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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찬 님의 서재입니다.

사내 이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지찬
작품등록일 :
2022.01.02 22:13
최근연재일 :
2022.07.11 13:55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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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655
추천수 :
4,975
글자수 :
427,558

작성
22.03.28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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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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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글자
12쪽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DUMMY

죠의 긴 얘기를 침묵과 분노속에 듣던 토니가 한숨을 쉬며


"정말 어찌 이리 하나같냐? 씨발” 하자 빌리 역시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나만 힘들었는 줄 알았는데 내가 바보였네" 하고 넋두리를 뱉었다. 이산은 언제부터 인지 말을 끊고 오직 듣기만하고 있었다. 마치 뭔가 결단을 내려는 사람 같았다.


"내가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은 너희들과 가족이 되기 싫어서도 또 그럴 마음이 적어서도 아니야. 나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에게 말은 무겁게 하고 행동은 가볍게 하라는 가르침을 머리에 막히게 받아서 결정을 할 때 까지는 최대한 신중하려 해서 그랬던 거야. 그리고 난 이산을 믿어 내자신보다 더 믿어 왜? 이산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내 자신은 어떨지 생각해 왔던 거야. 과연 내가 우리가 가족이 됐을 때 너희들의 등을 책임질 수 있을까? 물론 이산은 빼고, 이산에게는 내 등을 맡아 달라 부탁할거야. 그런데 빌리와 토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잘못 생각 했다는 걸 깨달았어, 가족은 누가 누구의 등을 책임져 주는 게 아니고, 서로가 서로의 등뒤를 보아주고 맡아주는 거라는 걸, 그래서 이제 내 등을 너희들에게 맡기려고 해. 우리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 되자, 이산 캡틴을 중심으로”


죠의 환한 웃음과 결정에 빌리와 토니도 기뻐하며 밝게 웃는 얼굴로 밤하늘 어느 중간 지점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깊은 생각에 빠진 이산을 바라보았다.


죠의 얘기가 끝난 지도 한참 됐는데, 그렇게 허공만을 응시하던 이산이 “후우”하는 긴 한숨과 함께 세사람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아버지가 누군지 어머니가 누군지도 몰라, 태어나자마자 한국 시골마을 장터에 버려졌다고 하더군, 나를 주워서 길러 주신 할아버지 말씀이 태어난 지 한 2달정도 된 것 같았대. 아직도 엄마 젖을 먹을 때였는데 그 시골마을엔 애기를 나은 집이 없어 내게 젖을 먹일수가 없었대. 그래서 할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쌀로 죽을 끓여 조금씩 먹일 수밖에 없으셨는데, 걱정하셨던 것 보다 내가 훨씬 잘 먹고 잘 크더래” 하며 시작된 이산의 이야기는 지리산에서 세 분 할아버지에게 무술과 한의학 그리고 학문을 배운 이야기와 19살 대학에 입학하면서 할아버지에게 처음들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와 할아버지 집안 이야기, 그리고 대학에서의 재미없었던 생활과 군에 입대하여 여기 오게 된 이유와 과정을 담담하게 들려주었다.


이산의 긴 이야기를 들은 세사람은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은 자신들의 어린시절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우리는 밉든 곱든 아버지나 어머니 두분 중 한분이라도 얼굴을 뵀는데 캡틴은 우리보다 더하네” 라는 빌리의 말에 이산이 말했다.


"나는 아버지도 되고 어머니도 되시는 할아버지가 계시지만 너희들은 없잖아?” 하며 농담을 던지고 웃자


“그분 할아버지는 이제 우리들 할아버지도 되잖아?" 라는 토니의 되치기에 무거웠던 분위기를 덜어내며 다같이 웃었다.


“내가 너희들 얘기 들으며 아무 말 할 수 없었던 것은 나는 내가 한 행동이 특별하다 거나 자랑스럽다 거나 라는 생각은 전혀 없어, 너희들 누구나 그런 상황이면 나와 같은 결정과 행동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가족이 되자는 의견에는 나도 적극적으로 찬성이야, 우리모두 조금은 남들과 다르게 자랐으니 서로를 의지하고 도와주면서 부족한 면을 채워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네, 그런데 제발 그 놈의 캡틴이니 나발이니는 하지마, 그냥 이산이라 부르던 지 아님 그래, 마틴이라고 불러, 안 그럼 나는 도망갈 테니 오케이?"


이산의 따듯한 찬성과 협박성 멘트에 죠와 토니 빌리 모두 정말 기뻐하며


“무슨 말인지 이해는 가지만 아무리 작은 모임이라도 각자의 역할과 체계가 있어야 그 모임이 지속되고 또 서로 간의 의견이 다를 때 조정과 결정을 해야 하잖아? 그러니 캡틴이 있어야 하고, 그 자리는 당연히 산이 해야 맞는거고, 내말이 맞지?”


죠의 정연한 논리에


“두말하면 잔소리지”


“정말 딱 떨어지는 정답이네, 정답이야”


토니와 빌리도 적극적으로 밀어 부치자 죠의 말에 좀 설득당한 이산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럼! 이렇게 하자, 너희들의 마음도 알고 의견도 인정해, 하지만 여기는 우리만 있는 데가 아니고 또 우리가 같이 살아가려면 의논하고 준비해야할 것들도 많으니 그 모든 것이 결정될 때 까지는 호칭을 그냥 마틴으로 하자”


이산의 사정조 설득에


"이건 어때! 우리끼리의 호칭은 캡틴이고 남들이 있을 땐 마틴으로”


빌리가 죠와 토니의 동의를 구하자


“그렇게 하는게 좋겠네” 라고 웃으며 자기들끼리 결정해 버리는 게 아닌가?


이산도 어쩔 수 없이 따라 웃으며


“그래, 니네 맘대로 해라” 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죽음의 위기를 같이 넘었던 이들은 이제 동료를 넘어 가족이 되어가고 있었다.


한편, 자신의 방에서 커피와 함께 휴식을 즐기던 제시카는 병원내 야릇한 분위기에 신경이 상당히 쓰였다. 이산과 동료들이 포상을 받은 이후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쪽 저쪽에서 자주 들려, 그러려니 하고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었는데, 요즘 들어 화제의 주인공이 이산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고, 자신이 점을 찍을지 말지 간을 보고 있는 상대인 이산에 대하여 쑥덕쑥덕 하는 말이 들릴 때마다 못 들은 척 넘어가지만 속에서는 이것들이 누구 염장지를 일 있나? 라며 불이 확확 땡겨지고 있었다.


도대체 이산 이 인간이 어떻게 하고 다니기에 이 기지배, 저 지지배 주둥이에서


“이산 괜찮지 않니?”


“처음엔 좀 그랬는데, 볼매다 얘 볼매야!”하는 소리가 나오는 거야 하며 슬슬

애꿎은 이산에게 화살이 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병원 여직원들을 만날 때 마다 싱끗싱끗 웃는게 헤퍼 보이는 것 같아 짜증에 성난 고양이 눈이 된 제시카는 이 인간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산을 찾아갔다.


얼마전 죠와 토니 빌리의 생떼 같은 우격다짐에 졸지에 캡틴인지 나발인지가 된 꿀꿀한 기분이 채 가시지 않아 영어를 듣고 있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던 이산은 병실문이 좀 거칠게 열리며 들어온 제시카를 보며 싱끗 웃으며


“좋은 오후네요” 라고 인사를 전했다.


안그래도 저놈의 헤퍼보이는 눈인사 때문에 속에 불이나 찾아왔는데 오자마자 또 보게되자 제시카는 꼭지가 돌기 시작했다.


“요즘 이산씨는 좋겠어요?”


앙칼진 제시카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좀 당황한 이산이


“네? 그게 무슨?”


‘이 인간이 잘못했다고 하거나 미안하다고 하진 못할망정 생을 까?’ 하는 생각에 성난 고양이의 눈이 더욱 치켜 올라가고 목소리의 가시는 더욱 날카로워지며


“이 여자, 저 여자 병원내 모든 여자들이 이산씨 팬이 되가니 얼마나 좋겠어요?”


‘이게 무슨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얘기야’라며 어리둥절한 이산이


“제게 무슨 팬이 있다는 건지···?” 하고 싱긋 웃으며 반문하자, 헤픈 이산의 눈웃음 공격에 제시카 꼭지는 완전 돌았다.


“아~모르셨어요? 어떻게 모르실 수가 있을까? 본인이 저렇게 만나는 여자들마다 눈웃음을 살살 쳐서 꼬드겨 놓고 이제는 모르신다고 딱 잡아떼네” 하며 이산을 똑바로 쳐다보듯 째려보았다.


드물게 뛰어난 미모와는 다르게 연애의 밀당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자존심만은 엄청 강한 제시카는 자기가 오버를 해도 한참 넘어 하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이산을 몰아 부치고 있었고, 연애는 커녕 밀당 한번 못해본 이산은 이 여자가 왜 이러나? 하면서도 그동안 자신의 주치의로 친절하고 세심하게 보살펴 준 고마움에 어이가 없었지만 올라오는 짜증을 참으며,


“그건 복도나 밖에서 마주치면 그분들이 눈인사를 먼저 하기에 저도 답례로 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외엔 아무 의미도 없는 겁니다” 라는 이산의 담담한 반박에


그때서야 아차 하는 생각과 함께 뜨거워졌던 열불이 식으며 ‘내가 앞뒤 안가리고 오버했구나’ 라는 생각에 정신이 좀 든 제시카는 순간 당황해하며


“그게···. 그랬었나요? 그런데 왜 그 여자들이 온통 이산씨 얘기만 하죠?”


제시카 본인이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다섯 살 짜리 같은 투정으로 버벅 댔다.


“글쎄요! 제가 그분들 얘기를 들어보지 못해서 뭐라 얘기하기도 그렇고, 또 그분들 마음을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라며 침착하게 가라앉히자 뜨거웠던 가슴이 식어 차분하게 생각하게 된 제시카는 자신이 너무 경솔했고, 앞뒤없이 막 나갔다는 걸 깨닫고 머리가 싸 해지며 창피함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몸둘 바를 모르게 되었다.


그러면서 슬슬 억울함이 밀려들었다. 자기는 미모와 머리를 모두 겸비한 흔히들 얘기하는 재원이었다. 그 중에서도 탑클라스에 속하는, 그래서 얼마나 많은 돈 많고 잘생긴 남자들이 자기의 환심을 사기위해 줄을 섰던가? 그런데 지금까지 전혀 관심도 없고 꿈에서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동양남자, 그것도 가본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한국이라는 조그만 나라의 중사 군인 때문에 자기가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지금의 말도 안되는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처음 있는 일이 였기에 억울함에 복받쳐오는 눈물을 참기 위해 제시카는 치밀어 오르는 목젖을 누르고 눈가가 빨개지도록 이산을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쳐다보았다.

갑자기 문을 확 열고 들어와 성난 고양이 눈을 하고 마구 쏘아 부치더니 돌연 말을 뚝 끊고 두 눈이 빨개지며 눈동자엔 눈물이 가득차고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제시카의 모습에 이산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직감적으로 이 상황은 일단 무조건 잘못했다고 납작 엎드려야 될 것 같은 생각에


“저 제시카 대위님, 제가 잘못했으니 화를 푸세요” 라며 한걸음 다가서는데 제시카가 눈물을 주르륵 흘리더니 이산의 따귀를 때리는 게 아닌가?


‘찰싹’


순간적으로 피하면 절대 안될 것 같은 생각에 자신의 뺨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며 약간의 당혹스러움을 감춘 부드러운 눈길로 제시카를 바라보았다.


지금껏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자신도 알 수 없는 억울함과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몰라주는 이산에 대한 야속함이 겹쳐 자신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이산의 뺨을 때린 제시카는 자신의 말도 안되는 행동에 놀라 이산을 보니 이런 황당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부드럽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이산의 앞에서는 도저히 자신의 흐트러진 감정을 추스를 수가 없었던 제시카는 그대로 돌아서 병실 문을 열고 뛰다시피 나와 버렸다.


제시카가 자신의 뺨을 때리고 본인도 놀란 듯한 표정으로 잠시 멍하니 있다 울면서 나가는 것을 보고 이산은 자기도 따라가서 울고 있는 제시카를 달래 줘야 하는지 아니면 이대로 있어야 하는건지 도무지 알 수 없어 제시카에게 맞은 뺨을 만지며 씁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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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22.03.18 3,162 79 12쪽
32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22.03.16 3,252 71 13쪽
31 13. 회상 ; 꿈을 꾸다 22.03.14 3,108 63 11쪽
30 13. 회상 ; 꿈을 꾸다 22.03.11 3,038 74 11쪽
29 13. 회상 ; 꿈을 꾸다 22.03.09 3,100 69 10쪽
28 13. 회상 ; 꿈을 꾸다 +1 22.03.07 3,117 67 10쪽
27 13. 회상 ; 꿈을 꾸다 22.03.04 3,203 66 10쪽
26 12. 전투 ; 전설이 되다. 22.03.02 3,262 67 22쪽
25 12. 전투 ; 전설이 되다. 22.02.28 3,141 62 17쪽
24 12. 전투 ; 전설이 되다. 22.02.25 3,200 6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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