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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찬 님의 서재입니다.

사내 이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지찬
작품등록일 :
2022.01.02 22:13
최근연재일 :
2022.07.11 13:55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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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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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558

작성
22.03.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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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글자
11쪽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DUMMY

새벽 명상과 운동을 마치고 아침을 먹고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이산에게 제시카가 정기 검진을 위해 간호장교인 캐서린 중위와 함께 들어왔다.


“이산씨! 기분이 어때요? 몸이 불편한 곳은 없나요?” 라는 제시카의 질문에


“기분도 좋고, 몸도 거뜬합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무리한 운동은 안돼요, 그날같이, 알았죠?”


제시카의 질책성 주문에 싱긋 웃으며


“네!” 하고 대답하는 이산과 제시카의 대화를 듣고 있는 캐서린은 제시카의 이산하사에 대한 호칭이 이산씨로 달라진 것과 그날이란 표현에 ‘이게 뭐지’라는 약간 묘한 느낌을 받았다.


“이제 주사를 놔야 하니 엉덩이를 내리세요” 라는 제시카의 말에 ‘이놈의 주사는 팔뚝에 맞으면 안되나, 왜 꼭 엉덩이야’ 라고 속으로 투덜대며 엉덩이를 조금 내리자 캐서린에게 주사기를 받으며


“좀 더 내려야 주사 놓기가 편하죠” 라는 톡 쏘는 소리에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내려 이산의 엉덩이가 반쯤 드러나자 알코올이 묻은 거즈로 주사 놓을 곳을 닦고 아프지 말라고 주위를 톡톡 두드리는 제시카의 손에 사심이 들어가 서너 대 만 톡톡 두드리면 될 것을 주무르듯이 하며 계속 두드리는 게 아닌가?


‘아니 무슨 주사를 놀 때 마다 엉덩이를 이렇게 많이 두드리나’ 하며 속으로 투덜대는데


“이산씨! 엉덩이에 힘 빼세요, 계속 얘기 하잖아요, 힘주고 있으면 주사 놓기도 힘들고 잘못하면 주사바늘이 부러진다고요”


“힘 안 줬는데요” 하는 똑 같은 얘기를 이번에도 해야 했고, 캐서린은 주사는 원래 자기의 소관인데 사령관을 내세우며 부득부득 제시카 자기가 직접 놓겠다고 하며 매번 이렇게 힘들게 놓는게 좀 수상했지만 이제와 캐서린 본인이 놓겠다고 얘기하기가 뭐해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이산의 성난 사과 엉덩이의 손맛은 정말 베리굿이었다. 사령관을 팔아서 캐서린의 업무를 자기가 대신하길 정말 잘했다. 처음 한두번은 옆의 캐서린이 신경 쓰여 손맛을 제대로 못 느꼈으나 이제는 캐서린이 있던 없던 개의치 않고 손맛의 즐거움을 느끼고 특히 마지막 주사를 꽂으며 찰싹 찰싹 때릴 때 나는 찰진 소리와 손에 전달되는 느낌은 정말 끝내줬다. 오늘도 즐거운 날이다.


주사를 놓을 때 마다 찰싹찰싹 때려대는 제시카의 손길에 ‘꼭 이렇게 맞아야 하는 주사인가?’ 하며 넘어가곤 했는데 오늘은 좀 물어봐야지 하며 바지를 입고 돌아서는데


“이산씨 엉덩이가 너무 딱딱해 주사를 놓기가 쉽지 않고 엉덩이가 이정도면 팔뚝이나 다른 곳은 더 심해 주사를 놓을 수 없을 정도라서 어쩔 수 없이 엉덩이 근육 긴장을 좀 풀어줘야 해서 주사 놓은 과정이 다를 수밖에 없는 거예요” 라며 선방으로 이산의 입을 막아 버리는 게 아닌가? 말은 되는 것 같은데 화장실에 갔다 왔는데 시원하지 않은 것처럼 뭔가 찜찜했지만


“아! 네~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어정쩡한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빌리가 깨어난지도 일주일 정도 지나 어느정도 움직일 수 있게 되어 미루어졌던 훈장수여 및 일계급 특진의 포상이 실시되고 있었다. 크롬웰 사령관의 특진은 카불의 육군대장이 대통령을 대신해 계급장을 달아 주어야 했으나 전투로 인해 생략하고 사령관 취임식 역시 간소하게 끝났다.


병원 휴게실은 이산등 네명의 포상 대상자와 크롬웰 사령관, 캠벨 중령, 한국군의 강재범 중령등 관계자와 축하해 주기 위해 모인 병원 관계자 및 입원 군인들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시작으로 거행된 행사는 먼저 죠, 토니 빌리에 대한 은성 무공훈장 수여와 일계급 특진한 계급장을 크롬웰 사령관이 달아주었고, 곧이어 이산에 대한 수훈십자상 수여는 크롬웰 사령관이, 중사 계급장은 강 중령이 달아주었다.


강 중령은 동영상을 보지 못하고 캠벨 중령이 보낸 공문에 적혀 있는 이산의 공적만을 읽었지만 직속상관인 채필영 사령관을 통해 언질을 받은 게 있어 정말 기쁜 마음으로 이산에게 중사 계급장을 달아 주었고, 축하해 주었다.


“오늘 이자리에 참석하지 못하고 하늘에서 훈장과 특진을 받게 되는 여덟명의 희생자에게 애도와 감사를 표하며, 그들과 정말 처절한 전투에서 살아 돌아온 중사 죠, 하사 토니, 하사 빌리, 그리고 한국군 중사 이산의 희생이 있었기에 이번 작전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고, 앞으로 일어날 수 있었던 훨씬 더 큰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 미국은 여러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미육군은 여러분들의 기록을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힘들고 어렵겠지만 제군들은 또다른 국가의 부름에 희생하고 헌신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 군인의 길이고 숙명이며 명예다. 다시한번 이번 작전에 희생당한 전우들의 명복을 빌고, 살아 돌아온 제군들에게 감사와 축하를 보낸다. 이상”


크롬웰 사령관의 애도사와 축사를 끝으로 정식 행사는 끝나고 간단한 다과회가 시작되었다.


“이 중사! 축하해”


안 그래도 자신의 고개를 세워준 이산이 이번에는 고개만이 아닌 어깨까지 펴게 해 주었으니 너무 이뻤다.


“감사합니다. 대대장님”


“내게 감사할 게 뭐 있어, 그리고 이 중사 이번에 정식으로 2년간 미군 개인 전술교관으로 파견된 거 알지?”


“네, 캠벨 중령님께 얘기 들었습니다. 조만간 정식으로 서류에 싸인 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래! 내 개인적으로는 정말 아쉽지만 이 중사한테는 너무나 잘된 일이고 좋은 기회이니 열심히 해서 우리 한국군의 명예도 더 높여주고 개인적인 발전도 많이 할 수 있게 하게,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한국군 관계자들의 축하와 감사인사를 나눈 이산은 이런 기회를 만들어준 크롬웰 사령관에게 다가갔다.


“사령관님!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산의 진정 어린 감사의 말에


“그 말은 내가 우리 마틴에게 할 말이고 이제부터 정식으로 한솥밥 먹게 되었는데 뭐 부탁이나 할말 있으면 해봐”


크롬웰 사령관이 기꺼운 마음으로 응답하자


“아닙니다, 부탁드릴 거는 전혀 없고, 열심히 공부해서 빠른 시일내에 영어를 고생시키지 않게 하겠습니다” 란 이산의 농담 어린 대답에 크롬웰 사령관과 캠벨 중령, 제시카 대위는 박장대소를 터뜨렸고, 사연을 모르는 다른 일행들은 어리둥절하며 궁금해하였다.


이렇게 워싱턴의 정치적 의도로 잘못된 작전은 여덟 명의 희생자와 세명의 생환자 그리고 그들을 구해낸 한 명의 전쟁 영웅을 탄생시키며 일단락되었다.


포상식이 끝난지도 2주가 넘어 이제는 제시카가 손맛을 볼 수 없게 된 지도 일주일 정도가 되었다. 그동안 이산은 죠와 토니와 함께 재활치료와 전쟁 군인들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일명 PTSD치료를 위한 정신과 치료를 병행해 받고 있었고, 빌리도 몇일전부터 합류하였다.


재활치료를 위한 물리치료센터는 시설이 정말 좋은 헬스클럽과 같았다. 전담 물리치료사의 지도하에 부상으로 약해졌거나 잘못된 부위를 치료하는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었으나 이산을 만나본 물리치료사는 이산의 피지컬 능력에 할 말을 잃고 자율적으로 재활을 하도록 했고, 토니와 죠는 총상을 입은 다리부분을 집중적으로 치료하였다. 그리고 뒤늦게 합류한 빌리는 총상부위인 오른쪽 하복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인 피지컬 트레이닝을 받게 되었다.


정신과 치료는 주로 상담과 최면요법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이과정에서도 이산을 상담하고 최면요법을 실시한 군의관은 더 이상 치료받을 이유가 없다고 이산을 치료과정에서 제외하였다.


그래서 이산의 하루는 새벽 4시에 기상, 명상과 새벽운동을 시작으로 하루 종일 운동과 영어공부 그리고 죠와 토니, 빌리와 같이 얘기를 나누는 게 계속되는 일상이 되어 영어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다.


그러면서 이산은 죠와 토니, 빌리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명상호흡을 손발을 써가며 가르쳐주어, 세사람의 정신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었다. 이산과 같이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세 친구들은 이산이 자율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며 새삼스럽게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이해가 안될 정도의 유연함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각도에서 나오는 순간적인 스피드와 파괴력이 불가사의할 정도였다. 죠와 토니, 빌리가 새삼 놀랄 정도이니 치료를 받고 있는 다른 병사들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죠! 도대체 산은 어떤 인간이야? 사람이 맞긴 한 거야?”


토니가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아마 산은 우리가 생각해 왔던 한계를 넘어서 있을 거야, 저거 봐 저런 동작을 우린 아예 생각도 못하는데 산은 동작만이 아닌 거기에 파괴력을 싣고 있잖아” 라며 죠가 대답했다.


이산이 마치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 같이 앞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다리와 허리의 힘 만으로 버티며 몸을 뒤로 눕혀 거의 땅에 등이 닿게 하고 피한 상태에서 오른손 만으로 땅을 짚은 채 몸을 오른쪽으로 비틀며 오른발과 왼발로 앞에 있는 가상의 적 오른쪽 옆구리와 턱을 연달아 차는 모습을 보며 토니는


“정말 눈앞에서 보니 믿지” 하며 고개를 저었다.

총상에서 회복되어 나온 후 말을 많이 하지 않고 같이 있는 동안 거의 이산만을 쳐다보고 있는 빌리는 오랜만에 웃으며


“그러니까 그런 상황에서 우리를 구해줬지, 안그래?” 라는 말로 두사람의 동의를 구했고 죠와 토니 두사람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죠, 토니! 나는 이번 일을 겪으며 많은 생각을 했고, 또 결심도 하게 되었어, 원래는 나 혼자 이산에게 내 생각과 결심을 말하려 했는데, 죠와 토니도 같은 상황을 겪었고, 또 한 팀 이였기에 함께 얘기를 해도 될 것 같아서 그러는데 오늘 저녁 같이 얘기하는 시간을 갖으면 어떨까?”


빌리의 의견에 죠와 토니 모두 동의를 표하며


“안 그래도 나도 지난번 포상식 끝나고 우리 넷이서 이번 사태를 겪은 후 느낀 감정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기회를 가졌으면 했는데 잘됐네”하는 토니의 말에 죠가 놀라며


“나도 그랬는데, 우리 셋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네”하고 놀람을 표하자 셋이 서로의 얼굴을 보며 ‘픽’하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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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22.03.21 3,106 77 15쪽
33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22.03.18 3,162 79 12쪽
32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22.03.16 3,252 71 13쪽
31 13. 회상 ; 꿈을 꾸다 22.03.14 3,108 63 11쪽
30 13. 회상 ; 꿈을 꾸다 22.03.11 3,038 74 11쪽
29 13. 회상 ; 꿈을 꾸다 22.03.09 3,100 69 10쪽
28 13. 회상 ; 꿈을 꾸다 +1 22.03.07 3,117 67 10쪽
27 13. 회상 ; 꿈을 꾸다 22.03.04 3,203 66 10쪽
26 12. 전투 ; 전설이 되다. 22.03.02 3,262 67 22쪽
25 12. 전투 ; 전설이 되다. 22.02.28 3,141 62 17쪽
24 12. 전투 ; 전설이 되다. 22.02.25 3,200 66 12쪽
23 11. 인연이 시작되다 ~ 12. 전투; 전설이 되다. 22.02.23 3,151 6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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