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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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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538
추천수 :
1,370
글자수 :
311,201

작성
20.09.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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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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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2쪽

원래 전쟁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DUMMY

쏴아아아-!


발트 해를 가르는 저 무적함대를 보라. 저들이야말로 현 시대의 패왕이요. 바다를 지배하는 대영제국의 첨병이자 철권이었다.


"제독 각하. 버킹엄 궁으로부터 온 전갈입니다."


"감사하네 함장. 어디..."


그들이 경애하는 여왕 폐하의 명령으로 인해. 로열 네이비는 1861년에 갓 진수한 따끈따끈한 철갑선인 워리어급 장갑호위함을 주축으로 한 전형적인 1860년대의 기범선으로 된 함대를 이끌고 러시아의 앞마당. 발트 해를 유유히 부유하고 있었다.


-에이버스 제독. 본국은 러시아가 대한제국과의 전쟁에서 제대로 된 힘을 쓰지 못하도록 해상 봉쇄를 하도록 결정하였소.


만약 러시아의 발트 함대가 나타난다면. 즉시 발포하시오. 민간 함선의 경우도 마찬가지오. 영국에서 오는 것이든 유럽에서 오는 것이든 러시아에서 오는 것이든. 영국 함대의 깃발을 걸지 않은 함선들은 모조리 격침시키시오.


신의 가호가 있기를.-


전보의 내용을 주욱 읽은 에이버스 제독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모조리 격침시키라는 명령에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에이버스 제독은 전보의 내용을 다른 함선들에게 공유하고는. 함대의 진형을 넓혀 러시아로 향하는 길목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아무리 비옥한 우크라이나 지방의 토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땅의 대부분은 개발되지 않은 황무지나 다름없다. 해상에서 공급되는 막대한 양의 물자가 없다면 그 잘난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시민들은 머지않아 자신의 자식을 삶아먹어야 할 것이라고 에이버스 제독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


쾅!


"그 섬나라 해적 놈들이 기어이 우리의 뒷통수를 쳐!"


알렉산드르 2세의 노성이 궁전을 가득 메웠다. 아직도 크림 전쟁의 굴욕을 기억하고 있던 그로서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발트 해와 맞닿은 해안도시다. 만약 발트 함대가 패한다면. 영국의 압도적인 해군에 의해 도시는 말 그대로 말라 죽거나. 아니면 초토화가 될 것이 분명하였다.


"차르시여! 발트 함대를 보내소서! 서둘러 저 영국의 함대를 쳐내지 않는다면 제국의 수도가 위협받을 것입니다!"


"저 말이 맞습니다 폐하! 발트 함대를 보내 영국의 함대를 몰아내지 않으면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위험합니다!"


신하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군사적 대응을 주장했다. 만약 해상 봉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러시아는 극동에서 승전보가 올라오기도 전에 굶어죽을 것이 분명했다.


허나 알렉산드르 2세라고 해도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발트 함대를 섣불리 출격시키지 않았다.


아무리 러시아가 영국과 패권을 겨루는 국가라지만 해군에 있어서는 대영제국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땅덩어리만 크지 사실상 겨울에는 고자가 되는 간빙항만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와 세계 곳곳에 부동항을 수천개씩 소유하고 있는 해양 국가인 영국은 시작 지점부터가 다른 것이었다.


게다가. 지금 제국의 수도 앞에 와 있는 것은 영국이 2년 전에 새로이 건조한 워리어급 장갑호위함과 그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철갑선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발트 함대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게다가 어찌저찌 이긴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발트 함대의 손실 또한 엄청날 터. 해군력이란 기본적으로 신규 군함의 건조나 기존 군함의 유지보수력까지 포함하는 말이었기에. 발트 함대에 파견되어 있는 로열 네이비를 박살낸다 하더라도 더 많은 영국 해군이 몰려올 가능성이 거의 100%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었다.


"영국이 요구하는 것은 뻔하다. 대한제국으로 출병할 우리 러시아 군세를 물리라는 것이겠지. 우리 러시아가 크림 전쟁의 복수를 하지 못하게 하고. 부동항을 손에 넣을 수 없게 말이다."


알렉산드르 2세는 분노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머저리가 아닌 이상 영국이 해상 봉쇄를 하는 이유는 뻔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차르는 그가 시작한 전쟁을 이리 허무하게 끝낼 생각이 없었다. 그는 러시아의 절대자였고. 이제 곧 극동의 주인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로열 네이비를 공격하지 않았다. 발트 함대를 출격시키지도 않았고. 출병 명령을 철회하지도 않았다.


그 대신. 차르는 러시아의 모든 식량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집중시키라는 황명을 그의 제국 전역으로 퍼트렸다.


*


"우리의 동맹 러시아가 30만 대군을 이끌고 한국의 북방군을 공격하는 중이다! 이제 곧 전선의 적들이 빠질테니. 그대들은 곧 있을 공격에 대비하도록 하라!"


대청유신회에서 온 전령이 힘찬 목소리로 말하였지만. 전선의 대장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 그지없었다.


"30만이 대군이라고요? 여기에 얼마가 있는지 잘 모르시나 봅니다?"


이 전선에만 1000만명의 대군이 있다. 그런 대군을 지휘하는 그들로서는 겨우 30만을 가지고 대군이라 생색을 내는 것이 영 아니꼽게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제1군단의 대패 이후로도 여러 차례의 전투가 있었지만. 청군은 모든 전투에서 대패하며 꾸준히 사상자를 늘려가는 중인데 반해. 러시아군은 대한제국군이 어떤 무시무시한 무기를 쓰는지조차 모르는 상태. '고작' 30만의 '대군'을 들이밀었다가는 러시아의 정규군은 말 그대로 전멸 상태에 놓일 것이다.


"하..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우리의 인구는 5억을 넘지만 러시아의 인구는 겨우 4500만이다. 더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는 우리가 더 많은 병력을 동원해야 하는 게 사리에 맞지 않겠나."


전령이 애써 변명을 하였지만 그 반대급부로 대장들의 눈길은 점차 차가워져만 갔다. 사리에 맞는다니. 지금 병사들이 죽어나가고 있는 것이 그 빌어먹을 사리에 맞기 때문인 것인가?


"아..아무튼! 머지 않아 대규모 돌격 명령이 내려질테니 다들 준비하고 있도록!"


"""알겠습니다..."""


대규모 돌격 명령이라... 대체 또 얼마나 죽어갈 것인가. 아직 청군은 7중 참호의 첫 번째 참호조차 점령한 적이 없었거늘.


그러나 그들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1000만명이라는 거대한 집단을 먹여살릴 식량과 의복. 그리고 의약품은 다름아닌 북경에서 오기 때문이었다.


병사들이 흙탕물과 뒤룩뒤룩 살찐 쥐들과 투쟁할 무렵. 갑작스럽게 하늘에서는 무엇인가가 떨어졌다.


쿵!


"뭐..뭐야!?"


"폭탄인가?"


"아냐.. 상자..인가?"


"뭐? 상자라고?"


하늘에서 상자가 떨어졌다는 말에 병사들은 진지에서 나가 떨어진 물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상자인데?"


이리보고 저리보아도 완연한 상자의 형상을 띄고 있는 물체. 대체 무엇이 들어있는 것일까.


"조심해! 함정일수도 있어!"


"함정이라면 이미 떨어질 때 터졌겠지 임마. 어쩌면 먹을 거나 입을 게 들어있을지도 몰라!"


-경고! 생물학적 위험!-


죽음의 공포를 직면하면서 다른 쪽의 감각은 많이 무뎌진 병사들은 거의 동시에 전선에 떨어진 상자를 경고문을 무시한채 열어재꼈다.


왜 경고문을 무시하였냐고 물었냐면. 청군 중에서는 한글을 아는 자가 없었기 때문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상자를 열자. 안에는 잔뜩 흐트러진 옷가지와 그 안에는 상태가 좋은 병조림이 들어있었다.


입을 것과 먹을 것이 순식간에 풍족해진 전선의 병사들은 때 아닌 공중 보급에 크게 기뻐하였고. 오랜만에 군복이 아닌 다른 것을 입을 수 있게된 병사들에 의해 사기도 크게 올라갔다.


특히나 담요나 깨끗한 옷 같은 경우에는 가장 먼저 부상자들에게 돌려졌는데. 이는 대한제국군이 퍼트린 천연두가 후방에서 시작돼 한국군의 예상보다 훨씬 큰 피해를 내게 한 주요한 원인이었다.


*


-경고! 생물학적 위험!-


"...정말 이게 무기란 말입니까?"


"열지 말게. 여는 순간 천연두가 퍼지니 말일세."


"이걸 투석기로 던져서. 청군을 물리친다고요?"


"황제 폐하께서 직접 고안하신 전략일세. 걱정 말게나. 천연두 말고도 홍역균과 이질균이 준비되어 있으니!"


아예 종류별로 균을 준비했다는 것에 병사는 그만 기함을 질렀다. 당장 이거 하나만 작은 마을에 떨어져도 줄초상을 치뤄야 할진대. 그걸 밀집도로만 따지자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군집단의 중앙에 떨어트린다니. 도의성은 무시하고 살상력으로만 보자면 정말로 대량학살에 효과적인 무기였다.


병사는 아무 말 없이 생물학적 위험이라 적힌 네모반듯한 상자를 내려다보았다. 겉으로만 보아서는 마치 누군가가 장난으로 써놓은 듯한 글귀였지만. 지금쯤이면 청군들은 말 그대로 지옥을 맛보고 있을 것이다.


자고 일어나니 온 몸이 불덩이 같고. 온 몸에 종기가 나 있는 것은 어염집의 자식이라 해도 끔찍한 일이지만. 이곳은 전장이다. 평시에 비해 모든 것이 열악한 이곳에서 천연두에 걸린 수백만의 병사들이라니.


"으으윽."


절로 몸서리가 쳐지는 끔찍한 광경이었다. 자고로 옛날 아이들은 호환과 천연두. 그리고 전쟁이 주요 사망 원인이었다는데... 첫번째 것만 빼고 그대로 실현된 셈 아니던가.


"이거. 설마 저희쪽으로 넘어오지는 않겠죠?"


"걱정 말게. 이미 병사들 사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네."


"..그게 뭡니까?"


"2미터 간격으로 거리를 두는 거지. 전염병이 옮지 않도록 말이야."


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 전쟁은 대한제국의 승리로 끝날 것 같다고 마음 속 깊이 생각했기 때문이다.


*


"망했군."


탕!


털썩!


왕이 대장에 이어 다른 대장도 빠른 포기를 선택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았다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가지 정식으로 보고된 것만 약 500만명. 정확히 1000만 대군의 절반에 달하는 숫자였다. 당장 국가 단위에서도 이 정도로 환자가 발생하면 정말 나라가 망했다고 봐도 좋은 수준인데 폐쇄성이 강한 군집단에서 이 정도 환자가 나왔다? 그 군집단은 일단 전멸이라고 봐도 좋았다.


그리고 지금도 환자는 늘어나고 있고. 서서히 사망자들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이쯤되니 오히려 산자가 죽은 자를 부러워하는 지옥도가 열린 것이다.


조선 놈들이 천연두를 퍼트렸다고 말할 새도 없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나가는 병사들과. 그들을 치료해야 할 의무병들마저 넘쳐나는 환자에 파묻혀 서서히 말라죽는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내놓을 수 있는 자가 있다면 순순히 지휘권을 넘겨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런 위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면 있었지만 진즉에 죽은 것인가. 어느쪽이던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1863년 5월 23일부터 시작된 천연두의 광풍은. 러시아의 30만 대군이 북방에 도착한 시간인 7월 4일까지 계속되었고. 공식적인 사망자는 약 740만명으로 집계되었다.


비 공식적인 사망자는 무려 1000만명을 넘어갔고. 그 숫자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정신이 나간 병사들이 마구잡이로 탈주하는 바람에 감염이 폭발적으로 확산. 전선 근처에 있던 마을과 도시에도 천연두가 퍼진 결과였다.


그렇게 대청유신회가 최후의 수단으로 내건. 1000만명의 대군은 흙 위에 놓여 파리의 양식이 되었고. 대한제국군은 불화살을 쏘아 유독가스를 내뿜는 썩어가는 시체를 처리해야만 했다.


작가의말

그래서 전쟁이 좇같은 거 아니겠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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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857년 기준. 대한제국 영토 지도. +1 20.07.16 3,156 0 -
60 한(韓) 에포크(완) +3 20.10.05 1,114 20 12쪽
59 사후정리 +4 20.09.30 1,020 20 12쪽
58 마지막 결단 +2 20.09.29 950 19 12쪽
57 옴스크를 공략하라 +4 20.09.28 923 20 12쪽
56 타타르의 멍에 +7 20.09.23 1,119 21 12쪽
55 발트 해의 결전 +2 20.09.22 1,060 21 12쪽
54 폭풍전야 +3 20.09.21 1,084 18 12쪽
53 흑귀부대 +3 20.09.09 1,279 20 12쪽
52 漢의 이름으로. +3 20.09.08 1,230 21 12쪽
51 진정한 전쟁의 시작 +2 20.09.07 1,210 16 12쪽
» 원래 전쟁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7 20.09.02 1,239 22 12쪽
49 천명대전. +2 20.09.01 1,248 19 12쪽
48 시산혈해 +3 20.08.31 1,241 21 12쪽
47 우리는 전쟁을 할 것이다. +4 20.08.26 1,340 21 12쪽
46 동해보복 +2 20.08.25 1,361 27 12쪽
45 음지의 전쟁 +3 20.08.24 1,275 17 12쪽
44 어서 와 게릴라전은 처음이지? +3 20.08.12 1,412 23 12쪽
43 남방에서의 개전. +2 20.08.11 1,415 20 12쪽
42 도움! +2 20.08.10 1,380 24 12쪽
41 착한 제국주의 +3 20.08.05 1,520 25 12쪽
40 개화된 아시아. +3 20.08.04 1,563 25 12쪽
39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1 20.08.03 1,513 24 12쪽
38 천하무산자합일! +3 20.07.22 1,674 18 12쪽
37 인민의 제국 +6 20.07.21 1,708 24 12쪽
36 문명국의 군대. +3 20.07.20 1,652 22 12쪽
35 황제 폐하를 위하여! +5 20.07.15 1,716 23 12쪽
34 1달간의 여정. +1 20.07.14 1,663 22 12쪽
33 구원의 대가. +2 20.07.13 1,642 20 12쪽
32 차이점 +3 20.07.08 1,704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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