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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찬 님의 서재입니다.

사내 이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지찬
작품등록일 :
2022.01.02 22:13
최근연재일 :
2022.07.11 13:55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216,572
추천수 :
4,975
글자수 :
427,558

작성
22.03.04 16:09
조회
3,202
추천
66
글자
10쪽

13. 회상 ; 꿈을 꾸다

DUMMY

한편 캠벨 중령의 보고를 받은 크롬웰 소장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이건 분명 이중작전인 더블트랙이었고, 워싱턴에 가 있는 샌더스의 장난이었다. 자신 책상의 수화기를 든 크롬웰은


“신디! 워싱턴 연결해” 라고 비서에게 지시하고 캠벨을 보며


“자넨 어떻게 생각해?” 라고 물었다.


“더블트랙 같습니다. 부사령관님! 동일시간 그 지역에 호크가 떠 있었습니다.”


“샌더스 이 개새끼, 아무리 워싱턴이 좋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해야되나?” 순간 책상 위 스피커폰의 불이 반짝였다.


“그래!”


“부사령관님, 샌더스 사령관님이 백악관 안보회의에 참석해 전화연결을 할 수가 없답니다” 신디의 보고에 캠벨을 보며


“이 새끼가 내 전화를 피하고 있네”


“부사령관님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령관님인데 전화를 받으시겠습니까? 아마 조금 있다 전화가 올겁니다”


“샌더스 이새끼 생도 시절부터 정치색이 짙고 출세지향적이라 동기들이 군인보단 정치인이 어울린다고 했었는데 여전해, 아니 더 심해졌어”


“그러니 백악관 안보보좌관에 내정된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그렇지 이건 아니잖아? 지 정치 욕망 때문에 8명이 죽고 중상만 4명이야, 거기다 한국군까지”


“참 중상자들 상태는 어떤가? 특히 그 친구 한국군···..”


“이산입니다”


“그래 이산 그 친구!”


“정확한 건 도착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일단 생명엔 지장은 없다고 합니다. 대신 도청과 감청을 맡고 있는 빌리라는 친구가 위중한 상태라고 합니다”


“그래?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구먼, 잘못됐으면 강 중령과 채 소장 이 친구들 볼 면목이 없었는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부사령관님”


“응! 왜?”


“사경을 헤매고 있는 빌리라는 친구가 특별 관리 요원입니다. “


“뭐야? 뭐로?”


“컴퓨터와 통신쪽 귀재라고 합니다”


“이런! 샌더스 이 개새끼 잘못되기만 하면 내 이 새끼 아가리에다 콜트를 쑤셔 박아 버릴꺼야, 이 개새끼”


크롬웰 소장이 흥분하는 이유는 빌리의 사망이 가져올 파급력 때문이었다. 특별 관리 요원 중에서도 SA급은 전미 군인들 중 극소수였고, 하물며 컴퓨터 및 통신분야는 더더욱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그런데 캠벨! 어떻게 그런 요원이 본토에 있지 않고 여기에 있게 됐나?”


“원래는 국방성 직속 특수전팀 소속인데 샌더스 사령관님의 요청으로 오게 됐다고 합니다. 극비사항이라 저도 이번 사태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설상가상이네, 샌더스 이새끼 똥은 지가 싸고 치우는 건 나보고 하라, 미치겠구먼”


“부사령관님! 이번 사태를 이용하시지요”


캠벨의 의미있는 권유에 호기심어린 눈으로 캠벨을 보며


“어떻게?”


“빌리가 이번작전에 투입됐고, 적들의 함정에 빠져 사경을 헤매는 것을 샌더스 사령관님은 모르고 계십니다”


“그렇지, 그 얍삽한 놈은 이번 작전의 중요성과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고만 했지”


“맞습니다. 그래서 부사령관님께서는 빌리가 속해있는 최정예팀인 1팀과 한국군 최우수 특수요원인 이산까지 부탁하셔서 투입하신 겁니다”


이산의 투입을 슬쩍 이번 작전 계획과 연관지은 캠벨의 의견을 모르는 척 하며


“그렇지”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샌더스 사령관님은 이번 정보를 혼자 쥐고서 일부만을 저희에게 알려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작전계획을 수립한 저희는 적들이 쳐 놓은 함정에 빠져 커다란 희생을 치른 반면, 워싱턴은 저희의 희생을 이용해 자신들의 작전을 성공시켰으니, 백악관과 샌더스 사령관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게되면 무척 좋아하지 않겠습니까?”


긍정의 눈빛으로 계속 하라는 신호를 보내자


“샌더스 사령관님께 이번 저희들이 당한 희생을 말씀하시면서 약간의 뉘앙스를 주시면 그 똑똑하신 양반이 바로 알아듣고 보상책을 보내오지 않겠습니까?”


“흠, 그러니까 샌더스에게 받아내자”


“네! 이미 희생은 발생했고, 부사령관님이 해 주실 수 있는 것은 최대한의 보상 아니겠습니까? 그래야 이번에 희생당한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다른 장병들의 사기에도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백프로 맞는 얘기였고, 당연히 그렇게 해야 했다. 그런데 캠벨은 그 이상으로 판을 키워서 단순한 보상 차원 이상을 요구하자고 했고, 크롬웰은 잠시 워싱턴의 역학관계와 자신이 이용가능한 인맥들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 작전 참모 캠벨 중령은 누구보다 크롬웰 소장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다. 이미 15년넘게 크롬웰의 옆을 지키고 있어, 가족관계는 물론 친구와 군, 정계, 재계 인맥들에 대해서도 잘 파악하고 있었다. 크롬웰 장군은 평생을 야전군인으로 살아왔고, 그래서 정치와는 거리가 있어 진급과 보직에서도 항상 정치 군인들에 밀렸다. 하지만 전투에서는 솔선수범하고 부하들을 아끼고 챙겨주며 솔직하면서 성실하고 소탈한 인간적인 매력에 많은 사람들이 장군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 캠벨 자네 말대로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러니 자네도 미리 알아서 준비해봐”


“네! 부사령관님 즉시 시작하겠습니다” 라며 경례를 마치고 나왔다.


캠벨을 내보낸 크롬웰은 장식장에 있는 글렌피딕 30년산을 꺼내 한잔을 따라 손에 쥐고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자기는 평생을 야전군인으로 살아왔고, 그것이 진정한 군인의 길이고 명예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계급이 올라가면서 정치와 돈이 끼어들기 시작했고, 이제는 자신이 지금까지 왔고 또 앞으로 가려는 길이 지금까지의 방식으론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기 혼자면 괜찮고 문제없다. 그러나 이제 자신이 챙겨줘야 할 식구들이 많아졌다. 자기와 대척점에 서 있는 샌더스가 항상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던가?


“크롬웰, 자네도 언젠가는 정치군인이라 손가락질 받는 나를 이해하고 닮아질 때가 올 거야” 라고.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샌더스는 너무 나갔다. 우리의 본분은 군인이지 정치인이 아니다. 군인이 정치인과 엮이면 결국은 이용당하게 돼있다. 하긴 세상사가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서로 이용하고 이용당하고, 단지 명분의 차이일 뿐이었다.


손에 든 좋아하는 글렌피딕 30년을 한모금에 털어 넣으며, ‘이것도 내 길이면 피하지 말자’ 라고 생각을 굳혔다. 이렇듯 크롬웰 소장과 캠벨중령의 또다른 작전이 세워지고 있었다.


그 시각 이산은 꿈속에서 고향인 지리산 노고단 자락의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깊은 산속에 가 있었다. 거기에서 이산은 할아버지와 할아버지 친구분인 현무할아버지 그리고 웬 3, 4살 정도 됐을 꼬마아이를 보고 있었다.


“이봐, 돌팔이, 저 꼬맹이가 언제부터 호흡법을 배웠나?”


얼굴은 완전 수호지의 노지심을 빼 닮은 것 같은 현무스님의 질문에 가부좌를 틀고 단전호흡 흉내를 내고 있는 꼬맹이를 흐뭇한 눈빛으로 보던 할아버지가


“산이가 한달전쯤 내가 새벽에 하는 걸 보고 흉내 내며 가르쳐 달라 하길래 알려줬더니 저렇게 곧잘 하네”


답을 하시는 거였다. 아! 저 꼬맹이가 어린 나였구나, 이산은 어렸을 때 사진이 없었다. 그래서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 봤기 때문에 자세한 모습은 기억하지 못하였다. 잘생기진 않았지만 튼튼하고 똘똘한 것 같았다.


“호호 그래!” 하며 장난스럽게 웃는 현무 할아버지가 살금살금 어린 이산에게 다가가 새끼 손가락으로 딱밤을 먹였다.


‘딱!’


“아야! 씨~ 스님 할아버지 왜 때려, 산이 아프잖아”


“요놈아 그러니 왜 졸아 졸긴’”


“산이는 안 자려는데, 해님이 자꾸 재우잖아” 어린 이산의 대답에 할아버지와 이산도 빙그레 웃고 있었다.


이번엔 5살 정도 된 것 같았다. 현무 할아버지가 어린 이산에게 선유술의 기본자세를 가르치고 있었다. 마보자세가 익숙해지면 뒷꿈치를 들고 앞꿈치로만 버티기, 앞꿈치 마보에서 허리를 뒤로 젖혀 두손을 땅에 댄 궁보자세에서 왼발차이, 오른발차기등 36 기본자세를 익히고 있었다.


저때부터는 기억이 생생하게 났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면 할아버지와 함께 소금물 양치를 하고 한의사였던 할아버지가 달여 놓으신 검붉고 자주빛이 나는 약초물을 마시고 햇살이 잘 비추는 바위에 올라가 해를 바라보며 단전호흡을 한시간 정도 한 후, 저 기본자세를 2시간 정도하고 아침을 생식으로 했다. 할아버지가 만들어 주시는 생식은 각종 곡물가루에 토종꿀을 넣어 계란만하게 뭉친 것으로 약초와 산나물을 생으로 된장에 찍어 같이 먹었다.


아침을 먹고는 할아버지에게 천자문과 약초에 대하여 배웠고, 약초물을 마시고 점심 후에는 현무 할아버지에게 또 선유술을 배웠다. 그리고 간단한 생식, 저녁후에는 복습을 하고 약초물을 마시고 9시 정도에 잤다. 이런 생활을 19살 서울 휘경동에 있는 한의대학에 붙어 상경할 때까지 매일 반복했다. 물론 배우는 무술과 학문은 바뀌어 갔지만 말이다.


한글도 5살 때부터 배운 것 같았고, 초등학교 과정은 10살 때부터 큰스님 할아버지인 현각스님에게 배워 초, 중, 고 모두 검정고시로 졸업했다. 그런데 꿈속에서 자꾸 현무 할아버지가 어린 자신의 엉덩이를 주무르고 꼬집는게 아닌가? 자기 기억에 저런 일을 없었는데 너무 생생한 꿈에 고개를 갸웃하던 이산은 이번엔 10살정도된 이산을 만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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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16. 하얀 황금 22.04.29 2,534 61 10쪽
50 16. 하얀 황금 22.04.27 2,479 62 10쪽
49 16. 하얀 황금 22.04.25 2,561 62 10쪽
48 16. 하얀 황금 +2 22.04.22 2,627 64 8쪽
47 16. 하얀 황금 22.04.20 2,837 68 9쪽
46 15. 이어지는 인연과 이별 22.04.18 2,754 64 16쪽
45 15. 이어지는 인연과 이별 22.04.15 2,640 70 12쪽
44 15. 이어지는 인연과 이별 22.04.13 2,652 70 12쪽
43 15. 이어지는 인연과 이별 +2 22.04.11 2,695 61 11쪽
42 15. 이어지는 인연과 이별 22.04.08 2,742 65 10쪽
41 15. 이어지는 인연과 이별 +1 22.04.06 2,805 66 12쪽
40 15. 이어지는 인연과 이별 22.04.04 2,847 69 9쪽
39 15. 이어지는 인연과 이별 22.04.01 2,957 70 9쪽
38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1 22.03.30 2,910 70 8쪽
37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2 22.03.28 2,932 64 12쪽
36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22.03.25 3,046 71 12쪽
35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22.03.23 2,997 76 11쪽
34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22.03.21 3,105 77 15쪽
33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22.03.18 3,159 79 12쪽
32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22.03.16 3,250 71 13쪽
31 13. 회상 ; 꿈을 꾸다 22.03.14 3,107 63 11쪽
30 13. 회상 ; 꿈을 꾸다 22.03.11 3,038 74 11쪽
29 13. 회상 ; 꿈을 꾸다 22.03.09 3,097 69 10쪽
28 13. 회상 ; 꿈을 꾸다 +1 22.03.07 3,116 67 10쪽
» 13. 회상 ; 꿈을 꾸다 22.03.04 3,203 66 10쪽
26 12. 전투 ; 전설이 되다. 22.03.02 3,262 67 22쪽
25 12. 전투 ; 전설이 되다. 22.02.28 3,141 62 17쪽
24 12. 전투 ; 전설이 되다. 22.02.25 3,199 66 12쪽
23 11. 인연이 시작되다 ~ 12. 전투; 전설이 되다. 22.02.23 3,151 6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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