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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찬 님의 서재입니다.

사내 이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지찬
작품등록일 :
2022.01.02 22:13
최근연재일 :
2022.07.11 13:55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216,600
추천수 :
4,975
글자수 :
427,558

작성
22.02.25 15:55
조회
3,199
추천
66
글자
12쪽

12. 전투 ; 전설이 되다.

DUMMY

너무 멀었다. 10m도 채 될까 말까 하는 거리가 이렇게 멀 줄은 몰랐다. 2~3미터도 채 기지 못하고 땅에 박혀 있어야 했다.


‘퍽! 뻑!’


‘피잉! 피잉!’


옆땅과 위로 총알이 박히고 스치는 소리가 몸의 솜털들을 세우고 있었다. 낮은 포복훈련때 철조망 위로 지나가던 총알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총알 한발 한발에 맺힌 살기들이 살아서 덮쳐오는 것 같았다. 또 기었다. 기어갈 수 있는 걸 보니 아직은 안 맞은 것 같았다. 머리를 살짝 들어 보니 자신이 만든 작은 피웅덩이에 엎어져 있는 빌리가 보였다. 조금만 조금만 하며 드디어 빌리를 잡았다.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빌리를 업거나, 들쳐메고 일어서면 둘 다 죽는다, 빌리를 등뒤에 얹고서 낮은 포복으로 자신이 있던 바위 뒤까지 가야했다.


이산은 빌리를 잡아 자신의 배 위로 끌어올렸다. 피를 많이 흘려서인지 눈앞의 빌리 얼굴은 창백했고, 몸은 차가웠다. 그 상태에서 몸을 뒤집어 빌리를 등뒤에 얹었다.


“죠, 토니. 이제 빌리와 같이 가니 부탁해”


입 앞 송신기에 전하고 기기 시작하였다. 올때보다 더 느렸고 힘들었다. 빌리를 떨어뜨리거나 충격을 주면 출혈이 심해질 수 있어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산의 무전을 들은 죠와 토니는 가슴이 뭉클했다. 특히 토니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와 조준경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래! 산 염려마! 뒤는 우리가 지킬게”


죠의 젖은 목소리가 귀에 들리자 토니는 울대를 밀어 올리는 울음을 꿀꺽 넘길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적들의 공격이 양쪽 엄호조 쪽으로 집중되어 이쪽으로 쏟아지던 압박이 상당히 해소되었다. 이산은 아무 생각없이 오직 바위뒤까지만 가자는 생각으로 기고 또 기었다. 한참을 기었다 생각하고 살며시 고개를 들어보니 이제 3m정도 남은 것 같았다.




이쪽으로 쏟아지던 총탄세레가 많이 줄어든 것 같아 조금 속도를 내기로 하고 몸을 약간 일으키는 순간 어디서 '펑! 슈웅' '펑! 슈웅' 하는 소리가 들리는게 아닌가? 씨발 RPG였다. 이산은 빌리를 안고 벌떡 일어나 미친듯이 뛰며 바위가 보이자 빌리를 감싸 안으며 바위 뒤로 몸을 던지는 순간 ‘펑’ ‘펑’하며 등을 연달아 망치와 뾰족한 쇠붙이로 때리고 쑤셔대는 듯한 충격과 통증을 느끼며 앞으로 굴러 바위 뒤로 숨었다.


다행히 안고 있던 빌리는 놓치지 않았다. 고막이 어떻게 됐는지 머리속이 윙윙거리며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눈앞이 어찔어찔 하였다. 이산은 일단 빌리를 바위 뒤에 바짝 붙여 눕히고 자신도 바짝 붙어 호흡을 고르기 시작하였다.


“이산! 이산!”


죠와 토니는 이산을 애타게 불렀지만 대답이 없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탈레반의 RPG는 자신과 토니가 있는 사이를 지나 이산쪽으로 날아가 터진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들도 폭발의 사정권에 있었기에 움직일 수 없었고 더욱이 계속될지 모를 공격에 대비해야 했다.


토니는 가슴이 터지고 미칠 지경이었다. 빌리가 총에 맞더니 이산이 빌리를 구하려다 폭탄에 맞아 같이 죽은 것 같았다. 이산이 빌리를 얼마나 봤고 안다고 구하려다 죽는단 말인가? 빌리를 구하려면 자신과 죠과 했어야 했는데 이산이 대신 죽은 것이다. 위장막 안에서 폭탄 파편을 피하기 위해 머리를 땅에 박고 있는 토니의 어깨가 격한 울음에 떨리고 있었다.


죠는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보는 정확한 것이라 했고, 드론을 이용한 사전 지형정찰과 매복까지는 모든 게 여타 작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함정이었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다. 역정보에 걸렸거나 아군의 정보가 새어 나갔거나이다. 하지만 지금은 따질 상황이 아니다. 살아야 본부에 가서 따져도 볼 수 있고, 뒤집어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토니! 토니, 괜찮아?”


“오케이”


귓속의 수신기에 들리는 토니의 목소리는 울음에 잠겨 있었다. 자신의 목소리도 갈라지고 쉬었다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토니, 좀 잠잠해지면 이산이 있던 바위쪽에서 보자, 이산과 빌리의 상태를 확인하고 대책을 논의하게”


“그래”


이산과 빌리의 상태를 확인한다는 말은 죽는 것이 확실시되는 두사람의 군번줄이라도 챙겨가자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어 한말이었고, 토니도 짐작하고 있었다.


한편, 바위 뒤 이산은 호흡을 안정시킨 뒤 바로 빌리의 상처를 돌보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전투 배낭을 통증을 참아가며 간신히 벗어서 보니 이곳 저곳이 파편에 맞아 누더기가 되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내용물들은 사용할 만하여 소독약과 지혈제를 꺼내 빌리의 상처를 소독하고 지혈한 후 빌리의 배낭에서 꺼낸 압박붕대로 오른쪽 하복부를 관통한 상처를 복부를 빙 둘러 감아 압박하여 지혈의 효과를 높이려 하였다.


일단 급한대로 응급처치는 하였으나 살아날지는 두고봐야했다. 다행히 총알이 치명적인 장기는 빗겨 나간 것 같으나 출혈이 문제였다. 수혈을 빨리 해야 하는데 늦어지면 쇼크로 죽을 수 있기 때문에 본부로의 연락이 급선무였다.


빌리를 응급처치 하고 한숨 돌린 이산은 그때서야 자신의 등에서도 피가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방탄조끼 안으로 손을 넣어 만져보니 등 이곳 저곳에 파편이 박혀 있는 게 느껴졌고, 그곳에서 적지 않은 피가 흘러 아쉬운 대로 손에 지혈제를 묻혀 손이 닿는 만큼 발라 놓았다. 파편을 제거하는 것은 힘줄이나 뼈 등을 살펴보고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언감생심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빨리 파편을 제거해야만 했다. 방탄조끼를 뚫고 등에 박혀 있는 큰 조각들 때문에 움직일 때 마다 방탄조끼가 파편을 자극하여 통증이 엄청났다.


귀는 여전히 들리지 않았다. 손가락을 조심스레 귀구멍으로 넣어 만져보니 피는 나오지 않는 게 다행히 고막이 찢어지진 않은 것 같았고, 폭발음의 충격에 일시적으로 안 들리는 것 같았다.


일단 죠와 토니의 안전을 확인해야 하는데 송신기가 없어졌다. 다행히 빌리의 몸에 송신기가 붙어있었다. 몸을 숙여 빌리의 송신기에 입을 대고 송신 스위치를 누르고 죠와 토니를 호출하려는 데 누군가 다가오는 것 같아 몸을 돌리며 총구를 앞으로 내민 순간 죠가 놀란 눈과 반가움이 넘치는 눈빛으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다. 죠는 이산을 왈칵 끌어안았다.


“이산! 살았구나, 살았어”


죠는 그동안 억눌러 참았던 눈물이 왈칵 터져나오며 이산을 끌어안은 손에 힘을 주는 순간 이산의 등에 박혀있는 많은 파편들이 느껴져 황급히 손을 풀고 이산을 보니 아플텐데도 반가움에 싱긋 웃고 있었다.


“산! 어찌된거야 무전응답도 없고?”


죠의 물음을 짐작한 이산이 말했다.


“죠! 폭발충격에 귀가 안들려”


“아!”하며 죠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토니가 바위뒤로 급하게 들어오며 이산을 보고 “이산!”하며 끌어안으려는 것을 죠가 막으며


“산 등에 온통 파편이 박혀있어, 조심해” 하는 소리에 주춤하며 두손을 꽉 잡고 어쩔줄을 몰라했다.


“빌리는?” 토니의 물음에 죠가 턱으로 빌리를 가르키며


“산이 응급조치를 했는데 의식은 없어”


“산! 빨리 뒤로돌아, 파편을 빼고 응급치료를 하자”라며 죠가 이산의 등뒤로 가며


“토니! 경계를 부탁해”하자 토니가 바위 옆에 붙어 전방을 주시하기 시작하였다.


이산의 등을 자세히 본 죠는 다시한번 놀랐다. 큰것은 10cm가 넘고 작은 것들로 5cm가량 되는 폭탄 파편 10여개가 방탄조끼를 뚫고 이산의 등에 박혀 있었으며, 방탄조끼를 뚫지못한 작은 파편들은 수십개가 넘었다.


“산! 파편을 제거할 거니 좀 아플거야”


아직 들리지는 않겠지만 자그마하게 말하며, 큰 파편부터 조심스럽게 제거하기 시작하였다. 이산은 죠가 등뒤로 가서 파편을 제거한다는 것을 눈치재고 조가 편하게 파편을 제거할 수 있게 상체에 힘을 빼고 기다렸다. 죠가 파편을 제거할 때 마다 느껴지는 고통에 몸이 움찔움찔 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죠는 정말 이산에게 감탄했다. 마취도 없이 10cm가 넘는 파편들을 제거하는데 이산은 상체를 움찔움찔할 뿐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파편을 제거하고 있는 자신이 더 힘들었다. 방탄조끼와 이산의 등에 같이 박혀 있던 큰 파편들을 제거하고 죠는 이산의 어깨를 톡톡 치며 방탄조끼와 군복, 내의를 모두 벗으라는 시늉을 했고, 그것을 이해한 이산은 상의를 전부 벗었다.


이산의 등은 죠에게 묘한 압박감과 감탄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상식을 한참 벗어난 근육들이 만들어낸 작은 계곡을, 막 제거한 파편 상처에서 나온 피들이 흐르고 있었고, 아직 박혀 있는 조금 작은 많은 파편들이 근육들 사이에 박혀져 있는 모습에 죠는 왠지 모를 전율을 느꼈다.


큰 상처를 소독하고 지혈제를 바른 후 작은 파편들 중 급한대로 제거가능한 것들만 제거, 소독하고 지혈제를 바른 후 압박붕대로 이산의 상체를 감싸서 돌려감았다. 죠가 이산에게 다 됐다고 손짓을 하니


“죠 고마워” 하며 상의를 입고 등판이 너덜너덜해진 방탄조끼를 걸쳤다.


이산은 귀가 들리지 않으니 전투상황을 들을 수 없는 갑갑함에 물었다.


“죠 전투는 어떻게 되가?”


죠는 천천히 이산이 자신의 입모양을 보고 알아 차릴 수 있게 대답했다.


“RPG공격 후 약간의 소강상태야, 아마 놈들이 곧 2차 공격을 하려고 준비하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인 이산이


“엄호조들은?”


“연락은 했는데, 1조는 1명사망에 1명 부상, 2명이 전투 가능하고 2조는 1명이 사망하고 3명 모두 부상이나 전투는 가능한 상태야”


“본부와의 연락은?”


“우리 무전기는 고장났고, 엄호조들은 전파방해로 통신두절이라더군”


잠시 생각에 잠겼던 이산은


“죠! 아마 2차공격이 곧 있을 것 같아, 전파방해를 할 정도면 이정도로 끝내진 않겠지, 빨리 준비를 해야될 것 같아” 라고 의견을 말했다.


“맞아, 남은 엄호조와 연락을 하고 우리도 빨리 최대한 좋은 위치를 찾아 준비하자” 라며 엄호조들과 교신을 하였다.


이산은 주위를 더 샅샅이 살피기 시작하였다. 후퇴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빌리 하나면 어찌어찌 해서 교대로 들쳐 메고라도 간다지만 엄호조까지 부상자만 다섯이었다. 부상자를 놓고 가지 않는 이상 후퇴는 불가능했다. 그리고 부상자를 절대로 두고 갈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싸워서 이겨 본부와 교신을 해서 철수해야 했다. 그리고 한곳에 집결해 싸우기에도 이미 늦었다. 부상자를 데리고 이동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각 조가 지금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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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2. 전투 ; 전설이 되다. 22.02.28 3,141 62 17쪽
» 12. 전투 ; 전설이 되다. 22.02.25 3,200 6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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