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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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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536
추천수 :
1,370
글자수 :
3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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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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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2쪽

1달간의 여정.

DUMMY

증기선. 더 정확히는 범선과 증기기관을 섞어 쓰는 기범선은 황해를 가르며 머나먼 홍콩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총 1만명. 10개 대대. 퍼커션 라이플 머스킷과 흑갈색의 군복. 그리고 왼쪽에는 프랑스 기술자가 만든 세이버를 패용하고 있는 그들은 얼굴에 분칠만 한다면 서양의 군대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대한제국이 근대화의 길을 걸은지 어언 7년. 이제야 7년이었다. 아이가 자라 학교에 갈 시간. 제국을 이루기에는 더 없이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민족은 그 짧은 시간 안에 자신들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국을 이루는 것에 성공했다.


그리고 1만명의 병사들은 지금 그들이 상륙하여 전투를 치를 곳이 곧 제국의 힘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자네는 어디에서 왔나?"


"나? 나는 하얼빈에서 왔지. 자네는?"


"북쪽에서 왔구만. 나는 대구에서 왔네. 윗쪽은 많이 춥나?"


"춥기야 하다만은. 우리는 뭐 일상이니까. 연탄불로 등 지지면서 살아가는 거지 뭐.."


예상외로 이번 원정에는 만주족 병사들도 꽤나 많은 수가 편제되어 있었다.


한민족과 만주족의 결합이라는 프로파간다를 내세우고 있는 제국 정부의 입장도 있었지만. 군부로서도 굳이 군에 들어온 병사를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원정에서 제외하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데. 그렇게 추우면 쌀은 자라나?"


"거의 안 자라지. 요즈음은. 선양 근처에서도 벼가 보이지만은.. 하얼빈 근처에서 쌀이 자라기까지는 한 10년은 걸릴 것 같으이."


"그럼 자네들은 뭘 먹고 사는가?"


"대부분은 말 젖이나 유제품. 고기나 감자. 아니면 빵을 먹네. 그 정도로 먹는 건 가축을 가져야 하지만은.. 우리 만주족들은 어지간하면 말 한마리 쯤은 가지고 있거든."


"그거 부럽구만. 나도 말 한 마리 사고 싶은데.."


"돌아가면 은전을 쥐여줄테니 북방으로 오는 게 어떤가? 북에는 여자하고 말이 널려 있으니 말이야."


"그래야겠어. 좋은 말을 골라줄 수 있겠나?"


"안 될게 있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기꺼이 도와줌세."


만주족 병사와 한민족 병사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며 유대감을 형성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다민족 국가의 참된 미래 아니겠는가?


딱딱하게 굳어있던 배 내의 병사들도. 두 병사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 약간이나마 긴장감이 풀렸는지. 이내 서로 통성명을 하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차피 만주족 병사들은 사전에 따로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입영하였기에 언어의 장벽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이제 곧 만주족 황후가 국모가 될 것이라고 제국 전역에 소문이 자자한 판국이었으니.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쳐져 있었던 민족간의 거리감은 빠르게 사라져갔다.


어차피 몇 달 후면 전부 죽을지도 모르는 목숨인데. 괜히 옆에 있는 적을 늘릴 필요는 없었으니까.


*





"그래. 짐의 요구를. 대영제국은 수용하기로 하였는가?"


"예. 폐하. 저희 그레이트 브리튼의 국왕이신 빅토리아 여왕께서는 대한제국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런가... 잘 알겠네. 영국의 여왕께 짐이 감사를 표한다고 전하여 주게나."


"알겠습니다 폐하."


병사들이 홍콩으로 향하고 있을 무렵. 대한의 황제는 영국의 공사에게 빅토리아 여왕이 대한제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소식을 공사로부터 듣고 있었다.


대한제국의 요구는 간단하였다. 대한제국은 모든 전력을 다하여 러시아를 막을 방패가 되어줄테니. 영국은 인도차이나 반도를 대한제국에게 넘겨달라는 것이다.


때마침 프랑스가 인도차이나 반도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에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던 영국이었기에 빅토리아 여왕은 흔쾌히 대한제국의 요구를 수용했고. 그 대신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영국의 이권 보장과 무역 독점권을 추가로 요구했다.


인도차이나 반도를 점령해 중국 남부를 흔드려는 대한제국은 영국의 추가 요구를 받아들였고. 이윽고 에드워드 스노든 공사는 인도차이나 반도에서의 대한제국의 우위권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공식적으로 전달하였다.


그리고 물론. 이 모든 과정은 베트남 등의 인도차이나 반도의 국가들이 모르게. 설사 알아도 관여할 수 없도록 철저하게 조작된 거래였다.


베트남이 태국같이.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살고 있는 국가들이 알고 있다면 분노를 터트릴 내용으로 가득찬 밀서는 양 국가들의 금고에 고이 보관되어. 이제 곧 그들의 고향을 빼앗을 근거로 사용될 것이다.


물론 인도차이나 반도의 국가들의 운명이 불쌍하다 말할 수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이제 시대는 강철과 화약의 시대였고. 아직도 통통배나 굴리고 있는 베트남이나 태국은 문명국이 아닌 비문명국에 불과했다.


그나마 저 머나먼 프랑스의 식민지가 아니라 대한제국의 정식 영토로 편입된다는 사실만이. 이제 곧 국권 피탈을 당할 인도차이나 반도의 신민들을 위로할 뿐이었다.


*




프랑스 제2제국.


묵직한 종이더미를 받아든 나폴레옹 3세는 보고서의 제목을 보고는 대번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가 어지간해선 바라지 않은 사태가 노골적으로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크흠... 인도차이나 반도를 대한제국이 가져가기로 했다고? 영국이 아니라 대한제국이?"


"...그렇습니다 폐하. 송구하옵니다. 조금 더 빨리 저들의 흉계를 눈치챘어야 하는데.."


"아닐세. 그대의 잘못이 아니지. 모든 건 저 거들먹거리는 홍차 놈들과 그 하수인인 한국 놈들이니 말이야."


대한제국과 영국은 비록 밀약을 맺었다고 하지만. 이 시대의 보안 기술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프랑스가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할 확률은 지극히 희박했다.


여러가지 경로를 거쳐 한국과 영국이 인도차이나 반도의 영유권을 놓고 밀약을 맺은 사실은 프랑스 제2제국의 황제 나폴레옹 3세에게 들어가게 되었고. 나폴레옹 3세는 그동안 남들도 다 알도록 집적거린 인도차이나 반도를 눈 뜨고 빼앗겼다는 것에 단번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인도차이나는 각종 천연자원이 풍부한 지역이었고. 그곳을 손에 넣는다면 프랑스의 국력은 더욱 올라갈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영국이 인도차이나 반도를 아예 삼켜버린 게 아니라 다행이라 여겨야 하나... 그래도 일단 경계는 해야겠지. 극동 함대에 전투함들을 추가로 편성토록 하게. 우리가 지배할 수 없다면 적어도 감시라도 해야겠지."


"알겠습니다 폐하. 그나저나 대한제국은 어떻게 할까요? 항의 전문을 보냅니까?"


"그만두게. 짐을 광대로 만들 셈인가? 그 자존심 강한 영국과 승부를 본 놈들이야. 우리의 경고 따위 듣지도 않을 것이 뻔하지."


"알겠습니다."


좋든 싫든. 현 시대 최고의 식민제국은 대영제국이었고. 최소한 19세기가 지나기 전까지는 그 자리에 올라가 있을 것이라고 서유럽의 국가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바짝 쫓는 것은 바로 프랑스 제2제국. 루이 나폴레옹이 나폴레옹 3세라는 이름을 칭하고 세운 프랑스 역사상 두 번째의 제국이었다.


나폴레옹 3세의 영도 아래. 프랑스 인들은 영국보다 위대해지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당장 나폴레옹 3세가 공화국을 무너트리고 전제군주제를 재도입했음에도 그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그가 적극적으로 해외영토를 개척. 그러니까 식민지를 더 많이 경영하여 영국에 뒤지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열심히 자신을 어필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약속을 지킬 수 없다면. 이미 그보다 더 사소한 문제로도 왕의 목을 잘라본 적이 있는 프랑스인들이 과연 나폴레옹 3세에게 변치 않는 충성을 바칠까?


*





양이들을 몰아낸 홍콩은 다시 한 번 혼돈에 휩싸였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죽여서? 아니었다. 식량이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있던 식량을 저장하고 있던 창고도 폭동 도중 불에 불타면서 아슬아슬하게 견뎌오던 홍콩의 식량 사정은 단번에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버리고 만 것이다.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홍콩은 기본적으로 농사에 적합한 곳이 아니었고. 그나마 있는 평탄한 곳도 전부 건물이 들어선 무역도시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식량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홍콩이 습격받았다는 정보가 퍼지자마자 홍콩에 식량을 공급하던 상선들은 다른 곳으로 떠나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본토라고 할 수 있는 청에서 수입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던 것이. 지금 홍콩을 위시한 중국 남부에서는 자기 먹을 것도 모자란 태평천국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었고. 그나마 청의 행정력이 닿는 곳은 홍콩의 폭도들과의 교류를 한사코 거부하고 있었다.


"아니! 홍콩에 사는 사람들은 사람도 아니란 말이오?! 다 같은 동포인데 싸게 팔아주지는 못할 망정 썩 나가라니?! 그게 어디서 할 소리란 말이오!"


"시끄럽다 이 살인마 자식아! 네놈이 사람들을 죽이고 금품을 약탈하며 건물에 불을 지른 것을 우리가 모를 줄 알았더냐?! 네놈 때문에 괜시리 양이가 우리 마을에 와 행패를 부릴까 걱정되니 썩 꺼지거라!"


아무리 청의 신민들이 양이. 즉 서양인들을 멸시하고. 두려워하며. 멀리하고자 하는 기질이 강한 것은 어쩔 수 없었으나. 그들로서도 홍콩의 동포들이 저지른 극악무도한 짓거리를 옹호하지는 않았다.


차라리 한 명이 대낮에 청을 위한 것이라면서 영국 협상단 중 한명의 가슴을 찌르고 자신도 자결했다면 모를까.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서양인이란 서양인은 모조리 참혹하게 주살한 자들을 어떻게 같은 윤리관을 지닌 중화인으로 볼 수 있겠는가.


결국 같은 중국인에게도 버림받은 홍콩은 완전히 고립되었고. 대한제국의 원정대가 오는 날짜인 1857년 9월 13일에 다다르기도 전에. 전부 굶어죽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나마 산을 탈 줄 아는 자들은 얼마 남지 않은 산에 올라 몇 줌 되지 않는 산나물을 캐 연명하려 했으나. 이미 약탈에 맛이 들려버린 홍콩인들은 그런 심마니들을 덮쳐 산나물을 빼앗아가기 일쑤였다.


"아이고! 안 된다 이놈들아! 그건 우리 딸 저녁거리란 말이다! 그걸 훔쳐가거들랑 차라리 나를 삶아먹어라!"


"흥! 애새끼들보다는 우리들이 먼저 살아야 하지 않겠소? 아무튼 이건 잘 먹으리다."


"이런 금수같은 작자들이! 네놈들이 양이나 조선 놈들하고 뭐가 달라!"


힘겹게 얻은 저녁거리를 빼앗긴 심마니들은 땅을 치며 오열하였으나. 이미 빼앗긴 산나물은 다른 사람들의 입가심이 된지 오래였다.


그리고 여름을 지나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 즈음. 산나물은 물론이고 산에 있는 나무들의 몰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나무들의 껍질들은 물론이고. 앙상한 뿌리까지 전부 파헤쳐가 더 이상 나무가 나무가 아니게 된 것이다. 이미 민둥산이 되어버린 산에는. 이렇게 흉측한 몰골이 된 나무였던 것들이 그저 간신히 흙을 붙잡고 있을 뿐이었다.


오로지 굶주림을 달래기 위해 뭔지도 모르는 나물이나 버섯을 먹다가 고통에 몸부림치다 죽는 경우는 부지기수였고. 그나마도 없어 바닷물로 배를 채우다 탈수로 생을 마감하는 자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그럼에도 홍콩에 있는 중국인들의 수는 여전히 엄청나게 많았으나. 이제 곧 들이닥칠 대한제국의 군세를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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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857년 기준. 대한제국 영토 지도. +1 20.07.16 3,156 0 -
60 한(韓) 에포크(완) +3 20.10.05 1,114 20 12쪽
59 사후정리 +4 20.09.30 1,020 20 12쪽
58 마지막 결단 +2 20.09.29 950 19 12쪽
57 옴스크를 공략하라 +4 20.09.28 923 20 12쪽
56 타타르의 멍에 +7 20.09.23 1,119 21 12쪽
55 발트 해의 결전 +2 20.09.22 1,059 21 12쪽
54 폭풍전야 +3 20.09.21 1,084 18 12쪽
53 흑귀부대 +3 20.09.09 1,279 20 12쪽
52 漢의 이름으로. +3 20.09.08 1,230 21 12쪽
51 진정한 전쟁의 시작 +2 20.09.07 1,210 16 12쪽
50 원래 전쟁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7 20.09.02 1,238 22 12쪽
49 천명대전. +2 20.09.01 1,248 19 12쪽
48 시산혈해 +3 20.08.31 1,241 21 12쪽
47 우리는 전쟁을 할 것이다. +4 20.08.26 1,340 21 12쪽
46 동해보복 +2 20.08.25 1,361 27 12쪽
45 음지의 전쟁 +3 20.08.24 1,275 17 12쪽
44 어서 와 게릴라전은 처음이지? +3 20.08.12 1,412 23 12쪽
43 남방에서의 개전. +2 20.08.11 1,415 20 12쪽
42 도움! +2 20.08.10 1,380 24 12쪽
41 착한 제국주의 +3 20.08.05 1,520 25 12쪽
40 개화된 아시아. +3 20.08.04 1,563 25 12쪽
39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1 20.08.03 1,513 24 12쪽
38 천하무산자합일! +3 20.07.22 1,674 18 12쪽
37 인민의 제국 +6 20.07.21 1,708 24 12쪽
36 문명국의 군대. +3 20.07.20 1,652 22 12쪽
35 황제 폐하를 위하여! +5 20.07.15 1,716 23 12쪽
» 1달간의 여정. +1 20.07.14 1,663 22 12쪽
33 구원의 대가. +2 20.07.13 1,642 20 12쪽
32 차이점 +3 20.07.08 1,704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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