라잡을지도 모릅니다!"


걱정과 우려가 섞인 신하들의 성토가 황제의 귀를 때렸다. 모두 나름대로의 논리가 들어있는 성토였다.


하지만 황제가 생각하기에. 지금 제국에 필요한 것은 바로 경공업이었다. 의복과 생필품을 생산하는 경공업이야 말로 제국의 근대화를 보여주는 프로파간다의 진수였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제국 영토에 제철소도 꾸역꾸역 지어지고 있었고. 한반도에서는 나지 않는 역청탄의 채굴도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었기에. 황제는 지금 투자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긴 것이다.


그리고. 이제 곧 황제가 발표할 노동법에 대한 칙령의 내용을 생각해보면. 국민을 쥐어짜서 이룩하는 산업화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곧. 제국에 황제가 하사하는 붉은 기운이 퍼져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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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마지막 결단 +2 20.09.29 951 19 12쪽
57 옴스크를 공략하라 +4 20.09.28 924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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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발트 해의 결전 +2 20.09.22 1,060 21 12쪽
54 폭풍전야 +3 20.09.21 1,084 18 12쪽
53 흑귀부대 +3 20.09.09 1,279 20 12쪽
52 漢의 이름으로. +3 20.09.08 1,230 21 12쪽
51 진정한 전쟁의 시작 +2 20.09.07 1,210 16 12쪽
50 원래 전쟁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7 20.09.02 1,239 22 12쪽
49 천명대전. +2 20.09.01 1,248 19 12쪽
48 시산혈해 +3 20.08.31 1,241 21 12쪽
47 우리는 전쟁을 할 것이다. +4 20.08.26 1,340 21 12쪽
46 동해보복 +2 20.08.25 1,361 27 12쪽
45 음지의 전쟁 +3 20.08.24 1,275 17 12쪽
44 어서 와 게릴라전은 처음이지? +3 20.08.12 1,413 23 12쪽
43 남방에서의 개전. +2 20.08.11 1,415 20 12쪽
42 도움! +2 20.08.10 1,380 24 12쪽
41 착한 제국주의 +3 20.08.05 1,520 25 12쪽
40 개화된 아시아. +3 20.08.04 1,564 25 12쪽
39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1 20.08.03 1,513 24 12쪽
38 천하무산자합일! +3 20.07.22 1,675 18 12쪽
37 인민의 제국 +6 20.07.21 1,708 24 12쪽
» 문명국의 군대. +3 20.07.20 1,653 22 12쪽
35 황제 폐하를 위하여! +5 20.07.15 1,717 23 12쪽
34 1달간의 여정. +1 20.07.14 1,663 22 12쪽
33 구원의 대가. +2 20.07.13 1,642 20 12쪽
32 차이점 +3 20.07.08 1,704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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