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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찬 님의 서재입니다.

사내 이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지찬
작품등록일 :
2022.01.02 22:13
최근연재일 :
2022.07.11 13:55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216,575
추천수 :
4,975
글자수 :
427,558

작성
22.03.14 15:57
조회
3,107
추천
63
글자
11쪽

13. 회상 ; 꿈을 꾸다

DUMMY

꿈에서 할아버지의 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산은 자기가 버려진 이야기를 들을 때의 슬픔이 생각나는지 감고 있는 두 눈에서 눈물이 양 눈꼬리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긴 이야기가 끝난 며칠 후 이산은 현무스님과 서울로 올라왔다. 처음 본 서울은 놀라움 그 자체였지만 사람 살 곳은 못되는 것 같았다. 복잡함을 넘어 정신이 없을 정도였고, 공기가 너무 안 좋아 코와 목, 가슴이 답답할 정도였다.

학교는 휘경동에 있었으나 숙소는 북한산 자락 구기동 이란 곳 빌라 옥탑방을 얻었다. 현무 할아버지 지인분이 소개해 주셨고, 그나마 그곳이 이산이 숨을 쉬고 수련을 계속하기에 적당한 곳이었다.


숙소 마련하는 돈은 할아버지들의 도움을 어쩔 수 없이 받았지만 학교생활은 장학금으로 버티며 할 만했다. 몇번의 모임에 참가하고는 오로지 학교 도서관과 수련으로 남들 6년 과정을 3년에 끝낼 수 있었고, 할아버지에게 배운 한의학이 결정적 도움이 되었다.


이산은 어려서부터 한의학을 배워 커서는 당연히 한의사가 되고, 할아버지를 모시고 구례에 한의원을 연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군대를 지원했고 빨리 돈을 벌기 위해 파병을 왔었다.


‘응? 파병? 맞아 나는 아프카니스탄에 있는데 그리고 전투, 폭탄이 터지고 총에 맞았는데’ 라는 생각이 꿈꾸는 중에 떠올라 놀라서 눈을 번쩍 떴는데 눈에 강렬한 빛이 들어오고 있고 동그런 물체에서 하얀 빛이 나오는 게 보였다. 뭐지 하는데 손가락 두개가 보이고 자기 눈을 뒤집어 까며


“정신이 드나요?” 하는 말소리와 함께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히며 파란 눈동자가 보이는 게 아닌가?


“여기는?”


“기지 내 병원이고, 이산 하사는 거의 이틀을 꼬박 잠들어 있었어요” 제시카 대위의 설명에


“아! 네! 그럼 다른 동료들은?”


“모두 무사하니 걱정 말아요, 죠 하사와 토니 병장 역시 의식이 돌아왔고, 다만 빌리 병장이 출혈이 많아서 쇼크상태가 오래가 조금 시간이 더 걸릴 뿐 곧 의식이 돌아 올거예요”


“아! 네! 감사합니다”


“의식이 돌아온 거 축하하고, 난 이산 하사를 맡고 있는 제시카 대위라고 해요, 무슨 일이 있으면 나를 찾으면 돼요”라는 제시카의 말에 비로소 정신을 차린 이산의 눈에 제시카 대위의 얼굴이 들어왔다. 약간 웨이브진 금발에 까무잡잡한 피부, 눈꼬리가 조금 올라간 고양이형의 큰 눈, 크진 않지만 오뚝한 코에 두툼한 입술의 야무진 입매가 똑 소리 나는 스타일로 보이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이산이 인사를 하기 위해 몸을 일으키는 순간 “윽” 하며 자신도 모르게 나지막한 비명이 새어 나왔다. 상처부위가 주는 고통이 보통이 아니였다.


“그냥 있어요, 아직은 통증이 심할테고, 무리하면 봉합한 곳이 터져 피가 나오면 재 봉합해야 하니까요”


“네에! 그럼 그냥 누워서 감사인사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며 싱긋 웃었다.


이산의 웃는 모습이 참 싱그러워 보기 좋다고 느낀 제시카 역시 생끗 웃으며


“아니예요, 군의관으로 당연히 할 일이고, 이틀간 잠만 잤기에 배고플 테지만 일단 조금 참아요. 조금 있다가 점심시간에 부드러운 스프 중심의 환자식이 나올 거예요, 그럼 이만 쉬고 있어요”


“네! 감사합니다” 이산의 연 이은 감사에 ‘한국군은 감사를 잘하네’ 라고 속으로 웃으며 제시카는 방을 나섰다.


혼자 남은 이산은 빌리도 무사하다는 소식에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콕콕 쑤셔대는 통증을 참으며 상체를 일으킨 후 창가로 들어오는 햇볕을 마주보며 가부좌를 틀고 단전호흡을 시작하였다.


배꼽아래 단전에 의식을 집중하며 가늘고 부드럽게 단전까지 들여마신 숨을 30초가량 머금은 후 다시 가늘고 부드럽게 30초가량 내뱉는 호흡을 반복한지 오분이 채 되기전에 이산은 모든 것을 잊고 나도 잊는 무아상태에 들어 옆에서 보면 숨을 쉬는지 안 쉬는지 알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오분이 되기전에 단전에서 따뜻한 기운이 일어나며 온몸으로 퍼져 나가고 맑고 깨끗한 기의 공간 속에 들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거의 한시간을 보낸 이산은 눈을 뜨고 몸이 훨씬 가볍고 상쾌해진 것을 느꼈다.


옆에 놓여있는 환자식을 깨끗이 비운 이산은 이틀동안 굳어 있던 근육들을 풀어주기 위해 가벼운 스트레칭부터 시작해 선유술 기본동작을 1시간가량 몸에 약간의 땀이 날 정도로 한 후 샤워를 하고 죠와 토니를 만나기 위해 방을 나섰다.


병원 근무자에게 죠와 토니의 입원실을 물을 필요도 없이 둘은 바로 옆방에 있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얘기를 나누던 죠와 토니가 놀라며


“산! 언제 깨어난거야?”


“이젠 괜찮아?” 하는 물음에


“아직 조금은 불편하지만 견딜 만해, 두 사람은 어때?”


“우리도 아직은 이지만 좋아”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토니와 죠랑 차례로 포옹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산! 다시한번 너무 고마워, 그리고 평생 잊지 않을께” 죠의 감사말에


“그래, 정말 뭐라 표현해야 좋을 지 모르겠어. 하지만 이것만은 약속할 수 있어, 산이 필요로 할 때 항상 옆에 있을 거라는 거” 토니가 촉촉히 젖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두 사내의 마음이 담긴 감사에 이산이 싱긋 웃으며


“이 정도면 이제 신고식 화끈하게 한 거지?” 하고 두사람의 무거움을 풀어주는 농담을 던지자 토니가


“으잉! 이산 뒤끝 있네 뒤끝 있어” 하며 세사람은 웃고 즐기며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끔찍한 기억들을 조금씩 덮어 가기 시작했다.


다음날 참모들과의 아침 회의를 마치고 캠벨과 티타임을 즐기며


“부사령관님, 이산하사가 어제 깨어났다고 합니다”


“응! 제시카 대위가 연락 했더군, 그렇지 않아도 점심 먹고 가 보려는 데 같이 가지?”


“네!”


순간 스피커폰에 불이 반짝이며


“부사령관님! 사령관님 전화 왔습니다”


“오케이”


“날세, 샌더스, 좋은 아침이야”


“그래, 아침은 좋은데 기분은 꿀꿀해”


“왜? 일이 잘 안 풀렸나?”


“그건 아닌데, 그 양반 특유의 미루기와 오리발 있지 않은가? 동영상을 보더니 처음엔 남말하듯 하더군, 자기가 언제 저런 희생을 무릅쓰자고 했냐고?”


“그래서?”


“그래서 설득조로 차분하게 하나하나 설명했지, 지금와서 그게 무슨 소용 있냐? 이미 일은 벌어졌고 지금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라 이번 작전에 이런 희생은 어쩔 수 없었고, 사실 이번 희생이 있었기에 압둘라를 제거할 수 있었다 라고 여론에 성과와 희생을 섞어서 자연스럽게 발표해야 한다. 그리고 희생자들에게는 국가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감사를 표해야 된다 라고 설득했지, 그러면서 마틴의 문제도 거론했고”


“그랬더니?”


“역시 명예훈장은 어려워 크롬웰, 펄쩍 뛰는 거야, 안된다고”


“그럼 어쩌자는 거지?”


“명예훈장 대신 대통령 자신의 권한내에서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해 주겠다고 하네 크롬웰”


“샌더스, 그런 게 어떤 게 있나?”


“세명의 병사에게는 은성 무공훈장과 한 계급 특진을 시켜주고 마틴에게는 수훈 십자장과 특별대우를 해주면 어떻겠나?”


“이보게 샌더스, 그 수훈 십자장이야 우리끼리 얘기지만 미군에게나 좀 통하는 거고 마틴은 한국군이네, 그리고 그 특별대우라는 것도 마틴의 동영상이 언론에 알려지면 할리우드부터 미국 방송과 신문사까지 아마 최소한으로 해도 마틴은 수억 불은 벌고도 남을거야. 그것도 미국에서만, 한국 빼고 그렇지 않나?”


‘하! 이 인간 정말 끝까지 탈탈 털어먹으려 드네’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크롬웰의 말이 맞는지라


“그래! 자네 말이 맞네, 그래서 그 특별한 것을 돈이 아닌 다른 보상차원에서 만들어 봤네”


“그런가?”


“마틴을 국방부 특별관리 프로그램에 등록시키면 어떤가? 그것도 VIP등급으로”


“VIP등급이라 나쁘진 않은 것 같네만, 그리고?”


햐, 정말 독일전차는 독일전차였다.


“특별 시민권을 부여하고 국무부 특별여권도 발급해 주겠네”


“국방부 VIP등급 특별관리 프로그램 혜택은 구체적으로 뭔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전세계 국가를 방문 시 미군 장성급 이상의 대우를 받아 각 나라에 있는 미군호텔, 골프장 등 부대시설 이용 시 혜택과 필요시 의전 그리고 미군 수송기를 본인에 한해 이용할 수 있으며, 입출국 절차 시 혜택도 당연히 포함되네, 또한 본인이 원할 시 국방부 산하기업 취업우선권이 부여되고”


“그럼 외무부 특별여권은 뭔가?”


“그건 미국과 수교관계를 맺고 있는 각 나라를 방문 시 미국 외무부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그 나라에서 받을 수 있는 여권이네”


“흠! 일단 마틴을 설득해 보겠네만 기대는 하지 말게, 그 동영상이 이미 한국 채 장군에게 넘어가 있어, 그 친구도 설득해야 하니”


“아니! 그 동영상이 채 장군에게도 가 있나?”


“이 사람아, 그럼 당연히 보내 줘야지, 그래야 만약 일이 잘못 되도 뒷감당을 부탁할 수 있을 것 아닌가?” 하긴 크롬웰과 채필영의 관계를 생각하면 당연히 알려줘야 할 일이었다.


“그건 그렇지만 채 장군과 자네와의 관계가 돈독하니 잘 설득해서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는 걸로 하세, 내 자네 도움은 바로 갚을께, 크롬웰 부탁하네”


“알았네, 내 그리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지, 그리고 그 동영상 유출 안되게 조심하게, 여긴 이미 최고등급의 보안으로 설정해 놨으니 나중에 문제 생기면 괜한 사람 잡지 말고, 워싱턴은 워낙 험한 곳 아닌가?”


“안 그래도 손써 놨네, 아무튼 좋은 소식 부탁하네”


“그래, 나중에 통화 하세”


통화를 마친 크롬웰은 캠벨을 보며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 딜 아닌가?”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베스트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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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22.03.16 3,250 71 13쪽
» 13. 회상 ; 꿈을 꾸다 22.03.14 3,108 6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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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13. 회상 ; 꿈을 꾸다 +1 22.03.07 3,116 6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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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2. 전투 ; 전설이 되다. 22.02.25 3,199 6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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