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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찬 님의 서재입니다.

사내 이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지찬
작품등록일 :
2022.01.02 22:13
최근연재일 :
2022.07.11 13:55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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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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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27,558

작성
22.03.0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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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7
추천
69
글자
10쪽

13. 회상 ; 꿈을 꾸다

DUMMY

그래, 저 때 처음으로 장에 가서 국밥집 왕할머니를 뵈었고, 할머니가 말아 주시는 국밥을 정말 정신없이 맛있게 먹었었다. 그리고 처음 먹어본 기름진 음식에 배탈이나 설사로 고생을 많이 했었다. 할아버지가 약초를 파시는 동안 할머니 국밥집에서 혼자 기다리다 벌어진 사단이었고, 그 후로 한달에 한번씩 장터에 갈 때는 국은 빼고 밥과 반찬을 조금씩만 먹었고, 어린 새끼를 도대체 어떻게 먹이고 키웠길래 애가 고깃국도 한 그릇 못 먹느냐는 왕할머니의 성화에 할아버지는 그냥 빙긋이 웃기만 하셨다.


아마 그때부터 장터 아주머니들이 자기 때문에 수군댔던게 기억난다. 저 애가 그때 그 애 냐고?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리고 그런 말을 하면 시장 대장이신 왕할머니께서 주둥이를 찢어 놓겠다고 엄포를 놓아서 그 뒤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었다. 할머니에게 자신은 강아지였고 우리 새끼였다.


할머니 생각에 꿈을 꾸고 있는 이산이 싱긋 웃자 회복상태를 체크하던 제시카가


“이 아저씨 꿈에서 좋은 사람 만나나 보네” 하며 피식 웃었다.


15살에 처음으로 초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보러 광주라는 대도시에 가려 버스를 처음 탔고, 높은 빌딩과 지하철을 보고 정말 놀랐었다. 하지만 복잡한 시내와 별로 안 좋은 공기가 답답해서 고생을 좀 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점심은 밥을 먹기 시작했다. 물론 반찬은 여전히 소박한 산나물과 왕할머니가 해주시는 각종 김치였다.


그리고 19살때 대학에 합격해 입학을 위해 서울로 가기 몇 일전 이른 저녁을 먹고 한의학 책을 보고 있는 자신을 부른 할아버지께서 길고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산아! 우선은 이 할애비 얘기부터 해주마, 할애비 이름은 이복이다. 복복자를 이름에 쓴 이유는 이 할애비의 아버님께서 내가 태어난 때가 일본 놈들이 우리나라를 강제로 합방해 수탈하고 있던 일제치하라 나라가 얼른 해방이 되는 복이 오고, 우리 이씨 집안에도 복이 오길 바라는 마음에 복자를 쓰셨다고 하셨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의술로 밥을 먹고 살아온 의생 집안이었단다. 조선9대 임금인 성종대왕때부터 나라의 부름을 받아 백성들을 진료하는 일을 꾸준히 하였다. 의원이 중인의 신분으로 크게 출세하지 못하는 데다 하물며 평민 출신이었던 선조분들은 그 실력이 출중함에도 전의감이나 내의원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일반 백성들을 치료하는 혜민서에서 일하시다가 나 한테는 7대조 어른이신 이자 한자 쓰시는 이한 어르신이 내의원 판관을 하셨다. 그분의 실력이 워낙 출중해서 출신성분을 뛰어넘으신 거였지. 그 뒤로 쭉 나랏일을 해 오시다 내 할아버지, 그러니까 너에게는 고조할아버지가 되시는 이자 국자 쓰시는 어르신이 또 내의원 첨정을 제수 받으시어 일을 보고 계실 때 일본 놈들이 쳐들어와 나라를 빼앗기게 되었지.”


목이 마른지 차를 드시고


“그때 명성황후 마마 시해사건이 난 것이란다. 그때 이 일을 저지른 왜놈들 집단이 흑룡회라고 아직도 일본에서 우리나라를 잡아먹으려고 이 땅의 친일파 놈들이랑 손을 잡고 일을 계획하고 있단다.”


이산은 깜짝 놀랐다. 자기 집안이 의원 집안인 건 자기가 배우고 있는 한의학책을 보고 알고 있었다. 책 제목이 건민록(健民錄) 이가전(李家傳)이어서 집안의 선조들께서 대대로 써 오신 것일거라는 예상은 했었지만, 대대로 나라의 의관이었고, 명성황후 시해 때 내수사에 계셨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다. 그리고 자신과 산에만 계시는 할아버지가 어떻게 흑룡회란 오래된 일본 극우조직이 아직도 남아있고, 또 그 조직과 관련된 친일파가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신지 궁금했다.


“이 할애비가 이런 사실들을 알 수 있었던건 장복이 덕분이란다.”


장복이? 장복이가 누구지? 라는 의아함에 할아버지 얼굴을 보니


“장복이는 현무 그 땡중의 어릴적 속명이란다.”


아! 현무할아버지 이름이 장복이구나


“사실 나와 장복이 그리고 읍내 장터의 왕할망 모두 어릴적 동무란다. 장복이 집안은 조선시대 무관의 집안으로 장복이 할아버지이신 장자 용자 쓰시는 어른은 조선 제일검으로 소문이 자자하신 어른이셨고, 왕할망의 할머니는 명성황후 마마를 모시던 상궁이셨다”


이산은 그제야 세분이 친하신 까닭을 알았다. 다시 차를 따라드리니 한모금 마시며


“어려서부터 세 분 어르신들의 한에 맺힌 울분을 너무 많이 듣고 자란 우리 세사람은 해방이 된 후에도 장복이를 통해 여러 소식들을 들을 수 있었단다.”


말씀을 잠시 멈추고 이산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보시던 할아버지는


“그런데 세분 어르신 들은 나라의 광복을 위해 독립운동을 하신다며 당신 아들들을 데리고 만주로 가셨고, 나와 장복이는 현각 스님의 스승님 이시고 세분 어른과 우의가 두터웠던 무애스님께서 맡아주셨고, 수연이는 아는집 수양딸로 가게 되었단다. 그래서 나와 장복이는 이 곳에서 평생을 살게 되었고, 왕할망은 타지로 시집을 갔다가 20년전쯤 이곳으로 돌아와 국밥집을 하게됐고···” 라며 찻물로 입술과 목을 적신 후


“이게 우리 집안에 얽힌 이야기고 너와의 인연은 지금부터 이야기해주마. 사실 이 이야기는 하지말고 평생 묻으려 했는데 현각 사형께서 얽매이지 말고 집착하지 말라 충고해 주셔서 결심하게 됐단다. 너는 나와 피로 맺은 인연은 없단다. 산아!”

이산도 약간은 눈치채고 있었으나 할아버지께 직접 듣고 보니 가슴이 묘하게 울렁이며 약간 멍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너를 만난 건 지금으로부터 19년전인 94년 5월 11일이었단다. 읍내 장터에 약초를 넘기고 오던 길에 네가 보자기에 쌓여 조그만 상자안에 놓여 있었단다. 장터 한적한 곳에 있어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고 네가 울지 않았으면 나도 무심결에 그냥 지나쳤을 텐데,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주위에 나 밖에 없을 때 네가 울어 깜짝 놀라서 상자를 열어보니 이제 백일이 됐을까 하는 네가 있었단다. 그래서 처음엔 왕할망한테 너를 맡기려 했는데, 우리가 피가름은 없었어도 정가름은 있었던지 왕할망이 안기만 하면 죽겠다고 울어대다가도 내가 안으면 웃고 잘 자고 해서 열성조들께서 우리 집안의 대가 끊기지 않게 너를 보내주셨구나 하고 내가 너를 맡게 되었단다."


할아버지와 자신의 인연을 듣던 이산은 별로 슬프진 않는데 눈물이 왜 나는지 몰랐다. 손자의 가슴 아픈 얘기를 해 주시던 할아버지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산의 손을 꼭 잡으며


“하지만 산아, 너는 내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손자다. 이 할애비는 우리 산이가 이렇게 듬직하게 커주고 나에게 늦게나마 가족의 사랑을 알게 해 줘서 너무 고맙단다”


할아버지의 담담하지만 진정한 마음의 말씀에 이산의 눈물은 더욱 굵어졌다. 한참을 울던 이산은 눈물을 추스르며


“할아버지 너무 감사드리고, 저는 그냥 할아버지 손자 산 이예요”라는 이산의

말에 할아버지는 가슴이 뭉클해져서 꼭 잡은 이산의 손을 다독여 주었다. 잠시 후 이산의 손을 놓고 차를 드신 후


“산이 네 이름은 현각 사형께서 지리산이 너를 키워 주실 거다 라고 하셔서 산이라 지은 것이다. 이제 우리 산이가 대학에 가서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 네가 하고싶고 살고 싶은 데로 살아라, 단 이 할애비가 산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산아 솔직하고 성실해라, 그리고 존중하고 배려해라, 길 떠나 서울로 유학 가는 우리 손자에게 할애비가 당부하는 말이다”


이산이 꿈에서 할아버지를 만나는 동안 크롬웰 소장은 자기방에서 캠벨 중령을 아침 일찍부터 만나고 있었다.


“그래 캠벨, 좋은 아이디어 생각났나?”


“네! 부사령관님, 그전에 이번 워싱턴에서 무리를 하면서까지 더블트랙을 실행한 이유를 알아냈습니다”


크롬웰 소장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그래? 누구래?”


“예! 아흐마드 압둘라를 잡았다고 합니다. 호크로”


“어쩐지 샌더스 이놈이 내 전화까지 피할 정도면 큰놈이라 했더니 압둘라였구먼”


“네! 이제 아무리 민주당이 잡고 있는 의회라도 청문회에서 크게 태클을 걸기 어려워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확정된 거 같습니다”


“결국 그렇게 가고 싶어했던 워싱턴으로 가게 되었구먼, 아무리 그래도 정이 안가, 샌더스 이놈은”


“그래서 말입니다. 부사령관님”


계속해 보라는 눈빛에


“이번 동영상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누구? 샌더스에게?”


“네!”


“그리고?”


“그러면 아마 바로 부사령관님께 연락이 올겁니다. 백악관이 눈앞인데 이 동영상이 민주당 청문위원들과 공화당 위원들 중 샌더스 사령관님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간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는 사령관님이 더 잘아시고 계시지 않겠습니까?”


캠벨의 정곡을 찌르는 의견에


“당연하지, 그 동영상을 청문위원들이 보면 그 여우의 백악관 입성은 날라가지”


“그래서 바로 전화가 올 테니 그때 부사령관님의 조건을 받아 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준비는?”


“네! 지금 바로 보낼 수 있게 대기하고 있습니다”


역시 캠벨이었다. 씨익 웃은 크롬웰 소장은


“좋아! 바로 보내고 아침회의 하자고”


“네! 알았습니다” 하고 캠벨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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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16. 하얀 황금 22.04.20 2,837 6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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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22.03.16 3,251 71 13쪽
31 13. 회상 ; 꿈을 꾸다 22.03.14 3,108 63 11쪽
30 13. 회상 ; 꿈을 꾸다 22.03.11 3,038 74 11쪽
» 13. 회상 ; 꿈을 꾸다 22.03.09 3,098 69 10쪽
28 13. 회상 ; 꿈을 꾸다 +1 22.03.07 3,117 67 10쪽
27 13. 회상 ; 꿈을 꾸다 22.03.04 3,203 6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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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2. 전투 ; 전설이 되다. 22.02.28 3,141 62 17쪽
24 12. 전투 ; 전설이 되다. 22.02.25 3,199 6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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