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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찬 님의 서재입니다.

사내 이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지찬
작품등록일 :
2022.01.02 22:13
최근연재일 :
2022.07.11 13:55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216,580
추천수 :
4,975
글자수 :
427,558

작성
22.04.15 18:16
조회
2,640
추천
70
글자
12쪽

15. 이어지는 인연과 이별

DUMMY

일반인들의 발걸음으로는 네 시간을 걸어도 닿기 힘든 험하고 좁은 산길을 3시간이 채 되지도 않아 도착했을때는 주위에 빛 한점 보이지 않는 한밤중이 다되었다.


어둠속에서 보이는 한줄기 빛과 손전등의 불빛으로 상당히 넓음을 알 수 있는 공터 뒤쪽에는 자그마한 세채의 귀틀집이 있었고 마당에서 나는 소리에 가운데 불이 밝혀진 방문이 열리면서


“산이 왔냐?” 하시며 할아버지를 비롯 두분의 스님 할아버지들께서 나오시는게 아닌가?


이산이 깜짝 놀라며


“할아버지! 제가 올 줄은 어찌 아셨고 두분 할아버지는 어떻게 같이 계셔요”하자 얼굴이 노지심을 꼭 닮은 현무대사가


“사형께서 네놈이 손님들과 같이 온다고 내려와서 기다리자고 하셔서 왔느니라”

걸걸한 목소리로 말씀하시자 이산이 더욱 놀라며


“큰할아버님께서 제가 친구들과 같이 올걸 아시고 내려오셨다고요?” 하고 반문하자 현각스님은 잔잔하게 웃으시고 할아버지께서


“그래, 사형께서 어제 아님 오늘 정도에 네가 올거라 말씀하시더구나”


현각스님의 큰 지혜는 이산도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이정도 일 줄은 몰라 깜짝 놀라 일행에게 설명해주니 죠와 토니, 빌리도 반신반의하며 세분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밤 공기가 차니 어서 들어가자” 하시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세분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선 이산 일행은 세분이 아랫목에 자리를 잡고 앉으시자 절을 올리려고 세분을 보는 순간 죠와 토니 빌리는 깜짝 놀랐다.


이산의 할아버지는 온통 하얗게 서리가 내린 백발의 긴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상투를 틀어 나무비녀로 꽂은 모습이 허름한 개량한복 차림에도 학자의 기운을 물씬 풍기고 계셨고, 현무대사는 고리눈에서 나오는 강렬한 눈빛과 승복 위로 드러나는 건장한 몸에서 느껴지는 기세에 죠와 토니는 놀람을 넘어 위축되는 자신들을 보고 있었다.


한편 현각대사와 눈이 마주친 빌리는 벼락을 맞은듯한 충격에 잠시동안 서서 온몸을 떨다 이내 진정한 뒤에 갑자기 정성을 다해 현각대사에게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일배 재배 삼배 올리는 절이 구배에 달할 때까지 절을 올리는 동안 현각대사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은 채 절을 올리는 빌리를 보고 있었다. 죠와 토니 이산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누가 절을 드리라 얘기한 적도 없는데 빌리가 갑자기 스스로 절을 올리는 게 아닌가?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영문을 모른 채 서로의 얼굴만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아홉번의 정성을 다한 절을 마친 빌리가 현각대사의 앞에공손히 무릎을 꿇고 앉자 대사께서 영어로


“얘야! 네 이름이 무엇이냐” 물으시니


“빌리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대사께서 빌리의 오른손을 양손으로 잡으면서


“그래, 우리 빌리 그동안 마음고생 많이 했구나” 하시며 빌리의 손을 토닥토닥 해 주시자 빌리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주르르 흐르며 서러운 오열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 모습을 옆에서 보고있던 현무대사는 합장을 하며 불호를 외우셨고 이산의 할아버지는 놀란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어쩐지 사형께서 귀한 인연 온다 라고 하시면서 어려운 걸음을 하셨다 했더니 저애와 연이 닿아 있었구나”라고 혼자말을 하셨다.


할아버지의 말씀을 들은 이산은 현각대사의 법력을 어느정도 알고 있기에 이해를 하였지만 토니와 죠는 무슨 귀신에 홀린 것 같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산아!”


오열하는 빌리를 다독여 주시던 현각대사의 부름에


“네! 할아버님”


“빌리, 이 아이는 보다시피 나하고 적지않은 인연이 있으니 짧지만 여기 머무는 동안은 나와 함께 했으면 하는구나” 하시는 말씀에 이산이 죠와 토니를 보고 얘기하니 두 사람 다 찬성을 해


“그렇게 하십시요 할아버님” 하고 공손히 말씀드리자 현각대사께서 편안한 미소를 보이며


"내 이제 갈 날이 다 되어 마지막 남은 업의 연을 풀고 가벼이 갈 수 있게 된 것도 모두가 부처님의 은덕이로구나” 하고 불호를 외우며 빌리를 다독여 주었다.


잠시 후 빌리가 어느정도 진정이 되자 이산이 현각대사의 뜻을 빌리에게 알려주자 빌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현각대사도 일어서 나가려는데 현무대사가 일어나며


“사형 꼭 이렇게까지 하시고 가실 건 없지 않습니까?” 하고 말씀하시니 현각대사께서 자애롭게 웃으시며


“무야! 너는 팔십이 넘은 나이에도 아직도 미련이 있느냐? 빌려온 것인데 돌려주고 가는 것이 맞는 법이고 가지고 가 봤자 무겁기만 하고 소용도 없느니라”


두분이서 선문답을 하시고 할아버지는 옆에서 안타까운 눈빛과 얼굴로 두분의 대화를 듣고계셨다.


현각대사와 현무대사간의 대화가 끝나고 현각대사는 손전등을 빌리에게 주며


“우리는 이제 가자” 하고 길을 나섰다.


모두가 일어나 길을 나서는 두사람을 배웅하려니 현각대사께서 만류하며


“먼 길 가는 것도, 오래 걸릴 것도 아니니 그냥들 있거라, 그리고 산이 너는 일주일 있다 모두와 함께 올라 오너라” 하고 빌리를 데리고 앞장서서 암자로 올라갔다.

죠와 토니는 어안이 벙벙하고 꼭 꿈을 꾸는 것 같아 실감이 나지 않는지 둘이 서로를 쳐다보며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라고 서로에게 묻고 있었다. 이산 역시 짐작만 할 뿐 뭐라 딱히 설명할 수가 없어 난감해 하는데 할아버지께서


“일단 들어가지, 들어가서 내 설명을 해주마” 하시며 모두를 데리고 들어갔다. 방안에 자리를 잡고 앉자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시던 할아버지께서


“현무야 네가 얘기하는게 어떻겠나?”하며 현무대사를 보자 현무대사께서 고개를 흔들며


“아냐! 그냥 네가 얘기해라 나는 아직 사형을 보내드릴 만큼의 깨달음이 안된 것 같다” 하고 한숨을 쉬며 천정을 올려다보았다.


“산아! 며칠전에 사형이 부르셔서 암자에 올라갔는데 사형께서 이승과의 인연이 얼마 남지 않으셨다고 하시더구나, 그러시면서 그래도 다행히 떠나시기 전에 너도 볼 수 있고 당신이 일찍 떠나지 못하게 붙잡고 있던 업의 연도 풀 수 있게 됐다 하시며 오늘 너와 당신과 끝나지 않은 연이 올 것이니 준비하라 하시더구나” 하시며 준비해 놓으셨던 차를 모두에게 따라주시고 입을 적시신 후


“그래서 너와 네 동료들이 올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사형은 당신이 가시기 전에 저 아이와의 업의 연을 풀기위한 의식을 행하실 거니라 저 아이에게는 복이 될 것이나 떠나가시는 사형에게는 무리한 일이 될 것이라, 현무와 나는 반대를 했으나 사형께서는 이렇게 하지 않으시면 업이 완전히 풀어지질 않는다 하시며 이 일을 하게 되었다.”


할아버지의 긴 설명을 듣고 어느정도 정리를 한 뒤 토니와 죠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이산의 설명을 들은 두사람은 불교라는 종교적 사상과 관념을 전혀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빌리의 상상할 수 없었던 행동에서 뭔가가 있는 것 같구나 라는 느낌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빌리가 현각스님과 절로 올라가고 토니와 죠는 현무대사에게 단전호흡법과 선유술 기본동작을 배우며 일주일을 코에서 뜨거운 김이 나오도록 보내고 있었고, 이산은 할아버지와 함께 약초를 캐고 다듬어 제시카를 위한 처방약을 만들며 보냈다.


정신없이 보낸 일주일이 지나고 일행 모두는 빌리도 보고 암자도 볼 겸 이른 아침과 수련을 마치고 무애암으로 올라갔다. 지난 일주일을 하루종일 무술, 훈련에만 전념해 지리산의 늦가을 정취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죠와 토니는 암자로 올라가며 보이는 풍광에 감탄을 금치 못하다 암자에 올라서는 탁 트인 전망 아래로 보이는 지리산 늦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에 취하고 말았다.


3,4백평 남짓한 넓이의 공간 한쪽에 부처님을 모신 조그만 암자와 그 옆에는 두분 스님이 거주하시는 방2개와 공양간으로 쓰는 부엌이 있는 단촐한 암자였다.

일행이 도착하자 넓찍한 마당에 나와서 따뜻한 햇볕을 쬐며 평상에서 차를 마시던 현각 큰스님과 빌리가 웃으며 맞았다.


지난 일주일간 무슨일이 있었는지 빌리의 고집스러움이 보이던 얼굴표정이 편안하게 바뀌어 있었으며 큰스님을 대하는 행동가지에서는 공손함을 넘어선 경외심이 보였다.


일행의 인사를 받은 큰스님께서 자애롭게 웃으시며


“산이는 나와 함께 들어가고 나머지는 이곳에서 차를 한잔하고 있어라” 하시며 이산을 데리고 부처님 모신 암자로 들어갔다.


부처님께 합장배례를 드리고 이산이 자리에 앉자


“산아! 군에 가라 했던 나를 원망하느냐?” 하시며 물으시는 큰스님 말씀에


“아닙니다, 오히려 약간이나마 깨달은 바가 있어 할아버님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하고 답을 드리자 허허 웃으시며


“그렇다니 다행이구나, 사실 너는 불문과는 연이 없으나 나와 현무와 개인적인 연이 깊으며 너는 살을 타고 태어났느니라, 그래서 내 너를 군대에 가라 한 거고 군에서 큰일을 겪으며 대살을 무난히 이겨냈으니 이제는 큰 고비는 없으나 앞으로도 너는 끊임없이 살과 부딪히며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 큰일을 겪으며 좋은 인연들을 맺었더구나, 너에게 큰 힘이 되어줄 아이들이다. 특히 나랑 인연이 있었던 빌리는 너하고도 적지않은 좋은 인연이 있었던 터라 너에게 많은 도움을 줄 아이니 잘 돌봐주거라. 영혼이 힘들고 지쳐 있어 이번에 많이 치유해 주고자 했으나 내 시간이 얼마없어 미흡할 수밖에 없었으니 네가 함께 지내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도록 하거라"


"산아! 네 삶이 평탄치 않아 업을 많이 쌓게 될 운명이라 이 할애비가 마음이 무겁고 안타깝구나, 하지만 그 또한 너의 업이려니 어쩌겠느냐! 다행인것은 네가 살도 많지만 덕도 많이 쌓을 기회가 있어 업을 풀 수 있을 것이니 너무 걱정 말거라. 너는 지키는 운명을 타고 났느니라, 그래서 살도 남을 위한 희생살이라 덕으로 쉽게 풀 수 있는 것이니 부디 덕을 많이 쌓아라 그리고 살을 행함에 있어 마음과 손에 사정을 두지 말거라 네가 사정을 두어 없애야 할 것들을 없애지 아니하면 그로인해 훨씬 더 큰 희생이 생길 것이니 괴롭고 힘들더라도 네 손에서 해결하고 없애도록 하거라 중으로써 할말은 아니다만 이 또한 너와 나의 업이니라” 하시며 불호를 외우셨다.


“산아! 네 할애비와 현무를 오라 하거라” 하시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산이 나가고 현무대사와 이산 할아버지가 들어오자 눈을 뜬 큰스님이


“내 너희들과 같이 한 세월도 어연 70성상이 다 되었구나. 지날 땐 긴 세월 같았는데 지나고 보니 하룻밤 꿈이더구나. 이제 나는 부처님 곁으로 가려한다. 가기전에 너희들에게 전할 말이 있어 불렀느니라. 현무야 그리고 복아 그동안 고마웠다. 부족하고 미욱한 나를 따르고 쫓아오느라 고생 많았다. 그리고 특히 복이 수고했다. 나와 현무 대신 세속의 일을 보고 산이를 거둬 잘 키워줘서 고맙다”


잠시 말을 멈추고 조용히 경청하는 두 사제를 따뜻한 눈길로 보던 큰스님은


“사람으로 100년을 넘게 살았고 부처님 제자로 90년을 넘게 살았건만 아직도 미욱해 법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하고 가는구나. 현무와 그리고 복아 남은 세월 용맹정진하여 부족한 나보다 더 부처님 곁에 가까이 가도록 하거라 잘 있거라” 하고 두 사제에게 합장배례를 마친 후 부처님을 향해 가부좌를 하고 조용히 열반에 드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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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15. 이어지는 인연과 이별 22.04.18 2,754 64 16쪽
» 15. 이어지는 인연과 이별 22.04.15 2,641 70 12쪽
44 15. 이어지는 인연과 이별 22.04.13 2,652 70 12쪽
43 15. 이어지는 인연과 이별 +2 22.04.11 2,695 61 11쪽
42 15. 이어지는 인연과 이별 22.04.08 2,742 65 10쪽
41 15. 이어지는 인연과 이별 +1 22.04.06 2,805 66 12쪽
40 15. 이어지는 인연과 이별 22.04.04 2,847 6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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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1 22.03.30 2,910 7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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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22.03.23 2,997 7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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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22.03.16 3,251 7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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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3. 회상 ; 꿈을 꾸다 22.03.11 3,038 74 11쪽
29 13. 회상 ; 꿈을 꾸다 22.03.09 3,097 69 10쪽
28 13. 회상 ; 꿈을 꾸다 +1 22.03.07 3,116 67 10쪽
27 13. 회상 ; 꿈을 꾸다 22.03.04 3,203 6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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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2. 전투 ; 전설이 되다. 22.02.28 3,141 62 17쪽
24 12. 전투 ; 전설이 되다. 22.02.25 3,199 6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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