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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찬 님의 서재입니다.

사내 이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지찬
작품등록일 :
2022.01.02 22:13
최근연재일 :
2022.07.11 13:55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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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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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27,558

작성
22.04.11 13:03
조회
2,695
추천
61
글자
11쪽

15. 이어지는 인연과 이별

DUMMY

“당신도 의사고 나도 의사니 솔직하게 얘기할게요” 하고 제시카의 증상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명치 부근이 자주 묵직하고 간혹 따갑지 않소?”


제시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리고 손발이 차고 매월하는 달치례가 불규칙하고 색깔은 탁하고”


눈이 커지며 놀란 듯 고개의 끄덕임이 커지자


“제시카, 당신은 일반 여자들보다 음의 기운이 강하오, 그래서 성격은 당차고 끊고 맺음이 정확하지만, 까다롭고 신경이 예민해요, 거기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울이 생겨 혈이 약간 막혀 있어 소화가 안되고 화장실에 가서도 변비로 고생을 할거요”


이젠 그냥 놀란 정도가 아닌 정말 깜짝 놀란 제시카가


“그런 현상을 어떻게 다 알 수 있어요?” 라며 묻자 이산이 싱긋 웃으며


“살아있는 모든 것 들에는 기라는 것이 있어요, 생명의 기운이죠, 이 기는 다니는 길이 있고 그 길 중에 기들이 서로 갈라지고 만나는, 쉽게 말하면 교차로나 인터체인지 같은 곳이 있어요, 그 곳을 혈이라 하는데 사람의 몸에 이상이 생기면 기의 흐름이 달라지고 혈에 나쁜 기운이 쌓여 기가 제대로 흐를 수가 없게 되요, 그런 현상을 알아내는 게 내가 좀 전에 한 진맥이예요. 사람의 얼굴은 인체 내부의 오장육부와 연관이 있어 장기에 이상이 있으면 얼굴과 안색에 나타나게 되어 있어요, 그걸 진맥할 때 같이 보아서 정확하게 판단하게 되는 거요”


영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말들과 상황이라 이산은 손짓과 함께 종이에 그림을 그려가며 힘들게 설명했고 제시카는 신기해 하며 어느정도 알아들었다. “


“그럼 당신이 나 고쳐줄 수 있어요?”


기대에 찬 제시카의 물음에


“물론이요, 당신 남자친구가 이래뵈도 꽤 유능한 한의사에요” 하며 어깨를 으쓱하자


“사실 나 약을 계속 달고 살아요, 좀 괜찮다가도 신경을 쓰면 재발하고 하거든요”


제시카의 하소연에


“그게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차이요, 서양의학은 겉으로 나타나는 지금의 증상에만 집중해 치료를 해서 당장의 효과는 빠르고 좋아 보이지만 그 병의 근원인 뿌리를 제거하지 못하고, 한의학은 치료행위와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이 길어 답답한 경우가 많지만 병의 근원을 없애주며 치료 시 복용하는 약으로 혹시 나타날 수 있는 다른 부분에 대한 부작용까지 고려해서 치료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은 것이오”


잘은 모르겠지만 논리적으로는 그럴듯한 것 같았다


“그럼 언제 고쳐줄 수 있어요?” 하며 묻자


“여기서는 약재와 침이 없어서 안되고 내가 휴가 갔다 오면서 당신의 약을 조제해오고 침도 가져올거요, 그리고 오늘은 술을 먹었기 때문에 초진만 한거고 휴가전에 정밀하게 견맥을 하고 갈거요” 하자


“기대할게요, 그리고 고쳐주면 한턱 낼게요” 제시카가 약속하자


“한턱만 가지고는 부족해요” 이산이 말에 의아해 하면서


“그럼 뭘 더 해야 해요?” 하자 이산이 입술을 쑥 내밀며 ”이거요” 하고 씨익 웃자 제시카가 어이없다는 듯 눈을 흘기며 “어휴! 얄미워” 하고 웃었다.


새내기 연인들의 알콩달콩한 즐거움속에 시간은 빠르게 갔고 두 병째 와인도 바닥을 드러냈다.


한 병씩 마신 와인에 약간 까무잡잡한 제시카의 얼굴은 노을이 내려와 찐한 와인색으로 윤기가 흐르고 있었으며 자메이카의 바다인 카리브해를 담은 듯한 커다랗고 파란 눈은 이산을 바라보며 반짝이고 있었다. 이산은 칸다하르의 노을빛에 빛나는 제시카를 보며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취해 있었다.


제시카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뭐하고도 바꿀 수 없는 와인빛 진주였다. 그런 와인빛 진주가 입을 열었다.


“산! 우리 좀 걸어요” 하고 싶었던 말을 제시카가 먼저 해주자 너무 좋은 이산이 웃으며 “좋지”하고 계산을 마치고 나온 두사람은 아름다운 칸다하르의 노을 속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제시카는 이산의 팔에 매달려 걷는 게 너무 좋았다. 이산의 팔을 잡으면 안심이 되었다. 어떤 어려움이 오고 그 어떤 위기가 닥쳐도 자신을 지켜주고 안아줄 것 같아 마음이 포근해졌다.


이산은 이처럼 아름다운 사람이 자신의 팔에 의지해 따뜻하고 설레이는 마음의 소리를 들려주며 같이 걷는 것이 기쁘고 즐거웠다. 칸다하르에 와서 짧은 기간동안 남들은 평생가도 한번도 겪지 못할 일들을 경험하며 삭막해질 수 있는 자신의 마음에 순수의 감정이란 샘을 만들어준 제시카에게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사랑스러웠다.


둘은 아무 얘기도 없이 너무나 아름다운 칸다하르의 석양을 보며 천천히 걸어갔다.


제시카는 지난 28년을 생각해 보고 있었다. 철이 든 이후로는 한시도 긴장을 놓고 지낸 적이 없었다. 고생하는 엄마와 자신의 앞날을 위해 공부에만 매달려 원하는 대학에 갔지만 아픈 엄마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정말 이를 악물고 살았다. 유혹도 많았다. 돈 많은 인간부터, 돈 많고 잘생긴 놈들까지, 심지어 스폰서 제안까지도 받았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고 악착같이 버텼다. 밥은 시도 때도 없었고, 신경은 항상 시퍼렇게 날이 서 있다 보니 속병이 생겨 약을 끊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나타났고, 점점 가슴을 채워오고 있었다.


이게 사랑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와는 완전 다르다는 것은 확신하고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이 사람 팔에 매달려 그냥 한없이 끝까지 걷고 싶었다. 이산은 자신의 팔에 매달려 깊은 생각에 빠진 채 걷고 있는 제시카를 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문득 이산이 보고있는 것 같은 느낌에 노을의 중간에 있던 눈길을 돌려 이산을 보니 자신을 보며 부드럽게 웃고 있는 게 보였다. 와인빛 노을을 받아 부드럽게 웃고 있는 이산의 얼굴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고 그래서 제시카는 자신도 모르게 이산의 목에 두 팔을 감고 뒤꿈치를 들어 노을속에서 그 영화의 또다른 장면을 재연할 수밖에 없었다.


이산의 두번째 충격은 처음보다 더욱 달콤하고 짜릿했으며 녹아들었다. 석양이 짙어가는 길거리에서 많지 않은 조연들의 환호와 야유를 받으며 롱테이크로 한장면을 길게 찍은 두사람은 아쉬움으로 포옹한 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제는 시간이 많이 지나 귀대할 시간이 된 두사람은 검문소 앞에서 트럭을 타고 기지 위병소를 지나 바로내려 다시 병원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11월 중순의 칸다하르의 해는 빨리 지고 기온은 영상을 간신히 넘겨 상당히 쌀쌀하였다. 팔짱을 끼고 있는 제시카가 추워하는 것을 느낀 이산이 상의 자켓을 벗어 제시카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자기 춥잖아요?”


“괜찮아요, 알잖아요 내가 얼마나 튼튼한지” 하며 알통을 보이자


“피이! 하여간 남자들은 힘자랑 엄청해요” 하고 제시카가 웃자


“나는 당신한테만 하지 다른 여자들 한테는 절대 안해요”


“할 기회가 없었잖아요, 내가 처음이니까”


이산의 달달한 멘트에도 제시카가 놀리자


“제시카 당신을 만나기 위해 내가 피하고 아껴둔거예요” 하며 뻥을 치자 제시카가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하여튼 말은 캔디예요 캔디” 하며 다시 걸어갔다.


걷다보니 이산이 운동을 하다 제시카를 처음 만났던 인적이 드문 벤치에 다달았다. 조금만 더 가면 각자의 숙소로 가야할 곳이 나오지만 헤어지기 싫은 두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보고있기만 했다.


“산! 나 업어줘요”


제시카의 갑작스런 얘기에 이산이 얼른 다리를 굽혀 등을 내밀어 제시카를 업은 후 천천히 주위를 크게 돌기 시작했다. 이산의 자켓을 덮고 등에 업힌 제시카는 이산의 체온이 주는 따뜻함과 마음의 안락함 그리고 와인의 기운이 섞여 이산이 몇 바퀴 돌지 않아 잠이 들었다.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제시카의 달짝지근한 숨결과 등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에 빙그레 웃으며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을 헤며 천천히 돌았다.


얼마나 잤을까? 부드러운 진동을 느끼며 깨야 하는데 이 따뜻함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제시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잠이 들었고 제시카의 뒤척임을 알아챈 이산은 발걸음을 더욱 조심하며 계속 별을 헤어갔다.


별 하나 별 둘로 시작된 별 헤아리기가 몇 백개를 지난지도 한참이 지나 이제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별빛까지도 찾아 헤맬 때쯤 이산은 등뒤가 축축해 지는 것을 느끼고 흠칫 놀라며 왜 그러냐고 물으려 하는데


“그냥 아무말 하지 말고 이대로 있어요 잠시만” 하는 제시카의 말에 다시 별을 보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두번째 잠이 들었던 제시카는 잠깐 자기가 얼굴도 모르는 아빠의 등에 업혀있는 꿈을 꾸었고 남자의 등은 물론 아빠의 등에도 한번 업혀본 기억이 없던 제시카는 이산의 등에서 아빠의 따뜻함과 듬직함을 잠시나마 느낀 고마움에 눈물을 흘렸다.

감정을 추스린 제시카는


“이젠 됐어요, 내려줘요” 하며 이산을 부르자 부드럽게 제시카를 내려놓으며 몸을 돌린 이산이 약간의 눈물자국이 남아있는 제시카를 아무말 없이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이산의 포옹에 또다시 울컥하는 가슴과 눈물을 간신히 참으며 잠시 그 마음을 느낀 제시카는


“이제 가요 내일 일찍부터 근무예요” 하자 고개를 끄덕인 이산이 제시카를 안으며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제시카의 숙소앞에 도착한 두사람은 아쉬운 포옹을 풀며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제시카 잘자요”


“산! 당신도 잘자요”하며 이산이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갑자기 제시카가 약간 삐진 뾰로통한 소리로


“저녁인사 안해주고 가요?” 하는게 아닌가? 방금 잘자라고 했는데 하며 의아해 쳐다보자 제시카가 샐쭉한 눈으로


“이리와 봐요” 해서 다가가니 너무도 달콤한 장면을 이번에는 완전 롱롱테이크로 찍는게 아닌가?


“이게 연인들의 작별 인사니 잊지 말아요 알았죠?” 하는거였다.


어찌 잊겠는가? 아니 잊으라 해도 못 잊을 인사였다. 제시카의 허리를 감싸안고 한손으로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다시한번의 작별인사를 한 이산이


“이제 잘자요” 하고 웃으며 인사를 하자 제시카도 웃으며


“낼 봐요” 하고 숙소로 들어갔다.


제시카의 뒷모습을 아쉬운 눈으로 보던 이산은 몸을 돌려 병실로 돌아오며 제시카와의 정식 첫 데이트의 여운을 즐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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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0 crius
    작성일
    22.05.13 21:49
    No. 1

    쭉 읽어 봤는데 사실과 다르고 개연성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긴 한데 그건 제쳐두더라도 재밌네요
    1.한의대는 6년에서 3년으로 줄일 수 없고.
    2. 할아버지가 군대를 가라고 했긴 했지만 굳이 군의관이 아닌 특전사 하사로 간 게 이해가 안 됨. 하사랑 대위는 월급 차가 엄청 많이 나고 군의관이 기간이 더 짧음. 전역 후 군대에서 번 돈으로 한의원을 차린다고 했었는데 그랬으면 더욱 더 군의관으로 갔어야 함. 그 점이 이해가 안 가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crius
    작성일
    22.05.13 21:53
    No. 2

    3. 제시카 대위가 의사인 거 같은데 미국은 의대가 대학원 과정이기 때문에 이미 대학원은 졸업했어야 하고 학부와 대학원으로 서로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복수전공이 불가능함.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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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22.03.16 3,251 7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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