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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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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533
추천수 :
1,370
글자수 :
311,201

작성
20.09.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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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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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2쪽

漢의 이름으로.

DUMMY

"으하하하하! 으하하하! 그렇구나! 결국! 결국 그 자는 그 길을 택하였구나! 참으로 우스운 일 아닌가? 청조의 충신이 중화라는 이름으로 제국을 세우다니 말이다! 하하하하하!"


"폐하! 웃고 계실 때가 아닙니다! 증국번은 능력 있는 장군이니. 그가 나라를 세운다는 명목으로 세력을 모은다면 필시 대한의 앞날을 가로막을 것입니다.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글쎄? 꼭 그래야 하나?"


"...? 그게 무슨 말씀이온지..?"


"생각해보게. 우리는 저 중국의 모든 땅을 전부 손에 넣을 수는 없네. 지금은 저 러시아와도 전쟁을 하는 와중이니 말이야. 게다가 지금은 중앙정부조차 붕괴된 중국에서 민병들이 들고 일어나 군벌을 만들 것은 당연지사.. 짐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나?"


"아! 군벌들의 구심점을 만드려는 것이군요!"


신하들은 머리를 탁!하고 내려칠 수밖에 없었다. 막연히 전쟁에서 승리해야만 승리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은 그들의 주군이 얼마나 큰 지혜를 가지고 있는지를 아직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중화제국이라니! 좋지 아니한가! 증국번에게 일러 적대 행위를 멈추고. 짐이 그린 지도대로 나라를 세운다면 대한제국은 앞으로 100년간 중화제국의 독립을 보장하고 침략하지 않겠다는 맹약을 맺겠노라고 전하거라!"


"예 폐하!"


'그것은 좀 과한 것 아니냐?' 라고 불만을 토하는 신하들은 없었다. 황제는 거의 악랄하다 할 정도로. 중화제국의 영토를 황폐한 티베트 고원으로 잡아놓은 것이다. 실질적으로 농사를 짓고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는 온대 지역인 중부. 동부. 남부 지역은 전부 태평천국과 대한제국의 영토로 되어 있는 너무나 아름다운 지도에. 신하들은 감히 이론을 들지 못한 것이다.


물론 증국번도 바보가 아니니 이런 분할안을 순순히 받아들일리는 없겠지만. 원래 세상살이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이고. 그렇기에 세상이 돌아가는 것은 늘 재미있기 마련이다.


*


"어떻습니까? 참으로 멋진 지도지요?"


"자네 총 맞고 싶나?"


지도를 받아든 증국번이 매서운 말투로 전령을 쏘아붙였다. 이런 끔찍한 지도의 어디가 그리 멋지다는 것인가.


"어이쿠. 설마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저는 그저 대한의 일원으로서 솔직한 감상을 말씀드린 것 뿐입니다. 폐하."


"흥. 아름다운 지도라? 그래. 너희들 태평천국과 대한제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렇겠지! 하지만 이 지도는..! 우리 중화제국을 척박하고 추운 티베트의 고원으로 내쫓겠다는 심산이 아니냐! 이걸 분할안이라고 들고 와?!"


증국번은 지도를 박박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으면서 역정을 내었다. 저 고원에 광물 자원이야 풍부하겠지만 그것도 어느정도 먹고 살 수 있을 때의 이야기이지. 저 뜨겁고 차가운 사막에서 대관절 어떻게 먹고 살란 말인가?


농사도 불가능하고 목축도 할 수 없는 삭막한 땅에서 제국은 태어날지언정 유지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대한제국과 아직도 맞서실 생각이십니까? 당신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이미 중원은 패했습니다. 우리의 군은 모든 전선에 걸쳐 청의 잔당들을 몰아붙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북경에 도착하겠지요."


"웃기는 소리! 중원은 아직 패하지 않았다! 억조인민들이 힘을 합쳐 거병한다면. 대한의 군대를 필해할 것이며. 이 중원은 다시 한 번 한족들의 터전이 될 것이다!"


"무슨 힘으로요?"


전령은 비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300만이라. 300만의 군대가 뭐 대수인가? 이미 대한은 1000만에 달하는 군세를 죽였고. 앞으로 더 많은 수를 죽일 것이다.


"그건 천연두가 죽인 것이지 네놈들이 죽인 것이 아니다! 병마의 힘을 빌려 이긴 너희를 중원의 인민들이 인정할 것 같은가?"


"인정하지 않은 죽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땅에는 오직 새로운 제국과 그를 따르는 질서를 경애해 마지않는 충성스런 신민들만이 남겠지요. 우리가. 직접. 그렇게. 만들 것입니다. '폐하'"


천연두가 없다면 홍역이 있고. 홍역이 없다면 수두가 있다. 중원의 인구는 질병을 더 많이. 더 빠르게 퍼트리는 매개체일 뿐이다. 현대의 전장에서 중요한 것은 화력이지. 병력이 아닌 것이다.


증국번은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은 진작에 승리했을 것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그는 이 지도를 찢을 수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세울 제국은 저들의 손에 의해 짓밟힐 것이다.


사교도들의 무리와. 침략자들의 무리에 의해. 아녀자들은 겁탈당하고. 청년들은 징집당할 것이며. 아이들은 한족의 풍습과 언어를 잊고 적들과 동화되어 같은 동포들에게 기꺼이 총을 겨눌 것이다.


그것을 알았기에. 증국번은 전령이 돌아가고 나서도 한 없이 지도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더없이 승자들의 기준에만 맞춘. 승자들의 지도를.


*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제발... 제발 빵을 팔아주세요. 아이가 굶고 있단 말이에요."


"어허. 누가 보면 빵을 안 파는 줄 알겠소이다? 여기 팔고 있잖소! 40루블만 내라니까?"


"그 40루블이 없단 말이에요!"


"참 나! 그럼 저리 가시오! 나는 상인이지 자선 사업가가 아니란 말이야! 나 원 어이가 없어서!"


영국의 해상 봉쇄로 인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조금씩 말라죽어가고 있었다. 빵 한 개의 40루블이라니. 1루블이 은 28g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빵 하나에 은 1kg을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하다못해 제빵사조차도 밀가루가 없어 빵을 만들지 못하고 있음을 생각해볼때. 이러한 횡포는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비록 알렉산드르 2세가 러시아의 모든 물자를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집중시키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대부분의 지방은 적당히 책잡히지 않을만큼의 물자를 공출해서 보낼뿐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양이었기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시민들이 굶주릴 일은 없겠지만. 지금 러시아의 상황또한 녹록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본래 지역에서 순환되어야 할 잉여 물자들이 공출되면서 지방의 경제는 마치 시베리아처럼 얼어붙기 시작했고. 중간에 수송되는 물자들이 러시아 특유의 거지같은 교통사정때문에 파손되거나 지연되면서 본격적인 문제가 시작되었다.


"이 물자는 전장으로 가야한단 말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아니라!"


"하지만 여기 보고서에는 분명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는 화물이라고 적혀 있단 말입니다!"


"멍청한 자식! 그건 여기 앞칸쪽의 얘기고! 여기서부터 저 끝까지 있는 화물은 우리 극동군의 소유물이란 말이다!"


"말씀은 알겠지만 그건 제 관할이 아닙니다!"


"미치겠군!"


갑작스럽게 내려온 물자 집합 명령으로 인해. 한계 이상의 운용을 해온 운송 수단들은 하나 둘씩 작동을 멈추었고. 결국 한정된 운송 수단에 여러가지 물품을 섞어서 보낼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어느 것이 어느 쪽으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혼선이 발생한 것이다.


그나마 탄약과 무기같은 것은 애초에 군대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대부분 알맞게 운송이 되었지만. 방한복과 식량같은. 어떻게 보면 탄약과 무기보다 더 귀중한 것들은 대부분 민간으로 보내지게 되어. 정작 동장군의 덕을 보았던 러시아군은 북설성의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동사자가 속출하게 되는 비극을 맞이하게 되었다.


*


대한제국 제2령. 북설성의 최북단.


그곳에서는 수차례의 전투를 벌이고도 참호를 건너지 못한 러시아군과. 수차례의 악전고투끝에 러시아군의 공세를 돈좌시킨 대한제국군이 삭막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었다.


한쪽은 최강의 창이 되어야 하고. 한쪽은 최강의 방패가 되어야 하는 상황. 그리고 러시아군이 안타깝게도 최강의 창이 아니라고 결론난 시점에서. 드디어 여름의 끝이 북설성에 찾아왔다.


후우우웅~!


바람이 불자. 아직 굳지 않은 흙알갱이들이 딱딱하게 휘날린다. 그리고 더 나아가. 만주의 바람은 제대로 된 방한 장비 없이 투입된 일선 러시아군의 얇은 코트 속으로 들어가. 아직은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는 그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딱딱딱딱딱딱!


딱다구리가 내는 소리가 아니였다. 믿기 힘들겠지만 인간이 이빨을 부딫히며 내는 소리였다.


러시아가 아무리 춥다고 한들. 조드(눈 폭풍을 이르는 몽골어)라는 고유명사가 유명해질 정도의 강추위를 자랑하는 이 만주에서 시베리아는 오히려 열대 기후에 가까울 정도였다.


차라리 상대방도 추위에 시달리면 괴로움을 덜 수는 있겠다만. 러시아 제국군의 입장으로서는 복장이 터지게도 대한제국군은 아예 묵직한 털로 된 방한복과 단열재로 꽉꽉 채워넣은 참호. 그리고 일정 거리마다 박아넣은 화로로 추위를 거뜬히 버티어내고 있었다.


"대대대대대대장님....너너너무무....추...춥습니다.."


"버버버....버텨야 한다..."


추위 때문에 말을 더듬는 러시아군과. 그들을 비웃는 듯이 맛있게 따뜻한 커피를 들이키는 한국군. 원래는 반대가 되었어야 한다고. 러시아군은 진심으로 생각하였다.


"조조조금만만...있으면... 본본국국에서...지원이.."


후우우웅!


"흐으으으!"


시도때도 없이 불어대는 칼바람은 시베리아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이었다. 당장 더 아랫쪽의 한반도만 해도 겨울에는 남극보다 더 낮은 온도를 기록하는 다이나믹한 곳이었으니. 그보다 더 평균 기온이 낮은 만주는 오죽하겠는가.


그러나 후퇴는 없다. 무조건 전진뿐. 부동항을 얻을 때까지 러시아군의 진군은 계속되고. 또 그래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춥고 덥고를 떠나 이들 전부가 시베리아에서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할 터이니 말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니면 이 빌어먹을 추위때문인지. 벌써 교착상태가 되어버린 전선은 얼어버린 채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 돌격하면 이길 수 있을지도.."


"왜입니까?"


"이 정도 추위라면 저 녀석들의 총도 다 얼어버리지 않았을까?"


"..."


러시아군이 이런 생각을 할 정도의 추위는 애석하게도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시작되는 이때. 농부들은 결실을 수확하는 계절이지만. 지금의 군인들에게는 피를 흘려야만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겨울이 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남쪽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우린 모두 얼어죽는다... 돌격 명령이 곧 내려올테니 어떻게든 악착같이 버텨! 죽으려면 총에 맞아 죽어라. 얼어 죽는다는 꼴사나운 죽음은 용납하지 않겠다!"


"""모국 러시아를 위해! 전능하신 차르를 위하여!"""


"저들은 조급해하고 있다! 침착하게 기다려라! 우리는 최강의 방패가 되어 조국을 수호할 영광을 얻을 것이다! 곧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리라! 그때가 되면 저들은 폭풍에 쓸려나갈 것이고 우리는 전쟁에서 승리하리니! 서방에서 연일 승전보가 울려 폐하의 성심을 기쁘게 하고 있다. 이제 우리 북방군의 차례다!"


"""조국에 영광 있으라! 황제 폐하여 만수무강 하소서!"""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인간애는 적의로 바뀌고. 자비는 학살로 바뀌며. 의지는 굳건한 요새로 변모한다. 이제 곧 몰아칠 눈과 철의 폭풍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깃발을 수호할 군대는 과연 어느쪽인가?

1517017386004A_[522]_WL_동북아.png

검은색:대한제국 현 영토

회색:대한제국의 점령 목표지

노랑색:태평천국의 잠정적 영토

빨간색:중화제국의 잠정적 영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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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857년 기준. 대한제국 영토 지도. +1 20.07.16 3,156 0 -
60 한(韓) 에포크(완) +3 20.10.05 1,114 20 12쪽
59 사후정리 +4 20.09.30 1,020 20 12쪽
58 마지막 결단 +2 20.09.29 950 19 12쪽
57 옴스크를 공략하라 +4 20.09.28 923 20 12쪽
56 타타르의 멍에 +7 20.09.23 1,119 21 12쪽
55 발트 해의 결전 +2 20.09.22 1,059 21 12쪽
54 폭풍전야 +3 20.09.21 1,084 18 12쪽
53 흑귀부대 +3 20.09.09 1,279 20 12쪽
» 漢의 이름으로. +3 20.09.08 1,230 21 12쪽
51 진정한 전쟁의 시작 +2 20.09.07 1,210 16 12쪽
50 원래 전쟁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7 20.09.02 1,238 22 12쪽
49 천명대전. +2 20.09.01 1,248 19 12쪽
48 시산혈해 +3 20.08.31 1,241 21 12쪽
47 우리는 전쟁을 할 것이다. +4 20.08.26 1,340 21 12쪽
46 동해보복 +2 20.08.25 1,361 27 12쪽
45 음지의 전쟁 +3 20.08.24 1,274 17 12쪽
44 어서 와 게릴라전은 처음이지? +3 20.08.12 1,412 23 12쪽
43 남방에서의 개전. +2 20.08.11 1,415 20 12쪽
42 도움! +2 20.08.10 1,380 24 12쪽
41 착한 제국주의 +3 20.08.05 1,520 25 12쪽
40 개화된 아시아. +3 20.08.04 1,563 25 12쪽
39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1 20.08.03 1,513 24 12쪽
38 천하무산자합일! +3 20.07.22 1,674 18 12쪽
37 인민의 제국 +6 20.07.21 1,708 24 12쪽
36 문명국의 군대. +3 20.07.20 1,652 22 12쪽
35 황제 폐하를 위하여! +5 20.07.15 1,716 23 12쪽
34 1달간의 여정. +1 20.07.14 1,662 22 12쪽
33 구원의 대가. +2 20.07.13 1,642 20 12쪽
32 차이점 +3 20.07.08 1,703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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