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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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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546
추천수 :
1,370
글자수 :
311,201

작성
20.07.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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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2쪽

황제 폐하를 위하여!

DUMMY

전근대 시대에서 사람들이 굶주림에 시달렸던 것은. 단순히 식량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현대의 기근이 교통망의 발달 미약. 부의 재분배 실패 등으로 다원화 된 것과 다르게. 이 시대의 농업은 기본적으로 자급자족의 성격을 띄고 있었고. 일단 기근이 일어났다 하면 그 나라는 한동안 그로기 상태가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현대와 마찬가지로 근대 시대의 국가들은 식량 확보를 위해 다른 국가들하고 협약을 맺거나. 아니면 그냥 편하게 식민지를 쥐어짜거나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을 다르게 표현하자면. 농사도 못 짓는데 다른 지역과의 교류도 막힌 지역에 한 번 기근이 닥치면 생지옥이 벌어진다는 것이었다.


홍콩의 기근이 심화되면서 개인이나 가족 단위로 살아남은 자들은 대부분 죽거나. '식량'으로 전환되었고. 아비규환의 홍콩 속에서 살아남은 것은 살아남기 위해 양심과 인간성을 벌인 몰염치한 소규모의 군벌들 뿐이었다.


그들은 완전히 쇠락한 홍콩을 이 잡듯이 뒤지며 아슬아슬하게 남아있는 식량을 약탈하고. 군 창고를 강탈하여 조잡하게나마 무장을 갖추었으며. 다른 군벌들과 먹을 것을 빼앗기 위해 자그마한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영국이 알게 된다면 위태로이 서 있는 중국 정부를 완전히 무너트리고 싶어질만한 자그마한 지옥이. 홍콩에서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




1857년 9월 13일.


드디어. 대한제국 진위대의 10개 대대들은 홍콩의 해안가에 상륙했다. 아무런 저항도 없었기에. 그들은 당당히(?) 무너져가는 항구에 수송선을 대고 오와 열을 맞추어 하선하였다.


"아니.. 이걸 상륙이라 해야 하나.."


제4대대의 부령이 자조적으로 내뱉은 혼잣말은 이 상륙작전(였던 것)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듯 했다.


물론. 이미 조직적인 저항은 없었고. 희미한 곡소리와 총소리만이 들려오는 홍콩에 상륙한 1만명의 병사들은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의미의 두려움에 떨어야 했지만 말이다.


"부.. 부령님. 어디에 적이 있는 겁니까? 아니.애초에 적이 있기는 한 겁니까?"


한 하사관이 불안한 눈빛으로 부령에게 질문을 하였지만. 부령도 그의 질문에 대답해 줄 수는 없었다. 그는 지휘관이었지 무당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나도.. 잘 모르겠군. 사주 경계를 철저히 하도록. 어디서 적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알겠습니다. 척후병 소대 앞으로!"


살아있는 자들이 있는건가 싶을 정도로 난장판이 된 거리와 고요한 새벽녘의 모습에. 각 대대의 병사들은 넘어가는 침 소리에 지레 겁을 먹을 정도였다. 아직까지 그들은 단 한 번도 실전을 치르지 않은 새내기였으니 말이다.


그런 두려움을 달래기 위해. 권총과 세이버를 두 손에 든 척후병들이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폐허 속으로 성큼 성큼 다가가는 그들의 다리도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지만. 그들을 뒤에서 응원하고 있는 전우들의 믿음을 배신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젠장. 소름끼치는구만. 이 망할 짜장면 놈들은 어디에 다 숨어있는거야?"


"..미친. 이거 어린아이 아냐? 굶어죽은 것 같은데.."


"굶어죽었다고?"


척후병들은 대개 3인 1조로 움직였다. 1명은 전방 수색. 1명은 전방위 탐지. 나머지 한 명은 2명의 보조와 동시에 전령의 역할이었다.


1개 대대는 보통 1000명 내외로 구성되어 있었고. 대부분의 척후병들은 소대에 소속되어 있는 분대 규모로 활동하였지만. 지금같이 시계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아예 소대에 소속되어 있는 척후분대들을 따로 편성하여 소대급 규모로 척후들을 운영하고는 했다.


"정지!"


"왜 그래?"


"저기. 200보 즈음 앞에. 중국인 무리들이다."


"흐으. 수는 약 400명 정도. 전부 무장했고... 뭐랄까..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일단 보고하자고. 뒤로 빼."


그리고 그 중 한 척후병 분대가 어슬렁 어슬렁 거리면서 먹을 것을 찾고 있는 중국인들의 무리를 발견하면서. 대한제국군과 홍콩 반란군의 공식적인 첫 접촉이 시작되었다.


*




터벅. 터벅.


400명의 크고 작은 남자들이 가을 바람을 맞으며 힘없이 걷고 있었다. 다들 하나같이 조총이나 몽둥이. 장검으로 무장했지만. 굶주린 그들의 어깨와 허리는 그 자그마한 무장마저 지탱하지 못하고 자꾸만 무기를 묶은 끈을 아래로. 아래로 내려뜨리고 있었다.


"거 두목. 여기 정말 먹을 게 있는 겁니까? 벌써 이틀 동안이나 아무것도 못 먹었단 말입니다. 애들 중에는 일주일이나 굶은 애들도 있어요."


가장 앞에서 걷고 있는 왜소한 남자가 불만이 가득한 말투로 옆의 두목이란 남자에게 물었다.


딱!


"으얏! 왜 때려요?!"


"시끄러워 임마! 당연히 먹을 게 있어야지! 그리고 우리가 여기를 어슬렁거리면 다른 놈들도 여기로 모여들 거 아니야? 정 먹을 게 없으면 걔네들을 털어먹으면 그만이야."


"아! 그런 깊은 뜻이! 평생 모시겠습니다 형님!"


"그 소리 벌써 300번은 들은 것 같아 임마. 주위나 잘 살펴. 혹시 불타지 않은 쌀 포대가 있을 지 누가 알아?"


두목이라 불린 험상궃은 남자가 질린다는 듯 고개를 돌리자. 방금 전까지 아부 모드로 들어갔었던 따까리도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그들에게는 의리보다 입 안에 털어넣을 것이 더 중요했다.


"어? 두목. 저기 왠 놈들이 오는데요?"


"뭐? 어디?"


"저기요. 항구 쪽에서."


"뭐어?"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그들 중 시력이 좋은 자 한 명이 매의 눈으로 접근해오는 대한제국군을 발견하였다. 두목은 거의 본능적으로 그들이 군복을 입고. 총을 차고. 군기를 들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그는 대한제국군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딱히 조선 놈들이라고 얕잡아 본게 아니라. 대한제국군을 조정에서 보낸 토벌군이나 아니면 홍콩에서 서양인들 따까리 짓이나 하다 폭동이 일어나자 살겠답시고 군복을 훔쳐 입고 널브러진 총을 들고 그럴듯한 깃발 하나 주운 소규모 군벌 즈음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대한제국군이 듣는다면 격노해 총살할 정도의 생각이었지만. 이미 제대로 맛탱이가 가버린 홍콩에선 흔한 일이었다. 군복을 입고 있다면 최소한 칼이나 총을 들이대기 전에 생각을 한 번이라도 더 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다만 두목에게 있어 불행이었던 것은. 어째서 저들이 처음 보는 깃발을 들고 있는지. 어째서 저들에게서 이국적인 분위기가 풍기는지를 알 수 없었던 것이었다.


*


"전원! 정지!"


"""정지!"""


척!


400명의 반란군과. 100명의 대한제국군 제1대대 2중대가 마주친 순간이었다. 한쪽은 긴장하고 있었고. 한쪽은 기고만장해 있었다.


대한제국의 입장으로서는 난감하게도. 긴장하고 있는 쪽은 2중대 쪽이요. 기고만장해 있는 쪽은 반란군 쪽이었다. 아무리 무장과 훈련이 우월해도 숫적 열세는 쉬이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정위님. 후퇴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저희가 숫적에서 열세입니다."


"후퇴 명령이 내려오지 않았다. 제국 군인이 명령도 받지 않고 후퇴할 셈이냐? 통역사를 불러라. 항복을 권유한다."


"알겠습니다."


2중대의 지휘관인 박형식 정위는 딱히 유능한 자라고 말하기는 힘들었지만. 교범에 따라 군을 운용하는 것에는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는 자였다. 따라서 그는 사전에 명령받은 대로 통역관과 함께 군기 호위 하사관을 보내 반란군에게 항복을 권유하려 하였다.


군기를 수직으로 세우고 질서 정연하게 두 명이 걸어가니. 반란군 쪽에서 몇몇이 총을 겨누었지만. 거리만 100보가 넘는 두 진영에서 총격전이 벌어진다면 승리하는 쪽은 당연히 대한제국일 것이다.


다행히도 반란군의 두령은 최소한의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는 자인지. 부하들을 진정시키고 2중대 측에서 보낸 사절을 맞았고. 그 때부터 상황은 악화일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


"우리는 대한제국에서 온 원정군이다. 귀관의 계급과 소속은 어디인가?"


"我们是大韩帝国的一支远征军。您的职务和从属关系在哪里?"


"大韩帝国?远征?你在说什么?我们是刚刚聚集在一起生活的人。他们不是士兵。"


"자신들은 그저 먹고 살기 위해 모인 자들이고. 군 소속이 아니랍니다."


"그럼 의병들인가 보군. 현 시간부로 홍콩의 통제권은 영국으로부터 권한을 인계받은 대한제국군에게 귀속되었다고 알려주고. 무장 해제를 명하게."


"大韩帝国暂时从英国手中接管了香港的主权。跟着我。您必须解除武装并返回家中."


"英国?!你们也是羊的奴才!你们还是中国人!我不知道这是什么标志。您无权获得旗帜!"


"무..무슨!"


상황은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통역관이 잘못했는지. 아니면 그저 자신의 분을 이기지 못한 것인지. 반란군의 수괴는 갑작스레 하사관이 들고 있는 군기를 빼앗아 무릎으로 쳐 반으로 박살내버리고는 경악하는 하사관의 심장을 칼로 찔러 죽이고는 기겁해 도망치는 통역관을 '배신자!'라고 외친 후 권총으로 쏘아죽였다.


군기를 빼앗아 부러트린 것만으로도 엄청난 죄인데. 싸우러 온 것도 아닌 자들을 무참히 죽인 광경을 눈 앞에서 본 대한제국군은 엄청난 분노에 휩싸였고. 100명의 병사들은 일제히 총을 조준하여 무질서하게 서 있는 반란군들을 겨누었다.


"정위니이임!!!"


"발사하라!"


타타타탕!


"크어억!"


"으아악!"


정위의 허가가 떨어지자. 대한제국은 비열하게 웃음을 짓고 있는 반란군의 두령을 비롯해. 1열에 서 있던 반란군들에게 뜨거운 미니에 라이플의 납탄을 퍼부었고. 이 거리에서 조총을 맞출리가 없다며 비웃고 있던 반란군들은 자신들의 예상이 빗나가자 혼비백산하며 일부는 도망치고. 일부는 총을 들어 응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반란군이 쏜 총은 저열한 화약의 질과. 그나마도 양이 부족해 총알이 총신에서 빠져나가지도 못한 것이 대부분이었고. 운 좋게 날아간 것도 강선이 없어 형편없이 빗나가거나 맞추더라도 아무런 피해가 없는 경우가 끝이었다.


단 한 번의 총격에 두 진영의 희비가 엇갈리자. 분노에 찬 대한제국의 보병대는 박형식 정위의 발도 명령 아래 총을 집어놓고 시퍼렇게 날이 선 세이버를 빼어들었다.


"감히 황제 폐하의 깃발을 모욕한 중원의 돼지들에게 제국의 분노를 보여주자! 전원 돌격하라!"


"황제 폐하와 제국을 위하여!"


"돌겨어어억!"


-우아아아아아아!!!-


100명의 병사들이 100cm가 넘는 세이버를 빼어들고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돌격하자. 먹지도 못해 힘도 없고 억지로 맞설만한 동기도 없는 폭도들은 제각기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살렺"


푸욱!


"크어헉!"


서걱! 촤아악!


"내 파알! 내 팔이이..!"


"죽어라 이 오랑캐들아!"


어느새 수십명으로 줄어든 반란군. 아니. 폭도들은 마치 야차같은 기세로 달려드는 대한제국군을 막거나. 아니면 그저 살아남으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려 했으나. 며칠 동안 굶은 그들의 다리는 그들의 기대를 무참히 배신하고야 말았다.


"어딜 도망가느냐! 이 오랑캐 놈아!"


"아.. 안 돼..!"


"돼!"


푸욱!


"크아아악!"


털썩!


그렇게. 대한제국군 제1대대 2중대는 총원 103명 중 2명 사망. 부상자 0명이라는 미친듯한 교환비를 기록하며. 홍콩에서의 기념비적인 첫 승리를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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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857년 기준. 대한제국 영토 지도. +1 20.07.16 3,156 0 -
60 한(韓) 에포크(완) +3 20.10.05 1,115 20 12쪽
59 사후정리 +4 20.09.30 1,021 20 12쪽
58 마지막 결단 +2 20.09.29 951 19 12쪽
57 옴스크를 공략하라 +4 20.09.28 924 20 12쪽
56 타타르의 멍에 +7 20.09.23 1,119 21 12쪽
55 발트 해의 결전 +2 20.09.22 1,060 21 12쪽
54 폭풍전야 +3 20.09.21 1,084 18 12쪽
53 흑귀부대 +3 20.09.09 1,279 20 12쪽
52 漢의 이름으로. +3 20.09.08 1,230 21 12쪽
51 진정한 전쟁의 시작 +2 20.09.07 1,210 16 12쪽
50 원래 전쟁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7 20.09.02 1,239 22 12쪽
49 천명대전. +2 20.09.01 1,248 19 12쪽
48 시산혈해 +3 20.08.31 1,241 21 12쪽
47 우리는 전쟁을 할 것이다. +4 20.08.26 1,340 21 12쪽
46 동해보복 +2 20.08.25 1,361 27 12쪽
45 음지의 전쟁 +3 20.08.24 1,275 17 12쪽
44 어서 와 게릴라전은 처음이지? +3 20.08.12 1,413 23 12쪽
43 남방에서의 개전. +2 20.08.11 1,415 20 12쪽
42 도움! +2 20.08.10 1,380 24 12쪽
41 착한 제국주의 +3 20.08.05 1,520 25 12쪽
40 개화된 아시아. +3 20.08.04 1,564 25 12쪽
39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1 20.08.03 1,513 24 12쪽
38 천하무산자합일! +3 20.07.22 1,674 18 12쪽
37 인민의 제국 +6 20.07.21 1,708 24 12쪽
36 문명국의 군대. +3 20.07.20 1,652 22 12쪽
» 황제 폐하를 위하여! +5 20.07.15 1,717 23 12쪽
34 1달간의 여정. +1 20.07.14 1,663 22 12쪽
33 구원의 대가. +2 20.07.13 1,642 20 12쪽
32 차이점 +3 20.07.08 1,704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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