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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찬 님의 서재입니다.

사내 이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지찬
작품등록일 :
2022.01.02 22:13
최근연재일 :
2022.07.11 13:55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216,581
추천수 :
4,975
글자수 :
427,558

작성
22.03.07 15:54
조회
3,116
추천
67
글자
10쪽

13. 회상 ; 꿈을 꾸다

DUMMY

이산이 꿈에서 어린 자신을 만나는 동안 기지에 도착해, 헬기에서 의무병원으로 옮겨진 이산일행을 맞은 당직 군의관 책임자는 제시카 대위였다. 부상자들을 응급실로 보내고 한 명씩 차례로 본 후, 후임 군의관과 간호장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릴리, 빌리 병장은 당장 수혈부터 하고, 상처부위를 소독한 후 피를 뽑아 감염에 의한 2차피해가 있는지 조사해”


“앤, 죠 하사와 토니병장은 총알제거 수술을 하고 역시 피를 뽑아 조사하고”


“그리고 이산하사는 내가 직접 수술할 테니 수술실 준비는 캐서린이 해줘요, 빨리들 서두르세요!”


누가 봐도 외견상 온몸에 피칠을 하고 있는 이산이 가장 위험해 보였다. 모든 조치를 마치고 수술준비가 끝난 이산의 수술실로 간 제시카는 벌거벗고 중요한 부위만 가린 이산의 몸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먼저 수술준비를 하던 간호장교와 의무병들의 놀란 소리가 나길래 부상이 아주 심각한 줄 알았는데 몸의 근육들을 보고 그랬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기는 존스홉킨스에서 외과와 미생물학을 전공할 때 숱하게 많은 해부시간에 인간의 근육을 조사하고 공부했었다. 그런데 인간의 근육이 이렇게 된 것은커녕 될 수 있다는 것도 본적도 배운 적도 없었다. 그냥 머슬 몬스터였다. 도대체 이 한국인이 누구길래 크롬웰 소장이 직접 전화해 부탁을 할까? 라는 궁금증이 더해갔다.


“맥박과 심전도등은 어때요?”


“모두 정상입니다”


“상처는?”


“허리, 오른쪽 허벅지, 오른쪽 어깨 3곳 관통이고 왼쪽 허벅지와 왼쪽 엉덩이는 총알을 제거해야 하고, 등과 엉덩이부분은 폭탄 파편에 의한 상처와 자잘한 파편이 있습니다” 라는 캐서린 중위의 답에


“갑시다” 하며 총알과 파편 제거수술을 시작했다.


뭐 이런 인간이 있나? 짜증이 났다. 분명 수면가스에 마취가스를 넣어 의식은 없었다. 그런데 총알이 박혀있는 부분을 절개하기 위해 매스를 대면 근육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메스를 쪼여와 막는 것 같아 무척 힘이 들었다. 허벅지 부분의 총알을 제거하고 엉덩이를 보는 순간, 뭐 이래? 하며 짜증이 확 올라왔다. 허벅지 총알을 제거하는 데만 해도 일반 병사들보다 서너 배는 힘들었는데, 애플힙이 아닌 성난 사과 엉덩이에는 자잘한 파편이 열 댓 군데는 되었다.


그건 그런데 무슨 남자 엉덩이가 이럴 수 있나? 하며 제시카는 이산의 엉덩이를 자신도 모르게 주물렀다. 이건 탄력이 아니고 그냥 찰고무로 속이 꽉찬 탱탱볼이었다. 깜짝 놀라 손을 급하게 뗀 제시카는 옆에서 보조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려


“메스를 새거로 바꿔줘요” 하며 쓰던 것을 넘기고 새 메스를 받아 엉덩이에 박힌 총알과 파편들을 제거하고, 한숨을 쉬며


“등은 엉덩이와 허벅지 부분 잘 마무리하고 하죠” 라며 대기실로 나왔다.


좀 전의 당황스러운 상황에 대한 생각에 피식 웃은 제시카는 도대체 정체가 뭐고 어떤 운동을 얼마나 했길래 저런 근육을 만들었을까? 하고 궁금해하며 수술실을 보니 마무리가 끝나 있어서 다시 수술실로 들어가 이산의 등에 남아있는 파편들을 제거했다.


이산 일행이 치료받는 동안 네명의 보디캠을 모두 수거해 보던 정보장교의 보고를 받고 한자리에 모인 크롬웰 소장과 캠벨 중령 일행은


“무슨 내용이 담겨 있길래 이렇게 급하게 부사령관님까지 오시게 했나?” 는 캠벨 중령의 나지막한 질책성 질문에


“죄송합니다만, 궁금하시더라도 일단 보시고 말씀하시지요”라는 존슨 대위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100인치 정도되는 대형 스크린에서 나오는 보디캠 영상을 보기 시작하였다.


캠벨 중령과 존슨 대위 그리고 동석한 작전과와 정보과 참모 서너 명들은 모두 울고 있었다. 크롬웰 소장 또한 치밀어 오르는 눈물을 참기 위해 무릎위에 놓인 두 손을 아프도록 쥐어야 했다. 죠가 빌리의 몸에서 떼어내 설치해 놓았던 보디캠에는 초반 빌리가 총을 맞고 쓰러진 부분만 빼고 모든 게 담겨있었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죠와 토니 그리고 이산의 보디캠에 있었으며 녹음되어 있는 목소리가 충분히 보충해 주고 있었다.


이산이 빌리를 구하려다 폭탄을 맞는 장면부터 혼자 급습을 하려 내려가는 장면, 수류탄을 던지고 돌격하며 적을 사살하는 모습, 총알이 떨어져 죽을 위기에 처한 죠와 토니를 구하려다가 총을 맞는 모습, 그리고 자신의 총알이 떨어져 시체 뒤에 숨어있다 총알이 떨어진 적을 향해 아귀처럼 달려들어 온몸에 피칠을 하고 결국에는 직도를 날려서 마지막 남은 한놈을 죽인 장면까지 모조리 담겨 있었고, 특히 무전기를 찾아 죠와 토니에게 올라오며 온 얼굴이 피칠한 상태로 씨익 웃을 때 잇몸까지 피에 쩔어있는 이산을 보고 모두가 오열했다.


크롬웰 소장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고 목으로 치밀어 오르는 것을 막기위해 눈을 꼭 감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그 몸으로 빌리를 업고 죠와 토니를 엄호하고 격려하며 1시간 이상을 걸었고, 마지막 죠의 질문에 “컴 위드, 고우 위드” 란 말이 영어 문법이 맞고 틀리고가 아닌 저게 진정한 사내의 답이고 마음이란 감동에 옆에서 울고 있는 부하들 때문에 같이 울진 못했지만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한 사내가 목숨을 걸고 동료들을 위해 처절하게 사투를 벌인 생생한 날것의 다큐였다. 이런 사내가 영웅이고 당연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라고 생각을 굳힌 크롬웰소장은 이 사내 이산이 보고싶고 그냥 아무런 말없이 안아주고 싶었다.


영상이 끝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말이 없어 이산이 만든 사내의 길이란 묵직한 감동의 울림을 느끼고 만 있었다. 크롬웰 소장도 아무 말도 없이 한참을 앉아 있다 몸을 일으켰다.


“캠벨, 가지”


“네”


“그냥 그대로들 있어”


캠벨을 데리고 나온 크롬웰은 아무 말 없이 한참을 걸었다.


“자네 저런 군인, 아니 사내 본 적 있나?”


“없습니다”


“그래 나도 처음이야, 문득 한국이란 나라가 새롭고 채 장군이 부럽네”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 저런 사내는 마땅한 대우를 받아야 하지 않겠나?”


“네! 장군님”


“자네, 저 친구에게 맞는 대우를 어떻게 받게 해줄 것인지 생각해 봐, 아니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지, 저 친구에게 명예훈장을 받게 해 줄 방법을 생각해 봐”


캠벨이 깜짝 놀라며


“명예훈장까지 생각하십니까?”


“그래, 사실 그것도 이산에게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내 개인적인 미안함과 보상심리도 조금은 있지만, 그렇지 않나? 캠벨”


“사실 이산이 미군병사였으면 명예훈장이야 당연했겠지만 한국군이라서···”


난처한 캠벨의 대답에


“그래서 내가 자네에게 방법을 생각해 내라는 거야, 힘은 내가 쓸 테니까”


크롬웰소장이 딱 부러지게 명령하자


“네! 바로 찾아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크롬웰 소장이


“그럼 내일 아침회의에서 보도록 하지” 하며 캠벨을 보내려 하자


“그럼 부사령관님께서는···?”


“난 조금 더 걸으려고, 오늘 너무 좋은 감동을 받아서” 하며 캠벨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캠벨은 인사를 위해


“부사령관님 그럼 저는 이만 ······” 하는데 몇 걸음 걸어간 크롬웰소장이 손을 흔들며 계속 갔다. 캠벨은 뒤쫓아오는 부사령관차 운전병에게 다가가 주의를 주고 자신의 숙소로 갔다.


크롬웰 소장은 걸어서 의무병원까지 갔다. 그리고 당직 장교인 제시카를 찾았다.

이산과의 씨름 아닌 씨름을 하며 모든 수술을 마치고 자신의 방에서 쉬고 있던 제시카 대위는 부사령관의 예고 없는 방문에 놀라 경례를 한 후


“부사령관님이 어떻게 이 시간에?”


“아! 내가 조금 늦었지?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 하며 피식 웃더니


“오늘 부상을 당해서 들어온 병사들을 보고 싶어서 왔네만, 너무 늦어서 그렇나?”


“아닙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라며 제시카가 앞장서서 안내를 하며 이런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저녁 10시가 가까운 늦은 시간에는 처음인지라 속으로 고개를 갸웃하며 도대체 그 한국인이 누구며 무슨 일을 한 건지 궁금증이 더해졌다.

빌리부터 차례로 부상상태와 회복상황을 보고받고 마지막에 이산을 보고 있던 크롬웰은 옆에서 보고를 하는 제시카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이산을 넋을 읽고 보고만 있었다. 자신의 보고에 별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낀 제시카가 크롬웰소장을 보니, 넋을 잃고 이산을 바라보는 장군의 눈빛이 마치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고 돌아와 병상에 누워있는 아들을 바라보듯 따뜻함이 옆에서도 느껴지고, 촉촉히 젖은 눈동자에서는 슬픔과 미안함이 묻어나오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혹시 아들인가? 아들이 어떻게 한국군인인가? 그럼 친구 아들인가? 두사람의 관계에 대한 별의별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렇게 한참동안 이산을 바라보던 크롬웰소장이


“제시카 대위, 잘 부탁하네” 라며 자신을 바라보고 정중히 부탁하자


“걱정 마십시요 부사령관님, 이산 하사는 곧 회복될 겁니다” 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래, 고맙고 수고하게, 그리고 나오지 말고 그냥 있게” 라며 크롬웰 소장은 제시카에게 고민만을 안겨주고 의무병원을 떠났다.


자신을 두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 채 이산은 약초를 팔기 위해 구례읍 오일장에 가시는 할아버지를 따라 태어나 처음으로 산을 내려가는 10살 이산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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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16. 하얀 황금 22.04.29 2,534 61 10쪽
50 16. 하얀 황금 22.04.27 2,479 62 10쪽
49 16. 하얀 황금 22.04.25 2,561 62 10쪽
48 16. 하얀 황금 +2 22.04.22 2,627 64 8쪽
47 16. 하얀 황금 22.04.20 2,837 68 9쪽
46 15. 이어지는 인연과 이별 22.04.18 2,754 64 16쪽
45 15. 이어지는 인연과 이별 22.04.15 2,641 70 12쪽
44 15. 이어지는 인연과 이별 22.04.13 2,652 70 12쪽
43 15. 이어지는 인연과 이별 +2 22.04.11 2,695 6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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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22.03.23 2,997 76 11쪽
34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22.03.21 3,105 77 15쪽
33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22.03.18 3,159 79 12쪽
32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22.03.16 3,251 71 13쪽
31 13. 회상 ; 꿈을 꾸다 22.03.14 3,108 63 11쪽
30 13. 회상 ; 꿈을 꾸다 22.03.11 3,038 74 11쪽
29 13. 회상 ; 꿈을 꾸다 22.03.09 3,097 69 10쪽
» 13. 회상 ; 꿈을 꾸다 +1 22.03.07 3,117 67 10쪽
27 13. 회상 ; 꿈을 꾸다 22.03.04 3,203 66 10쪽
26 12. 전투 ; 전설이 되다. 22.03.02 3,262 67 22쪽
25 12. 전투 ; 전설이 되다. 22.02.28 3,141 62 17쪽
24 12. 전투 ; 전설이 되다. 22.02.25 3,199 6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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